신라 역사 속 문학

찬기파랑가 배경 설화 - 삼국유사 권 제2 기이 제2 -경덕왕, 충담사, 표훈대덕

최고봉 국어 2020. 8. 25. 21:22

 

 [당나라에서] 「덕경(德經)-노자의 '도덕경(道德經)'을 말함)」을 보내오자 대왕은 예를 갖추어 받았다.

 왕디 나라를 다스린 지 24년이 되던 해에 오악삼산(五岳三山-오악은 동악 토함산, 서악 계룡산, 남악 지리산, 북악 태백산, 중악 팔공산이며, 삼산은 경주 남산, 영천 금강산, 청도 부산이다)의 산신이 때대로 나타나 궁전 뜰에서 대왕을 모셨다.

 3월 3일 왕은 귀정문(歸正門) 누각 위에 올라가 주위 사람들에게 말했다.

 "누가 길거리에서 대덕(大德-중에게 부여하는 직위 명칭인데 덕망이나 풍모가 높은 중을 일컫는다.) 한 명을 데려올 수 있겠는가?"

 이때 마침 위엄과 풍모가 깨끗한 고승이 배회하며 가고 있었다. 신하들이 그를 데리고 와 뵙게 하니 왕이 말했다.

 "내가 말한 위엄과 풍모가 있는 승려가 아니다."

 그리고 돌려보냈다.

 

 다시 한 승려가 가사를 걸치고 앵통(櫻筒-삼태기를 메고 있어다고 한 곳도 있다)을 지고 남쪽에서 오고 있었다. 왕은 기뻐하며 그를 보보 누각 위로 맞아들였다. 통 안을 살펴보니 다구(茶具)가 가득 들어 있었다. 왕이 말했다.

 "그대는 누구인가?"

 승려가 아뢰었다.

 "소승은 충담(忠談)이라 합니다."

 "어디서 오는 길인가?"

 승려가 아뢰었다.

 "소승은 매년 중삼일(重三日-셋 풍속에서 액을 막는 제의(祭儀)가 있는 날로 3월 3일이다), 중구일(重九日-중양일이라고도하며 액을 막는 제의가 있는 날로 9월 9일이다)에 차를 끓여 남산 삼화령(三花嶺- 경주 남산에 있다고 하지만 확실하지 않은데, 이 위에 연꽃 모양의 불상 대좌가 있다고 한다) 미륵세존(彌勒世尊- 나타날 부처)께 올리는데, 지금도 차를 올리고 돌아오는 길입니다."

 왕이 말했다.

 "나에게도 차 한 잔 나누어 줄 수 있겠는가?"

 승려는 이에 차를 끓여 바쳤는데, 찻잔 속에서 향내가 풍겼다. 왕이 말했다.

 "짐은 일찍이 대사가 기파랑(耆婆郞)을 찬미한 사뇌가(詞腦歌)의 뜻이 매우 높다고 들었는데 정말 그런가?"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짐을 위해 안민가(安民歌)를 지어 보라."

 왕이 말했다.

 충담은 곧바로 왕명을 받들어 노래를 지어 바쳤다. 왕이 아름답게 여겨 왕사(王師- 왕의 불교 수행을 돕는 승려를 말한다)로 봉했으나, 그는 삼가 재배하며 간곡히 사양하고 받지 않았다.

 안민가(경덕왕 말년에 지은 것으로 '찬기파랑가'보다 후대의 작품이며 호국의 정성이 깃들어 있다. 조지훈 교수는 충담사의 신분이 단순한 승려가 아니고 화랑도의 양면을 띤 인물로 보았다)는 다음과 같다.

 

   임금은 아버지요

   신하는 사랑을 주는 어머니라.

   백성을 어리석은 아이로 여기면,

   모든 백성들이 사랑을 알리라.

 

   꾸물거리며 사는 중생,

   이들을 먹여 다스려라.

   이 땅을 버리고 어디로 가라고 하면

   이 나라가 보전될 줄 알리라.

   아아, 임금답게 신하답게 백성답게 하면

   나라는 태평을 지속하리.

 

 

 찬기파랑가는 다음과 같다.

 

   열어젖히자 벗어나는 달이

   흰구름 좇아 떠간 언저리

   백사장 펼친 물가에

   기파랑의 모습이 잠겼어라.

   일오천(逸烏川) 자갈벌에서

   낭의 지니신 마음 좇으려 하네.

   아! 잣나무 가지 높아

   서리 모를 씩씩한 모습이여!

 

 

 왕은 옥경(玉莖)의 길이가 여덟 치나 되었는데, 자식이 없어 왕비(「왕력」에는 삼모부인(三毛夫人)으로 되어 있다)를 폐하고 사량부인(沙梁夫人)으로 봉했다. 후비 만월부인(滿月夫人)은 시호가 경수태후(景垂太后)이며 각간 의충(依忠)의 딸이었다.

 왕이 하루는 표훈대사(表訓大師)를 불러 명했다.

 "내가 복이 없어 후사를 얻지 못했으니 원하건대 대사께서 하느님에게 청하여 사내아이를 점지하게 해 주시오."

 표훈대사가 하늘로 올라가 천제에게 말하고 돌아와 아뢰었다.

 "천제께서는 '딸을 구하는 것은 되지만 사내아이는 마땅치 않다.'라고 하셨습니다."

 왕이 말했다.

 "딸을 아들로 바꿔 주시오."

 표훈 대사가 다시 하늘로 올라가 청했다.

 천제가 말했다.

 "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사내아이가 태어난다면 나라를 위태롭게 할 것이다."

 표훈대사가 하늘에서 내려오려 할 때 천제가 다시 불러 말했다.

 "하늘과 인간 사이를 어지럽혀서는 안 되는데 지금 대사는 이웃 마을처럼 오가면서 천기를 누설하고 있으니 지금 이후로는 오는 것을 금하노라."

 표훈대사가 와서 천제의 말을 전하니 왕이 말했다.

 "나라가 비록 위태롭게 되더라도 아들을 얻어 후사를 삼고 싶소."

 달이 차서 왕후가 태자를 낳으니(「삼국사기」에는 경덕왕 17년 7월 23일의 일로 기록되어 있다.) 왕은 매우 기뻐했다.

 

 태자가 여덟 살이 되었을 때 왕이 죽고 태자가 즉위했으니, 이 사람이 혜공대왕(惠恭大王)이다. [왕이] 어렸으므로 태후가 섭정에 나섰으나 정사가 다스려지지 않았고(그는 16년 동안 왕위에 있었는데 반란이 다섯 번이나 일어났다) 도적이 벌떼처럼 일어나도 막지 못했으니, 표훈대사의 말이 사실이었다. 태자는 원래 여자였다가 남자로 태어났기 때문에 돌 때부터 즉위하기까지 하상 부녀자들의 놀이를 일삼고 주머니 차는 것을 좋아하며 도사(道士)들과 희롱했다. 그래서 나라가 크게 어지러워져 결국 선덕왕(宣德王)과 김양상(金良相- 김양상은 선덕왕의 이름이다. 김경신(金敬信)의 오기라는 설도 일리가 있다)에게 시해되었다. 표훈대사 이후로 신라에 성인이 태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 찬기파랑가 핵심정리

 

1. 작품 구조

 제1 -3구 하늘의 달 - 높이 우러러 보는 존재                    문사

 제4- 5구 냇물에 비친 달 - 냇물처럼 맑고 깨끗한 모습        답사

 제6 - 8구 조약돌 -원만, 강직한 인품을 따르고자 함

 제9 - 10구 잣나무 -고결한 절개와 굳은 의지에 감동           결

 

2. 작자 - 충담사

3. 연대 - 신라 경덕왕 때(8세기)

4. 갈래 - 향가(10구체), 서정시

5. 성격 - 대상에 대한 예찬(禮讚)의 노래

6. 표현 - 은유법, 상징법, 문답법

7. 의의 - '제망매가'와 함께 서정성이 돋보이는 향가의 백미

8. 기파랑의 고매한 인품을 예찬함.

 

 

* 안민가 핵심정리

 

 

1. 제1 - 4구  군(君), 신(臣), 민(民)을 가족 관계에 비유 ▶ 가족주의

   제5 -8구  백성을 풍족하게 해 주는 정치의 중요성  ▶ 수직적 질서와 민본주의

   제9 - 10구  군, 신, 민이 각각 자신의 도리를 지킴  ▶ 명분과 실제의 일치

 

 

2. 작자 - 충담사

3. 연대 - 신라 경덕왕 24년(765)

4. 갈래 - 향가(10구체)

5. 사상 - 유교적 충의(忠義)와 애민(愛民) 정신

6. 의의 - 향가로서는 유일하게 유교적인 성격을 띠고 있음

7. 주제 - 나라를 다스리는 올바른 방향

 

 

 

 

 

 

* 참고 문헌

일연, 김원중 옮김, 『삼국유사』, 민음사, 2019.

 

* 참고 자료

정경섭 엮음, 고전 문학의 이해와 감상1, 문원각,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