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역사 속 문학

원왕생가(願往生歌), 삼국유사 권 제5 감통 제7, 광덕과 엄장

최고봉 국어 2020. 8. 27. 12:36

 문무왕 대에 광덕(廣德)과 엄장(嚴莊)이라는 두 승려는 우애가 있어 밤낮으로 이렇게 약속했다.

 "먼저 서방(西方-서방정토, 즉 극락 세계로서 동거토(同居土)라고도 하는데 부처와 중생이 동거한다는 뜻)으로 가는 사람은 반드시 서로 알리자."

 그 후 광덕은 분황사 서쪽 마을(어떤 사람은 황룡사의 서거방(西去房)이라 하는데 어느 것이 옳은지는 알 수 없다)에 숨어 신발 만드는 일을 하면서 처자식을 데리고 살았다. 엄장은 남악(南岳)에 암자를 짓고 살면서 나무를 베어 태우며 [화전] 농사를 지었다. 어느 날 해 그림자가 붉게 물들고 소나무 그늘에 어둠이 깔릴 무렵, 엄장의 집 창 밖에서 소리가 났다.

 "나는 벌써 서방으로 가네. 자네는 잘 있다가 빨리 나를 따라오게."

 엄장이 문을 밀치고 나가 바라보니, 구름 위에서 하늘의 음악 소리가 들려 오고 밝은 빛이 땅까지 뻗쳐 있었다.

 

 이튿날 그가 광덕이 살던 곳으로 찾아가 보니 광덕은 과연 죽어 있었다. 그래서 그의 아내와 함께 시신을 수습하여 함께 장사를 지냈다. 일을 마치자 엄장이 광덕의 부인에게 말했다.

 "남편이 죽었으니 나와 함께 사는 것이 어떻겠소?"

 광덕의 아내는 이를 허락하고 엄장의 집에 머물렀다. 밤이 되어 엄장이 정을 통하려고 하니, 부인이 허락하지 않으면서 말했다.

 "대사가 극락정토를 구하는 것은 물고기를 잡으려고 나무 위에 올라가는 것과 같습니다."

 엄장이 괴이하게 여겨 물었다.

 "광덕도 이미 그러했는데 나라고 해서 어찌 안 되겠소?"

 부인이 말했다.

 "남편과 나는 10여 년 동안 함께 살았지만 일찍이 하룻밤도 잠자리를 같이 한 적이 없는데, 하물며 몸을 더럽혔겠습니까? 그분은 다만 매일 밤 단정하게 앉아서 한결같이 아미타불을 외면서 16관(十六觀-'관'이란 보는 것, 염관(念觀)하는 것을 뜻하며 석가모니가 극락정토를 염원하던 수행법이다)을 짓고 관이 다 되어 미혹을 깨치고 달관하여, 밝은 달이 창으로 들어오면 때때로 그 위에 올라 가부좌를 했습니다. 이처럼 정성을 다했으니, 극락으로 가려고 하지 않아도 극락에 가지 않고 어디로 가겠습니까? 천 리를 가고자 하는 사람은 첫 발자국부터 알 수 있는 것인데, 지금 대사가 하는 일은 동방으로 가는 것이지 서방(극락)으로 간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엄장은 이 말을 듣고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고는 무럴 나와 바로 원효법사에게 가서 도 닦는 묘법을 간곡하게 물었다. 원요가 정관법(淨觀法-사고의 더러움을 없애고 번뇌의 유혹을 없애는 것을 말한다)을 지어 그를 지도하자, 엄장은 그제야 몸을 깨끗이 하고 잘못을 뉘우쳐 자신을 꾸짖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도를 닦아 역시 극락으로 가게 되었다.

 정관법은 원효법사 본전(本傳)과 「해동고승전」에 실려 있다. 그 부인은 바로 분황사의 계집종ㅇ으로 아마 부처님의 열아홉 응신(十九應身-중생의 제도와 교화를 위한 관음보살의 19종의 모습인데 「법화경」 보문품의 19설법에서 취한 것이다. 응신이란 삼신[法身, 報身, 應身]의 하나다.) 가운데 하나였다.

 일찍이 광덕은 이런 노래를 지었다.

 

 

   달님이시여,

   이제 또 서방으로 가셔서

   무량수불 앞에

   말씀을 가져다 전해 주십시오.

   다짐 깊으신 부처님을 우러르며

   두 손 모아 비옵나니

   원왕생(願往生-'원왕생 극락'의 준말로 죽어서 극락 세계에서 태어나고 싶다는 뜻), 원왕생을 바칩니다.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다고 아뢰십시오.

   아아, 이 몸 버리시고

   마흔여덟 가지 소원(아미타불이 법장 비구였을 때 세운 마흔여덟 가지 큰 소원을 말한다)이

   모두 이루어질까요?

 

 

* 핵심 정리

 

1. 작자 - 광덕

2. 연대 - 문무왕(재위 661-681)

3. 갈래 - 향가(10구체)

4. 성격 - 기원가(祈願歌), 불교 신앙의 노래

5. 의의 - 기원가의 한 전형을 보이는 작품

6. 주제 - 극락왕생(極樂往生)에 대한 간절한 염원(아미타불에 귀의할 것을 서원함)

 

 

 

* 참고 문헌

일연, 김원중 옮김, 『삼국유사』, 민음사, 2019.

 

* 참고 자료

정경섭 엮음, 고전 문학의 이해와 감상1, 문원각,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