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2 문학/고2 비상

양반전 - 박지원

최고봉 국어 2023. 5. 3. 06:59

양반전(비상 문학 수록 부분)

 

"양반이라는게 겨우 요것뿐이란 말이오? 양반은 신선이나 다름없다더니 정말 요것뿐이라면 그 많은 곡식만 축낸 것이 억울하오. 아무쪼록 좋은 쪽으로 잘 좀 고쳐 주시오."

 

군수는 부자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미 만들어진 증서를 내버리고 다시 고쳐 쓰기 시작하였다.

 

 

하늘이 백성을 낼 때 네 가지(사농공상士農工商)로 구분하였느니라. 이 가운데 가장 으뜸 가는 것이 선비요 곧 양반이니,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느니라. 양반은 몸소 농사짓지 않고 장사도 하지 않으며, 조금만 글을 읽으면 크게는 문과에 급제하고 작게는 진사가 되느니라. 문과에 급제하게 되면 홍패(합격증)를 받는데 그 길이는 비록 두 자밖에 안되지만 이것만 받게 되면 백 가지를 두루 갖추게 되니 돈 자루나 다름없는 것이니라. 진사가 나이 서른에 첫 벼슬을 하더라도 오히려 늦은 것이 아니니 이름 높은 음관(과거를 거치지 않고 조상의 덕으로 얻는 벼슬)이 될 수 있느니라. 게다가 남인에게 잘만 보이면 큰 고을 수령 자리는 따 놓은 당상이니 귓바퀴가 일산 덕분에 하얘지고, 종놈들의 "예이---" 하는 소리에 먹지 않아도 절로 배가 부르고, 방안에는 어여쁜 기생을 데려다 앉혀놓고, 들에는 학을 길러 날게 할 수 있느니라. 하다못해 시골에서 가난한 선비로 살더라도 자기 멋대로 할 수 있으니 이웃집 소를 빌려 자기 밭을 먼저 갈게 하고, 마을 사람을 불러다가 자기 밭을 먼저 김매게 할 수 있느니라. 만일 어떤 놈이 양반을 업신여기고 말을 듣지 않을 때는 그놈의 코에다 잿물을 들이 붓고 상투 꼬투리를 잡아 휘휘 돌리고 수염을 잡아 뽑는다 하더라도 감히 원망할 수 없으니......”

 

새로 고쳐 쓴 증서가 거의 반쯤 되었을 때, 부자는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어 귀를 꽉 막고 혀를 설레설레 내둘렀다.

"제발 그만! 그만하시오! 양반이라는 것이 참 맹랑하기도 하오. 나리님네들은 지금 나를 날도둑놈으로 만들 작정이오?"

부자는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손으로 머리를 싸매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달아나 버렸다. 그리고 그 뒤로 죽는날까지 다시는 '양반'이라는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핵심 정리

 

1. 갈래: 한문소설, 단편소설, 풍자소설

2. 성격: 풍자적, 고발적, 비판적, 사실적

3. 배경: 시간적-18세기

공간적- 강원도 정선군

4. 사상: 실학사상

5. 시점: 전지적 작가 시점

6. 제재: 양반 신분의 매매

7. 주제: 1) 양반들의 공허한 관념과 비생산성, 특권의식에 대한 비판과 풍자

2) 양반들의 무능과 위선적인 생활 태도, 허위 의식에 대한 비판과 풍자

8. 출전: <연암집> 8, ‘방경각외전

9. 작가: 박지원

10. ‘양반전의 특징

1) 몰락하는 양반들의 위선적인 생활 모습을 풍자함.

2) 전대(前代)에는 불가능했던, 평민 부자로 대표되는 새로운 인간형을 제시함.

3) 독특한 풍자와 해학으로 근대 의식을 보여줌

4)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실학사상을 문학 작품 속에 반영함

5) 사회 현실을 직시하고 문제점에 대해 분석적으로 접근함

 

11. ‘양반전에 나타난 근대적 성격

* 신분제의 동요 : 돈으로 신분을 사고 파는 세태를 보여 줌으로써 조선 후기에 엄격한 신분 제가 점차 붕괴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이 일반화되고 있음을 드러냄.

* 지배층의 허위에 대한 비판 : 관념적이고 허례허식에 찬 양반 계층의 삶을 비판하고 있음.

* 새로운 계층의 등장 : 평민 부자의 등장이라는 점에서 시민 계급의 대두라는 사회 구조의 변화 가능성을 보여 줌,

 

12. ‘양반전에 나타나는 실학사상

몰락한 양반층 가운데 일부는 실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에 관심을 보이며 부패한 현실을 개혁하려는 지식인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이들이 바로 박지원, 정약용 등으로 대표되는 실학자들이다. 실학자들은 당대의 지배층이 현실과는 유리된 공리공론(空理空論)에 빠져 백성들의 궁핍한 현실을 외면하고 부정부패를 일삼는 것을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실사구시(實事求是)정신을 바탕으로 실제 백성들의 생활을 향상시키는 데에 많은 관심을 두었다. ‘양반전은 이러한 시대적 현실을 반영하여 양반층의 허위의식과 부패상을 풍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