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호랑이 송곳니를 허리띠처럼 두른 한 소년이 숨가쁘게 달리고 있다. 소년의 손에는 어디선가 꺾은 들꽃이 달리는 소년의 손에서 흔들거리고 있다. 소년의 시선 끝에는 파란 강물에 윤슬이 반짝이고 그 잔물결에 손을 담그고 있는 한 소녀가 있다. 소년은 달리는 걸 멈추고 살금살금 소녀의 뒤로 간다. 아까까지 실컷 뛰어와서는 소녀 뒤에 몰래 서서 꽃을 불쑥 내민다. 소녀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면 소년은 얼굴만 휙 돌린다.

 

"! 놀랐잖아!"

 

고미의 말에 미안한 표정으로 랑이는 고미를 본다. 고미는 "!"라는 말과는 다르게 미소를 지으며 꽃을 받고는 랑이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그러면 랑이는 고미 옆에 앉지만 쑥스러운 듯 고개를 돌린다. 고미는 랑이가 고개를 돌린 쪽으로 자기 얼굴을 갖다 댄다. 고미는 가끔 랑이가 놀랄 만큼 과감해서 오히려 랑이가 더 당황한다. 그럼 랑이는 다시 고개를 돌리고 소녀는 다시 얼굴을 갖다 댄다. 그리고는 두 손으로 랑이의 얼굴을 잡고 얼굴을 마주보게 한다.

랑이야, 우리는 가시버시할 거잖아.”

랑이는 고미의 말에 고미의 얼굴을 바라보다 가볍게 이마에 입술을 댄다.

 

그리고는 얼른 두 사람은 강가를 바라본다.

랑이야, 저 강을 넘어가면 하늘님의 땅이 있어서 싸움도 없고 먹을 것도 많대.”

정말 그럴까? 저 강만 건너면 정말?”

우리 당골님이 그러셨어.”

하지만 우리가 그 땅에 가려면 또 싸워야 하잖아.”

슬픈 표정을 하고 있는 랑이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던 고미가 랑이의 손을 살며시 잡는다.

너와 네가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했어, 싸우지 않고도 함께 할 수 있는 방법.”

그런 방법이 있을까?”

그럼!”

확신에 찬 얼굴을 한 고미의 얼굴을 본 랑이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진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