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이야기를 작가가 어떤 입장에서 독자에게 제시하는가는 흥미 있는 문제이다. 소설의 이야기는 저절로 전개되지 않고 누군가가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저자가 다 지어낸 것이만, 저자는 이야기가 전개되게 하는 틀을 마련하고 그 틀을 맞추어 전개되도록 해둔 것 같기도 하다. 이 이야기 전개의 틀을 '관점'이라고 한다. 관점의 문제는 미국의 소설가 헨리 제임스가 제기한 이래 소설론의 중요한 문제로 인정되고 있다.

 

 궁극적으로 소설 전개의 관점은 소위 1인칭과 3인칭 두 가지이다. 1인칭 이야기는 '나'가 하는 이야기를 말한다. 이야기하는 '나'는 단지 자기가 들은 어떤 이야기를 전다랗는 입장에만 있을 수 있다. '내가 우연히 어떤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은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체험을 하였다'는 투이다. 이때 '나'는 그 이야기에 전혀 참여하지 못한다. '나'가 이야기 속에 직접 등장하되 주요 인물이 아니라 부차적인 인물일 경우도 많다. 자기에게 일어난 이야기가 아니라 남에게 일어나는 일을 목격한 증인의 입장이다. '나'가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가 물론 1인칭 이야기의 가장 흔한 형태이다.

 

 1인칭 이야기는 '나'의 관점에서 하는 이야기므로 시야가 좁다. '나'가 보지 못하는 다른 인물들의 행위에 대해서는 짐작밖에 할 도리가 없다. 따라서 본격적인 '나'의 이야기는 남들에 대한 이야기보다 '나'에 관한 것, 나의 마음에 관한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독백이 된다. 그리하여 '의식의 흐름' 소설이 된다.

 

 1인칭 이야기 '나'를 교묘히 이용하여, 특수한 효과를 낼 수도 있다. 첫째로 자기가 하는 이야기에 대해서 단순한 전달자가 아니라 자기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즉 소설을 만들고 있다는 의식을 가진 존재임을 표면화시키는 경우가 있다. '지금 나는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데 내가 하는 이야기이니 만큼 이 소설은 평론가들이 1인칭 소설, 그 중에서도 빈정대는 1인칭 소설이라 할 것이다'라는 투의 소설 말이다. 둘째로는 '소박한 나'를 등장시키는 1인칭 이야기가 있다. 주요섭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는 어른들의 애정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천진, 소박한 어린아이가 전하는 이야기로 되어 있다. 그런 이야기와 이야기하는 사람 사람의 거리가 아이러니의 묘미를 더한다.

 

 3인칭 이야기는 인물들이 모두 그, 그녀, 그들로 되어 있다. 3인칭 관점은 크게 둘로 나뉘는데, 하나는 '전지적 관점' 즉 '다 아는 관점'이다. 이야기하는 사람이 인물과 사건에 대하여 장소와 시간의 구애됨이 없이 모두 다 알고 있는 입장에 있다. 자기 마음대로 인물들의 언행을 알려주든가 또는 감춰뒀다가 나중에 이야기하든가 할 수 있어 마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신처럼 자유롭다. 외부적 언행뿐만 아니라 깊은 마음 속에, 더더구나 무의식 속에 생기는 심리 작용까지도 다 알아내는 능력이 있다.

 

 대개 모든 것을 다 아는 이야기꾼(궁극적으로는 작가이지만)은 이야기 속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나, 가끔 인물의 성격이나 행동에 대하여 평을 가하고( '그가 그때 그런 짓을 한 것은 인륜상 지탄받을 만하다' 등등) 나아가 인생 전반에 대한 윤리적 해석을 가하기도 하는데, 독자는 이런 말들을 지당한 말씀이라고 받아들이기로 되어 있다. 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에서 역사철학을 길게 설파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다 아는 이야기꾼이 인물의 언행을 그대로 극적으로 제시만 할 뿐 무슨 평을 직접 가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 경우에는 이야기가 그저 저절로 전개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철저하게 객관적인 사실주의 작품은 이처럼 이야기를 보여주지, 들려주려고 하지 않는다.

 

 또 하나는 '제한된 관점'이라는 것이 있다. 저자는 다 아는 이야기꾼을 내세우지 않고 인물들 중의 한 사람의 관점을 빌린다. 이야기는 그 인물의 시야에 들어오는 만큼, 그 인물의 해석과 평을 곁들여 전개된다. 이야기는 1인칭 관점처럼 제한되지만 저자가 마음대로 조작한다는 느낌이 없고 한 관점에 집중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 제한된 관점의 이야기도 그 후 한 인물의 주관을 깊이 파고들어 가는 것이 되어 결국 '의식의 흐름' 소설로 발전하였다. 독자는 어떤 이야기꾼의 중간 역할이 없이 직접 인물의 심리의 움직임을 보는 듯하다. '자기 소멸의 저자', '저자의 소멸'이란 말을 이 경우에 하게 된다.

 

 어떤 현대소설가는 한 작품에서 관점의 통일을 기하지 않고 오히려 여러 관점을 뒤섞어 놓아 독자들을 당황하게 하는 특별한 효과를 노리기도 하고 또 2인칭 ('너'의 관점) 소설을 쓴 작가도 있다고 하나 예외적이다.

 

 

 

참고 문헌

 

이상섭, 「문학비평 용어사전」, 민음사,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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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복되어 나타나는 동일한 또는 유사한 낱말, 문구, 내용을 말한다. 한 작품에서 나타날 수도 있고 한 작가 또는 한 시대, 또는 한 장르에서 나타날 수도 있다. 우리 설화에 자주 반복되는 이별한 님, 서양 동화에 주로 나타나는 요술 할멈과 미녀 이야기 등은 민족 설화의 모티프들이며, 두견, 소쩍새는 동양시에 자주 나오는 모티프이다.

 <봄은 여전히 왔는데, 사람은 가고 아니 온다>는 내용의 정서도 동양시에서 약간의 모습을 바꾸면서 자주 반복되는 모티프이다. 한 작품 속에서도 계속 반복되어 그것이 느껴질 정도가 되는 모든 요소는 모티프라고 할 수 있다.

 일부 형식주의자들은 작품에서 쓰인 최소 의미 단이, 즉 문장의 내용을 모티프라 부른다. <그는 즐거워서 웃었다>, <참 좋은 날씨였다.> 등이모두 개체적인 모티프인데, 그중 작품 전체의 주제(테마)를 형성하는 데에 직접 참여하는 모티프는 <매인 모티프>, 주제 자체와 간접적인 관계가 있는 또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을 <놓인 모티프>라 하여 그 두 가지의 상호 견제 작용이 전체의 주제를 어떻게 풍부하게 형상화하는가를 밝히려고 하였다. 이러한 형식주의적인 견해를 받아 들이지 않더라도 모티프는 작품의 주제를 구축하고 통일감을 주는 중요 단위로서 구실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의 신화비평에서 거론하는 원형적 심상도 모티프의 일종이다. 상징주의자들의 반복적인 상징도 마찬가지이다. 모티프는 모든 저자가 공유한 공동의 재산이나, 그것을 어떻게 이용하는가는 저자의 역량에 달렸다.

 

 참고 문헌

 

이상섭, 「문학비평 용어사전」, 민음사,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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