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부

 

 

(‘민중 상징)는 서로 어우러져

기대고 산다.』                                    의 속성 서로 의지하며 살아감.

햇살(시련, 고통) 따가워질수록

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부정적 상황에서도 긍정적 태도를 보임.)

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

                                                                                                 1 : 고난을 이겨 내고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민중의 모습

 

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

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아라.』       의 속성 힘을 합쳐 더욱 강하게 맞서 싸움.

죄도 없이 죄지어서 더욱 불타는(역설법, 무고하게 억압받는 민중의 모습)

마음들을 보아라. 벼가 춤출 때,

벼는 소리 없이 떠나간다.(희생적인 사랑을 실천함.)

                                                                                                2 : 공동체 의식으로 더 튼튼해진 민중의 생명력

 

벼는 가을 하늘에도

서러운 눈 씻어 맑게 다스릴 줄 알고(서러움을 승화시킴  자기 정화)

바람 한 점에도

제 몸의 노여움을 덮는다.(노여움을 절제함.)의 속성 서러움과 노여움을 승화시켜 성숙해짐.

저의 가슴도 더운 줄을 안다.(저항 의식을 지닌 민중의 모습)

                                                                                                3 : 서러움과 노여움을 승화시키는 민중의 성숙한 모습

 

벼가 떠나가며 바치는

이 넓디넓은 사랑, 의 속성 희생적인 사랑을 바칠 줄 앎.

쓰러지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서(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민중의 모습) 드리는

이 피 묻은 그리움,(민중이 열망하는 염원-자유, 평등)

이 넉넉한 힘(민중의 저력)…….

                                                                                             4 : 희생적인 사랑을 하고 고난을 이겨 내는 민중의 힘

 

                                                                                                                                                              “우리들의 양식”(1974)

 

 

 

핵심 정리

 

1. 갈래  자유시, 서정시, 참여시

2. 성격  참여적, 예찬적, 상징적

3. 제재  

4. 주제  민중의 공동체적 유대감과 강인한 생명력 예찬

5. 특징

             - ‘의 생장과 수확 과정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상을 전개함.

             - 대상을 의인화하여 가 지닌 속성을 예찬함.

6. 해제

 이 작품은 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이 땅에서 살아온 민중의 한과 공동체 의식을 형상화하고 있는 시다. 의인화의 비유, 상징 등의 기법을 통해 벼의 생장 과정과 수확 과정을 그리는 동시에 민중이 지닌 기질과 덕성을 예찬하고 있다. 1970년대라는 그늘진 한국의 현대사를 경험한 작가는 전쟁과 독재 체제, 산업화의 그늘 속에서 희생을 감내해야 했던 민중들에 대한 깊은 관심과 사랑을 시로 담아 내었다.

 

7. 작가

   이성부(1942~2012)

 시인. 전라남도 광주 출생으로 광주고등학교 재학 당시에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시 <바람>이 당선되었다. 언론 활동을 하면서 연작시 <전라도>를 발표하여 당대의 암울한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는 현실 참여적인 시 세계를 확립해 나갔다. 고통스런 농촌의 현실을 정직하게 노래하는 한편, 전통적 서정과 민중의 연대감을 지켜 가기 위해 애를 썼다. 민중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공동체적 삶의 정결성과 도덕성에 관심을 기울이면서도 시적 상상력과 서정성을 잃지 않는 유연함을 지닌 것이 특징이다. 시집으로 이성부 시집, 우리들의 양식, 백제행, 전야, 빈산 뒤에 두고, 야간 산행 등이 있고, 주요 작품으로는 <>, <산길에서>, <전라도7> 등이 있다.

 

 

2018학년도 고1 모의고사 기출 문제로 실력 점검하기

 

[36~39]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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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창 시절에는 유별나게도 학년이 바뀌고 반이 바뀌어 친구들과 뿔뿔이 흩어져야 하는 신학기가 싫었다. 마음으로 간절히 원했던 친구는 거의 언제나 다른 반으로 가 버렸고, 한 반이 되지 않기를 빌고 빌었던 친구는 어김없이 한 반으로 편성되곤 하는 불행 아닌 불행 앞에서 얼마나 많이 속상해 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학년이 바뀌면 처음 얼마 동안은 늘 마음을 잡지 못했다. 아침에 눈을 떠 학교에 갈 일을 생각하면 가슴 한쪽이 싸늘해지곤 하던 그 느낌을 지금도 나는 선연히 떠올릴 수가 있다.

(중략)

이제는 반이 나뉘고 새로운 급우들한테서 낯섦을 실컷 맛봐야 하는 신학기 따위는 영영 내 곁에서 사라졌다. 그 대신 사랑하고 믿어 주는 것보다 시기하고 미워하며, 또는 빼앗고 속이는 일이 더 많은 황폐한 세상살이에 낯가림하며 사는 나날속으로 내던져지고 말았다. 망망대해를 헤매는 것처럼 힘든 인생의 항해는 신학기 잠시의 외로움을 극복하는 일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두려움 가득한 일이다. 삶은 고난 투성이고 끝없는 인내를 요구하기만 하는데, 홀로 헤치는  파도는 높고 거칠기만 한 것이다. 바로 이때에 영혼을 함께 나눌 친구가 절실히 필요해진다. 인생이란 험난한 항해를 같이 겪고 있다는 동지애를 느낄 수 있는 친구, 혹은 내 삶의 따뜻한 동반자라는 느낌이 전해져 오는 친구와 같이 있는 시간에는 이 세상도 한번 살아 볼 만하다는 용기가 솟는다. 그런 친구와 돈독한 우정을 서로 교환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적어도 실패한 삶은 아니라고 단정할 수 있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그런 우정을 가꾸는 이들을 종종 만난다. 비록 나의 친구는 아니지만 그 모습을 보는 일은 참 아름답다. 언젠가 친구가 사업에 실패해서 낙향하여 쓸쓸히 살아가는 것을 안쓰러워하다 못해 자기도 다니던 직장을 정리하고 가족과 함께 시골로 내려가 친구 옆에서 땅을 일구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었다. 이미 결혼하여 각각의 식솔을 이끌고 있는 두 사람한테는 참으로 어려운 결정이었겠지만, 양쪽 집의 가족들 모두는, 한결같이 이렇게 말하였다. 냉혹한 이 세상에 대항하기 위해 두 집이 힘을 합쳤으니 얼마나 든든하냐고. 누군가는 말했다. 친구 없이 사는 일만큼  무서운 사막은 없다고. 또 누군가는 말했다. 친구 없이 사는 것은 증인 없이 사라지는 일이라고.

- 양귀자, 사막을 같이 가는 벗 -

 

 

() 우리가 눈발이라면

허공에서 쭈빗쭈빗 흩날리는

진눈깨비는 되지 말자.

세상이 바람 불고 춥고 어둡다 해도

사람이 사는 마을

가장 낮은 곳으로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

우리가 눈발이라면

잠 못 든 이의 창문 가에서는

편지가 되고

그이의  깊고 붉은 상처 위에 돋는

새살이 되자.

- 안도현, 우리가 눈발이라면 -

 

 

() 벼는 서로 어우러져

기대고 산다.

햇살이 따가워질수록

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

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

 

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

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아라.

죄도 없이 죄지어서 더욱 불타는

마음들을 보아라. 벼가 춤출 때,

벼는 소리 없이 떠나간다.

 

 

벼는 가을 하늘에도

서러운 눈 씻어 맑게 다스릴 줄 알고

바람 한 점에도

제 몸의 노여움을 덮는다.

저의 가슴도 더운 줄을 안다.

 

 

벼가 떠나가며 바치는

이 넓디넓은 사랑,

쓰러지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서 드리는

이 피 묻은 그리움,

이 넉넉한 힘…….

- 이성부,  -

---------------------------------------------------------------------------------------------------------------------------------------------------

36. () ~ ()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 ()는 계절적 배경을 드러내는 소재를 통해 경건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 ()는 구체적 지명을 제시하여 향토성을 드러내고 있다.

 () ()는 대상을 의인화하여 말을 건네는 방식으로 친근감을 드러내고 있다.

 () ()는 동일한 시어를 반복하여 시적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 ()는 명사형으로 마무리함으로써 독자에게 여운을 주고 있다.

 

 

37.  ~ 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 글쓴이가 세상살이에서 헤쳐 나가야 할 고난을 의미한다.

② ㉡ : 글쓴이에게 부정적 의미의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③ ㉢ : ‘함박눈과 대조적인 의미를 지닌 시어이다.

④ ㉣ : ‘편지’, ‘새살처럼 세상에 필요한 존재이다

⑤ ㉤ : 화자에게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매개체이다.

 

38. () <보기>와 같이 구조화할 때,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A]

학창시절

                              경험                                          ⇒ [C]

[B]                                                                           깨달음

학창시절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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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 글쓴이는 신학기 때 원했던 친구들과 반이 달라져 낯섦과 외로움을 경험했다.

 [B] : 글쓴이는 [A]보다 세상살이가 더 힘들다는 것을 절실하게 경험했다.

 [B] : 글쓴이는 사업에 실패해서 낙향한 친구와 함께 시골에서 돈독한 우정을 나누었다.

 [B] : 글쓴이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힘든 삶을 함께 헤쳐 나갈 친구가 있다면 실패한 삶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C] : 글쓴이는 [B]의 경험을 통해 힘들 때 진정한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친구의 필요성을 느꼈다

 

 

39. <보기>를 바탕으로 ()에 드러난 벼의 속성을 민중의 모습과 연결했을 때,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이성부의 는 벼의 속성을 민중과 연결시켜 희생과 인내를 통해 고난에 대응하는 민중의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 주고 있다. 이를 통해 고통스러운 현실에 분노와 절망을 느끼면서도 자신의 내면을 다스리고 서로 단결하는 공동체 의식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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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동체 의식  서로 어우러져 기대고 산다

 인내심  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

 단결력  서로 몸을 묶어 더 튼튼해진다.

 희생정신  사랑을 바치고 떠나간다.

 생명력  쓰러져도 다시 일어난다.

--------------------------------------------------------------------------------------------------------------------------------------------------------------

① ⓐ                     ② ⓑ                        ③ ⓒ                      ④ ⓓ                     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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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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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 이강백

 

핵심 정리

 

1. 갈래 희곡

2. 성격 상징적, 우화적, 풍자적

3. 제재 - ‘늑대와 양치기 소년의 우화

4. 주제 진실이 통용되지 않는 사회의 비극 또는 진실을 향한 열망

5. 출전 - 현대문학(1973)

6. 작가 이강백 (1947 ~ ) 극작가. 전북 전주 출생. 1971동아일보신춘 문예 희곡 부분에 다섯이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무학(無學)의 학력으로도 우화와 비유로 충만한 비사실주의 작품을 주로 써서 알레고리의 작가라는 별명이 붙었다. 작품 세계는 인간의 실존적 고뇌를 정교한 논리로 구성한 것이 특색이다. 대표작으로 호모세파라투스, 칠산리, 북어대가리, 느낌, 극락 같은등이 있다.

 

7. ‘파수꾼의 구성 단계

단계

내용

발단

편지를 받고 촌장이 파수꾼 를 찾아옴

전개

이리 떼가 없다는 파수꾼 의 말을 촌장이 인정함

절정

파수꾼 는 마을 사람들에게 사실을 알리는 것을 하루만 연기하기로 함.

하강

파수꾼 는 마을 사람들 앞에서 거짓말을 함

대단원

파수꾼 는 거짓말을 한 뒤 망루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됨

 

8. 등장 인물과 소재의 상징적 의미

이리 떼

위선적인 독재 권력이 체제 유지를 위해 도구로 삼은 가공의 적

양철북

가공의 적에 대한 대중의 불안감을 키우기 위한 수단

촌장

1970년대 체제 유지를 위해 거짓 정보를 형성했던 독재 권력

파수꾼 가

독재 권력의 논리에 영합하여 민중을 기만하는 인물

파수꾼 나

독재 권력의 논리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우매한 인물

파수꾼 다

체제의 현실은 파악했으나, 잘못된 권력의 논리를 다시 수용하는 나약한 인물

 

9. 우화적 장치 사용의 효과

이 작품이 당시의 상황을 직접적으로 고발하지 않고 우화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은 당시의 억압적인 시대 상황과 관련이 있다. 이러한 우화의 형식은 현실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이 제약받을 때 그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버이 된다. 그러나 현실의 모순을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제시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의 한계를 지닌다.

 

10. 파수꾼 와 촌장 사이의 갈등

파수꾼 는 이리 떼는 없고 흰구름뿐이라는 사실을 폭로하고자 한다. 촌장은 그 사실은 인정하지만 지금 당장 폭로하게 되면 자신이 마을 주민들에게 변명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살인이 일어날 것이라고 회유한다. 이는 진실을 알리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촌장은 그로 인해 야기될 혼란을 문제삼아 굳이 진실을 알릴 필요가 없음을 강조하는 데서 오는 갈등이다.

 

11.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19748현대 문학에 발표되었고, 19753현대극회에서 공연되었다. 이 작품은 우화적인 장치를 상요하여 제도적인 권력의 폭압성을 드러내는 이강백의 초기의 작품 세계를 잘 보여 준다.

가상의 어느 마을에 이리 떼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망루에 올라 이리 떼가 나타났다.’라고 소리치는 파수꾼 가와 그 때마다 양철북을 두드리는 늙은 파수꾼 나의 아이러니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리 떼로부터 마을 사람들을 지키려고 자원한 소년 파수꾼 다가 이리 떼는 없고 아름다운 흰구름뿐이라는 진실을 알게 되지만, 이마저도 마을의 질서 유지를 위해서는 가상의 적인 이리 떼를 설정해 놓아야 한다는 촌장의 설득에 파묻히고 만다.

이렇듯 이 작품은 1970년대 박정희 정원의 체제 유지를 위한 안보 논리에 대한 통렬한 풍자를 우화적으로 보여 준다. 그러나 이 작품은 이러한 우화적인 장치가 두드러진 만큼 극적인 갈등의 축이 미약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어, 연극적 효과는 다소 약화되어 있는 약점을 아울러 지니고 있기도 하다.

 

 

파수꾼 본문

 

등장인물

해설자

파수꾼 가

파수꾼 나 (노인)

파수꾼 다 (소년)

 

해설자

(관객들에게 무대와 등장인물들을 설명한다)

이곳은 황야입니다. 이리 떼의 내습을 알리는 망루가 세워져 있죠. 드높이 솟은 이 망루는 하늘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하늘은 연극의 진행에 따라 황혼, 초생달이 뜬 밤, 그리고 아침으로 변할 겁니다. 저기 위를 바라보십시오 파수꾼이 앉아 있습니다. 높은 곳에서 하늘을 등지고 있기 때문에 그는 언제나 시커먼 그림자로만 보입니다. 그는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파수꾼이었습니다. 나의 늙으신 아버지께서도 어린 시절에 저 유명한 파수꾼의 이야기를 들으셨다 합니다. 물론 할아버지에게서 들으셨던 거죠. 이제 와선 저 망루 위의 파수꾼은 전설적인 인물이 된 것이지요. 또 다른 파수꾼들 우리와 같은 시대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망루 아래에서 양철북을 칠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망루 위의 파수꾼이 이리 떼를 발견했다 외치면 그들은 양철북을 두드릴 겁니다. 그 소린 황야에서 울려 퍼져서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에 전달되고 그럼 주민들은 이리 떼의 내습에 대항할 준비를 갖추게 됩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듯이 이리 떼는 무척 교활하죠. 그들의 습격이 탄로난 걸 알아채면 일단 뒤로 물러납니다. 그리고선 다음 기회를 노리는 거죠. 이러한 반복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망루 위의 파수꾼이 갑자기 외친다.

 

이리 떼다, 이리 떼! 이리 떼가 몰려온다!

 

파수꾼 의 손이 번쩍 들려진다 이리 떼가 나타난 방향을 가리킨다. 망루 아래 파수꾼들은 양철북을 두드린다, 외침과 북소리 계속 불안이 점점 고조된다. 해설자는 달아난다. 노인파수꾼 의 북 치는 모습은 늠름하다. 소년 파수꾼 는 두려움에 질려서 헛치기만 하다가 견디지 못하고 납짝 엎드려버린다.

 

북소리 중지! 이리 떼는 물러갔다.

(아직도 겁에 질려서) 이리 떼라구요?

걱정 마라 이젠 물러갔단다.

저는 아무 것도 보지 못했는데요?

너는 낮은 곳에 있다. 그러니까 보지 못하는 거야. 하지만 저 망루 위의 파수꾼은 아주 높은 곳엘 있지 않니? 그는 멀리까지 바라본다. 너하곤 위치가 다르다는 걸 알아야지.

이리 떼다, 이리 떼! 이리 떼가 몰려온다!

 

소년 파수꾼 는 당황해서 다시 엎드리고 파수꾼 는 양철북을 두드린다.

 

북소리 중지! 이리 떼는 물러갔다!

……정말 물러갔어요?

그렇다 안심하구 일어나렴.

그래도 저어 아직 몇 마리 남아 있는 건 아닐까요? 그랬다가 엉겁결에 달려들어 꽉 물 수도 있겠구요.

파수꾼의 눈은 정확하단다. 단 한 마리의 이리도 그 눈을 피해 숨을 순 없지.

, 저는 그걸 생각 못했어요. 죄송해요. 파수꾼의 눈을 의심했던 건 아닙니다. 다만 이리라는 게 그렇죠, 이리를 믿어선 안 된다구 배웠거든요. 이리는 엉큼하고 사납고, 그 날카로운 이빨에 물리면은……

이리가 그렇게도 무섭니?

.

그럼 왜 파수꾼이 될 생각은 했지?

이렇게까지 무서움을 탈 줄은 몰랐거든요 저 자신도 부끄러워요. 파수꾼이 되는 연습을 할 때엔 이렇지 않았습니다. 제법 용감했죠. 특히 칭찬을 받는 건 제 눈이었어요 까마득하게 멀리 떨어진 것도 척척 알아냈거든요. 마을 사람들도 감탄했어요. 최고의 눈이다. 넌 파수꾼이 되기 위해 태어났다. 그래서요, 저는 여기에 오길 지원했던 거예요. 그런데 여기 와 보니 사정이 다르군요. 나는 한 번도 망루 위엘 올라가지 못했습니다. 한 가지 여쭙겠는데요. 왜 저 망루 위의 파수꾼은 교대하질 않죠?

저분은 말이다. 지금까지 실수를 하지 않았단다. 단 한번도 이리떼를 놓친 적이 없었어.

굉장하네요.

아무렴 넌 어때 그렇게 할 자신이 있니?

자신 있어요…… 허지만요, 한두 번쯤은 실수도 있을 거예요.

그럼 큰일난다. 이리 떼의 습격을 놓쳐봐라. 마을의 가축과 사람들은 엄청난 피해를 입는다. 넌 아예 섣불리 망루 위에 올라갈 생각도 마라. 얘야 저 높은 곳보다 이 아래는 할 일이 많단다. 양철북도 쳐야 하구, 여기저기 놓아둔 이리 덫들도 살펴야 하구…… 방금 전 습격 때, 저쪽에서 탁 치이는 소리가 났었다. , 나하고 덫 보러 가지 않을래?

전 여기 있고 싶어요.

이리가 걸렸으면 좋겠는데……그럼 다녀오마.

 

파수꾼 퇴장 오랜 침묵 는 망루 위를 쳐다보기도 하고 키발을 딛고 사방을 살피기도 한다. 금방 이리가 덤빌 것 같아서 그는 안절부절못한다. 마침내 두 팔로 얼굴을 감싸고 앉아서 움직이지 않는다. 파수꾼 가 들어온다. 무섭게 생긴 강철제 덫을 어깨에 둘러메고 와서 내려놓는다.

, 헛쳤다. 교활한 짐승도 다 있지. 나뭇가지를 대신 끼워놓고 몸은 달아났지 뭐냐. 얘야, 이 덫 좀 함께 벌리자.

 

두 파수꾼은 덫 입을 함께 벌린다. 이빨들이 달린 덫이 벌어지며 파수꾼들에게 위압을 준다.

 

무섭게 생겼어요.

나뭇가지 때문에 이빨이 상했어 날카롭게 쇠줄로 쓸어야겠다.(쇠줄을 꺼내 덫 이빨을 간다. 금속성의 듣기 싫은 소리가 난다) 가끔 가다 이리가 치어줘야 재미있는데 통 그래주질 않는단다. 치었는가 가보면 또 헛치었구, 이리는 정말 교활해. 황야에 수천 개의 덫을 놓았지만 용케도 걸려들질 않어.(덫니에 날이 섰는지 엄지손가락을 대본다), 됐다. 이리야, 이번엔 제발 덜컥 걸려다오. 제자리에 가져다 놓구 오마.

내일 아침에 가세요

내일 아침에?

그래요 지금은 어둡잖아요?

어둡기는…… 아직 훤해

가시면 안 되요 여긴 아직 훤하지만 덫 놓을 덤불 속은 어두울지 몰라요, 그 속에 이리가 숨어 있다 덤벼들면 어떻게 해요? 저 같으면 내일 아침까진 꼼짝도 안 하겠어요.

넌 참 겁두 많다.

이리 떼다 이리 떼! 이리 떼가 몰려온다!

 

소년 파수꾼 는 엎드리고 노인 파수꾼 는 양철북을 두드린다.

 

북소리 중지! 이리 떼는 물러갔다.

넌 또 엎드렸구나.

이리 떼 다 갔어요?

양철북이라도 좀 쳐보질 그랬니? 네가 함께 쳐주면 나 혼자서 이렇게까진 고달프지 않겠는데……

, 저는 쓸모 없는 사람같아요.

 

잠시 침묵. 파수꾼 는 상심하는 소년의 얼굴을 다정하게 어루만진다.

 

그래도 난 네가 좋다.

제가 좋아요?

겁만 내는데두요?

그래도 좋은 걸. , 너 오기 전엔 쓸쓸했었다. 위를 보렴. 저 망루 위의 파수꾼하고는 거리가 너무 멀어 말벗도 안 됐다. 그래 난 하루 종일 홀로 있는 거나 다름없었지. 양철북도 요란하게 두들기고 수천 개의 덫을 둘러보러 다녔다만 혼자인 건 어쩔 수 없더라. 얘야 외롭다는 것 그게 뭔지 아니?

몰라요

젊었을 땐 나도 몰랐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보니 황야에 바람이 분다든가 깊은 밤 달이 떴을 때 외롭더라. 그래서 난 마을 촌장님에게 편지를 내었었지 파수꾼을 한 명 더 보내달라구 말이다. 마침 지원자가 있다더구나. 바로 너였다.

용감한 사람이 오길 바라셨죠?

아니.

저처럼 겁쟁이를 기다리신 거예요?

아니.

그럼……

누구였음 하고 미리 정해 두지 않았단다. 그랬다가 만일 틀린 사람이라도 오게 되면 난 덜 기쁘지 않겠니? 그런데 첫눈에 너를 보자 한껏 기뻤다. 그 순간 나는 정한 거란다. 바로 네가 왔으면 하고. 내 뜻은 이루어졌다. 넌 그때 휘파람을 불며 왔었지?

.

내 귀가 즐겁더라.

고마워요.

오히려 고마운 건 나다.

 

황혼이 점점 짙어진다. 해설자 슬그머니 등장 마분지로 만든 초생달을 하늘에 걸어놓고 퇴장 두 파수꾼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앉아 있다.

 

, 하늘 곱다. 그지?

.

어제 저녁 네가 올 때도 이랬다. 난 평생 그 광경을 잊지 못할 거다(잠시 침묵)어떠냐, 너 양철북 치는 방법을 배우지 않을래?

배우겠어요

그러면서도 넌 망루 위만 바라보는구나. 그렇게도 올라가고 싶으냐?

 

. 고개를 떨군다.

 

양철북 치는 것두 괜찮은 거란다. 소리가 요란하긴 하지만 귀에 익으면 그 재미를 알게 된다. 자아, 우선 여러 가지 박자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마.(그는 강약을 두어 양철북을 두드린다)재미있지? 이 박자 치기에 맛들이면 어느새 이리 떼 같은 건 다 잊어버린다. 자 너도 쳐보아라.

(를 따라 양철북을 치다가 갑자기 겁에 질려서 의 등 뒤에 숨는다) 저기저기……

왜 그러니?

이리가 오구 있어요.

 

해설자 식량 운반인이 되어 등장. 이리 껍질을 썼다. 유모차 비슷한 작은 손수레를 밀며 들어온다.

 

운반인 안녕하십니까, 파수꾼님? 망루 위의 파수꾼님도 안녕하세요? 제가 왔어요. 저를 좀 보세요. 이렇게 손을 흔들고 있어요?

자네 수다 떨긴 여전하군. 어서 짐이나 내려놓게.

운반인 일주일분 식량입니다요. , 야채, 그리고 마른 생선, 이 속엔 특별요리가 들어 있습니다요. 자 받으십쇼. 이 맛있는 냄새가 나는 상자를(에게 주며)통째로 구운 닭고기죠. 지난번에 부탁하신 걸 가져 왔어요.

고마우이, 정말 고마워(다에게) 안심하고 나와, 식량 운반인이야

왜 이리 껍질을 썼죠?

운반인 왜 이걸 썼느냐구? 이리가 덤비지 않도록 쓴 거지. 이리는 사람을 물지만 자기네 종족은 물지 않거든.(나에게) 어때요, 맛있는 냄새가 나죠?

, 흥 근사한데!

운반인 열어보시죠, 어서

아냐 지금 열지 않겠어. 두었다가 멋진 저녁을 차릴려구 그래. 환영할 친구가 왔거든. 자네에게 소개함새, 새로 온 파수꾼이야. 아주 용감하지. 앙철북 치는 솜씨도 나보다 갑절 낫구.

아직은……그렇지 않습니다.

운반인 악수를 청해도 되겠지? 왜 머뭇거리나? 아 내가 쓴 이리 껍질이 마음에 걸리는 모양인데(머리 부분만 벗어 젖히고)이젠 됐지?

(운반인이 내민 손을 잡는다) 안녕하세요?

운반인 반갑수

이리 떼다, 이리떼! 이리 떼가 몰려온다!

 

소년 파수꾼 는 엎드리고 는 양철북을 두드린다.

 

북소리 중지! 이리 떼는 물러갔다.

운반인 하마터면요 이리에게 죽을 뻔했습니다. 껍질을 다시 써서 물리지 않았죠.

마을은 어떤가? 난 양철북을 치면서도 걱정이 돼. 주민들은 잘 방비하고 있을까? 별일은 없겠지?

운반인 이리 막는 거야 잘 하고 있죠. 뭐 하지만 약방 영감 왜 그 말라깽이네 약방 영감 말이에요, 그 영감이 지붕 위에서 떨어져 두 다리를 몽땅 부러뜨렸지 뭐요. 그 영감, 재수 옴 붙었지. 글쎄, 새벽녘에 잠이 깰까말까 하는데 양철북소리가 은은히 들려오더래요. 그러자 거리에서 사람들이 외치기를 으악 이리 떼가 몰려온다영감 넋 나갔죠. 지붕 위로 피신 가는데요, 몸은 떨리구, 뒤에서 금방 이리가 물 것 같겠다. 엉금엉금 기어올라가다 뚝 떨어진 거죠.

그렇게 말하는 게 아냐

운반인 그렇죠, . 지붕 위에서 떨어진 영감이 한둘이어야지요. 양철 북소리 들려오구이리 떼다하니까 우물 속에 빠져 죽은 아이 이야길 제가 했던가요?

그만두게

운반인 그렇죠, 뭐 우물 속에 빠져 죽은 아이가 어디 한둘이여야죠. 수두룩하니까 별로 우습지도 않아요. 자기 집에 불을 지른 남자 이야기는 어때요? 담배를 피우려구 성냥을 그었는데 들려오는 양철북소리 그 남자 엽총 들고 뛰어나가 신나게 공포 쏜 것 좋았죠. 허나 집에 돌아와보니 불……

그만두래도!

운반인 그렇죠, . 집 불 태운 남자가 어디 한둘인가요. 북소리 들려오구 이리 떼가 몰려온다!하니까

( 역정을 내며)제발 그만둬!

운반인 왜 그래요? 하긴 그렇죠 뭐

뭐가 그렇다는 거야?

운반인 ( 시무룩하게) 아무것두 아녜요

남의 불행을 재미있어 하면 안 되네

운반인 그게 어디 남의 불행인가요? 나도 그 속에 살고 있으니까 내 불행이죠. 뭐 짐 다 내려놨으니 이만 들어가겠어요.

저녁 식사하고 가세요.

운반인 밤 되기 전에 가봐야겠어.

곧 밤이 돼요. 식사 하시구 자고 가세요.

운반인 여긴 재미없는걸. 양철북 소리 들려올 때 이리 떼가 온다!외치면……

자네가 외치구 다니나?

운반인 그렇죠, .이리 떼다하고 외치는 사람이 한둘이어야죠. 모두들 외치는데요 지난 주 화요일 밤, 북소리 들려와서 이리 떼다외치구 골목을 막 돌아서는데 웬 여자가 내 어깨에 매달립디다. 열여섯이나 일곱쯤 될까요, 두려워서 바들바들 떠는 게 꽤 예쁘더군요. 말 들어보나마나 어디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 달라는 거죠. 마침 골목 끝에 대피용 지하실이 있어서(웃는다)

그래 어떻게 했나?

운반인 처음엔 껴안아 줄려구만 그랬어요. 허지만 나도 사낸데 어디 그래요? 마침 지하실엔 단 둘뿐이었겠다. 그 앨 바닥에 눕히고 재밀 좀 봤죠.

(치미는 분노를 꾹 참으며) 어서 가게.

운반인 안녕히 계십시오, 파수꾼님.

(를 가리키며) 다음에 올 땐 이 애 물건을 가져 와. 밤에 덮고 잘 담요가 없어.

운반인 언제 가져올까요?

내일 아침 당장 가지고 와.

운반인 알았어요 내일 아침 또 오죠(에게) 잘 있우. 랄랄랄 라라라……

 

해설자, 빈 수레를 끌고 퇴장

화나셨어요?

아니

성난 얼굴인데두요?

아까 그 운반인 말이다. 이리 같은 놈이다. 오늘 밤에도 어두운 거리에 숨었다가 몹쓸 재미를 노리겠지. 나의 양철북소릴 그런 놈들이 악용하고 있다니, 마음 상한다. (사이) 그만두자. 이러다가는 오늘 저녁이 쓸쓸해질 것 같구나. , 우리 식탁을 차리지 않겠니?

 

두 파수꾼은 야외용 식탁을 펴놓는다. 접시도 준비된다. 조그맣게 생긴 석유램프도 식탁 한가운데 놓여진다. 가 성냥을 그어 램프에 불을 붙이려는 순간 망루 위의 파수꾼이 소리친다.

 

이리 떼다, 이리 떼! 이리 떼가 몰려온다!

 

는 불을 켜지도 못하고 식탁 밑으로 숨는다. 만 홀로 어둠 속에서 양철북을 두드린다.

 

북소리 중지! 이리 떼는 물러갔다.

불을 켜렴

……이리 다 갔어요?

너 어디에 있니?

식탁 밑에요.

이린 다 갔다. 안심하고 나오너라.

 

가 석유램프에 불을 붙인다. 식탁 주위가 밝아진다. 노인과 소년은 식탁에 마주앉는다.

 

(요리가 든 상자를 내밀며)냄새를 맡아보겠니?

맛있겠는데요.

널 위해 마련했단다. 얘야 용감한 사람이 되마구 약속해줄래?

저는 겁보예요. 잘 아시잖아요?

내 얼굴을 보아라. 아직도 성난 표정인 건 아마 너에 대해선지도 모르겠다. 좀 영리한 자들은 나쁜 짓만 하구 너처럼 착한 애는 겁쟁이니까 말이다. 둘 다 속상하기는 마찬가지다. 얘야 지금 곧 너더러 용감해지라는 건 아냐. 하지만 너도 언젠가는 용감한 남자가 될 수 있지 않겠니?

(한숨을 쉬고 나서 )그럴 수 있을까요? 저두?

그럼, 처음부터 용기를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은 없단다. 수천 번 두려워하다가도 단 한 번 그 두려움과 맞설 때, 그 사람을 용기있다구 부르는 거야 자, 약속해주겠니?

약속해요.

됐다. 상자의 뚜껑을 열으렴. 큼직한 닭이었으면 좋겠구나

굉장히 커요!

반으로 자르거라. 한 몫은 저 망루 위의 파수꾼 거다. 나머지 반절은 너와 내가 나누자.(망루 위를 향하여 외친다)식사하십시오!

 

대답이 없다.

 

망루 위에 올라가서 말씀드릴까요?

아니다. 저 분은 누가 망루 위에 올라오는 걸 싫어해. 음식은 그냥 놔두면 잡수시고 싶을 때 줄을 내려보낸단다. 그럼 그 줄에 매달아 드림 되는 거야. 사실 저녁 식사만이라도 함께 하면 얼마나 좋겠니. 이 석유램프 불빛이 좀 아름다우냐? 그런데 텅 빈 식탁에 홀로 앉아 저녁식사를 할 때엔 이 아름다운 불빛에 비춰볼 얼굴이 그립더라. 애야 어서 먹으렴.

 

두 파수꾼들은 식사를 계속한다. 한동안 말이 없으나 시선이 마주칠 때마다 흐뭇한 미소가 떠오른다.

 

난 네가 좋아.

하루 종일, 그 말씀뿐이었어요.

그래도 부족한 걸 어떻게 하니?

저에겐 너무 과분한걸요.

아니야. 난 네가 얼마나 중요하다는 걸 몰라서 그래. 넌 아직 채워지지 않은 내 꿈, 나를 애태우는 갈증이란다. 이 황야의 한복판에서 난 너라는 꿈을 꾼다. 현실에선 보이지 않는 고결한 것, 사라진 옛날의 파수꾼들, 넌 바로 그것이 되어야 한다. 예전엔 많은 파수꾼들이 이 망루 아래에서 살다 죽는 걸 자랑으로 여겼지. 일생을 여기 쓸쓸한 땅에서 보내며 그저 말없이 이리 떼와 대항한 그 생애를 기뻐했단다. 그들은 지금 이 황야에 묻혀 있어. 웅장한 대리석 관에 잠들기보다, 한닢 갈대 아래 매장되는 걸 사내답다고 생각했다. 파수꾼이란 그런 거야. 난 여기서 죽을 것이다. 너의 두 손이 내 눈을 감길 때 난 다음을 이어줄 너에게 감사할 거다. 보아라, 저 쪽 갈대 아래 묻힌 옛 파수꾼들이 모두 일어나 침묵 속에 너를 보고 있잖니? 넌 그들의 꿈이야. 이 황야의 크기와 맞먹는 꿈 이젠 네가 얼마나 소중하다는 걸 알겠니?

아 내가 겁보만 아니었더라면……

넌 나에게 약속했다. 벌써 잊었어?

아뇨, 그래도 자꾸만 겁이 나는 걸요.

난 너의 약속을 믿는다. 제발 기대에 어긋나지 말아라

.

난 네가 좋아.

저도……

내가 좋으냐?

모처럼 즐거운 밤이구나. 구운 고기도 맛이 있고. , 좀더 먹지 그러니?

됐는걸요, 이만하면.

(하품을 하며)오랜만에 포식을 했더니 졸립다. 잠시 눈을 붙여야겠다.(자기 담요를 덮으려다가 를 대신 덮어주며)춥지? 조금만 날 지켜주렴. 곧 깨어나 너와 교대하마.

이 담요, 덮고 주무세요.

아냐, 너나 덮어. 난 습관이 돼서 괜찮다

천막에 가서 주무시지 그러세요?

잠시 웅크리고 자면 되는걸.

 

파수꾼 , 식탁에 상반신을 엎드리고 눈을 감는다.

 

이리 떼가 오면 어떻게 하죠?

(잠에 빠져가는 졸리는 목소리로)넌 약속했지?

약속했어요. 허지만요, 제가 용감할 수 없을 때 이리 떼가 오면 어떻게 해요?

(웃으며)네가 용감할 그때를 꼭 맞추어 와 달라구 부탁하렴.

하는 수 없군요.

부탁했니?

못했어요.

왜 하질 않구?

이리가 어디 들어주겠어요?

하긴 그렇구나.

 

묵 파수꾼 는 잠들었다. 사이. 도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다. 램프 불빛만 남고 모든 것이 서서히 어둠 속에 묻힌다. 해설자 슬그머니 들어와서 초생달을 떼어 간다. 사이 주위가 희미하게 밝아오면 새벽. 바람 소리가 요란해진다. 파수꾼 가 문득 잠을 깬다. 그는 잠시 멍하니 둘러본다. 차츰 정신이 들자 사태가 심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는 램프를 들고 일어난다.

 

바람소리? 아니면 이리 떼가 몰려오는 소리일까? 무서워지는데. 난 어쩌면 좋아!(잠든 파수꾼 에게 다가간다)아니, 깨울 순 없어, 좀더 주무시도록 해야지(의 얼굴을 램프 불빛에 비춰보며) 이 주름진 얼굴, 햇빛과 바람에 거칠어진 피부, 근심 많은 분이 잠드신 것을……그런데 무섭다구 깨운다는 건 염치없는 짓일 겁니다. 황야는 어젯밤보다 수천 배나 넓어졌습니다. 그리고 난 외톨이예요. 지금 내가 얼마나 쓸쓸한지 아시겠지요? 하지만요, 주무십시오 어떻게 난 견뎌보겠어요.(잠든 에게 담요를 벗어주고 물러난다)왜 새벽공기는 얼음처럼 차가울까? 손발이 얼어붙는 걸. 이럴 때 말야, 이리 떼가 와서 덤벼들면 난 꼼짝없이 죽겠지? 반항 한번 못하고 죽는 건 억울해. 여기 계신 파수꾼님도 당하고 말 거야. 그리고 마을의 가축들은? 그 순한 양이며 염소들은 지금 곤한 잠을 잘 텐데? 또 마을 사람들은? 모두 이리 떼 밥이 되겠다. , 무서워!(식탁으로 뛰어갔다가 멈칫 서서)아니, 주무십시오. 난 견디겠어요(사이, 얼굴표정이 밝아지며)그래 괜한 걱정을 했군. 망루 위에 파수꾼이 계시잖아. 그분은 잠들지 않았을 거야. 그분이 이리 뗴를 감시할 테니까 안심해도 돼(망루 위를 향하여) 망루 위의 파수꾼님, 눈을 뜨고 계셔요? …… 왜 대답이 없으시죠? (침묵) 망루 위의 파수꾼님, 당신마저? 당신까지 잠드셨군요! ……나 혼자다. 눈을 뜨고 있는 건 나 혼자뿐야. 바람소리? 아니면 이리 떼가 몰려오는 소리일까? 아무래도 수상해. 난 어쩌면 좋지? 그래 망루 위에 올라가자. 눈을 뜬 건 나뿐이잖아. 내가 이리 떼를 감시해야지.

 

파수꾼 는 양철북을 메고 망루 위로 올라간다. 는 여느 때와 같은 부동자세. 는 숨어들 듯 의 등뒤에 서서 황야를 바라본다. 사이

 

아름다워라. 새벽의 황야가 이렇게 아름다울 줄은!

이리 떼다, 이리 떼! 이리 떼가 몰려온다!

 

파수꾼 는 기겁하듯 놀란다. 망루 아래로 급히 내려온다. 그는 양철북을 두드리려고 하지만 겁에 질린 듯이 헛치기만 한다. 그는 땅에 엎드린다.

 

북소리 중지! 이리 떼는 물러갔다.

흐유!(망루 위를 향하여)이리 뗀 정말 다 물러갔나요? 대답해주세요(침묵) 왜 말이 없으시죠? 잠드셨어요? 파수꾼님 당신은 또 잠드셨군요?

 

파수꾼 는 망루 위에 올라간다.

 

이리 떼만 없다면 이곳은 얼마나 평화로운 곳일까? 지평선 저 멀리 하늘가를 좀 봐. 하얀 구름이 흘러가네.

사이.

이리 떼다, 이리 떼! 이리 떼가 몰려온다!

 

파수꾼 는 황급히 망루 아래로 내려와 엎드린다. 그러나 어떤 의아로움이 두려움 속에서 생겨난다. 그는 망설이듯 일어나 망루 위에 올라가 사방을 바라본다.

 

이리 떼다, 이리 떼! 이리 떼가 몰려온다.

 

파수꾼 는 망루 위에서 내려오지 않는다. 소리를 지르는 와 황야를 번갈아 쳐다본다.

 

북소리 중지! 이리 떼는 물러갔다.

 

파수꾼 는 망루 아래로 내려온다. 심한 충격을 받은 표정이다.

 

이리 떼라구요? 황야 저쪽에는 흰구름뿐이었어요.

 

긴 침묵, 밝아지는 아침, 식탁 위에 석유램프 불빛은 희미해졌다. 파수꾼 가 잠에서 깨어 일어난다. 너무 잤다는 듯이 흠칫 놀라며 그는 램프불을 끈다. 그리고 뒤돌아서다가 망루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는 를 발견한다.

 

잘 잤니?

(힘없이)……

너 어디 아픈 게 아니냐?

……아뇨

날 일찍 깨우지 않고(의 이마를 짚어보며)열이 많다. 담요를 덮지 않아서 그래. 난 괜찮데두 날 덮어주었구나.

아뇨. 담요는 밤새껏 제 차지였어요. 새벽 무렵에야 덮어 드린걸요.

아무래도 너 아픈 것 같다(의 몸을 담요로 감싸주며) 몸을 덥혀라.

(방치해 둔 이리 덫을 물끄러미 바라보며)저 덫으로 흰구름을 잡나요?

? 흰구름을?

. 하늘의 흰구름을요

구름을 어떻게 덫으로 잡니?

그래요. 구름은 흘러가는 거예요. 푸른 하늘에 두둥실 떠서 고요히 흘러만 가요. 이리 덫으론 잡을 수 없죠.

헛소릴 하는구나, . 몸을 덥히고 있으면 곧 나을 거야.(덫을 어깨에 짊어지고)아침이 됐으니 덤불 속도 훤해졌겠지. 그럼 덫 놓구 오마.

그 덫으로는 흰구름을 못 잡아요.

 

파수꾼 덫이 무거워 비틀거리며 퇴장한다. 잠시 후, 해설자운반인이 되어 손수레를 끌고 등장

 

운반인 잘 있었나, 어린 파수꾼?

어서 오세요

운반인 담요 가져 왔어. 고참 파수꾼은 어디 가셨나?

덫 놓으러 가셨어요.

운반인 엊저녁 말씀대로 날이 새자마자 가져 왔는데 칭찬을 못 듣게 됐군.

기다리시면 오실 거에요.

운반인 아니, 그냥 가야지. 여긴 잠시라도 있고 싶지 않아. 너무 쓸쓸해. 망루만 솟아 있지 뭐 볼 것두 없구. 난 네 마음을 모르겠어. 여긴 왜 있지? 평생 있어 봐야 그게 그거 아냐? 양철북이나 두들기는 거밖에 더 있느냐 말야. 아까운 인생만 썩혀 보내는 거지. 어젯밤에 난 너를 생각했어. 너는 인생을 즐겨야 해. 어때? 달아나지 않으려나? 이 수레에 타라구. 어디든지, 네가 가구 싶은 데로 태워다 줄게

어제 저녁에 말씀해주지 그랬어요. 이리가 무서워서라도 아마 난 당신의 수레에 탔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안돼요. 타고 싶어도 탈 수 없어요.

운반인 왜 그래? 무슨 일이 있었나?

마을에 가시거든 이 편지를 촌장님께 전해주세요. 아주 중대한 거예요.

운반인 내용이 뭔데?

말할 수 없어요.

운반인 괜찮어, 말 안 해두. 도중에 뜯어보면 알게 될 걸 뭐.

보시면 안 돼요.

운반인 걱정 말아. 곧장 촌장님께 전할 테니까. 그럼 잘 있어. 랄랄 라라라……

 

해설자 퇴장. 사이, 파수꾼 가 들어온다.

 

아침식사하겠니?

지금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아요.

무얼 좀 먹어야 기운이 나는 거란다. 얘 남은 닭고기 너나 먹으렴(음식 담긴 접시를 에게 가져가 턱밑에 받쳐든다) 네 얼굴이 핼쓱하다. 몹시 아프니?

파수꾼님……

?

이리는 정말 없는 거죠?

오호라, 넌 이리가 무서워서 병 난 거구나. 요 겁쟁이, 우리 양철북을 두드리자, 그걸 힘껏 두드리고 있노라면 이리 떼가 덜 무서워질 거야.

양철북을 쳐요?

그래, 치는 법을 가르쳐 주마.

소용없어요, 그건. 사실을 말씀드리죠. 오늘 새벽 눈을 뜨고 있던 건 저뿐이었어요. 모두들 잠을 잤구요. 그 틈을 노려 이리 떼가 습격해오면 어쩌나 하구 전 두려웠어요. 그래서요, 저는 망루 위에 올라갔던 거예요. 그 높은 곳에서 저는 이 황야의 전부를 바라보았죠. 아무 데도 이리는 없더군요. 보이는 거라고는 저 멀리 하늘가에 흰 구름뿐이었어요. 그걸 향해 망루 위의 파수꾼은이리 떼다!외쳤습니다. 세 번이나요. 세 번, 저는 망루 위에서 그걸 제 눈으로 보았어요. 이리 떼라곤 없었어요. 흰 구름뿐이에요.

얘야, 난 네 맘을 안다. 넌 망루 위엘 올라가고 싶었겠지? 이리가 무서웠구. 더구나 어린 너에겐 이 쓸쓸한 곳이 맞질 않는다. 그래서 넌 헛소리를 하는 거야.

저는 정말 망루 위에 올라갔었어요.

그럴 리 없어. 넌 아까부터 제정신이 아니더라. 덫으로 어찌 구름을 잡겠느냐고 횡설수설할 때부터 난 걱정스러웠다. 제발, 이리 떼가 없다는 소린 하지도 말아라.

여기 낮은 곳에 있으니까 모르는 거예요. 하지만 저 높은 곳엘 올라가면 이리 떼가 없다는 걸 알게 돼요.

얘야, 자꾸만 우기지 말아라. 나는 이 황야에서 평생을 지냈단다. , 여기 온 지 겨우 사흘밖엔 안 됐구. 그런데, 사흘밖에 안 된 네가 평생을 보낸 나보다 뭘 잘 안다구 그러니?

 

이리 떼다, 이리 떼! 이리 떼가 몰려온다!

 

파수꾼 는 확신 있게 양철북을 두드린다. ‘는 여느 때와는 달리 침착하게 일어선다. 그리고 담요를 벗어 네모 반듯하게 갠 다음 식탁 위에 놓는다. 그는 북을 두드리는 나를 바라보면서 몹시 안타까운 표정이 된다.

 

: 북소리 중지! 이리 떼는 물러갔다.

: 정말 이리가 있다구 믿으세요?

: 보렴, 방금도 이리 떼가 오질 않았니? 그렇지 않다면 내가 왜 양철북을 치며 평생을 보냈겠느냐? 서운하다. 아무리 아픈 애라지만 너무 심한 말을 하는구나.

: 죄송해요. 하지만 어쩜 그 많은 나날을 단 한 번도 의심없이 보내셨어요?

: 넌 그렇게도 무섭니, 이리가?

: 오히려 이리가 있다고 믿었던 때가 좋아던 것 같아요. 그땐 숨기라도 했으니까요. 땅에 엎드리며 아늑하게 느껴졌어요. 지금은요, 이리가 없으니 땅에 엎드려야 아무 소용없구요, 양철북도 쓸모가 없게 됐어요. 오직 이제는 제가 본 그 사실만을 말하고 싶어요.

 

해설자, 촌장이 되어 등장. 검은 옷차림. 이해심이 많아 보이는 얼굴과 정중한 태도. 낮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한다.

 

촌장 : 수고하시는군요, 파수꾼님.

: , 촌장님. 여긴 웬일이십니까?

촌장 : 추억을 더듬으러 왔습니다. 이 황야는 내가 어린 시절 야생 딸기를 따러오곤 했던 곳이지요. 그땐 이리가 무섭지도 않았나 봐요. 여기저기 덫이 깔려 있고 망루 위의 파수꾼이 외치는데도 어린 난 딸기 따기에만 열중했었으니까요. 그 즐거웠던 옛 추억, 오늘 아침 나는 그 추억을 상기시켜 주는 편지를 받았습니다. 그래 이 곳엘 찾아온 거예요.

: 잘 오셨습니다, 촌장님.

촌장 : 오래 뵙지 못했더니 그 동안 흰 머리가 더 많아지셨군요.

: 촌장님두요, 더 늙으셨어요.

촌장 : 오다 보니까 저쪽 덫에 이리가 치어 있습디다.

: 이리요? 어느 쪽이죠?

촌장 : 저쪽요, 저쪽. 찔레 덩쿨 밑이던가요…….

: 드디어 잡는군요!

 

파수꾼 퇴장. 촌장은 편지를 꺼내 에게 보인다.

 

촌장 : 이것, 네가 보낸 거니?

: , 촌장님.

촌장 : 나를 이곳에 오도록 해서 고맙다. 한 가지 유감스러운 건, 이 편지를 가져 온 운반인이 도중에서 읽어 본 모양이더라. ‘이리 떼는 없구, 흰구름뿐.’ 그 수다쟁이가 사람들에게 떠벌리고 있단다. 조금 후엔 모두들 이 곳으로 몰려올거야. 물론 네 탓은 아니다. 넌 나 혼자만을 와달라구 하지 않았니? 몰려오는 사람들은 말하자면 불청객이지. 더구나 어떤 사람은 도까까지 들고 온다더라.

: 도끼를 왜 들고 와요?

촌장 : 망루를 분순다고 그런단다. ‘이리 떼는 없구, 흰구름뿐.’ 이것이 구호처럼 외쳐지구 있어. 그 성난 사람들만 오지 않는다면 난 너하구 딸기라도 따러 가고 싶다. 난 어디에 딸기가 많은지 알고 있거든. 이리 떼를 주의하라는 팻말 밑엔 으레히 잘 익은 딸기가 가득하단다.

: 촌장님은 이리가 무섭지 않으세요?

촌장 : 없는 걸 왜 무서워하겠니?

: 촌장님도 아시는군요?

촌장 : 난 알고 있지.

: 아셨으면서 왜 숨기셨죠? 모든 사람들에게, 저 덫을 보러 간 파수꾼에게, 왜 말하지 않는 거예요?

촌장 : 말해 주지 않는 것이 더 좋기 때문이다.

: 거짓말 마세요, 촌장님! 일생을 이 쓸쓸한 곳에서 보내는 것이 더 좋아요? 사람들도 그렇죠! ‘이리 떼가 몰려 온다.’ 이 헛된 두려움에 시달리는데 그게 더 좋아요?

촌장 : 얘야, 이리 떼는 처음부터 없었다. 없는 걸 좀 두려워한다는 것이 뭐가 그렇게 나쁘다는 거냐? 지금까지 단 한 사람도 이리에게 물리지 않았단다. 마을은 늘 안전했어. 그리고 사람들은 이리 떼에 대항하기 위해서 단결했다. 그들은 질서를 만든 거야. 질서, 그게 뭔지 넌 알기나 하니? 모를 거야, 너는. 그건 마을을 지켜 주는 거란다. 물론 저 충직한 파수꾼에겐 미안해. 수천개의 쓸모 없는 덫들을 보살피고 양철북을 요란하게 두들겼다. 허나 말이다. 그의 일생이 그저 헛되다고만 할 순 없어. 그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고귀하게 희생한 거야. 난 네가 이러한 것들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만약 네가 새벽에 보았다는 구름만을 고집한다면, 이런 것들은 모두 허사가 된다. 저 파수꾼은 늙도록 헛북이나 친 것이 되구, 마을의 질서는 무너져 버린다. 얘야, 넌 이렇게 모든 걸 헛되게 하고 싶진 않겠지?

: 왜 제가 헛된 짓을 해요? 제가 본 흰구름은 아름답고 평화로웠어요. 저는 그걸 보여 주려는 겁니다. 이제 곧 마을 사람들이 온다죠? 잘 됐어요. 저는 망루 위에 올라가서 외치겠어요.

촌장 : 뭐라구? (잠시 동안 침묵을 지킨 후에 웃으며) 사실 우습기도 해. 이리 떼? 그게 뭐냐? 있지도 않는 그걸 이 황야에 가득 길러 놓구, 마을엔 가시 울타리를 둘렀다. 망루도 세웠구, 양철북도 두들기구, 마을 사람들은 무서워서 떨기도 한다. 아하, 언제부터 네가 이런 거짓놀이에 익숙해졌는지 모른다만, 나도 알고는 있지. 이 모든 것이 잘못되어 있다는 걸 말이다.

: 그럼 촌장님, 저와 같이 망루 위에 올라가요. 그리구 함께 외치세요.

촌장 : 그래, 외치마.

: , 이젠 됐어요!

촌장 : (혼자말처럼) …… 그러나 잘 될까? 흰구름, 허공에 뜬 그것만 가지구 마을이 잘 유지될까? 오히려 이리 떼가 더 좋은 건 아닐지 몰라.

: 뭘 망설이시죠?

촌장 : 아냐. 아무 것두……난 아직 안심이 안 돼서 그래. (온화한 얼굴에서 혀가 낼름 나왔다가 들어간다.) 지금 사람들은 도끼까지 들구 온다잖니? 망루를 부순 다음엔 속은 것에 더욱 화를 낼 거야! 아마 날 죽이려구 덤빌지도 몰라. 아니 꼭 그럴 거다. 그럼 뭐냐? 지금까진 이리에게 물려 죽은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는데, 흰구름의 첫날 살인이 벌어진다.

: 살인이라구요?

촌장 : 그래, 살인이지. (난폭하게) 생각해 보렴, 도끼에 찍힌 내 모습을. 피가 샘솟듯 흘러내릴 거다. 끔직해. , 너는 그런 꼴이 되길 바라고 있지?

: 아니에요, 그건!

촌장 : 아니라구? 그렇지만 내가 변명할 시간이 어디 있니? 난 마을 사람들에게 왜 이리 떼를 만들었는지, 그걸 알려 줘야 해. 그럼 그들도 날 이해해 줄거야.

: 네 그렇게 말씀하세요.

촌장 : 허나 내가 말할 틈이 없다. 사람들이 오면, 넌 흰구름이라 외칠 거구, 사람들은 분노하여 도끼를 휘두를 테구, 그럼 나는, 나는…… (은밀한 목소리로) , 네가 본 그 흰구름 있잖니, 그건 내일이면 사라지고 없는 거냐?

: 아뇨. 그렇지만 난 오늘 외치구 싶어요.

촌장 : 그것 봐. 넌 내 피를 보고 싶은 거야. 더구나 더 나쁜 건, 넌 흰구름을 믿지도 않아. 내일이면 변할 것 같으니까, 오늘 꼭 외치려구 그러는 거지. 아하, 넌 네가 본 그 아름다운 걸 믿지도 않는구나!

: (창백해지며) 그건, 그건 아니에요!

촌장 : 그래? 그럼 너는 내일까지 기다려야 해. (괴로워하는 파수꾼 다를 껴안으며) 오늘은 나에게 맡겨라. 그러면 나도 내일은 너를 따라 흰구름이라 외칠테니.

: 꼭 약속하시는 거죠?

촌장 : 물론 약속하지.

: 정말이죠. 정말?

촌장 : 그럼. 정말 약속한다니까.

 

파수꾼 나가 들어온다.

 

: 또 헛치었습니다. 이리는 워낙 교활해서요. 친 것 같아도 가 보면 달아나구 없어요.

촌장 : 다음에는 꼭 잡히겠지요.

: 미안합니다. 이번에 잡았더라면 그 껍질을 촌장님께 선사하구 싶었는데…….

촌장 : 받은 거나 다름없이 감사합니다.

: (촌장에게 안겨 있는 다를 가리키며) 그 앤 지금 몹시 아픕니다.

촌장 : , 열이 있는 것 같군요.

: 간밤에 담요를 덮지 않아서 병이 났어요.

촌장 : 이만한 나이 때 누구나 한 번씩은 앓는 병이겠지요.

: 내 잘못이었어요. 담요를 꼭 덮어 줘야 하는 건데.(다에게) 얘야, 난 널 좋아해. 아픈 것 빨리 좀 나아 주렴.

: (힘없이 웃으며)……고마워요.

: (관객석 쪽으로 돌아서다가, 흠칫 놀라며) 웬 사람들이 이렇게 몰려오죠?

촌장 : 마을 사람들이지요.

: 마을 사람들요?

촌장 : (관객들을 향해) 어서 오십시시오, 주민 여러분. 이 애가 그 말을 꺼낸 파수군입니다. 저기 방긋 웃고 있는 식량 운반인. 이 애가 틀림없지요? . 그렇다고 확인했습니다. 이리 떼인지 이니면 흰구름인지, 직접 이 아이의 입을 통하여 들어 봅시다.

 

파수꾼 다, 쓰러질 것 같은 걸음으로 망루를 향해 걸어간다. 나가 근심스럽게 쫓아간다.

 

: 얘야, 괜찮겠니?

: …… .

: 아무래도 걱정이 되는구나. 넌 이리 떼란 말만 들어도 벌벌 떠는 겁쟁인데. 망루 위에 올라가서 엎드리면 안 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널 보러 오지 않았니? 얼마나 큰 영광이냐. 이 기회에 말이다, 넌 너 자신이 파수꾼이라는 걸 힘껏 자랑해야 한다. 알았지, ?

촌장 그만 올라가게 하십시오.

 

파수꾼 다는 망루 위에 올라간다. 긴 침묵. 마침내 부르짖는다.

 

: 이리 떼다! 이리 떼가 몰려온다!

 

파수꾼 가의 손이 번쩍 들려지며 그도 외친다. 파수꾼 나는 신이 나서 양철북을 두드린다. 북소리, 한동안 계속된다.

 

: 북소리 중지! 이리 떼는 물러갔다.

촌장 : 주민 여러분! 이것으로 진상은 밝혀졌습니다. 흰구름은 없으며 이리 떼 뿐입니다. 이 망루는 영구히 유지되어야겠지요. 양철북도 계속 쳐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 다음 이리의 습격 때까진 잠시 시간적 여유가 있습니다. 그 틈을 이용하여 돌아가십시오. 가시거든 마을 광장에 다시 모이시기 바랍니다. 수다쟁이 운반인의 처벌을 논의합시다. 그럼 어서 돌아가십시오. 이리 떼가 여러분을 물어뜯으러 옵니다.

 

망루 위에서 파수꾼 다가 내려온다.

 

: 난 네가 이렇게 용감해질 줄은 몰랐구나.

촌장 : 고맙다. 정말 잘해 주었다.

: 아냐, 난 몰랐던 건 아니었어. 넌 나에게 용감한 사람이 되마구 약속하질 않았니? 난 그 때 이미 알아본거야, 넌 꼭 훌륭한 파수꾼이 될 거라구.

촌장 : , 나 좀 보자. (한갓진 곳으로 데리고 가서) 너한테는 안됐다만, 넌 이 곳에서 일생을 지내야 한다.

: …… ?

촌장 : 마을엔 오지 말아라.

: (침묵)

 

바람 부는 소리가 거칠게 들려온다.

 

촌장 : 난 저 사람들이 싫어. 내 마음은 너와 함께 딸기 따기에 가 있다. 넌 내 추억이야. 너에게는 내가 늘 그리워하던 것이 있다.

사이.

 

촌장 : …… 하지만, 여긴 너무 쓸쓸해.

사이.

 

촌장 ……미안하다.

 

사이.

촌장 : 그럼 잘 있거라.

: 가시려구요, 촌장님?

촌장 :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어서요.

: 제가 저만큼 바래다 드리지요. 덫도 좀 살펴볼 겸 해서요. (함께 걸어가며) 그런데 말입니다, 양철북을 치던 내 모습이 멋있지 않던가요?

 

촌장과 파수꾼 나, 퇴장한다. 바람소리만이 더욱 거칠어진다. 잠시 후, 망루 위의 파수꾼이 이리 떼다!’ 외친다. 파수꾼 다는 조용히 양철북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

                                                                                                                          <이강백, 희곡 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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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태일의 1970년 8월 9일 일기 일부

 

 '이 결단을 두고 얼마나 오랜 시간을 망설이고 괴로와했던가? 지금 이 시각 완전에 가까운 결단을 내렸다. 나는 돌아가야 한다. 꼭 돌아가야 한다. 불쌍한 내 형제의 곁으로 내 마음의 고향으로. 내 이상(理想)의 전부인 평화시장의 어린 동심 곁으로. 생을 두고 맹세한 내가, 그 많은 시간과 공상 속에서 내가 돌보지 않으면 아니될 나약한 생명체들. 나를 버리고, 나를 죽이고 가마. 조금만 참고 견디어라. 너희들의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하여 나약한 나를 다 바치마. 너희들은 내 마음의 고향이로다." 

 

1. 어린 시절

1948826일 대구 출생 아버지 전상수 씨는 봉제 노동자 출신

1954년 상경 지게꾼들을 상대로 팥죽, 비빔밥 등을 팔았고, 채소 행상을 해서 근근이 가정을 꾸리던 어머니가 병으로 자리를 눕게 되자 전태일은 남대문 초등학교를 그만두고 신문팔이, 구두 닦기 등의 일을 함

1963대구로 내려가 대구의 청옥 고등 공민 학교에 입학(고등 공민 학교란 가정 사정 등으로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

1963년 겨울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학교를 그만 둠

 

2. 평화 시장 시절

1964년 봄 16, 평화 시장 시다로 취직

1965평화시장, 통일사에 어린아이들 막바지를 만드는 미싱사로 취직

평화시장 노동자들의 근로 조건

작업장은 약 8평 정도, 미싱대와 시다판들이 꽉 들어찬 비좁은 방안의 틈서리에서 창백한 얼굴의 여공들은 끼여앉아 일해야 했다. 여공들은 허리마저 펴고 다닐 수가 없었다. 바닥에서 천장까지의 높이가 약 1.5m밖에 안 되는 다락방이기 때문이었다. 아침 8시부터 밤11까지 일해야 했고, 작업 도중에 화장실을 한 번 가려고 해도 주인 아저씨의 눈치를 보아야 했고 일거리가 밀리면 이틀 밤, 사흘 밤을 세워 가며 일해야 했고, 주인 아저씨가 사다 준 잠 안 오는 약을 먹고 억지로 밤을 새어 일해야 했다. 집에서 쉬는 날이라고는 한 달에 이틀 뿐이었을 정도로 열악한 노동 조건에서 일을 했다.

 

3. 각성

재단사가 되기로 한 전태일, 1967224, 재단사가 됨

한 미싱사 처녀가 일을 하다 각혈을 하게 됨 변변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쫓겨남

아버지가 알고 있는 노동 운동에 관한 것을 묻기 시작하고 이때 근로 기준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됨

해고된 전태일 여공들을 도와주었다는 이유로 업주가 해고

다른 곳에서 재단사로 일하면서 재단사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바보회조직 19696월 말 정식으로 창립 총회를 갖고 전태일을 회장으로 선출

어머니를 졸라 근로 기준법 해설서를 사서 읽고 또 읽음 이 때부터 그는 대학생 친구가 하나 있었으면 원이 없겠다는 말을 하곤 했다.

 

4. 시련

 

업주들 사이에 위험 분자로 찍힘

19698,9월 경 노동 실태 조사용 설문지 300매 인쇄해서 노동자들에게 배포. 이 일로 평화 시장 일대에서 쫓겨남

근로 기준법상의 감독권 행사를 요구하기 위하여 시청 근로 감독관실에 찾아갔고, 노동청에 찾아가 진정해 보았으나 아무런 소식도 없음

 

5. 다시 평화 시장으로

 

19709다시 취직한 전태일, 바보회 회원들을 다시 규합하고 바보회를 삼동 친목회로 이름을 바꾸어 새 조직을 만듦(삼동은 평화시장, 동화 시장, 통일 상가의 세 건물)

106노동청장 앞으로 평화 시장 피복 제품상 종업원 근로 개선 진정서제출

107각 석간 신문에 평화 시장의 참상에 관한 보도 실림

108전태일, 김영문, 이승철 세 사람은 삼동회를 대표하여 작업 시간 단축, 11일 휴일, 12회의 건강 진단, 시다 임금 100% 인상, 다락방 철폐, 조명 시설 개선, 환풍기 설치, 여성 생리 휴가 보장, 노조 결성 지원 등을 내용으로 하는 건의서를 평화시장 주식회사에 제출

1971- 노동청에서 근로 감독관을 보내 근로 조건을 개선해 주겠다면 삼동회를 회유

19711020노동청 정문 앞에서의 시위 제의 데모 계획을 눈치 챈 당국은 회근로 조건 개선을 약속하며 데모 중지를 요청 노동청, 국정감사가 끝나자 무시

1024경찰측과 회사측 11월까지 기다려 보라고 회유

117아무 것도 지켜지지 않음

1113일 오후 1불길을 뒤집어 쓴 전태일 몇 마디 구호를 외치다가 그 자리에 쓰러짐 10시 조금 지나 전태일, 사망

전태일 투쟁 이후 청계 피복 노조의 결성 등 민주 노조가 연이어 결성되고 노동자의 투쟁은 끊임없이 지속됨

 

 

참고 문헌

조성오, 「우리 역사 이야기3」, 돌베개, 2008.

조정래, 「전태일 평전」, 돌베개,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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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박정희 정부

(1) 3선 개헌(1969)

① 과정 -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과 지속적 경제 성장 추진을 내세워 대통령 3회 연임을 허용하는 개헌안을 편법으로 통과 시킴

② 결과 - 개정된 헌법에 따라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박정희 당선(1971)

 

2. 유신 체제의 성립과 붕괴

(1) 유신 체제의 성립(1972)

① 배경 - 닉슨 독트린 발표 이후 냉전 체제 완화, 경제 침체에 따른 국민 불만 고조

           * 닉슨 독트린 - 1969년 7월에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발표한 아시아에 대한 정책. 미국이 아시아 국강 대한

                               군사적 개입을 축소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② 과정 - 비상계엄령 선포와 국회 해산 → 비상 국무회의에서 헌법 개정안(유신 헌법) 의결 · 공고 → 국민 투표로 확정 → 통일 주체 국민 회의에서 박정희를 대통령 선출

③ 유신 헌법 - 대통령 간선제 : 통일 주체 국민 회의에서 임기 6년의 대통령 선출

                 - 대통령 중임 제한 조항 삭제(영구 집권 가능)

                 - 대통령에게 긴급 조치권 · 국회의원 3분의 1 추천권 부여

 

(2) 유신 체제에 대한 저항과 탄압

 

① 저항 - 개헌을 위한 서명운동, 유신 반대 시위 확산

② 탄압 - 정부는 긴급 조치권을 발동하여 유신 체제에 대한 반대 활동을 금지

 

(3) 유신 체제 붕괴

① 배경 - 국회의원 선거에서 야당의 선전, 제2차 석유 파동으로 경제 이기 고조, YH 무역 사건에 항의하던 김영삼이 국회의원직에서 제명 → 부· 마 민주 항쟁 발생

 

 * YH 무역 사건

 - 1979년 YH 무역 회사의 여성 노동자들이 당시 야당이었던 신민당 당사에서 농성을 벌여고, 이를 경찰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여성 노동자 1명이 사망하였다.

 

* 부· 마 민주 항쟁 

- YH 무역 사건을 계기로 신민당 총재 김영삼이 정치 공세를 강화하자, 여당은 김영삼을 국회의원직에서 제명시켰다. 이를 계기로 1979년 10월 16일 부산대학교에서 학생들의 반정부 시위가 시작되었으며, 김영삼의 정치적 본거지인 부산과 마산 일대로 확대되었다. 부· 마 민주 항쟁이라고 불리는 이 민주화 운동은 박정희 정부의 계엄령 선포 등 강경한 대응으로 인해 진압되었다.

 

② 붕괴 - 박정희 대통령 피살(10· 26사태, 1979)

 

3. 신군부 세력의 등장

(1) 12· 12사태(1979) - 전두환, 노태우, 정호용, 장세동 박준병 등의 신군부와 유신 잔재 세력은 쿠데타로 군사권을 장악

 

 

 

 

참고 자료

 

수능특강 한국사영역 한국사, 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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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7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되고 고통받는 노동자 및 빈민 계층의 삶과 좌절을 우화적이고 은유적인 기법으로 표현한, 개발 독재 시대 문학의 대표작이다. 작은 제목으로 묶인 연작 소설 12편 중 넷째 작품이다.

 

핵심 정리

 

1. 갈래 : 중편소설, 연작소설

2. 성격 - 사회비판적, 은유적, 우화적

3. 배경 - 시간: 1970년대, 공간 - 서울 재개발 지역

4.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1부는 영수, 2부는 영호, 3부는 영희가 주인공임)

5. 제재 - 도시의 재개발 지역 빈민들

6. 주제 - 삶의 터전을 빼앗긴 도시 빈민의 궁핍한 삶과 좌절된 꿈

7. 출전 - 문학과 지성”(1976)

8. 전체 줄거리

 

1 서술자는 영수. ‘난쟁이인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 영수, 영호, 영희는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낙원구 행복동의 도시 빈민 가족이다. 그들은 꿈을 잃지 않으며 살아가던 중, 재개발 사업으로 집이 철거될 어려움에 처한다.
2 서술자는 영호. 행복동 주민들은 대부분 투기업자에게 입주권을 팔고 동네를 떠난다. ‘난쟁이가족도 끝내 입주권을 팔지만, 제 몫으로 돌아오는 것은 거의 없고 집이 철거당한 뒤, 결국 거리로 나앉을 처지가 된다.
3 서술자는 영희. 가족으로부터 입주권을 구입한 투기업자를 따라간 영희는 투기업자에게 순결을 빼앗긴다. 투기업자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금고 안에서 입주권과 돈을 들고 나와 입주 절차를 마치지만 아버지의 자살 소식을 듣고 사회에 대해 절규한다.

 

9. 이해와 감상

 

 '난쟁이' 일가의 삶을 통해 자본주의의 모순, 재개발 사업의 실상, 도시 노동자 문제, 권력 기관의 횡포, 소외 계층의 재상산 등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서 생겨나는 불합리한 상황들을 폭로하고 있다.

 이 작품은 기존의 현실 반영적 리얼리즘 소설과는 달리 상징적이고 우화적인 기법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각 장면의 내부는 다소 상징적이고 환상적으로 처리되어 현실성이 떨어지는 면이 보이나 이는 작품의 미성숙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의도한 것이며 당대의 검열을 통과하기 위한 장치라고 할 수 있다.

 

10. 등장 인물

 

*아버지(난쟁이) : 온갖 궂은일을 하며 가족의 생계를 꾸려 나가지만 현실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공장 굴뚝에서 떨어져 자살한다.
*어머니 :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가계를 꾸려 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큰아들(영수) : 공장을 전전하다 노동 운동에 뛰어든다. 현실을 냉정하게 판단한다.
*둘째 아들(영호) : 공장에서 노동자로 일하며 현실의 모순에 불만을 가진다.
*막내딸(영희) : 순수한 성품을 가지고 있다. 집의 철거 과정에서 투기업자에게 험한 일을 당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대결 의지를 다진다.

 

11. 소재의 상징적 의미

소재 상징적 의미
달나라 주인공들이 실현하고자 하는 이상적 세계를 가리킨다.
작은 공 이상적인 세계인 달나라고 가고자 하는 절실한 염원의 상장이다. 한편 그러한 염원에도 불구하고 끝내 벽돌 공장 굴뚝에서 떨어져 죽는 '난쟁이' 아버지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팬지꽃 가냘프고 순수한 영희를 상징한다
고기 냄새 난쟁이 가족의 가난함을 부각시키고 애처로움을 강화하는 감각적 소재이다.

 

12. 낙원구 행복동이라는 지명을 사용한 의도

 ‘난쟁이일가가 사는 빈민촌의 이름이 낙원구 행복동이라는 것은 일종의 반어적 표현이다. , 인물들의 현실과 대조되는 동네 명칭을 통해 소외 계층의 빈곤하고 참혹한 삶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13. 난쟁이 가족에게 가난을 제공하는 원인

 

 이 글에는 '나는 어머니의 어머니, 어머니의 할머니, 할머니의 어머니, 그 어머니의 할머니들이 최하층의 천인으로서 무슨 일을 해 왔는지 알고 있었다. 어머니라고 달라진 것은 없었다. 마음 편할 날 없고, 몸으로 치러야 하는 노역은 같았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난쟁이 가족이 게으르거나 불성실해서 가난해진 것이 아니라 선조 때에는 피지배 계층으로 자신만의 재산을 가질 수 없었고, 자본주의 시대의 산업화 사회에서는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지 못한 채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여기에는 우리 사회의 가난과 불평등의 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서 기인하는 것이라는 작가의 생각이 담겨 있다.

 

 

 

* 괄호 채우기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같은 제목의 연작 소설 중 네 번째 작품으로 (                     )와 경제 성장 과정에서 삶의 기반을 빼앗긴 도시 빈민층의 삶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2. 소외 계층을 상징하는 (                )일가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재개발 사업의 문제, 도시 빈민층의 삶의 실상, 가진 자들의 횡포, (                   )과 악순환을 그리고 있다.

 

3. 소설적 상징을 통해 개발과 성장 신화에 갇혀 있던 (                    )년대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일깨우고, 독특한 문 체 및 새로운 모더니즘 기법을 통해 그러한 현실을 효과적으로 형상화하였다.

 

4. , 고도 성장에 가려 있던 1970년대 한국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시점의 변화, (              )중첩, (                  )이고 환상적인 분위기, (                  )소재의 활용, 짧고 시적인 문체, 빠른 장면 전환 등의 기법을 통해 보여 주고 있다.

 

 

5. 난쟁이가 지향하는 세계인 (                 )는 난쟁이가 가고 싶은 열망과 이상향의 상징이다. 그러나 난쟁이는 사회적으로 소외 계층에 속하고 약자이다 보니 자신의 소망을 이룰 가능성이 희박하다. 결국 벽돌 공장 굴뚝에서 떨어져 죽음을 맞이하여 원하는 세계에서 살아보지 못한다. 이러한 난쟁이의 모습은 왜소하기 때문에 (                       )으로 표현될 수밖에 없다.

 

 

6. ‘난쟁이와 그가 살고 있는 낙원구 행복동의 상징적 의미를 서술하시오.

 

 

 

 

 

 

7. 작가가 노비 매매 문서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그것을 바탕으로 이 작품에 나타난 갈등 양상을 파악해보자.

 

 

 

 

8. 지섭이 말한 달나라의 의미와 그것의 현실적 한계를 서술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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