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과 민중의 관계 탐구 현진건

 

1. 현진건(1900-1943, 호는 빙허) - 대구에서 우체국장이던 현경운의 넷째 아들로 태어났다. 비교적 유복한 어린시절을 보내고 1912년 일본으로 가서 중학을 다녔다. 1918년에는 상해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형 정건을 찾아가서 거기서 호강대학 독일어과에 입학한다. 현정건은 나중에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평양에서 옥사한다. 현진건은 1919년 조선으로 돌아와 이상화, 백기만 등과 동인활동을 하다가 19205개벽희생화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창작생활을 하게 된다. 조선일보기자생활을 하면서 1922년에는 백조동인으로도 활동했다. 그는 소시민 지식인의 빈궁과 예술가로서의 지조를 그린 빈처에서부터 단편소설가로서이 본격적인 면모를 보이게 되고 타락자(1922)조선의 얼굴(1926) 두 권의 단편집을 내었다.

 

2. 1920년대초기 민중의 삶의 단면을 냉정하게 묘사하던 서술시간은 1920년대 후반의 작품에서는 가난한 민중의 삶에 대해 어설픈 동정이나 경멸로 대했던 지식인이 그들의 현실과 진실을 이해하면서 공감이나 자책의 감정을 느끼는 과정 속에서 민중의 생활 논리가 드러나는 성과를 거둠

 

3. 1936년 동아일본의 일장기 말살 사건당시 사회부 기자로 있다가 감옥살이를 한다. 출옥 후 일제의 군국주의가 강화되던 시기에 창작에만 전념하여 낭만주의적 역사소설의 높은 경지를 보여주는 무영탑과 백제부흥운동을 통해 민족의식을 고취하고자 한 흑치상지같은 역사소설을 썼는데, 흑치상지는 연재중 검열에 걸려 발표를 중단당하였다.

 

4. 1943320일 서울에서 병사

 

5. 대표 작품

 

⓵ 「빈처(1921) - 주인공인 는 외국유학을 갔다가 집안의 모락으로 더 이상 공부할 수 없어 귀국한 지식인이다. 월급푼이나 받고 살기보다는 참된 예술을 위해 살기로 하고 독서와 창작에 온 힘을 쏟는다. 그 때문에 아내의 마지막 남은 옷가지까지 전당포에 갈 정도로 사림은 궁핍하다. 생활의 어려움에 시달리는 아내는 남편의 예술에 대한 믿음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물질의 힘 앞에소 동요한다. ‘는 그런 아내를 속으로 속물이라고 경멸하고 신경질적으로 대하지만 정신적 행복만으로는 부족할 수밖에 없음을 너그럽게 이해한다.

이 작품은 물질적 풍요가 삶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친구와 남편에게 매를 맞으면서도 값나가는 물건만으로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처형의 생활에 대비해 궁핍한 한경 속에서도 양심을 지키고 사랑을 간직하려고 노력하는 예술가 부부의 맑은 삶을 그린 것이지만, 예술적 이상과 일상적 현실 사이의 갈등을 부부애라는 감정의 과장과 물질에 대한 정신적 초월이란 주관적 화해로 해소하는 낭만주의적 경향을 보인다.

 

⓶ 「술 권하는 사회(1921) - 남편은 동경유학을 하고 왔으나 오래 기다렸던 남편이 이제는 무엇인가 한 자리를 차지해서 돈을 벌어 올 것이란 아내의 기대는 깨어진다. 돈을 벌기는커녕 남편은 처음에는 집안 돈을 갖다 쓰며 어딘지 분주히 돌아다니고 책을 보고 글을 쓰기도 하더니 나중에는 허구헌 날 수레만 취해서 오는 것이다. 술에 취한 남편과 아내의 문답에서 남편은 명예싸움, 지위다툼질, 파벌싸움으로 지새는 사람들과 사회운동 단체에 실망하여 술꾼이 되었음을 말하나 아내는 사회의 말뜻도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무지하다. 그리고 사회운동을 한다고 한 남편은 그 아내를 이해시킬 능력도 성의도 없다.

무지하고 순박한 구식 아내의 모습은 당시 지식인인 남펴의 눈에 비친 식민지 조선의 모습이기도 하다. 식민지 조국을 바라보는 비애, 하는 일없이 서로의 파벌다툼으로 점철된 사회운도에 대한 비판과 그것을 바라보는 답답함과 절망의 상태를 잘 드러냄

 

⓷ 「할머니의 죽음(1923) - 할머니의 병세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고 모인 자손들이 겉으로는 할머니의 병세를 걱정하고 엄숙하고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속으로는 빨리 결말이 나서 장례를 치르고 일상으로 되돌아가기를 바라는 이중성을 포착한 것으로 인물들의 심리와 행동을 객관적으로 묘사하는 현진건의 뛰어난 수법이 잘 발휘된 작품

 

⓸ 「운수 좋은 날(1924) - 아내의 죽음을 앞둔 가난한 인력거꾼의 하루를 통하여 식민지 민중의 비참한 삶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

 

⓹ 「(1925) - 가난 때문에 민며느리로 팔려온 어린 순이가 낮에는 집안일과 들일에 시달리고 밤에는 남편에게 성적으로 시달리다가 끝내 밤마다 자기를 잠못자게 하는 원수의 방에다가 불을 지른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본질에서 빗나간 순이의 행동은 역시 동정의 대상이면서 현실의 모순을 일면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⓺ 「동정(1926) - 민중의 고통을 이해하면서도 그것과 자신의 이해관계의 상충 속에서 느기는 지식인의 자기 모멸감을 그림

 

⓻ 「고향(1926) - (조선일보그의 얼굴이란 제목으로 발표되었다가 단편집 조선의 얼굴에 수록될 때 고향으로 개재되었다.) ‘가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에서 이농민 출신의 떠돌이 청년을 만나 처음에는 경멸하다가 그의 경력을 들으면서 조선 민중의 운명을 발견하는 과정을 그림 1920년대 후반 대중운동의 고양기에 이르러서는 민중의 궁핍한 삶에 대한 지식인의 죄의식을 드러내는 방향으로 기울면서 한편으로 민중을 주관적으로 미화하는 낭만주의적 경향을 보임

 

⓼ 「신문지와 철창(1929) - 손자를 위해 밥동냥을 하다가 신문지 한 장 훔친 죄로 도둑으로 몰린 노인이 철창에 갇혀서도 손자를 위해 밥을 감추는 것을 보며 사상관계로 같은 철창에 있던 작중화자는 가난한 이의 사랑은 종교다, 신앙이다. 그것이야말로 이 세상의 위대한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냐라는 생각을 하며 그에게서 성자의 모습, 위대한 인생의 햇발을 느낀다.

 

⓽ 「정조와 약가(1929) - 가뭄 끝에 소작마저 떼이고 품팔이로 나섰다가 병이 난 남편을 위해 아내가 의사에게 기꺼이 정조를 제공하는 이야기. 이 소설은 정조라도 약값으로 제공해야 하는 민중의 가난한 삶과 더불어 기성의 윤리나 도덕을 넘어선 이들 가난한 부부애의 노픈 경지를 아름답게 표현

 

⓾ 「서투른 도적(1931) - 작중화자는 안잠자기(남의 집에서 일을 해 주며 먹고 자는 여자)로 들어온 할멈에 대해 그가 훔친 쌀을 흘리고 다니고 품삯으로 받은 돈까지 흘리고 갔다고 서투른 도적이라고 경멸했다가 그가 흘리고 간 동전에서 지식인인 에 대한 질책의 목소리를 듣고 부끄러워한다.

 

 

 

참고 문헌

 

김재용· 이상경· 오성호· 하정일 지음, 한국근대민족문학사, 한길사,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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