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 – 윤오영
내가 잠시 낙향해서 있었을 때 일.
어느 날 밤이었다. 달이 몹시 밝았다. 서울서 이사 온 웃마을 김군을 찾아갔다.
대문은 깊이 잠겨 있고 주위는 고요했다. 나는 밖에서 혼자 머뭇거리다 대문을 흔들지 않고
그대로 돌아섰다.
맞은편 집 사랑 툇마루엔 웬 노인이 한 분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서 달을 보고 있었다.
나는 걸음을 그리로 옮겼다. 그는 내가 가까이 가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아니했다.
"좀 쉬어 가겠습니다." 하며 걸터앉았다. 그는 이웃 사람이 아닌 것을 알자.
"아랫마을서 오셨소?" 하고 물었다.
"네, 달이 하도 밝기에....."
"음! 참 밝소."
허연 수염을 쓰다듬었다. 두 사람은 각각 말이 없었다. 푸른 하늘은 먼 마을에 덮여 있고,
뜰은 달빛에 젖어 있었다. 노인은 방에서 상을 들고 나왔다. 소반에는 무청김치 한 그릇,
막걸리 두 사발이 놓여 있었다.
"마침 잘 됐소. 농주 두 사발이 남았더니..." 하고 권하며, 스스로 한 사발을 쭉 들이켰다.
나는 그런 큰 사발의 술을 먹어 본 적은 일찍이 없었지만, 그 노인이 마시는 바람에
따라 마셔버렸다. 이윽고,
"살펴 가우."
하는 노인의 인사를 들으며 내려왔다. 얼마쯤 내려오다 돌아보니 노인은 그대로 앉아 있었다.
핵심 정리
1. 갈래 – 경수필
2. 성격 – 회고적, 서정적, 서사적, 함축적
3. 제재 – 낙향했을 때 겪은 어느 노인과의 만남
4. 주제 – 달밤의 정취와 시골의 너그러운 인정
5. 특징
- 인물, 사건, 배경의 서사적 요소를 갖추고 있으면서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냄.
- 시골 밤의 분위기 속에서 ‘나’와 ‘노인’의 짧은 만남을 일화로 제시함.
6. 작품 속 ‘달’의 기능 비교하기
「정읍사」 | 「달밤」 |
•어둠을 물리치는 광명을 상징. •화자가 자신의 소원을 비는 대상임. |
• ‘나’와 ‘노인’이 교감하는 매개체가 됨. • 달밤의 정취가 서정적인 분위기를 형성함. |
출처 – 비상(한) 문학 자습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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