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명사의 도솔가 - 삼국유사 권 제5 감통 제7
경덕왕 19년 경자년(760) 4월 초하루에 두 해가 나란히 나타나 열흘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다.
천문을 맡은 관리(日官)가 아뢰었다.
"인연 있는 승려를 청하여 산화공덕(散花功德- 공덕이란 연기와 윤회를 바탕으로 하는 불교 행위의 하나고, 꽃을 뿌려 부처님께 공양하는 것이 산화공덕이다)을 하면 물리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조원전(朝元殿)에다 깨끗이 단을 만들고 청양루(靑陽樓)에 행차하여 인연있는 승려가 오기를 기다렸다. 이때 월명사(月明師)가 밭 사이로 난 남쪽 길을 가고 있었는데, 왕이 사람을 보내 그를 불러 단을 열고 기도하는 글을 짓게 햇다. 월명사가 말했다.
"신승은 국선의 무리에 속하여 단지 향가만을 알 뿐 범성(梵聲-찬불가인 범패(梵唄)로서 범어로 하는 염불이다)은 익숙하지 못합니다."
왕이 말했다.
"이미 인연 있는 승려로 지목되었으니, 향가를 지어도 좋소."
이에 월명사가 「도솔가(兜率歌)」를 지어 불렀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오늘 여기에 산화가를 부를제
솟아나게 한 꽃아 너는
곧은 마음의 명을 받들어
미륵좌주(彌勒座主-부처님)를 모셔라.
그 시를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용루(龍樓)에서 오늘 산화가를 불러
푸른 구름에 한 송이 꽃을 날려 보낸다.
은근하고 곧은 마음이 시키는 것이니
도솔천의 대선가(大仙家)를 멀리서 맞이하리.
지금 세속에서는 이 시를 가리켜 「산화가」라고 하는데, 잘못된 것이니 마땅히 「도솔가(兜率歌)」라고 해야 한다. 이와 별도로 「산화가」가 있으나, 글이 번잡하여 싣지 않는다.
얼마 후 해의 괴이함이 곧 사라졌다. 왕은 이것을 기려 좋은 차 한 봉지와 수정염주 108개를 내려 주었다. 이때 갑자가 모습이 말쑥한 동자가 나타나 공손히 꿇어앉아 차와 염주를 받들어 궁전 서쪽의 작은 문으로 나갔다. 월명은 그를 안 대궐(內宮)의 심부름꾼으로 여겼고, 왕은 법사의 시종이라고 여겼는데, 확인해 보니 모두 잘못된 생각이었다. 왕이 매우 이상히 여겨 사람을 시켜 뒤쫒게 하니, 동자는 내원(內院)의 탑 안으로 사라졌고, 차와 염주는 남족 벽에 그려진 미륵상 앞에 있었다. 이에 월명의 지극한 덕과 정성이 이처럼 부처님(至聖)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조성에서나 민간에서나 모르는 이가 없었다. 왕은 월명사를 더욱 존경하여 다시 비단 백 필을 주어 큰 정성을 기렸다.
월명사는 또 죽은 누이동생을 위해 재를 올리면서 향가를 지어 제사를 지내는데, 문득 회오리바람이 일어나더니 종이돈(紙錢-죽은 자가 극락으로 갈 때 노잣돈으로 쓰라는 의미에서 장례식 때 쓰는 가짜 돈으로 지금도 대만에서는 장례식에서 이 풍습을 따르고 있다.)을 날려 서쪽으로 사라지게 했다.
그 향가는 다음과 같다.
삶과 죽음의 길은
여기 있으니 두려워지고
나는 간다는 말도
못 다 이르고 어찌 가는가.
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
여기 저기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한 가지에 나서
가는 곳을 모르는구나!
아아! 미타찰(彌陀刹-아미타불의 국토라는 뜻이니 극락세계를 말한다)에서 만날 나
도를 닦으며 기다리련다.
월명은 언제나 사천왕사(四天王寺)에 살면서 피리를 잘 불었다. 일찍이 달밤에 피를 불며 문 앞의 큰길을 지나가자, 달이 그를 위해서 운행을 멈추었다. 이 때문에 이 길을 월명리(月明里)라 하였으며 월명사 또한 이 일로 이름을 드날리게 되었다.
월명사는 바로 능준대사(能俊大師)의 제자다. 신라 사람들은 향가를 숭상한 지 오래되었는데, 대개 시가와 송가(頌歌)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천지와 귀신을 감동시킨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다음과 같이 기린다.
바람이 종이 돈을 날려 저승 가는 누이의 노자를 삼게 했고,
피리 소리는 밝은 달을 움직여 항아(姮娥-달에 사는 미인으로 중국 하나라 예(羿)의 부인이었다)를 머무르게 했네.
도솔천이 하늘처럼 멀다고 말하지 마라.
만덕화(萬德花) 한 곡조로 즐겨 맞이하리.
참고 문헌
일연, 김원중 옮김, 『삼국유사』, 민음사,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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