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모든 것은 속도를 갖는 다. 속도란 움직임의 속도고, 살아 있음의 속도다. 어디선가 5년에서 8년 정도를 사는 토끼도, 80년을 사는 인간도, 200년을 사는 황소 거북도 평생 쉬는 호흡의 수는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대신 토끼는 인간보다 열 배는 빨리 숨을 쉬고, 거북이는 인간보다 2.5배 느리게 숨 쉬는 것이라고.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토끼는 동작이 빠르고 거북이는 움직임이 느린 것을 보면, 그 말도 그럴듯하게 들린다.

 움직임의 속도, 이는 단지 행동의 속도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맨눈으로는 꽃이 피는 것을 보지 못함은 꽃 피는 속도와 우리 지각의 속도 간의 간극 때문이다. 지각뿐 아니라 생각도 속도를 갖는다. 지각이나 발걸음보다 생각의 속도는 훨씬 더 편차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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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중심 내용 ▶ 개체마다 다른 움직임의 속도

 속도와 타이밍

 

 함께 산다는 것은 속도를 맞추어 사는 것이다. 걸음걸이의 속도를 맞추지 않고서는 함께 걸을 수 없는 것처럼, 속도를 맞추지 않고서는 함께 행동할 수 없고, 함께 대화할 수 없으며, 함께 생활할 수 없다. 물론 속도를 맞춘다는 것이 숫자로 표시되는 어떤 크기를 같은 값이 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신체와 영혼마다 각기 다른 속도가 있기에, 그것을 어느 하나에 일치시키려 한다면 '일치'는 자기 속도에 대한 억압이 된다. 속도를 맞춘다는 것은, 이를테면 걸음이 빠른 이가 같이 가는 느린 이의 속도에 자기 속도를 맞추려고 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 완급을 조절하는 것이며, 앞서갔다면 기다려주는 것이다. 느린 이도 평소보다는 빨리 걸으며 속도를 맞추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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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① 1문단 ▶함께 산다는 것의 의미

 속도를 맞춘다는 것은 리듬을 맞추는 것이다. 몸의 리듬, 영혼의 리듬, 말의 리듬, 생각의 리듬······. 리듬은 박자와 달라서, 하나의 박자 안에서 다른 속도의 움직임을 허용한다. 다른 속도를 갖는 것들이 하나처럼 움직일 수 있게 해 주는 것, 그것이 리듬이다. 오케스트라의 악기들이 교향곡의 같은 소절을 연주할 때 현과 목관, 금관, 타악기는 각각 다른 속도로 연주하지만 하나의 리듬을 형성한다. 하나의 소리 안에 상이한 속도들이 공존하고, 느린 속도와 빠른 속도가 하나의 박자 안에서 일치할 수 있는 것이다. 리듬을 맞춘다는 것은 허용되는 차이 안에서 서로에게 속도를 맞추어 응답하는 것이다. 역으로, 응답하는 능력이란 리듬을 맞추는 능력이다. 리듬을 놓치면, 타이밍을 놓치면, 응답은 응답이 아닌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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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① 2문단 ▶속도를 맞춘다는 것의 의미

중간① 중심 내용 ▶ 속도를 맞춘다는 것의 의미와 타이밍의 중요성

 변속 능력

 

 누구도 혼자 사는 법은 없기에, 산다는 것은 언제나 살면서 만나는 이웃과 리듬을 맞추는 것이다. 농부는 대지의 변화에, 소와 벼의 움직임에 리듬을 맞추어야 하고, 노동자는 벨트 컨베이어의 속도에 신체의 속도를 맞추어야 한다. 속도에는 허용되는 리듬의 차이가 큰, 여유 있는 속도가 있고, 그게 아주 작은, 조급하고 팍팍한 속도가 있다. 그렇기에 속도와 리듬은 삶의 단면이다. 나의 속도는 내가 어떻게 사는지를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런데 내 삶의 속도와 내가 사는 세상의 속도 간에는 대개 작지 않은 간극이 있기 마련이다. 그 간극이 크면, 불편함과 불화의 정도가 커지기 쉽다. 세상에서 요구하는 속도보다 내 삶의 속도가 느릴 때, 그래서 세상이 요구하는 속도를 따라기기 힘들 때 특히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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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② 1문단 ▶ 세상의 속도와 내 삶의 속도와의 관계

 물론 빠름을 악덕이라고 비난할 수만은 없다. 그것이 미덕인 것만은 아니듯이, 그것이 악덕인 것만도 아니다. 그때마다 필요한 속도가 있다. 다만, 느린 것은 빠른 것을 따라잡을 수 없지만 빠른 것은 느린 것만큼 느리게 갈 수 있다는 점에서 빠르다는 것은 능력으로, 느리다는 것은 무능으로 간주되기 쉽다. 그래서 좀 더 빠른 속도를 얻으려는 노력이 대체로 문명의 방향을 결저아는 것일지도 모른다. 공학도, 스포츠도, 교육도, 경제도 좀 더 빠른 속도를 만들고자 한다. 심지어 예술도 그런 것 같다. 비르투오소(virtuoso, 탁월한 기교의 연주자)의 전통이 강한 서구 예술의 전통 덕분에 피아니스트나 바이올리니스트도, 기타리스트도 좀 더 빠른 연주 속도에 인생을 건다. 하지만 빠르기만 한 연주는 예술이 아니라 묘기를 자랑하는 서커스에 지나지 않고, 감속할 줄 모르는 운전자가 모는 자동차는 살인 기계에 불과하다. 속도에서 중요한 것은 빠르기가 아니라 변속 능력이다. 휴식의 속도와 일의 속도, 연인의 속도와 친구의 속도, 성인의 속도와 아기의 속도에 맞추어 가속하거나 감속하는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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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② 2문단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변속 능력

중간② 중심 내용▶속도에서의 변속 능력의 중요성

 속도의 강박증

 

 '빨리빨리'나 '좀 더 빨리'가 일상어가 된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는 미친 가속의 체제다. 속도를 빠름의 정도로 간주하기에, 빠름이 미덕이 되고 빠름이 능력이 된 사회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새 그 속도에 홀려, 경쟁적인 가속의 흐름에 말려 자신의 속도를 잃고 달려가고 있다. '속도의 자연학'과 '능력의 윤리학'에서 속도는 단지 미덕이나 능력이 아니라 으미ㅜ와 강박이 된다. 살아남으려면 세상이 요구하는 속도로 반응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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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③ 1문단 ▶미친 가속의 체제를 띠는 현대 사회

 이 미친 속도의 강박증을 말하면서 자본을 말하지 않는다면 치명적인 누락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속도의 미덕을 강박으로 바꾸고 속도에 사활을 거는 것을 외적인 강제로 만드는 것은 바로 자본이기 때문이다. "시간은 돈"이라는 말은 어느 세상에서나 토용되는 윤리적 명제가 아니다. 인디언들에게는 '시간'이라는 단어조차도 없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이야기다. 시간이 돈이 되는 것은, 고용 시간에 따라 돈을 지불하는 관계에 기인한다. 자본주의 이전의 서구에서조차 시간을 돈이라고 생각했던 이들은 빌려준 시간에 비례하여 대부금의 이자를 받던 고리대금업자나 상인들밖에 없었다. 자본가는 노동자에게 자신이 고용한 시간만큼 돈을 지불한다. 여덟 시간 고용해 놓고 한 시간을 놀린다면, 한 시간 치의 임금을 그냥 버리는 것이다. 고리대금업자와 마찬가지로 이들에게도 '돈'이라는 말은 '귀중하다'를 뜻하는 은유적 표현이 아니다. 글자 그대로 시간이 돈이다.

 시간이 돈이기에 같은 시간이면 최대한 일을 빨리 처리하는 것 또한 그대로 돈이 된다. 생산도, 유통도, 소비도 모두 빠를수록 돈이 된다. 속도가 돈인 것이다. 점점 빨라져 가는 벨트 컨베이어의 속도를 따라가다 미쳐 버린 「모던 타임스」 속 찰리 채플린의 곤경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우리가 내 돈 주고 내가 필요한 것을 사서 쓰는 소비 또한 이제는 '미친'이라는 말이 과장으로 느껴지지 않는 그런 속도를 갖게 되었다. 미친 듯이 빠르게 생산되는 상품들은 미친 속도로 팔지 않으면 자본을 파멸로 몰고 간다. 휴대 전화는 2년이면 바꿀 생각을 하게 만들어야 하고, 자동차는 3~4년이면 바꿀 생각을 하게 해야 한다. 사물의 생존 기간을 크게 초과하는 미친 소비의 속도가 우리의 감각을 유혹하고, 그런 식의 감각적 삶을 강요한다. 우리는 대개 그 속도를 따라가며 산다. 그 속도감 속에서 세상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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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③ 2+3+4문단 ▶미친 가속의 체제를 띤 혀대 사회의 속도를 따라가며 살고 있는 우리

 한 철학자가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에 '속도의 파시즘'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이런 맥락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빠른 속도 그 자체는 미덕도 악덕도 아니지만, 그것이 누구나 따라가야 할 강제와 강박이 되어 한결같이 빠름을 추구하는 사회는 파시즘적 사회라고 해야 하니까. 그러나 이런 속도의 경쟁을 단지 세상이 내게 강요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한다면 가장 중요한 것을 잊게 될지도 모른다. 무엇에 의해 시작되었든 간에 지금 속도란 우리 스스로 얻고자 하는 것이고, 우리 스스로 추구하는 미덕이란 점에서 속도의 강박은 바로 우리 자신의 삶에, 우리 자신의 내면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세상만이 아니라 우리의 신체, 우리의 영혼도 미친 속도를 향해 치달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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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③ 5문단 ▶세상과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속도의 강박

 

중간③ 중심 내용 ▶자본주의 사회에서 속도의 강박을 갖게 된 현대인

 내 영혼의 속도

 

 '자신의 속도'라는 것이 있을까? 자기 신체의 속도, 자기 영혼의 속도 같은 것이? 모를 일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것이라고 할 속도가 원래부터 따로 있다기보다는 자신이 살면서 익숙해진 것이 자신의 속도가 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신체와 영혼은 100년전 사람들의 속도를 답답해서 견딜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속도'라는 말로 무언가를 지칭할 수 있다면, 그것은 자신이 그때그때 필요한 것에 맞게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과 결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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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④ 1문단 ▶'자신의 속도'의 의미

 세상의 실에 매달려 그 세상이 움직이는 속도로 춤추는 인형에게 그 춤은 자신의 춤이 아닐 것이다. 자기 속도를 가질 때, 우리의 삶은 춤이 된다. 자신의 삶이 된다. 중력이 작용하는 허공에서 빠르게 낙하하는 것은 자신의 속도를 가졌다고 할 수 없다. 그것은 그저 중력에 끌려 추락하는 것에 불과하다. 반대로 그 허공에서는, 정지한 듯 멈추어선 매야말로 자신의 속도를 갖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세상의 속도에 그저 따라가고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그 속도에 따라가기도 하지만 때로는 정지해서 그렇게 달려가는 세상이나 자신에게 눈을 돌릴 줄 알 때, 우리는 자신의 속도로 춤출 수 있다. 결정적인 것은 관성적인 속도에서 벗어나는 아주 작은 이탈의 성분, 강요되는 속도에서 벗어나는 데 필요한 최소치의 변속 능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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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④ 2문단 ▶'자신의 속도'를 가져야 하는 까닭

 

중간④ 중심 내용 ▶ 세상의 관성적인 속도에서 벗어나 자신의 속도를 가져야 할 필요성

 그래서 나는 걸핏하면 편두통으로 밀고 가는 일의 속도를 조절하려고 글을 쓸 때면 일부러 엘피반(LP盤)을 걸어 놓는다. 20분마다 음반을 뒤집음 '순탄하게' 상승하는 작업의 속도에 일부러 정지를 일으키는 장애물을 끼워 넣는다. 그리고 그 정지의 시간에, 일의 속도에 맞춰 가빠지는 호흡을 수습하여 안단테의 속도로 돌려놓는다. 그리고 요즘은 시를 일삼아 읽는다. 느린 시인의 시간 속에서, 그 시간의 여백 속에서 다른 속도, 다른 삶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근거 없는 믿음을 갖고. 황급히 써 내려가는 글 사이에 다른 리듬의 글이 끼어들 것이라는 허황된 믿음을 갖고. 그렇게 변하는 리듬 속에서 나의 속도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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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중심 내용▶시간의 여백 속에서 나의 속도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출처 - 고등학교 독서, 고형진 외 5인, 동아출판

원출처 -이진경, 「삶을 위한 철학 수업」(문학 동네, 2013)

 

 

 

♥ 이렇게 내용을 파악해 보자.

 

1. 각 문단의 중심 내용을 적어 보자.

 

2. 처음, 중간, 끝의 중심 내용을 적어보자.

 

3. 위 활동을 중심으로 주제를 적어 보자.

 

 

 

♡ 정답

 

 

처음 : 개체마다 다른 움직임의 속도

 

중간① 1문단 ▶ 함께 산다는 것의 의미

중간① 2문단 ▶ 속도를 맞춘다는 것의 의미

중간① 중심 내용▶ 속도를 맞춘다는 것의 의미와 타이밍의 중요성

 

중간② 1문단 ▶ 세상의 속도와 내 삶의 속도와의 관계

중간② 2문단 ▶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변속 능력

중간② 중심 내용 ▶속도에서의 변속 능력의 중요성

 

중간③ 1문단 ▶ 미친 가속의 체제를 띠는 현대 사회

중간③ 2+3+4문단 ▶ 미친 가속의 체제를 띤 혀대 사회의 속도를 따라가며 살고 있는 우리

중간③ 5문단 ▶ 세상과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속도의 강박

중간③ 중심 내용 ▶ 자본주의 사회에서 속도의 강박을 갖게 된 현대인

 

중간④ 1문단 ▶ '자신의 속도'의 의미

중간④ 2문단 ▶ '자신의 속도'를 가져야 하는 까닭

중간④ 중심 내용▶ 세상의 관성적인 속도에서 벗어나 자신의 속도를 가져야 할 필요성

 

끝 ▶ 시간의 여백 속에서 나의 속도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 갈래 - 설명문

주제 - 빠른 속도만을 강요하는 현대 사회에 대한 비판

      - 미친 가속의 체제에서 자신의 속도를 찾아야 할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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