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제 해결 과정으로서의 읽기 

 

학습 목표 

 

1. 읽기는 글에 나타난 정보와 독자의 배경 지식을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임을 이해하고 글을 읽을 수 있다.

2. 책 한 권을 끝까지 읽으면서 통합적인 독서 활동을 할 수 있다. 

 

 

시계는 어떻게 달력을 이겼을까?   - 안광복

 

 

옛사람들은 왜 시계에 관심이 없었을까?

 

20세기 초만 해도 시계는 아주 귀한 물건이었다. 시계 하나가 기와집 한 채 값의 절반이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시계 보는 방법도 몰랐다. 사실 시계는 조선 시대에 이미 이 땅에 들어왔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에게 시계는 장식품에 지나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이 시계에 별 관심이 없었다. 왜냐고? 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동창(東窓)이 밝아 올 때깨어나 농사일을 시작하고 해 떨어지면 일 그치는 식으로 살았다. 날 밝을 때 일하면 되지, 농사일을 꼭 오전 7시에 시작해서 오후 5시에 끝내야 할 이유가 뭐 있었겠는가.

사람들에게 정말 중요했던 것은 계절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달력이었다. 농사를 잘 지으려면 자연의 흐름을 잘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추워지는 10월에 볍씨를 뿌렸다가는 낭패를 볼 것이다. 조상들이 달력을 중요하게 생각한 데에는 자연의 흐름을 따라가려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절기는 농사 진도표였다.

 

조상들은 시계에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달력에는 매우 큰 관심을 가졌다. 약속 시간에 한두 시간 일찍 오거나 늦는 것은 별문제가 안 되었다. 그러나 달력에 적힌 절기(節氣)를 놓쳤다가는 그동안의 농사가 헛일로 돌아갈 터였다. 우리 조상들은 해의 움직임에 따라 정해진 절기에 맞춰 계절의 변화에 대비하며 한 해 농사를 지었다.

321일쯤인 춘분은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하는 시기이다. 춘분이 지나면 씨앗을 뿌릴 수 있다. 66일쯤인 망종부터 621일쯤인 하지까지는 모내기를 한다. 이 시기는 모내기와 보리 베기가 겹쳐서 1년 중 제일 바쁜 때이다. 모내기를 마치면 농부들은 고된 논일을 잠시 내려놓고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으며 놀았다. 88일쯤인 입추부터는 가을 채비를 하며 김장 채소인 무, 배추를 심는다. 923일쯤인 추분이 오면 논밭의 곡식을 거두어들인다. 그리고 이때 거두어들인 곡식으로 추석을 준비한다. 이처럼 절기는 농사 진도표의 구실을 했다. 그래서 조상들은 절기가 기록된 달력을 매우 중시했다.

 

철 없는 과일들, 달력을 이기는 시계의 힘

 

그러나 시계는 점차 달력을 이기기 시작했다. 공업이 발달하면서 시계가 중요해졌다. 농사일은 욕심대로 되지 않는다. 아무리 기후가 좋고 열심을 땅을 가꾸었다 해도, 수확하는 작물의 양은 어느 정도를 넘을 수 없다. 곡식과 열매는 대부분 일 년에 한 번만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업은 다르다. 공장을 돌리는 데 계절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여름이건 겨울이건 공장은 언제나 돌아간다. 시간은 정말 돈이 되었다. 공장을 한 시간 더 돌리고 덜 돌리는 데에 따라 생산량이 엄청나게 차이 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점점 더 시간에 민감해졌다. 도시 곳곳에는 시계가 높다랗게 걸린 탑이 등장했다.

공업의 덩치는 나날이 커져 갔다. 공장을 돌리는 데에는 많은 자원이 필요했다. 여기서도 계절보다는 시간이 훨씬 더 중요했다. 필요하면 시간을 들여 자원을 캐면 된다. 자원을 얼마나 적절한 시점에 공장까지 가져오는지가 문제될 뿐이었다. 공업에 필요한 자원 가운데에는 고무나 사탕수수 등 농업과 임업을 통해 얻는 것이 많다. 더욱더 많은 재료가 필요해진 공업은 자연을 닦달하여 필요한 것을 마구 빼앗아 내기 시작했다.

농사에서도 자연의 질서를 벗어나는 경우가 갈수록 많아졌다. 지금은 과일에 제철이 없다. 대부분 비닐하우스에서 길러지기 때문이다. 석유를 때고 전기를 써서 공장을 돌리듯, 농산물도 석유와 전기로 난방을 해서 만들어 낸다’, 자연의 질서와 관계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으니 달력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시간이 돈?

 

옛 조상들은 먹고살기 위해 자연의 변화를 끊임없이 살펴야 했다. 그래서 자연의 변화를 잘 읽는 사람이 좋은 대접을 받았다. 농촌에서는 농사 경험이 많은 노인들이 그러했다. 그분들은 오랜 경험으로 자연이 어떻게 바뀔지, 바뀌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을에 큰비가 내리면, 다음 해 벌레가 많아지는 법이란다.” 시골 노인들은 이런 식의 충고를 입에 달고 살았다.

제아무리 욕심부려도, 인간이 계절을 바꿀 수는 없다. 옛사람들은 이 사실을 잘 알기에 욕심을 줄이고 자연에 맞춰 살고자 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이치에 따라 무리 없이 일을 풀어 나가려 하지 않고, 여의치 않으면 자연환경을 바꿔 버리려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땅이 없으면 산을 깎고 바다를 메우려 한다. 그래서 지구는 어떻게 바뀌어 버렸을까?

자연의 리듬을 잊은 인간에 대한 자연의 복수는 무섭다. 쇠고기 생산량을 증가시키려고 인위적으로 늘린 소 떼는 사막의 면적을 크게 늘려 놓았다. ‘철 없는 과일을 만들기 위해 석유나 석탄은 더 빨리 사라지고 있다. 사탕수수나 커피나무를 기르려고 밀림을 없애 버린 탓에 지구는 점점 더워진다. 지구가 더워지면서 홍수나 가뭄도 잦아졌다. 이 모두는 자연의 질서에 따라 살면 겪지 않을 위협들이다.

 

우리의 임금들은 심하게 가물거나 홍수가 들면, 자신이 덕이 없음을 반성했다. 비가 오지 않으면 기우제를 지내며 하늘에 빌었다. 그만큼 나라를 다스릴 때 자연에 신경 썼다는 의미이다.

하늘을 살피는 마음은 자연을 살피는 마음이다. 자연의 계절, 철을 아는 인간은 무리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세상을 온전하게 한다. 하지만 철을 모르는 인간은 욕심껏 제멋대로 살며 세상을 어지럽게 한다. 지금 인류에게 필요한 것은 자연을 살피는 마음이다. ‘시간은 돈이라며 째깍거리는 시계는 우리 마음을 조급하게 한다. 그러나 우리는 멈추어 서서 조급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연의 리듬을 담고 있는 달력의 의미를 곰곰이 곱씹어 봐야 한다.

-<<지리 시간에 철학 하기>>

 

 

출처 : 천재교육, 중학교 국어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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