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전통 철학에서 이미지는 인간의 감각에 뿌리를 둔 것으로 논리적 인식을 방해하는 모호한 대상으로 여겨졌다. 베르그송은 우리의 인식이 관념론과 실재론의 틀에 사로잡혀 있음을 지적하고 두 이론을 넘어서기 위해 존재를 나타낼 새로운 개념으로 이미지를 제시했다. 베르그송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이 각기 무한한 이미지들의 총합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았다.

                                                                                                                                          1문단: 이미지에 대한 전통 철학과 베르그송의 시각

 

[A] 일반적으로 인간의 지각은 외부의 사물에 대한 감각 기관의 작용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베르그송은 인간의 지각을 이와는 다른 활동으로 파악했다. 그는 지각 작용으로 얻어지는 추상인 표상은 사물의 무수한 이미지들 중 지각하는 사람의 관심 영역에 들어오지 않는 것들을 제외함으로써 얻어진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얼음은 투명함, 차가움, 단단함 등 다양한 이미지로 이루어진 물질로, 우리는 이러한 다양한 이미지들을 종합해 얼음이라는 표상을 얻어 낸다. 하지만 얼음이라는 물질은 단순히 우리가 아는 이미지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얼음은 우리가 아는 투명함, 차가움, 단단함 등의 이미지 외에도 우리가 파악하지 못한 무수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에게 얼음으로 지각되는 물질 자체는 사실 무한한 이미지의 총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얼음은 단지 그 물질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이미지 중, 우리에게 지각된 일부 이미지를 통해 얻어진 표상에 불과하다. 즉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것은 대상이 지닌 무한한 이미지에서 우리에게 지각되지 못한 이미지들을 제외한 나머지 이미지일 뿐이라는 것이다.

                                                                                                                                                                   2문단 : 베르그송과 사물의 표상

 

그는 인간이 감각 기관을 통해 세상의 무한한 이미지를 모두 지각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인간이 지각으로 얻은 표상이란 지극히 제한적이라고 생각했다. 베르그송은 우리가 인식한 운동 역시 지각 작용으로 실제 운동 중 일부의 이미지만 인식하여 재구성한 결과에 불과한 것이라 보고, 이러한 점을 전형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는 영화가 그 자체로는 움직이지 않는 단편적 이미지들을 연속적인 것처럼 보이도록 환영을 만들어 낸 것이며, 실제의 운동을 단속(斷續)적 형식으로 재현하는 거짓 운동의 전형이라 보았다.

                                                                                                                                                              3문단 : 영화에 대한 베르그송의 시각

 

들뢰즈는 베르그송의 이미지와 지각 작용에 대한 생각을 바탕으로, 이미지의 개념을 운동 개념과 관련지어 인식론적으로 확장하고, 영화를 새로운 인식의 매개체로서 재해석하였다. 그는 영화에서의 카메라의 역할에 주목했다. 카메라로 대표되는 영화적 기술은 베르그송이 주장하는 인간의 지각 작용과 마찬가지로 무한한 이미지의 일부만을 취할 수밖에 없지만, 인간의 지각처럼 어떤 특정한 시점이나 의도에 구속되지 않아 자유로우며 자연적 지각과는 전혀 다른 메커니즘으로 운동을 생산한다는 것이다. 들뢰즈는 우리가 파악할 수 없는 대상의 실재를 잠재성으로 보고, 이는 현실성과 대립되는 것으로 파악했다. 영화는 스크린을 통해 이미지의 움직임을 보여 줌으로써 시각적 조건에 관계없는 운동의 이미지를 보여 준다. 카메라 자체가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운동의 흐름이 더 이상 제한된 시각에 고정되지 않고 나타나는 것이다. 그래서 들뢰즈는 영화를 인간의 지각에 감지되지 않는 잠재성의 일부인 미세한 실재들을 포착해 내는 새로운 사유의 길로 보았다.

                                                                                                                                                                    4문단 : 영화에 대한 들뢰즈의 시각

 

들뢰즈가 영화를 통해 기대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부분이다. 카메라는 기계의 눈이기 때문에 현실에 무관심하다. 따라서 카메라를 통한 현실의 지각은 우리 눈으로 세상을 지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현실에 가깝다. 물론 그는 우리의 눈과 마찬가지로, 어떤 카메라도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카메라도 결국 우리의 시각 구조를 모델로 만든 장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다만 카메라는 인간의 시각 구조와 닮았음에도 개념이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세상을 새로운 이미지로 보여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인간의 시각이 수용할 수 있는 지각의 궁극적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카메라는 인간의 눈과 닮았지만 인간의 눈과 달리 기존의 개념이나 관습 혹은 신체적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고, 이 때문에 인간의 눈으로 쉽게 지각할 수 없는, 현실의 새로운 이미지들을 드러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점에서 들뢰즈는 카메라의 눈이 인간의 눈보다 더 뛰어날 수도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5문단 : 인간 시각의 한계와 카메라의 가능성

 

들뢰즈는 이미지와 지각 작용에 대한 베르그송의 견해를 바탕으로, 영화가 인간의 눈이 아닌 카메라라는 기계의 눈에 담긴 지각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을 포착했다. 그는 영화가 표상, 관습에 의해 지배되었던 우리의 사고에 새로운 충격을 던질 수 있다고 믿었고, 영화 자체가 가지고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밝혀낸 셈이다. 결국 들뢰즈는 영화가 인간의 시각을 극복할 수 있게 함으로써 고정 관념을 탈피하고 새로운 사유를 창조할 수 있는 철학적 위상을 지닌 예술이라 본 것이다.

                                                                                                                                                          6문단 : 영화의 가능성과 철학적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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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윗글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전통 철학의 장점을 수용하는 과정을 통시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표상에 대한 특정 인물의 견해가 변화하는 과정을 분석하고 있다.

이미지와 지각에 대한 견해를 바탕으로 영화에 대한 각기 다른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이미지와 지각 작용에 대한 이론을 제시하고 특정한 영화를 예로 들어 이론을 적용하고 있다.

감각 기관의 한계에 대한 전문가의 견해를 제시하고 그러한 한계를 부정하는 입장과 비교하고 있다.

 

 

2. 윗글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것은?

베르그송은 우리에게 지각되는 대상은 물질이 가진 이미지의 일부에 한정된다고 보았다.

베르그송은 표상이 물질 자체와는 다르며, 인간의 지각을 통해 얻어질 수 있다고 보았다.

베르그송은 영화가 단속적 이미지를 연결해 실제 운동의 이미지 중 일부만 드러낸다고 보았다.

들뢰즈는 실재하지 않으나 현실에서 존재할 수 있는 잠재성을 영화가 포착해 낼 수 있다고 보았다.

들뢰즈는 영화란 우리가 파악할 수 없는 움직임을 보여 줌으로써 새로운 사유를 창조할 수 이는 예술이라 보았다.

 

 

3. 윗글에 나타난 들뢰즈의 관점을 바탕으로 <보기>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사진가는 카메라의 셔터만 눌러 대상을 있는 그대로 담아낼 뿐, 새로운 것을 창조하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에 사진은 예술로 취급되지 못했다. 하지만 앙드레 바쟁은 이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사진이 회화와 달리 현실을 새롭게 드러내며, 작가의 관심이나 의도에 딸라 이미지가 자의적으로 변경되는 것을 차단한다고 보았다. 회화에서는 화가의 관점에 의해 현실이 왜곡되고 제한될 수밖에 없다. 회화는 화가가 무한한 이미지에서 지각한 표상을 드러내는 셈이다. 이에 반해 사진은 인간의 지각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더라도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는 순간 촬영자의 의도를 배제하여 현실에 대한 왜곡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 회화는 인위성에 기초하는 반면 사진은 자동성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결국 화가들은 자신들의 표상 체계를 통해 세계를 채우려 하는 반면, 사진은 그러한 의도를 갖지 않기 때문에 인간의 의도가 배제된 세계를 새롭게 드러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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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예술로 취급되지 못했던 것은 세상을 새로운 이미지로 보여 줄 수 있는 카메라의 가능성이 인식되지 못한 점도 작용했겠군.

회화에서 화가의 관점에 의해 현실이 왜곡된다는 것은 화가에게 지각된 이미지가 화가의 관심 영역에 들어오지 않는 것을 제외하여 얻어진다고 본 것이라 할 수 있겠군.

사진이 현실을 새롭게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은 카메라가 자동성에 기초해 우리 눈을 통해 지각 불가능한 현실만을 있는 그대로 담아낼 수 있다고 본 것이라 할 수 있겠군.

카메라가 촬영자의 의도가 배제된 세계를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은 카메라가 이미지를 시각적 조건과 관계없이 드러내어 관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고 본 것이라 할 수 있겠군.

사진이 회화와 달리 현실을 새롭게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은 우리 눈으로 세상을 지각하는 것보다 카메라를 통한 현실의 지각이 훨씬 더 현실에 가까울 수 있다고 본 것이라 할 수 있겠군.

 

 

4. [A]<보기>를 함께 읽고 추론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개념은 인간이 인식한 내용을 통해 개별적 대상을 추상화하는 보편성을 지닌다. 하지만 어떤 개념도 그 개념이 지시하는 현실의 사물 자체와 일치하지는 않는다. 대상의 개념은 실재 자체와는 다르다. 그 이유는 우리가 어떤 사물에 대해 갖는 개념이 그 사물의 일부만을 추상해서 만든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칸트는 사물의 본래 모습을 물자체라 지칭하고, 이는 개념으로 규정할 수 없는 것으로 보았다. 그는 물자체를 표현하기 위한 용어로 이념을 제시한다. 이념은 그 자체로는 완전하지만, 결코 우리가 완벽하게 지각할 수는 없으며, 실재하지만 도달할 수 없는 불가능성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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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에는 우리가 파악하지 못한 무수한 이미지가 포함되지 않는다.

이념과 무한한 이미지는 실재하지만 인간에게 조금도 지각될 수 없다.

사물에서 얻어진 표상은 사물의 일부만을 추상해서 만든 것에 불과하다.

외부 세계의 물질과 물자체는 인간의 지각만으로는 완전하게 인식될 수 없다.

개념은 지각 작용으로 얻어지는 표상과 마찬가지로 사물의 실재와 일치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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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1. 2. 3. 4.

 

 

 

1. 해제

 이 글은 이미지와 인간의 지각에 대한 베르그송과 들뢰즈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베르그송은 표상이 대상의 무한한 이미지 중 우리에게 지각되지 못한 이미지를 제외한 나머지 이미지를 통해 얻어진 것이며, 영화는 거짓 운동의 전형이라 보았다. 들뢰즈는 이미지와 지각에 대한 베르그송의 생각을 바탕으로 영화가 인간의 눈이 아닌 카메라에 담긴 지각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표상, 관습에 의해 지배되던 우리의 사고에 새로운 충격을 던질 수 있다고 보았다. 들뢰즈는 영화가 고정 관념을 탈피할 수 있는 예술이라 본 것이다.

 

2. 주제 이미지와 지각에 대한 베르그송과 들뢰즈의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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