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고대 그리스의 회의주의 철학자 아그리파는 회의주의자들의 논변을 대표할 만큼 체계적인 형식성을 갖춘 다섯 가지 논변 형식들을 구성하였다. 아그리파의 다섯 가지 논변 형식들은 절대적 진리를 발견하였다고 주장하는 일종의 독단주의에 대한 철저한 학문적 의심이라 할 수 있다. 아그리파의 논변 형식들은 상호 긴밀한 연관 관계를 맺고 있으며, 회의주의 이론에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다. 그가 이러한 체계를 구축한 이유는 독단주의자들이 취할 수 있는 이론적 대안을 봉쇄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아그리파의 논변 형식들은 추상적인 개념들의 연관 관계를 파악함으로써 독단주의자들의 합리화 시도를 무너뜨린다.

                                                                                                      1문단 : 독단주의에 대한 의심인 아그리파의 논변 형식

 

 먼저 철학적 의견이나 믿음들의 상이성의 논변 형식은 철학에는 상이한 여러 의견들이 존재하며, 이런 상이성으로 인해 철학의 단일한 정체성은 확립될 수 없다는 점을 보여 준다. 어떤 독단주의자가 자신이 내세운 주장이 유일한 진리로 확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할 때, 회의주의자는 얼마나 많은 철학적 의견이나 믿음들이 역사적으로 존재해 왔는지 제시할 수 있다. 이 경우 독단주의자는 다양한 의견 중 자신이 동의하는 의견을 채택하기 위한 기준을 필요로 하게 된다. 만약 독단주의자가 자신의 주장이 진리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증명되지 않았거나 증명될 수 없는 기준을 논증의 원리로 설정한다면, 회의주의자는 이와 반대되는 기준을 논증의 원리로 제시할 수 있다. 가령 독단주의자가 합리적 이유에 기초하지 않은 채 무조건 자신의 의견을 진리라고 주장할 경우, 회의주의자는 동등한 권리를 지니고 무조건 그것이 거짓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따라서 독단주의자가 증명되지 않은 혹은 증명될 수 없는 기준에 호소할 경우, 회의주의자는 그가 독단적인 전제 설정의 논변 형식에 빠지게 된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다.

                                               2문단 : 철학적 의견이나 믿음들의 상이성의 논변 형식, 독단적인 전제 설정의 논변 형식

 

 반면 어떤 독단주의자가 자신의 주장에 대한 증명 가능한 기준을 제시할 경우, 회의주의자는 그 증명은 다시 어떤 기준에 의해 증명되는가라는 물음을 제기할 수 있다. 독단주의자가 그 증명 기준이 증명되지 않거나 증명될 수 없다고 말한다면 독단적인 전제 설정의 논변 형식에 빠지게 될 것이다. 반대로 그 증명 기준이 증명되었다고 말한다면, 그는 다시 그 증명의 기준은 무엇인지에 대한 무한한 물음에 답해야 하는 곤경에 처한다. 이러한 무한 소급의 논변 형식은 철학자들이 논증의 최후 지점을 제시할 수 없다는 난점을 드러낼 수 있다. 유한한 인간이 무한 소급의 증명 과정을 전부 조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철학자들은 논증의 최초 지점에 도달하는 최후의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게 된다.

                                                                                                                                             3문단 : 무한 소급의 논변 형식

 

 독단주의자들은 이러한 난점을 피하기 위해 기준을 증명하고 그 증명을 위해 바로 그 증명을 필요로 했던 기준에 호소하는 전략을 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독단주의자는 자의적인 전제 설정을 범하지 않으면서도 최후의 근거를 제시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사태에 대한 해명이 될 수는 없다. 순환의 논변 형식은 경쟁하는 두 개념 가운데 어떤 것이 우선권을 갖는지 결정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 주며, 이러한 미결정성은 증명에 대한 판단 중지를 초래한다.

                                                                                                                                                   4문단 : 순환의 논변 형식

 

 이러한 논변 형식들은 결국, 모든 것은 상대적이라는 상대성의 논변 형식으로 귀착될 수 있다. 감각 기관에서 비롯된 인간의 지각이나 판단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절대적이지 않기 때문에 특정한 대상이나 주장을 절대적인 것으로 여길 경우 독단적인 견해에 빠질 수밖에 없음을 보여 준다. 독단주의자가 절대적 진리라고 믿는 모든 사상들은 결국 상대적인 것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의 상대성은 대상의 참된 본성이 무엇인지와 관련하여 필연적으로 판단 중지를 요구한다.

                                                                                                                                               5문단 : 상대성의 논변 형식

 

 회의주의자들은 아그리파의 논변 형식들을 통해 인간은 절대적 진리와 관련하여 어떤 판단과 주장도 유보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 고대 회의주의자들인 피론주의자들은 이러한 판단 중지를 통해 우리가 절대적 진리를 발견하고자 하는 고뇌를 벗어나고, ‘마음의 평정(Ataraxia)’를 얻을 수 있다고 보았다. 광풍이 몰아치는 배 위에서 탈출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공포에 떨며 울부짖는 승객들에게 갑판 위에서 음식을 계속 먹고 있는 돼지를 가리키며, “돼지의 동요하지 않는 상태야말로 현인들이 명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한 피론의 일화는 이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회의주의자들은 아그리파의 논변 형식들을 통해 전통적인 정당화 방식에 의해서는 참다운 근거 제시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동시에 절대적 진리에 관한 철학적 지식을 정립할 수 있는 가능성 자체에 근원적 물음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6문단 : 절대적 진리의 판단 가능성에 대한 회의주의자들의 의문

피론 :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회의주의의 대표자로 사물의 본래 성질은 인간이 인식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판단을 멈추어서 마음의 평안을 얻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

1. 윗글에 대해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한 것은?

회의주의자들은 철저한 학문적 의심을 활용해 절대적 진리의 존재를 입증했다.

회의주의자들은 절대적 진리에 대한 전통적인 정당화 방식에 한계가 있다고 보았다.

독단주의자들은 자신들이 내세운 주장에 대한 어떤 증명 기준도 제시하려 하지 않았다.

독단주의자들은 절대적 진리는 존재할 수 없다고 여겨 철학의 단일한 정체성을 확립하려 했다.

피론주의자들은 절대적 진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해야만 마음의 평정을 얻을 수 있다고 보았다.

 

 

2. ~ 과 관련한 회의주의자들의 대응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 자신이 내세운 주장이 유일한 진리라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그 주장이 입증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보편적 진리를 찾아 제시함으로써 대응함.

② ㉡ : 꿈에서 들은 예언을 절대적 진리라 주장하는 사람에게 그 예언이 거짓이라는 예언을 꿈에서 들었다고 주장함으로써 대응함.

③ ㉢ : 사물의 본질에 대한 자신의 판단을 증명하는 기준을 제시하는 사람에게 그 증명의 기준을 다시 증명하도록 요구함으로써 대응함.

④ ㉣ : 신의 존재는 경전에 기록되어 있어 입증되며, 경전은 신의 말이므로 모두 진리라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신과 경전 중 어느 것이 먼저인지 결정하도록 요구함으로써 대응함.

⑤ ㉤ : 자신이 판단한 대상의 참된 본성을 절대적인 것으로 주장하는 사람에게 그 판단이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상대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 줌으로써 대응함.

 

 

3. 윗글의 , 가 의미하는 바를 <보기>의 내용과 관련지어 추론한 내용끼리 바르게 짝지은 것은?

<보기>----------------------------------------------------------------------------------------------------------------------------------------------------

회의주의 철학자 아이네시데모스는 모든 것은 다른 것과의 관계 속에서만 존재한다고 보았다. 그는 인간이 지각을 통해 경험하는 세상은 절대적 지식을 제공해 줄 수 없으며 철학적 지식은 절대적 진리로 확정될 수 없다고 보았다. 아이네시데모스의 논변 형식은 다음과 같은 논리적 구조를 갖는다. 물리적 실재 XA에게는 χ, B에게는 Xʹ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χXʹ중 어떤 것이 실재와 근접한 모습인지 알 수 없으며, 따라서 X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결정을 유보해야 하다.

----------------------------------------------------------------------------------------------------------------------------------------------------------


X의 실재를 알아내고자 고뇌하는 사람들 χXʹ 중 어느 것이 X와 가까운지 판단을 중지한 상태
X에 대해 판단을 중지한 회의주의 철학자들 χXʹ 중 어느 것이 X와 가까운지 판단할 수 없는 상태
자신의 발견을 참이라 믿는 철학자들 철학적 지식을 절대적 진리로 확정한 상태
지각을 통한 진리 인식 가능성 자체에 근원적 물음을 던지는 사람들 물리적 실재 X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
대상이 관계 속에서만 존재한다고 보는 사람들 지각을 절대적 지식을 제공할 수 없음을 인정하는 상태

 

 

4. 윗글을 참고할 때, ‘아르리파의 관점에서 <보기>의 생각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귀납적 논증의 경우, 결론은 일부 특수한 사례들의 축적에 의해 정당화된다. 그러나 결론은 절대적인 필연성을 지니지는 못한다. 사례들이란 무한하므로, 무한한 사례를 인간이 모두 조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연역적 논증 역시 마찬가지이다. 연역적 논증에 의해 결론의 참을 보장할 경우, 결론의 명제는 전제가 참인 경우 도출된다. 결국 결론은 전제를 통해 타당성을 얻는다. 그런데 연역적 논증에서 참으로 가정하고 있는 전제는 어떻게 참으로 설정될 수 있을까? 이는 사실상 결론을 포함한 명제들을 종합해서 귀납적 논증에 의해 확립된 것으로 볼 수 있다.

----------------------------------------------------------------------------------------------------------------------------------------------------------

귀납적 논증의 결론이 절대적인 필연성을 지니지 못하는 이유로 논증의 근거가 모두 증명되지는 않았음을 들 수 있다.

귀납적 논증에서 특수한 사례들의 축적은 지각 불가능한 사례들의 축적으로, 그 자체가 대상의 참된 본성임을 알 수 있다.

연역적 논증의 전제는 모든 사례를 통해 입증된 전제가 아니기 때문에 독단적인 전제 설정의 논변 형식에 빠질 수 있다.

연역적 논증은 증명되어야 할 것을 이미 전제 속에 포함시켜 놓고 그것을 도출하게 되는 순환의 논변 형식에 빠질 수 있다.

연역적 논증은 전제가 절대적인 필연성을 지니지 못하기 때문에 결론 역시 절대적인 필연성을 지닐 수 없어 상대성의 논변 형식으로 귀착될 수 있다.

 

 

5. 윗글을 바탕으로 <보기>에 들어갈 내용을 추론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

신앙주의는 신에 대한 신앙에 무조건 매달리기만 하는 입장을 가리키지 않는다. 신앙주의는 절대적 진리와 관련한 판단을 중지해야 한다는 회의주의적 입장에 어느 정도 의존하는 셈이다. 회의주의를 통해 우리가 ( )라는 인식의 한계를 자각하면, 결국 기존의 이성을 폐기하고 신앙으로 귀의하는 결론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근대 이성의 시대신앙의 시대가 병존하는 것은 회의주의와 신앙주의가 마치 동전의 양면 같다는 것을 인식할 때 비로소 이해될 수 있다.

----------------------------------------------------------------------------------------------------------------------------------------------------------

대상의 참된 본성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존재

신을 통해서만 절대적 진리를 판단할 수 있는 존재

정당한 학문적 의심을 지닐 만큼 이성적이지는 않은 존재

회의주의를 통해서만 절대적 진리와 지식을 찾을 수 있는 존재

신의 존재 외에는 어떠한 것도 증명할 수 없다는 한계를 지닌 존재

 

 

더보기

정답 1. 2. 3. 4. 5.

 

 

해제

이 글은 철하자 아그리파의 논변 형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그리파의 논변 형식들은 독단주의자들의 합리화 시도를 무너뜨릴 수 있는 학문적 의심이다. 그의 논변 형식은 철학적 의견이나 믿음들의 상이성의 논변 형식’, ‘독단적인 전제 설정의 논변 형식’, ‘무한 소급의 논변 형식’, ‘순환의 논변 형식’, ‘상대성의 논변 형식의 다섯 가지인데, 이러한 논변 형식들을 통해 아그리파는 철학적 지식을 정립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

 

2. 주제 아그리파의 논변 형식과 진리의 상대성

 

 

'2024학년도 수능 특강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 사회 계약론  (0) 2023.04.03
09 퍼스의 가추법  (0) 2023.04.03
07 르네상스 음악  (0) 2023.03.28
06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  (0) 2023.03.28
05 캠벨의 신화 이론  (0) 2023.03.2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