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 어둠 가운데 홀로 밝은 불 켜고 앉아 있으면 모두 빼앗기는 듯한 외로움

       한 포기 산꽃이라도 있으면 얼마나 한 위로이랴

 

       모두 빼앗기는 듯 눈덮개 고이 나리면 환한 온몸은 새파란 불 붙어 있는 인광(燐光)

      까만 귀또리 하나라도 있으면 얼마나 한 기쁨이랴

 

       파란 불에 몸을 사르면 싸늘한 이마 맑게 트이어 기어가는 신경의 간지러움

       기리는 별이라도 맘에 있다면 얼마나 한 즐거움이랴

 

인광 : 빛의 자극을 받아 빛을 내던 물질이, 그 자극이 멎은 뒤에도 계속하여 내는 빛.

                                                                                                                                                  -박용철, 싸늘한 이마

 

() 첩첩 산중에도 없는 마을이 여긴 있습니다. 잎 진 사잇길 저 모랫둑, 그 너머 강기슭에서도 보이진 않습니다. 허방다리 들어내면 보이는 마을.

 () 속 같은 마을. 꼴깍, 해가, 노루꼬리 해가 지면 집집마다 봉당에 불을 켜지요. 콩깍지, 콩깍지처럼 후미진 외딴집, 외딴집에도 불빛은 앉아 이슥토록 창문은 모과(木瓜)빛입니다.

기인 밤입니다. 외딴집 노인홀로 잠이 깨어 출출한 나머지 무를 깎기도 하고 고구마를 깎다, 문득 바람도 없는데 시나브로 풀려 풀려 내리는 짚단, 짚오라기의 설레임을 듣습니다. 귀를 모으고 듣지요. 후루룩 후루룩 처마깃에 나래 묻는 이름 모를 새, 새들의 온기를 생각합니다. 숨을 죽이고 생각하지요.

참 오래오래, 노인의 자리맡에 밭은 기침소리도 없을 양이면 벽 속에서 겨울 귀뚜라미는 울지요. 떼를 지어 웁니다, 벽이 무너지라고 웁니다.

어느덧 밖에는 눈발이라도 치는지, 펄펄 함박눈이라도 흩날리는지, 창호지 문살에 돋는 월훈(月暈)

                                                                                                                                                                       -박용래, 월훈

월훈 : 달 언저리에 둥그렇게 생기는 구름 같은 허연 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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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는 가정의 상황을 반복적으로 제시하여 주제 의식을 부각하고 있다.

()는 시선 이동에 따른 시상 전개로 공간과 인물의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와 달리 유사한 형식의 문장을 반복하여 운율감을 드러내고 있다.

()()와 달리 음성 상징어를 사용하여 인물이 처한 상황을 드러내고 있다.

()()는 모두 일부 시행을 명사로 마무리하여 표현하려는 정서를 부각하고 있다.

 

 

2. 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은 화자의 감정이 이입된 자연물이고, 은 노인이 욕망을 투영한 자연물이다.

② ㉠은 화자에게 삶의 충만감을 느끼게 하고, 은 노인에게 삶의 결핍감을 느끼게 한다.

③ ㉠은 화자에게 위안과 위로를 줄 수 있는 존재이고, 은 노인의 고독과 슬픔을 부각하는 존재이다.

④ ㉠은 화자에게 도래할 밝은 미래를 연상하게 하고, 은 노인에게 지나온 어두운 과거를 회상하게 한다.

⑤ ㉠은 화자의 이완된 심리를 긴장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은 노인의 긴장된 심리를 이완하는 역할을 한다.

 

 

3. <보기>를 참고하여 (), ()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외로움은 고립된 인간이 지닌 본원적 감정으로, 시에서 형상화되는 주된 정서 중 하나이다. ()에서는 화자가 암울한 상황에서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며 느끼는 극한의 외로움과 그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은 바람을 감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에서는 외부와 단절된 채 살아가는 노인의 모습을 관찰하여 알게 된 노인의 외로움과, 누군가에 대한 노인의 애절한 그리움을 감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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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큰 어둠 가운데 홀로앉아 눈덮개 고이 나리는 모습은 암울한 상황에서 자신의 내면을 응시하는 화자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군.

()에서 첩첩 산중에는 없는 마을’, ‘갱 속 같은 마을’, ‘후미진 외딴집이라는 공간적 배경은 노인이 겪는 외로움이 외부와의 단절과 관련되어 있음을 드러낸 것이군.

()에서 얼마나 한 위로이랴는 외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화자의 바람을, ()에서 숨을 죽이고 생각하지요는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인식한 노인의 절망을 나타낸 것이군.

()에서 새파란 불 붙어 있는 인광은 외로운 처지에 놓인 화자의 모습을 비유적 표현을 통해, ()에서 홀로 잠이 깨어무나 고구마를 깎는 것은 외로운 처지에 놓인 노인의 모습을 구체적 행위를 통해 표현한 것이군.

()에서 기어가는 신경의 간지러움은 외로움으로 예민해진 화자의 상태를, ()에서 짚단, 짚오라기의 설레임을 듣는 것은 외로움으로 밖의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노인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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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1.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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