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장풍(長風)에 돛을 달고, 육선(六船)이 함께 떠나

삼현(三絃)과 군악 소리 해산(海山)을 진동하니

물속의 어룡(魚龍)들이 응당히 놀라리라

해구(海口)를 얼른 나서 오륙도(五六島) 뒤 지우고

고국(故國)을 돌아보니, 야색(夜色)이 창망(滄茫)하여

아무것도 아니 뵈고, 연해(沿海) 각진포(各鎭浦)

불빛 두어 점이 구름 밖에 뵐 만하다

배 방에 누워 있어 내 신세를 생각하니

가뜩이 심란한데 대풍(大風)이 일어나서

태산(泰山) 같은 성난 물결 천지에 자욱하니

크나큰 만곡주(萬斛舟)가 나뭇잎 불리이듯

하늘에 올랐다가 지함(地陷)에 내려지니

열두 발 쌍돛대는 차아(叉椏)처럼 굽어 있고

쉰두 폭 초석(草席) 돛은 반달처럼 배불렀네

굵은 우레 잔 벼락은 등[] 아래서 진동하고

성난 고래 동()한 용()은 물속에서 희롱하니

방 속의 요강 타구(唾具) 자빠지고 엎어지며

상하좌우 배 방 널은 잎잎이 우는구나

이윽고 해 돋거늘 장관(壯觀)을 하여 보세

알어나 배 문 열고 문설주 잡고 서서

사면(四面)을 돌아보니 어와 장할시고

인생 천지간에 이런 구경 또 있을까

구만리 우주 속에 큰 물결뿐이로다

등 뒤쪽을 돌아보니 동래(東萊) 산이 눈썹 같고

동남(東南)을 바라보니 바다가 가이없어

위아래로 푸른빛이 하늘 밖에 닿아 있다

슬프다 우리 길이 어디로 가는 건가

함께 떠난 다섯 배는 간 데를 모르겠다

사면을 돌아보니 이따금 물결 속에

부채만 한 작은 돛이 들락날락하는구나

배 안을 돌아보니 저마다 수질(水疾)하야

똥물을 다 토하고 혼절하여 죽게 앓네

다행할사 종사상(從事相)은 태연히 앉았구나

배 방에 도로 들어 눈 감고 누웠더니

대마도(對馬島) 가깝다고 사공이 이르거늘

다시 일어 나와 보니 십 리는 남았구나

왜선 십여 척이 예선(曳船)차로 모두 왔네

 

(중략)

 

[A] 이십팔 일 발행할 때 수백 필 금안 준마(金鞍駿馬)

중하관을 다 태우니 기구도 장하구나

각방의 노자(奴子)호사가 참람(僭濫)하다

좌우에 쌍견마요 한 놈은 우산 받고

두 놈은 부축하고 담배 기구 한 놈은 들고

한 놈은 등불 들고 한 놈은 그릇 메어

한 사람이 거느린 수 여덟씩 들었구나

나하고 삼 문사(文士)는 가마 타고 먼저 가니

금안(金鞍) 지은 재고 큰 말 기() 든 말이 앞에 섰다

여염도 왕왕 있고 흔할 손 대밭이다

토지가 기름져서 전답이 매우 좋네

이십 리 실상사가 삼 사상 조복(朝服)할 때

나는 내리지 않고 왜성으로 바로 가니

인민이 부려(富麗)하기 대판만은 못하여도

서에서 동에 가기 삼십 리라 하는구나

관사(官舍)는 본룡사(本龍寺)요 오층 문루 위에

여남은 구리 기둥 운소에 닿았구나

수석도 기절(奇絶)하고, 죽수(竹樹)도 유취있네

왜황이 사는 곳이라 사치가 측량없다

산형이 웅장하고 수세도 환포하여

옥야천리 생겼으니 아깝고 애달플손

이리 좋은 천부금탕 왜놈의 기물되어

칭제 칭왕하고 전자 전손하니

개돼지 같 비린 유를 다 모두 소탕하고

사천 리 육십 주를 조선 땅 만들어서

왕화에 목욕(沐浴) 감겨 예의국 만들고자

                                                                                                                                         -김인겸, 일동장유가

 

참람(僭濫)하다 : 분수에 넘쳐 너무 지나치다

----------------------------------------------------------------------------------------------------------------------------------------------------------

1. 윗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어난 일을 순차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비유를 활용하여 대상과의 원근에 따른 거리감을 표현하고 있다.

여정의 경과에 따른 경관의 변화를 시각적 이미지로 나타내고 있다.

화자가 직접 겪은 사건 상황에 대해 실제보다 과장되게 표현하고 있다.

타인과 주고받은 대화를 직접 인용하여 경험에 사실성을 부여하고 있다.

 

2. ~ 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 : 출항할 때 있었던 환송식의 성대함을 자연물에 의탁하여 제시하고 있다.

② ㉡ : 태풍이 일어난 상황에서 배 안에서 혼란을 겪는 타인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③ ㉢ : 화자가 자신이 목격한 물속 생물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에 놀라움을 나타내고 있다.

④ ㉣ : 배 안에서 생사의 위기를 겪은 후 슬퍼하는 동료들에 대한 화자의 공감을 보여 주고 있다.

⑤ ㉤ : 화자가 시련을 무사히 견뎌 내고 살아남은 자신을 대견하게 여기며 자부심을 드러내고 있다.

 

3. <보기>를 참고하여 [A]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일동장유가는 작가가 통신사의 일원으로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일본의 풍물과 생활상을 노래한 작품이다. 이 과정에서 화자는 일본의 문화를 조선의 문화와 대비시키며 자국의 문화에 대해 성찰하는데, 지식인의 시선으로 타국의 문명을 바라보며 그 화려함과 사치스러움에 놀라움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감탄에 그칠 뿐이다. 화자는 근본적으로 문명국인 조선의 문인으로서 자국과 일본을 문화와 야만으로 나누고 있기에 일본의 풍족한 자연환경에는 부러운 마음을 내비치면서도 풍속의 미개함에 대해서는 비판한다. 이로써 조선이 문화적으로 우위에 서 있다는 문명인으로서 자긍심을 분명히 한 것이다.

----------------------------------------------------------------------------------------------------------------------------------------------------------

수백 필 금안 준마/ 중하관을 다 태우는 것과 노자들호사를 보고 보인 반응에서 일본 사람들의 사치스러움에 대해 놀라움을 드러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군.

여남은 구리 기둥 운소에 닿았구나라고 한 것과 수석도 기절하고, 죽수도 유취 있네라고 한 것에서 타국의 문명과 풍물을 바라보면서 감탄하고 있음을 알 수 있군.

왜황이 사는 곳이라 사치가 측량없다고 한 거소가 칭제 칭왕하고 전자 전손하니에서 일본의 미개한 문화와 대비하여 자국의 문화를 역사적인 관점에서 성찰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군.

산형이 웅장하고 수세도 환포하여생긴 옥야천리를 두고서 화자가 아깝고 애달파하는 것에서 일본이 가진 천혜의 환경에 대한 부러움 마음을 내비치고 있음을 알 수 있군.

일본을 두고 왜놈이라 하고, ‘개돼지 같다고 한 것과 예의국만들고자한 것에서 일본을 야만적으로 바라보며 조선이 문화적으로 우위에 서 있다는 문명인으로서 자긍심을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군.

 

 

더보기

정답 1. ⑤    2. ①    3.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