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학의 기능과 원리

(2) 문학의 내용과 형식

 

 작가는 자신의 의도에 따라 문학적 요소를 조화롭게 배열하여 작품을 창작하는데, 이 문학적 요소가 바로 '내용'과 '형식'입니다. 작가는 내용과 형식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냅니다. 

 

 <어부사시사>는 시조의 규범에 따라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자신의 흥취를 윤선도가 표현하였지만, 어부의 삶과 사계절의 실감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여음구를 넣고 40수에 이르는 연시조로 구성하여 형식을 변화시켰습니다. 이때 여음구는 어부가 계열 작품의 전통을 이은 것입니다. 이렇게 <어부사시사>의 내용과 형식은 분리된 것이 아니며,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였습니다. 

 

 이처럼 문학 작품에서 내용과 형식이 유기적으로 결합한다면, 각각의 작품에서 내용과 형식이 서로 어떻게 연관되는지 따져 보는 것은 의미 있는 작품 감상법이 될 수 있습니다. 작가가 자기 생각을 효과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적절한 언어 형식을 선택했는지, 문화적·관습적으로 형성된 갈래의 일반적인 규칙을 적절히 변형했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또한, 때에 따라서는 독특한 형식을 취하는 것 자체가 작가의 주제 의식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이 관점에서 <소설가 구보 씨의일일>이나 <청노로>를 감상하면 보다 풍부한 작품 해석이 가능해 집니다.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윤선도)

 

핵심 정리

 

 이 작품은 어부의 생활과 경치를 읊은 연시조로, 자연 속에서 소박하게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흥과 정취를 계절의 변화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경치 속에서 보여 주는 작품이다.

 

*갈래 : 연시조(춘하추동 각 10수씩 전 40)
*성격 : 풍류적, 전원적, 자연 친화적
*제재 : 자연에서의 어부 생활
*주제 : 자연 속에서 한가롭게 살아가는 어부 생활의 여유와 흥취
*특징
초장과 중장, 중장과 종장 사이에 고려 가요처럼 여음(후렴구)이 있음.
대구법, 반복법, 원근법, 의성어의 사용 등 다양한 표현법을 사용함.
*연대 : 조선 효종
*출전 : “고산유고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고려 때부터 전하여 온 어부사(漁父詞)’를 조선 중종 때 이현보가 9장으로 개작한 후 이를 다시 윤선도가 여음(후렴구)을 넣어 창작한 것으로, 연장체 형식의 연시조이다. 각 수에서 여음(후렴구)을 빼고 보면 각기 초장, 중장, 종장 형태의 36구 평시조 형식을 지니게 된다.
작가가 65세 때 전남 보길도에 은거하며 지은 이 작품은 계절마다 펼쳐지는 어촌의 아름다운 경치와 어부 생활의 흥취를 담아 한 계절당 10수씩 읊고 마지막에 어부사시사 여음이라고 하여 만흥漫興 ; ‘산중신곡(山中新曲)’ 중 여섯 수1수를 덧붙였다. 각 계절의 10수는 출항에서 귀항까지 어부의 하루 일과를 시간 순서로 읊은 것인데, 세속을 벗어나 자연과의 합일을 추구하는 삶의 경지를 격조 높고 아름답게 표현하였다.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잘 드러내었으며 대구법, 원근법, 시간의 추이에 따른 시상 전개의 조화 등 표현 기교도 뛰어나서 우리 시조 문학사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작품 연구실

 

어부사시사의 여음(餘音)

*초장과 중장 사이의 여음 - 출항에서 귀항까지의 과정
각 계절의 10수마다 출항에서 귀항까지의 과정을 정연하게 보여 주는 여음으로, 작품을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중장과 종장 사이의 여음(후렴구)지국총(至菊悤) 지국총(至菊悤) 어사와(於思臥)’어부사시사의 전편(全篇)에 걸쳐 일정하게 나타난다. 이는 노 젓는 소리와 노 저을 때 외치는 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 시상 전개에 사실감을 부여하고 강호에서 느끼는 흥취를 북돋으며 평시조의 단조로운 흐름에 변화를 준다.

 

고산 윤선도의 자연 친화적인 삶

 

 이 작품의 화자는 고기잡이를 생업으로 하는 어부(漁夫)’가 아니라 취미와 풍류로 한가하게 고기잡이를 하는 어부(漁父)’, 가어옹(假漁翁)’으로서 낭만적인 풍류객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조선 후기에 이르러 현실 정치의 혼탁함에서 벗어나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면서 여유로운 삶을 누리고자 했던 작가의 현실관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작가 소개 - 윤선도(尹善道, 1587 ~ 1671)

호는 고산(孤山). 당쟁의 와중에서 여러 차례 유배 생활을 하였다.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잘 드러내는 작품을 창작하였고 어부사시사등 많은 시조를 써, 조선 시대 3대 가인(三大歌人)의 한 사람으로 불린다.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윤선도) 함께 읽어보기

병산육곡’, 권구자연 속에서 소박하게 살아가는 감회를 노래한 작품

조선 후기의 학자 권구의 연시조로 총 6수로 되어 있다. 권구는 일찍이 과거에 뜻을 두지 않고 학문 연구와 후진 양성에 전념하였는데, 이 작품은 그가 은거하던 경상북도 안동의 병산(屛山)을 배경으로 하여 지어졌다. ‘백구로 벗을 삼아자연 속에서 안분지족하며 살아가는 모습과 세간 소식을 멀리하는 모습이 주를 이루며, ‘보리밥 파 생채등 소박한 음식을 즐기는 모습이 어부사시사의 화자와 유사하다. 그러나 두견이’, ‘외로운 봉황등에 비추어 현실적인 미련과 집착이 보이는 것은 어부사시사와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미래엔 수록 부분

 

춘사(春詞) 1

<원문>

압개(앞 포구에)예 안개 것고 뒫뫼회 비췬다.

떠라(배를 띄워라) 떠라

밤믈(썰물)은 거의 디고 낟믈(밀물)이 미러온다.

󰀥 어기여차외치는 소리의 의성어로 뱃노래의 여음

至菊悤(지국총) 至菊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 닿을 감을 때 찌그덕나는 소리의 의성어로 뱃노래의 여음

江村(강촌) 온갖 고지 먼 비치 더옥 됴타.

 

<해석>

앞 포구에 안개가 걷히고 뒷산에 해가 비친다.

배 띄워라. 배 띄워라. 배 띄워라.

썰물은 거의 빠지고 밀물이 밀려온다.

찌그덩 찌그덩 어여차!

강 마을의 온갖 꽃들이 먼 빛으로 바라보니 더욱 좋구나.

강 마을의 봄 풍경

 

 

하사(夏詞) 2

<원문>

년닙희 밥 싸두고(연잎으로 밥을 싸고) 반찬으란 장만 마라.

닫 드러라 닫 드러라(닻 올려라)

靑蒻笠(청약립-푸른 갈대로 만든 삿갓)은 써잇노라 綠蓑衣(녹사의-짚이나 풀 따위로 엮어 만든 재래식 비옷(도롱이)) 가져오냐.

至菊悤(지국총) 至菊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無心(무심)白鷗(백구)내 좃가 제 좃.

<해석>

연잎에 밥을 싸고 반찬은 준비하지 마라.

닻 올려라 닻 올려라.

삿갓은 이미 쓰고 있노라. 도롱이를 가져 오느냐

찌그덩 찌그덩 어여차!

무심한 갈매기는 내가 저를 좇아가는가, 제가 나를 좇아오는가.

배 위에서 흥취

 

 

추사(秋詞) 2

<원문>

水國(수국-물이 많은 강촌)히 드니 고기마다 져 읻다.

닫 드러라 닫 드러라

萬頃澄波(만경징파-한없이 넓은 바다나 호수의 푸른 물결)의 슬(실컷) 容與(용여-느긋한 마음으로 여유있게 놀자).

至菊悤(지국총) 至菊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人間(인간)을 도라보니 머도록 더옥 됴타.

 

<해석>

수국에 가을이 되니 고기마다 살쪄 있다.

닻 올려라 닻 올려라.

넓고 맑은 물에서 마음껏 놀아 보자.

찌그덩 찌그덩 어여차!

인간 세상을 돌아다보니 멀수록 더욱 좋구나.

속세를 떠난 즐거움

 

동사(冬詞) 4

 

<원문>

간밤의 눈갠 ()景物(경물-철을 따라 달라지는 자연의 경치)이 달랃고야.

이어라 이어라(노를 저어라)

 

압히萬頃琉璃(만경 유리-넓고 맑은 바다 ) 뒤희天疊玉山(천첩 옥산-겹겹이 둘어 있는 눈 덮인 산)

至菊悤(지국총) 至菊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仙界(선계-신선이 사는 곳)ㄴ가 佛界(불계)ㄴ가 人間(인간-서방 정토)이 아니로다.

<해석>

지난 밤 눈이 갠 후에 경치가 달라졌구나.

노를 저어라 노를 저어라

앞에는 맑은 바다, 뒤에는 겹겹이 둘러 있는 흰 산

찌그덩 찌그덩 어여차

선계인지 불계인지 속세는 아니로다.

눈 덮인 강촌의 아름다움

 

모의고사 점검하기 

[2016년 고3 10월 모의고사]

 

[43 ~ 4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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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자연을 소재로 한 시조 작품들은 조선 시대 사대부들에 의해 창작된 시조 문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사대부들은 이 들 시조를 통해 자연과 현실의 관계에 대한 인식을 드러내었 다. 이들에게 있어 자연은 질서와 조화를 이룬 아름다움의 공 간이자 완상의 대상이었다. 또한 자연은 영원불변한 우주 만물 의 보편타당한 이치이자 인간이 지향해야 할 대상으로서의 천 리(天理)가 구현된 관념적 공간이었다. 따라서 자연의 본성을 궁구하는 것은 이를 통해 자연에서 발견한 천리를 인간의 현 실에서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자연을 소재로 한 사대부 들의 시조는 이러한 노력을 형상화한 결과 할 수 있다.
      [A] 청산(靑山) 엇뎨야 만고(萬古)애 프르르며
           유수(流水) 엇뎨야 주야(晝夜)애 긋디 아니고
           우리도 그치디 마라 만고상청(萬古常靑)호리라 
                                                                                       -이황, 「 도산십이곡 」 <후 5> -
 위 시조에는 자연에 구현된 천리가 곧 인간이 추구해야 할 보편타당한 이치라고 보는 시각과 함께, 자연을 닮고자 하는 노력을 통해 현실에서도 천리를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인 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현실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이러한 긍 정적  인식은  자연을  소재로  한  16세기  사대부들의  시조에서 빈번히 드러나는데, 이는 무수한 좌절을 겪은 끝에 도덕적, 이념적 정당성을 내세워 현실 정치를 주도하게 되었던 당대 사대부들의 낙관적 전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17세기에 들어 사대부들은 당쟁과 외적의 침략으로 혼란스러워진 현실에서 성리학적 이념과 도덕의 영향력이 점점 약해지는 것을 지켜보게 되었다. 이 시기 사대부들의 시조 에서  자연은  여전히  천리가  구현되어  있으며  질서와  조화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간주되었지만, 현실은 이와는 거리가 먼 혼 탁함과 부조리의 공간으로 여겨졌다. 이들 시조에서 화자는 자연의 아름다운 풍광에 몰입하고 그 흥취를 즐긴다. 그러는 가 운데 이와는 동떨어진 현실에 대한 거리감과 안타까움을 표현 하기도 한다. 윤선도의 「 어부사시사 」에서도 이러한 양상을 확 인할 수 있다. 

 

(나)
압개예 안 것고 뒫뫼희  비췬다   떠라 떠라
밤믈은 거의 디고 낟믈이 미러 온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강촌(江村) 온갓 고지 먼 빗치 더옥 됴타          <춘 1> 

 

우 거시 벅구기가 프른 거시 버들숩가
  이어라 이어라
어촌 두어 집이  속의 나락 들락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말가 기픈 소희 온갇 고기 뛰노다             <춘 4> 

 

 

긴 날이 져므 줄 흥(興)에 미쳐 모도다
  돋디여라 돋디여라
대 두드리고 수조가(水調歌) 블러 보쟈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애내성 중에 만고심(萬古心)*을 긔 뉘 알고        <하 6> 수국(水國)에 히 드니 고기마다 져 읻다
  닫드러라 닫드러라
만경 징파(萬頃澄波)에 슬지 용여쟈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인간(人間)을 도라보니 머도록 더욱 됴타          <추 2>
                                                                                                    – 윤선도, 「 어부사시사 」 -
* 애내성 중에 만고심 : 주자의 ‘무이구곡가’ 중 한 구절을 인용한 것으 로, ‘사공의 뱃노래에 드러난 세상 만고의 근심’을 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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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가)에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17세기  사대부들의  시조에서  나타나는  현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이들이 당시 경험한 현실의 혼란이 반영된 것이다. 
② 이전 시기의 시조와 달리 17세기 사대부들의 시조에서는 천 리와 자연이 상호 대립적인 것으로 인식되었다. 
③ 현실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16세기 사대부들의 낙관적 전망 은 이들에 의해 창작된 시조의 내용에 영향을 주었다. 
④ 16세기와 17세기 사대부들의 시조에는 자연을 관념적 공간 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나타나 있다. 
⑤ 조선 시대 사대부들은 시조를 통해 자연과 현실의 관계에 대 한 인식을 드러내었다. 

 

44. (가)의 맥락에서 [A]에 대해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청산’, ‘유수’는 모두 인간이 지향해야 할 대상으로서의 천리 를 연상시키는 소재라 할 수 있다. 
② ‘만고에 프르르며’, ‘주야애 긋디 아니고’는 ‘청산’과 ‘유수’ 를 통해 드러난 보편타당한 이치의 속성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③ 초, 중장은 인간의 현실에서 천리를 구현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어려움에 대한 한탄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④ 종장에서 ‘청산’과 ‘유수’의 속성을 ‘우리’와 관련된 것으로 재 진술한 것은, 자연에 구현된 천리를 인간이 추구해야 할 이 치로 보는 시각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⑤ 종장은 자연을 닮고자 하는 노력을 통해 현실 속에서 천리를 구현하고자 하는 태도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45. (가)를 바탕으로 하여 (나)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① <춘 1>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교차하는 ‘안’와 ‘’, ‘밤 믈’과 ‘낟믈’은 자연의 질서와 조화를 드러내는 것으로 볼 수 있군. 
② <춘 4>에서 ‘어촌 두어 집’은 ‘벅구기’와 ‘버들숩’이 어우러 진 가운데 ‘온갇 고기 뛰노’는 자연의 모습과 대조를 이루면 서 현실의 혼탁함을 드러내는 것으로 볼 수 있군. 
③ <하  6>에서  ‘만고심’이란  어부  생활의  풍류를  즐기면서도 한편으로는 현실을 떠올리고 안타까워하는 화자의 내면을 가 리키는 것으로 볼 수 있군.  
④ <추 2>에서 ‘만경 징파에 슬지 용여쟈’는 화자의 말은  자연에 몰입하여 흥취를 즐기고자 하는 태도를 드러낸 것으 로 볼 수 있군. 
⑤ <추  2>에서  ‘머도록  더욱  됴타’는  것은  ‘인간’으로  제시된 현실의  부조리함에  대한  화자의  거리감을  반영한  표현으로 볼 수 있군.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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