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정리

 

1. 갈래 : 단편 소설, 본격 소설

2. 성격 : 사실적 현실 고발적

3. 배경 : 시간 1964년 어느 겨울밤

공간 서울 거리

4.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5. 문체 : 인상주의적(상투어를 쓰지 않고 참신하고 인상적인 언어의 사용), 상징적, 홑문장과 겹문장의 교차(홑문장과 겹문장의 교차는 이 소설의 비판적 어조에 기여함)

6. 주제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여 느끼는 삶의 공동성과 파편적 개인성

뚜렷한 가치관을 갖지 못한 사람들의 심리적 방황과 인간적 연대감의 상실

 

감상의 길잡이

 

이 작품은 1965년 발표되어 동인 문학상을 수상한 단편 소설로 현실에서 소외되고 목표를 잃은 세 사람이 우연히 만나서 무심히 헤어지는 일상을 그리고 있다.

''''이라는 25세 동갑내기의 우연한 만남으로 이 소설은 시작된다. 그들은 선술집에서 우연히 만나 대화를 나누는데, 결코 자신의 진심에 대하여 말하지 않는다. 심각하고 진지한 것에 대하여 말하고자 하나 가치 지향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다. 현실과 내적 연관을 갖지 못한 주관적이고 자의식적인 사소한 대화만 있을 뿐, 두 사내는 철저한 개인주의로 무장되어 있다.

 

이 두 사람에 비해서 삼십대의 외판원 사내는 자신의 모든 것을 얘기하면서 자신의 고뇌와 비애를 공유(共有)할 것을 간청한다. 이를테면, 고통의 분배를 통한 인간적 연대 의식을 상대방에게 솔직히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만의 세계에 틀어박힌 ''''에게 그 사내는 부담스러운 존재일 뿐이다. 둘은 외판원 사내의 동행 요청에 마지못해 응하고 있고 내심으로 빨리 떠나고 싶어한다. 이러한 기미를 사내가 눈치챘음일까, 화재가 난 곳을 찾아가 아내의 시체를 판 돈을 버리는 행위는, 허위적이고 비인간적인 삶에 대한 분노요, 절망의 표현일 것이다.

이 작품은 사회적 연대감이나 공동체성을 완전히 상실한 비극적이고 외로운 현대인의 초상(肖像)이 잘 나타나 있다. 이들의 대화와 행동을 통해 우리는 당대의 도시적 삶의 황폐성과 파편성(破片性), 그리고 왜곡된 개인주의의 심화된 양상을 읽을 수 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대학원생 안씨와 서적 외판원 아저씨는 60년대 도시에서 소외당한 현대인의 고독과 인간관계의 단절상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인물들이다.

 

7. 작품의 줄거리

 

구청 병사계에서 근무하는 ''는 선술집에서 대학원생인 ''과 만나 대화를 나눈다. 새까맣게 구운 참새를 입에 넣고 씹으면서 날개를 연상했던지, 날지 못하고 잡혀서 죽는 '파리'에 자신들을 비유한다. ''는 이미 삶의 현실에서 좌절을 맛본 후였기 때문에 감각이 다소 둔해진 상태이다. 부잣집 아들인 '' 역시 밤거리에 나온 이유는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그저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미소를 짓는 예쁜 여자가 아니면 명멸하는 네온 사인들에 도취해 보기 위해서이다.

 

자리를 옮기려고 일어섰을 때, 기운 없어 보이는 삼십대 사내가 동행을 간청한다. 중국집에 들어가 음식을 사면서, 자신은 서적 외판원이며 행복한 결혼 생활을 했으나 오늘 아내가 죽었다는 것, 그리고 그 시체를 병원에 팔았지만 아무래도 그 돈을 오늘 안으로 다 써 버려야 하겠는데 같이 있어 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셋은 음식점을 나온다.

그때 소방차가 지나간다. 우리는 택시를 타고 그 뒤를 따라 불구경을 나선다. 사내는 불길을 보더니 불 속에서 아내가 타고 있는 듯한 환상에 사로잡힌다. 갑자기 아내라고 소리치며 쓰다 남은 돈을 손수건에 싸서 불 속에 던져 버린다. ''''은 돌아가려 했지만 사내는 혼자 있기가 무섭다고 애걸한다.

 

우리는 여관에 들기로 한다. 사내는 같은 방에 들자고 했지만 ''의 주장으로 각기 다른 방에 투숙한다. 다음 날 아침 사내는 죽을 것이라 짐작했지만 도리가 없었노라고, 그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를 혼자 두는 것이라 생각했었다고 말한다. 우리는 스물다섯 살짜리지만 이제 너무 많이 늙었음에 동의하면서 헤어진다. ''''과 헤어져 버스에 오른다. 무엇인지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차창 밖으로 보인다.

 

8. 구성

 

발단 : ''''이라는 대학원생이 포장 마차에서 만나 무의미한 대화를 즐김.

전개 : 낯선 사내가 말을 걸어오며 자신의 불행을 말하고 동행해도 좋으냐고 간청함.

위기 : 화재가 난 곳에서 사내는 아내의 시체를 판 돈을 불 속에 던지고는 불안에 빠 짐.

절정 : 여관에 도착한 셋은 각각 다른 방에 투숙함.

결말 : 다음날 아침, 사내의 자살 밝혀짐. ''''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그곳에서 헤 어짐.

 

9. 등장 인물의 성격

 

* -육사(陸士) 시험에 실패하고 구청 병사계에서 근무하는 스물다섯 살난 시골 출신 사 내. 소외감과 고독감을 느끼며 살아간다.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현대 젊은이의 표상. 아저씨와 ''의 중간적 존재. 확실한 주관이 없는 인물.

* - ''와 동갑내기로 25세의 서울 부유한 집의 장남이며 대학원생. 삶을 냉소하면서 도 자기 구원을 시도하는 인물이다. 염세주의적이고 개인주의자.

* 아저씨(외판원) - 서른 대여섯 살의 가난한 사내. 마누라 시체를 병원에 판 죄책감에 빠져 괴로워하다가 여관방에서 자살한다. 도시인의 소외와 고독을 대표하는 인물.

 
 
미래엔 수록 부분
 

 

앞부분 줄거리
 1964년 겨울밤의 어느 선술집. '나'는 대학원생인 '안'을 우연히 선술집에서 만난다. 의미 없는 대화를 주고 받던 두 사람은 자리를 옮기던 중에 자신도 함께 갈 수 없겠냐고 묻는 '사내'와 함께 중국요릿집에 간다. 사내는 장례 비용이 없어 죽은 아내의 시신을 병원에 팔고 괴로워한다. 중국요릿집에서 나온 세 사람은 밤거리를 배회하다가 화재 난 곳을 찾아간다. 불길 속에서 죽은 아내의 환영을 본 사내는 남은 돈을 모두 볼 속에 던져 버린다.

 

 사내는 계속해서 울고 있었다. 사내는 가끔 여보라고 중얼거리며 오랫동안 울고 있었다. 우리는 여전히 열 발짝쯤 떨어진 곳에서 그가 울음을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 후에 그가 우리 앞으로 비틀비틀 걸어왔다. 우리는 모두 고개를 숙이고 어두운 골목길을 걸어서 거리로 나왔다. 적막한 거리에는 찬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었다.

몹시 춥군요.”라고 사내는 우리를 염려한다는 음성으로 말했다.

추운데요. 빨리 여관으로 갑시다.” 안이 말했다.

방을 한 사람씩 따로 잡을까요?” 여관에 들어갔을 때 안이 우리에게 말했다.

그게 좋겠지요?”

모두 한방에 드는 게 좋겠어요.”라고 나는 아저씨를 생각해서 말했다.

아저씨는 그저 우리 처분만 바란다는 듯한 태도로, 또는 지금 자기가 서 있는 곳이 어딘지도 모른다는 태도로 멍하니 서 있었다. 여관에 들어서자 우리는 모든 프로가 끝나 버린 극장에서 나오는 때처럼 어찌할 바를 모르고 거북스럽기만 했다. 여관에 비한다면 거리가 우리에게 더 좋았던 셈이었다. 벽으로 나누어진 방들, 그것이 우리가 들어가야 할 곳이었다.

모두 같은 방에 들기고 하는 것이 어떻겠어요?” 내가 다시 말했다.

난 아주 피곤합니다..” 안이 말했다. “방은 각각 하나씩 차지하고 자기로 하지요.”

혼자 있기가 싫습니다.”라고 아저씨가 중얼거렸다.

혼자 주무시는 게 편하실 거예요.” 안이 말했다.

우리는 복도에서 헤어져 사환이 지적해 준, 나란히 붙은 방 세 개에 각각 한 사람씩 들어갔다.

화투라도 사다가 놉시다.” 헤어지기 전에 내가 말했지만,

난 아주 피곤합니다. 하시고 싶으면 두 분이나 하세요.”하고 안은 말하고 나서 자기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도 피곤해 죽겠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라고 나는 아저씨에게 말하고 나서 내 방으로 들어갔다. 숙박계엔 거짓 이름, 거짓 주소, 거짓 나이, 거짓 직업을 쓰고 나서 사환이 가져다 놓은 자리끼를 마시고 나는 이불을 뒤집어 썼다. 나는 꿈도 안 꾸고 잘 잤다

다음날 아침 일찍 안이 나를 깨웠다.

그 양반 역시 죽어 버렸습니다.” 안이 내 귀에 입을 대고 그렇게 속사였다.

?” 나는 잠이 깨끗이 깨어 버렸다.

방금 그 방에 들어가 보았는데 역시 죽어 버렸습니다.”

역시 ……나는 말했다.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까?”

아직까진 아무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우선 빨리 도망해 버리는 게 시끄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실이지요?”

물론 그렇겠죠.”

나는 급하게 옷을 주워 입었다. 개미 한 마리가 방바닥을 내 발이 있는 쪽으로 기어오고 있었다. 그 개미가 내 발을 붙잡으려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나는 얼른 자리를 옮겨 디디었다.

밖의 이른 아침에는 싸락눈이 내리고 있었다. 우리는 할 수 있는 한 빠른 걸음으로 여관에서 멀어져 갔다.

난 그가 죽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안이 말했다.

난 짐작도 못했습니다.”라고 나는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난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코트의 깃을 세우며 말했다. “그렇지만 어떻게 합니까?”

그렇지요. 할 수 없지요. 난 짐작도 못 했는데…….” 내가 말했다.

짐작했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어요?” 그가 내게 물었다.

씨팔것, 어떻게 합니까? 그 양반 우리더러 어떡하라는 건지…….”

그러게 말입니다. 혼자 놓아두면 죽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그게 내가 생각해 본 최선의, 그리고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난 그 양반이 죽으리라는 짐작도 못 했으니까요. 씨팔것, 약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녔던 모양이군요.”

안은 눈을 맞고 있는 어느 앙상한 가로수 밑에서 멈췄다. 나도 그를 따라가서 멈췄다. 그가 이상하다는 얼굴로 나에게 물었다.

김 형, 우리는 분명히 스물다섯 살짜리죠?”

난 분명히 그렇습니다.”

나도 그건 분명합니다.” 그는 고개를 한번 기웃했다.

두려워집니다.”

뭐가요?” 내가 물었다.

그 뭔가가, 그러니까…….” 그가 한숨 같은 음성으로 말했다. “우리가 너무 늙어 버린 것 같지 않습니까?”

우린 이제 겨우 스물다섯 살입니다.” 나는 말했다.

하여튼……하고 그가 내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 여기서 헤어집시다. 재미 많이 보세요.” 하고 나도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우리는 헤어졌다. 나는 마침 버스가 막 도착한 길 건너편의 버스 정류장으로 달려갔다. 버스에 올라서 창으로 내어다 보니 안은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내리는 눈을 맞으며 무언가 곰곰이 생각하고 서 있었다.

 
 

문제로 점검하기 [2014년 EBS수능완성 A형][실전 모의고사 4회]

 

 

(40~4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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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각기 계산하기 위해서 호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그때 한 사내가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다우리 곁에서 술잔을 받아 놓고 연탄불에 손을 쬐고 있던 사내였는데술을 마시기 위해서 거기에 들어온 것이 아니라 불이 쬐고 싶어서 잠깐 들렀다는 꼴을 하고 있었다제법 깨끗한 코트를 입고 있었고 머리엔 기름도 얌전하게 발라서 카바이드등의 불꽃이 너풀댈 때마다 머리칼의 하이라이트가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어디선지는 분명하지는 않았지만 가난뱅이 냄새가 나는 서른대여섯 살짜리 사내였다아마 빈약하게 생긴 턱 때문이었을까아니면 유난히 새빨간 눈시울 때문이었을까그 사내가 나나 안 중의 어느 누구에게라고 할 것 없이 그냥 우리 쪽을 향하여 말을 걸어온 것이다.

“미안하지만 제가 함께 가도 괜찮을까요? 제게 돈은 얼마든지 있습니다만 ….”이라고 그 사내는 힘없는 음성으로 말했다.

그 힘없는 음성으로 봐서는 꼭 끼워 달라는 건 아니라는 것 같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와 함께 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는 것 같기도 했다. 나와 안은 잠깐 얼굴을 마주 보고 나서

“아저씨 술값만 있다면 ….”이라고 내가 말했다.

“함께 가시죠.”라고 안도 내 말을 이었다.

고맙습니다.” 하고 그 사내는 여전히 힘없는 음성으로 말하면서 우리를 따라왔다.

안은 일이 좀 이상하게 되었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고, 나 역시 유쾌한 예감이 들지는 않았다. 술좌석에서 알게 된 사람끼리는 의외로 재미있게 놀게 되는 것을 몇 번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지만, 대개의 경우, 이렇게 힘없는 목소리로 끼어드는 양반은 없었다. 즐거움이 넘치고 넘친다는 얼굴로 요란스럽게 끼어들어야만 일이 되는 것이었다. 우리는 갑자기 목적지를 잊은 사람들처럼 사방을 두리번거리면서 느릿느릿 걸어갔다. 전봇대에 붙은 약 광고판 속에서는 예쁜 여자가 ‘춥지만 할 수 있느냐’는 듯한 쓸쓸한 미소를 띠고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어떤 빌딩의 옥상에서는 소주 광고의 네온사인이 열심히 명멸하고 있었고, 소주 광고 곁에서는 약 광고의 네온사인이 하마터면 잊어버릴 뻔했다는 듯이 황급히 꺼졌다간 다시 켜져서 오랫동안 빛나고 있었고, 이젠 완전히 얼어붙은 길 위에는 거지가 돌덩이처럼 여기저기 엎드려 있었고, 그 돌덩이 앞을 사람들은 힘껏 웅크리고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중략)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요.” 마음씨 좋은 아저씨가 말하기 시작했다. “들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오늘 낮에 제 아내가 죽었습니다.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하고 있었는데 ….”

그는 이젠 슬프지도 않다는 얼굴로 우리를 빤히 쳐다보며 말하고 있었다. “네에에.” “그거 안되셨군요.”라고 안과 나는 각각 조의를 표했다. “아내와 나는 참 재미있게 살았습니다. 아내가 어린애를 낳지 못하기 때문에 시간은 몽땅 우리 두 사람의 것이었습니다. 돈은 넉넉하지 못했습니다만 그래도 돈이 생기면 우리는 어디든지 같이 다니면서 재미있게 지냈습니다. 딸기철엔 수원에도 가고, 포도철엔 안양에도 가고, 여름이면 대천에도 가고, 가을엔 경주에도가 보고, 밤엔 함께 영화 구경, 쇼 구경하러 열심히 극장에 쫓아다니기도 했습니다 ….”

“무슨 병환이셨던가요?” 하고 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급성 뇌막염이라고 의사가 그랬습니다. 아내는 옛날에 급성 맹장염 수술을 받은 적도 있고, 급성 폐렴을 앓은 적도 있다고 했습니다만 모두 괜찮았었는데 이번의 급성엔 결국 죽고 말았습니다 … 죽고 말았습니다.”

사내는 고개를 떨구고 한참 동안 무언지 입을 우물거리고 있었다. 안이 손가락으로 내 무릎을 찌르며 우리는 꺼지는 게 어떻겠느냐는 눈짓을 보냈다. 나 역시 동감이었지만 그때 사내가 다시 고개를 들고 말을 계속했기 때문에 우리는 눌러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A][“아내와는 재작년에 결혼했습니다. 우연히 알게 됐습니다. 친정이 대구 근처에 있다는 얘기만 했지 한 번도 친정과는 내왕이 없었습니다. 난 처갓집이 어딘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할 수 없었어요.”]

그는 다시 고개를 떨구고 입을 우물거렸다.

“뭘 할 수 없었다는 말입니까?” 내가 물었다.

그는 내 말을 못 들은 것 같았다. 그러나 한참 후에 다시 고개를 들고 마치 애원하는 듯한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아내의 시체를 병원에 팔았습니다. 할 수 없었습니다.

난 서적 월부 판매 외교원에 지나지 않습니다할 수 없었습니다. 돈 사천 원을 주더군요. 난 두 분을 만나기 얼마 전까지도 세브란스병원 울타리 곁에 서 있었습니다. 아내가 누워 있을 시체실이 있는 건물을 알아보려고 했습니다만 어딘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냥 울타리 곁에 앉아서 병원의 큰 굴뚝에서 나오는 희끄무레한 연기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어떻게 될까요? 학생들이 해부 실습하느라고 톱으로 머리를 가르고 칼로 배를 찢고 한다는데 정말 그러겠지요?”

우리는 입을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사환이 다꾸앙과 파가 담긴 접시를 갖다 놓고 나갔다.

“기분 나쁜 얘길 해서 미안합니다. 다만 누구에게라도 얘기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습니다. 한 가지만 의논해 보고 싶은데, 이 돈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저는 오늘 저녁에 다 써 버리고 싶은데요.”

“쓰십시오.” 안이 얼른 대답했다.

이 돈이 다 없어질 때까지 함께 있어 주시겠어요?” 사내가 말했다. 우리는 얼른 대답하지 못했다. “함께 있어 주십시오.” 사내가 말했다. 우리는 승낙했다.

“멋있게 한번 써 봅시다.”라고 사내는 우리와 만난 후 처음으로 웃으면서 그러나 여전히 힘없는 음성으로 말했다.

­                                                                                                                                       - 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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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윗글의 서술상 특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빈번한 장면 전환을 통해 사건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② 대화를 통해 인물이 살아온 내력을 요약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③ 방언과 토속적 어휘를 사용하여 인물을 생동감 있게 그려 내고 있다.

④ 상반된 가치관을 지닌 인물들을 등장시켜 인물 간의 갈등을 심화하고 있다.

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한 과장된 묘사를 통해 비극적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있다.

 

41. ‘사내와 관련하여 ~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감각적 심상을 통해 사내의 외양을 제시하고 있다.

② ㉡: 진술되는 말과 상반된 분위기의 음성을 통해 사내의 위선적 면모를 표출하고 있다.

③ ㉢: 동일한 행동을 반복하는 사내의 모습을 통해 사내의 복잡한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④ ㉣: 자신의 결정에 대한 사내의 자조적(自嘲的) 변명이 나타나 있다.

⑤ ㉤: ‘우리’와의 동행을 요청하는 사내의 모습을 통해 사내의 외로움과 불안한 심리가 제시되고 있다.

 

42. 보기를 바탕으로 위 작품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

(보기)

우리 사회의 1960년대는 산업적 발전을 이루었지만 경제적으로 힘든 계층이 존재하는 한편 인간성 상실개인주의의 만연 등의 병폐가 조금씩 표면으로 드러난 시대였다이 작품은 자본주의 사회의 우울한 풍경 속에서 진실한 관계를 맺지 못한 채 피상적인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감각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① 사내가 자신의 아내와 수원, 안양, 대천, 경주 등을 여행한 것은 자신의 경제적 무능을 아내에게 숨기기 위한 진실하지 못한 행동이라 할 수 있어.

② 자신의 아내가 죽자 그 시신을 병원에 파는 사내의 선택에는 ‘서적 월부 판매 외교원’으로 생활하는 경제적 빈곤함이 영향을 미쳤음을 확인할 수 있어.

③ 아내의 죽음에 대해 말하는 사내를 두고 가려 하는 ‘안’과 ‘나’의 모습에서 인간성 상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

④ 전봇대에 붙은 약 광고판, 소주 광고의 네온사인과 길 위의 거지를 나란히 병치시켜 자본주의 사회의 우울한 풍경을 그려 내고 있어.

⑤ ‘즐거움이 넘치고 넘친다는 얼굴로 요란스럽게 끼어들어야만 일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나’의 모습에서 ‘나’가 즐거움을 좇으며 피상적인 관계를 맺으려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어.

 

43. [A]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심정과 가장 어울리는 한자 성어는?

① 감탄고토(甘呑苦吐) ② 맥수지탄(麥秀之嘆)

③ 수구초심(首丘初心) ④ 자포자기(自暴自棄)

⑤ 절차탁마(切磋琢磨)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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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2 

41.2

42. 1

4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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