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 언어는 언뜻 보면 상당히 다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의사소통이 안 될 정도로 심각한 차이가 있는 건 아니에요. 맞춤법이 조금 다르고 어휘 차이가 있는 정도입니다. 그러나 그 차이가 아주 커지면 어떻게 될까요? 무엇보다도 의사소통이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게 될 것이고, 경우에 따라 오해와 불신이 생기게도 될 것입니다. 같은 민족이라는 생각이 옅어질 수도 있어요. 언어의 차이가 남과 북이 교류하고 화합하여 통일을 이루어 나가는 데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남북은 서로 말의 차이를 이해하고 조정하여 남북한 언어의 동질성을 회복해야 해요. 이제 저와 함께 남북한 언어의 차이를 살펴보고, 그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기로 해요.

 

 지금 남한에서는 '한글 맞춤법(1988)'을 따르고 있고, 북한에서는 '조선말 규범집(2010)'을 따르고 있어요. 이 둘은 1933년 조선어 학회가 제정한 '한글 맞춤법 통일안(1933)'을 뿌리로 하고 있지만 분단 이후 서로 교류 없이 각자 맞춤법을 수정해 왔기 때문에 차이가 생기게 되었지요.

 다음 두 문장을 비교해 보세요.

 남한  나룻배를 이용하여 강을 건널 것이다.
 북한  나루배를 리용하여 강을 건널것이다. 

 어떤 점이 다른지 살펴볼까요? 남한에서는 사이시옷을 써서 '나룻배'로 표기하는데, 북한에서는 사이시옷을 쓰지 않고 '나루배'로 써요. 또 남한에서는 두음 법칙을 인정해 '이용'이라고 쓰지만, 북한에서는 두음 법칙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리용'이라고 표기해요. 마지막으로 띄어쓰기가 달라요. 남북한 모두 '단어 단위'로 띄어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북한은 붙여 쓰는 경우를 남한보다 넓게 잡아 규정하고 있어요. 그래서 위의 '건널것이다'처럼 의존 명사를 붙여 써요. 

 

 남한에서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을 표준어로 정해서 쓰고 있는데, 북한에서는 평양말을 표준으로 한 '문화어'를 쓰고 있어요. 분단 초기에는 북한에서도 서울말을 표준어로 인정하다가, 1966년에 문화어를 제정해서 보급했는데 이 때문에 남한의 표준어와는 차이가 생기게 된 것이지요.

 남한을 기준으로 볼 때, 남한과 다른 북한의 어휘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어요. 첫 번째 유형은 북한의 방언을 문화어로 삼은 어휘예요. 북한에서 문화어를 정할 때 평안 방언이나 함경 방언을 적지 않게 문화어로 인정했어요. 그래서 남한에서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거나 쓰지 않는 어휘가 문화어에 많이 포함되어 있답니다. 예를 들어 문화어의 '게사니', '가마치', '망돌'은 표준어의 '거위', '누룽지', '맷돌'에 해당하는 말로, 원래 방언이던 것이 문화어가 된 것이에요.

 

 두 번째 유형은 북한에서 남한과 다른 뜻으로 쓰는 어휘예요. 이런 어휘들은 이념과 제도가 영향을 미쳐 의미가 달라진 경우가 많아요. 아래 뜻풀이를 함께 볼까요?

남한   동무 : 늘 친하게 어울리는 사람.
북한   동무 : 로동계급의 혁명위업을 이룩하기 위하여 혁명대오에서 함께 싸우는 사람을 친하게 이르는 말

 어때요? '동무'의 뜻풀이가 사뭇 다르지요? 북한 사전에도 '늘 친하게 어울려 노는 사람.'이라는 뜻풀이가 있지만, 가장 흔하게 쓰이는 의미를 비교하면 남한과는 전혀 달라요. 

 예를 더 들어 볼게요. '세포'의 경우, 남한에서는 생물학 용어로 쓰는데 북한에서는 어떤 집단에서 바탕을 이루는 단위가 되는 조직을 뜻해요. '바쁘다'의 경우 북한에서는 '힘에 부치거나 참기가 어렵다, 매우 딱하다'의 뜻으로 자주 쓰여요. 그래서 '공부하기가 바쁘다'라는 말은 '공부하기가 힘들다.'라는 뜻이고, '보기 바쁘다'라는 말은 '보는 것이 딱하다.'라는 뜻이요. 

 

 세 번째는 북한에서 분단 이후에 새로 만들어 쓰고 있는 어휘예요. 이런 어휘에는 다듬은 말이나 새로 만든 말이 있어요. 북한에서는 196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말다듬기 운동을 전개하여 '소리판(←음반)', '끌차(←견인차)', '밥상칼(←나이프)', '손기척(←노크)' 등과 같이 한자어나 외래어를 순우리말로 다듬었어요. 그리고 사회주의 이념이나 북한 특유의 사상과 제도를 반영하여 '로동영웅', '밥공장', '인민배우'같은 말을 새로 만들었지요.

 

 그동안 남북한 언어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여러 방면에서 이루어져 왔어요. 남한의 국립국어원과 북한의 조선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 사이의 학술 교류가 있었고, 남북 공동으로 <겨레말큰사전> 편찬 활동도 하고 있어요. 이제는 그동안의 교류와 연구 성과를 활용해 극복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첫째, 두음 법칙, 사이시옷, 띄어쓰기 등 남북의 서로 다는 맞춤법을 통일하는 것이에요. 둘째, 형태와 의미에서 차이 나는 어휘는 협의를 통해 통합하는 일이에요. 예를 들어 남한의 어휘로 단일화하거나, 북한의 어휘로 단일화하거나 또는 남북한의 어휘를 둘 다 인정하거나 할 수 있어요. 

 이렇게 협의하여 맞춤법과 어휘를 정하였으면 그 맞춤법을 따르고 그 어휘를 쓸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남한과 북한 모두 학교에서 교육하고 언론을 통해 널리 보급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겠지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남북한 언어의 차이를 극복해야 하는 필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꾸준히 관심을 가지는 것이에요. 그래야 통일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비할 수 있을 거예요. 

                                                                                                  - <남북 언어의 어휘 단일화>

 

 

 

 

 

출처 : 천재교육, 중학교 국어 3-1, 박영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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