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프란츠 카프카 지음, 홍성광 옮김

 

<미래엔 수록 부분>

 

어느 날 아침 뒤숭숭한 꿈에서 깨어난 그레고르 잠자는 자신이 침대에서 흉측한 모습의 한 마리 갑충으로 변한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철갑처럼 딱딱한 등을 대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머리를 약간 들어 보니 아치형의 각질 부분들로 나누어진, 불룩하게 솟은 갈색의 배가 보였다. 금방이라도 주르르 흘러내릴 것 같은 이불은 배의 높은 부위에 가까스로 걸쳐 있었다. 몸뚱이에 비해 애처로울 정도로 가느다란 수많은 다리들은 그의 눈앞에서 어른거리며 하릴없이 버둥거리고 있었다.

나에게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그는 생각했다. 이게 꿈은 아니었다. 좀 작기는 해도 사람이 살기에 손색이 없는 그의 방은 낯익은 사면의 벽에 조용히 둘러싸여 있었다. 풀어 헤쳐 놓은 옷감 견본 모음집이 펼쳐져 있는 탁자 위에는 잠자는 출장 영업 사원이었다 그가 얼마 전에 그림이 많이 들어 있는 잡지에서 오려 내 아기자기한 금박 액자에 끼워 넣은 그림이 놓여 있었다. 그림에는 모피 모자를 쓰고 모피 목도리를 두른 숙녀가 반듯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그녀는 그림을 보는 사람을 향해 팔뚝을 온통 가리는 묵직한 모피 토시를 들어 보이고 있었다.

그러고나서 그레고르는 창문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런데 우중충한 날씨에 그의 기분은 더할 나위 없이 울적해졌다. 창문의 함석판을 후드득 두들기는 빗방울 소리가 들려왔다. ‘잠을 약간 더 자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죄다 잊어버리는 게 어떨까?’하고 그는 생각했으나 이는 도저히 실행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오른쪽으로 누워 자는 버릇이 있었지만 지금의 상태로는 그런 자세로 누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몸을 오른쪽으로 돌리려고 아무리 뒤척여 보아도 번번이 흔들거리며 등을 바닥에 대고 누운 자세로 되돌아올 뿐이었다. 그는 한 백 번쯤 그런 일을 시도해 보았고, 멋대로 버둥거리는 다리들을 보지 않으려고 두 눈을 꼭 감았다. 그러다가 지금껏 느껴 보지 못한 가볍고 뻐근한 통증을 옆구리에서 느끼기 시작했을 때야 비로소 그러기를 그만두었다.

아아, 원 세상에.’

그는 생각했다.

어쩌다가 이런 고달픈 직업을 택했단 말인가! 날이면 날마다 여행이나 다녀야 하다니.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것보다 업무상 스트레스가 훨씬 더 심하다. 게다가 여행하다 보면 골치 아픈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야. 기차를 제대로 갈아타려고 신경 써야 하는 일, 불규칙하고 형편없는 식사, 상대가 늘 바뀌는 탓에 결코 지속될 수도 없고 진실해질 수도 없는 만담 따위들. 이 모든 것을 왜 악마가 잡아가지 않는지 모르겠다!’

그는 배 위쪽이 약간 가려운 것을 느꼈다. 머리를 더 잘 쳐들 수 있도록 그는 등으로 몸을 밀면서 느릿느릿 침대 기둥 쪽으로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는 근질거리는 부위를 발견했다. 그곳에는 뭔지 알 수 없는 깨알같이 작은 흰 반점들이 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다리 하나를 내밀어 그 부위를 건드려 보려고 했지만, 이내 다리를 움츠리고 말았다. 다리가 그곳에 닿자마자 온몸에 오싹하는 소름이 돋았기 때문이다.

그는 미끄러지며 다시 이전 자세로 되돌아갔다.

이렇게 일찍 일어나니

그는 생각에 잠겼다.

사람이 아주 멍청해진단 말이야. 잘 만큼 푹 자야 하는데. 다른 출장 영업 사원들은 하렘의 여자들처럼 살고 있지 않은가. 가령 주문 받은 물건을 장부에 기입하려고 오전 중에 여관에 돌아와 보면 그 작자들은 그제야 일어나 앉아 아침을 들고 있지 않은가. 만일 내가 사장 앞에서 그러다간 당장 쫓겨나고 말 거야. 하기야 그러는 편이 나에게는 훨씬 더 나을지도 모르지. 그동안 부모를 생각해서 꾹 참아왔지만 그렇지 않았더라면 진작 사표를 던지고, 사장 앞으로 걸어 나가 가슴에 묻어 두었던 생각을 그에게 다 털어놓았을지도 몰라. 그랬다면 사장은 틀림없이 책상에서 굴러떨어졌을 거야! 책상 위에 걸터앉아 아래를 내려다보며 직원에게 말하는 꼬락서니는 참 별나기도 하지. 게다가 사장은 귀가 어두워 직원들은 그에게 바짝 다가가서 말해야 해. 그렇다고 아직 희망을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야. 언젠가 내가 돈을 제법 모아 부모님이 진 빚을 다 갚게 되면 아직 한 5,6년 걸리겠지 꼭 그렇게 하고 말 거야. 그러면 일생일대의 전기가 마련되겠지. 다섯 시면 기차가 떠나니까 지금 당장은 물론 일어나는 일이 급선무야

 

 

중략 부분 줄거리

 

그레고르가 기차를 놓치자 가족과 직장 상사가 그레고르의 방에 찾아오지만,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는 쉽게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이후 그레고르의 모습을 본 가족들은 크게 놀라고 그레고르는 방에서만 생활한다. 어머니는 그레고르를 동정하면서도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지만, 누이동생은 연민을 느끼며 음식을 가져다 준다. 그레고르는 가족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노력하나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어려움을 느낀다. 그레고르를 혐오하던 아버지는 그에게 사과를 던져 큰 상처를 입히기까지 한다.

가족을 부양하던 그레고르가 경제력을 상실하자 가족들은 생계에 어려움을 느낀다. 그래서 가족들은 직업을 구하고 하숙을 하며 살아갈 길을 모색한다. 하숙을 운영하던 중, 하숙인들이 그레고르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들은 화를 내며 나가 버린다. 이 때문에 가족들은 그레고르를 원망한다.

 

우린 이제 저것에서 벗어나야 해요.”

여동생은 이제 아버지에게만 말했다. 어머니는 기침을 하느라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것 때문에 두 분이 돌아가시고 말 거예요. 그럴 게 뻔해요. 우리 모두가 이처럼 힘들게 일해야 하는 처지에 집에서마저 이처럼 끝없이 괴롭힘을 당한다는 건 도저히 참을 수 없어요. 저도 더는 참을 수 없단 말이에요.”

그러고선 어찌나 격렬하게 울음을 터뜨렸는지 여동생의 눈물이 어머니의 얼굴 위로 주르르 흘러내렸다. 그러자 어머니는 기계적으로 손을 움직이며 자신의 얼굴에서 눈무을 닦아 내렸다.

얘야!”

아버지의 목소리에는 동정심과 눈에 띌 정도로 확연한 이해심이 담겨 있었다.

그럼 우리 어떡하면 좋겠니?”

그러나 여동생은 자신도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표시로 그저 어깨만 으쓱할 뿐이었다. 이제 눈물을 흘리는 동안 그녀는 이전의 자신만만하던 태도는 온데간데없이 그처럼 난감한 심정이 되었던 것이다.

만일 저 애가 우리 말을 알아듣는다면…….”

아버지가 반쯤은 묻는 듯한 어조로 말하자, 여동생은 울다가 말고 그런 일은 아예 생각조차 할 수 없다는 듯 손을 격렬하게 내저었다.

만일 저 애가 우리 말을 알아듣는다면 말이다.”

아버지는 또 한 번 같은 말을 되풀이하고는, 그런 일은 말도 안 된다는 여동생의 확신을 자신도 받아들인다는 뜻으로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렇다면 저 애와 합의를 볼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 그런데 저렇게…….”

내쫓아야 해요!”

여동생이 소리쳤다.

그렇게 하는 수밖에 없어요, 아버지. 저게 오빠라는 생각을 버려야 해요. 우리가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해 왔다는 게 바로 우리의 진짜 불행이에요. 하지만 저게 어떻게 오빠일 수 있겠어요? 저게 오빠라면 인간이 자기 같은 짐승과 같이 살 수 없다는 걸 알아차리고 진작 제 발로 나갔을 거예요. 그랬다면 우리 곁에 오빠는 없지만 우리는 살아가면서 계속 오빠에 대한 추억을 소중히 간직할 수 있을 텐데요. 그런데 저 짐승은 우리를 쫓아다니며 못살게 굴고 하숙인들을 쫓아내면서, 이 집을 온통 독차지하고 들어앉아 우리를 길거리에 나앉게 하려는 게 분명해요. 저것 좀 보세요, 아버지!”

여동생이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또 시작이에요!”

그러고서 여동생은 그레고르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공포에 사로잡혀 어머니마저 내버리고, 단호히 안락의자를 밀치고 일어나서는 아버지 뒤쪽으로 황급히 달려갔다.

 

 

뒷부분 줄거리

날이 갈수록 상처가 깊어지던 그레고르는 음식을 거부하며 쓸쓸히 죽음을 맞이한다. 가족들은 골칫거리가 사라졌다며 평온함을 느끼고 앞으로의 삶을 계획한다.

 

 

핵심 정리

 

1. 갈래 현대 소설, 실존주의 소설

2. 성격 비판적, 우의적, 상징적

3. 주제 현대인의 소외 의식, 소통이 단절된 부조리한 삶

4. 전체 구성

- 발단 : 가족을 위해 출장 영업 사원으로 일하던 그레고르는 어느 날 아침, 자신이 벌레로 변한 것을 발견함.

- 전개 : ‘그레고르는 가족들에 대한 애정을 유지하려 하나, 가족들은 벌레로 변한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함.

- 위기 : ‘그레고르는 가족을 위한 자신의 희생이 헛된 것이었음을 깨닫게 됨.

- 절정 : 열등감, 불면 등으로 고통당하던 그레고르는 아버지가 던진 사과에 상처를 입은 채 방에 갇혀 죽게 됨.

- 결말 : 가족들은 평온을 되찾고 교외로 산책을 나감.

5. 특징

- 비현실적인 상황 설정을 통해 현실적인 문제를 비판함.

- 냉정하고 사실적인 문체를 사용함.

 

6. 해제

이 작품은 주인공이 갑자기 흉측한 한 마리 벌레로 변하는 사건을 통해 현대 사회 속 인간이 겪고 있는 소외 의식을 극단적으로 형상화한 소설이다. 이 작품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변신 모티프는 현대 문명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인식을 고조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주변 사람들이 벌레로 변한 주인공을 냉담하게 대하는 태도를 통해서 소통이 단절된 현대인의 부조리한 면모를 드러내기도 한다.

 

7. 작가

프란츠 카프카(1883 ~ 1924)

유대계의 독일인 작가. 엄격한 가정 환경 속에서 아버지의 뜻을 따라야 했던 카프카는 자신이 좋아하는 문학과 예술이 아니라 법학을 전공한다. 그러나 직장을 다니게 된 이후에도 문학에 대한 열망은 그치지 않았고, 퇴근 후 밤늦게까지 글쓰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는 인간 소외와 실존 문제에 관해 끊임없이 관심을 가졌고 이를 글로 표현해 내고자 노력하면서 독자적인 문학 세계를 구축하였다. 이로 인해 카프카에게는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라는 수식어가 뒤따른다. 주요 작품으로 <변신>, <()>, <아메리카> 등이 있다.

 

 

출처 : 미래엔 문학 교과서 +문학 자습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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