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밥바라기 별 황석영

 

전체 줄거리 ’(유준)1967년 겨울 베트남 파병이 결정되자 죽거나 살아남거나 둘 중의 하나의 인생이 자신의 앞에 놓여 있음을 감지하고, 입대 전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을 회고한다. 학교에서 모범생으로 살던 는 어느 날부턴가 학교가 제시하는 가치와 부모의 요구가 시시해지기 시작하면서 마침내는 견딜 수 없게 된다. 결국 자신의 삶을 더욱 충족해 주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학교를 떠난다. 이후 산속 동굴에 틀어박히고, 무전여행을 하고, 유치장에서 만난 떠돌이와 막노동을 전전하고, 절에 들어가 행자 노릇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방황의 시간을 거치다가 삶이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고 느꼈을 때, ‘는 여기서 벗어날 방법은 삶을 바꾸는 것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황석영 연재소설

 

개밥바라기 별 <4>

 

 가게의 덧문은 베니어판 위에 양철판을 씌운 것이었는데 내가 검은 페인트로 쓴 번호 표시가 그대로 남아 있다.

3이라고 쓴 덧문 앞에서 나는 작은 쪽문을 두드렸다.

 “누구세요…….”

 잠에서 막 깬 듯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저예요. 준이요.”

 쪽문이 열린다. 내가 들어가기도 전에 어머니는 손을 내밀어 내 소매를 붙잡았다.

 “아니, 네가 웬일이야?”

 나는 어둠에 익숙지 않아서 눈을 가늘게 뜨고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덧문의 틈새로 햇빛이 새어 들어왔다. 판매대는 텅 비었고 그 위에 상자들이 쌓여 있다.

 “전쟁터엔 안 가게 된 거야?”

 “장사 안 해요?”

 어머니와 나의 서로 다른 질문이 부딪친다. 내가 먼저 대답하기로 한다.

교육 끝나서 대기 중이에요. 월요일에 떠난대요.”

 어머니도 내 질문에 뒤늦게 대답한다.

 “점포를 정리하기로 했다. 내놓았더니 며칠 전에 나갔어.”

 가게 안쪽의 방에서 중학생인 아우가 콩자반 같은 머리를 내밀었다. 형 왔느냐고 졸린 목소리로 아우가 인사했고 나도 잘 있었느냐고 대꾸한다.

 나는 어머니가 아우를 먼저 학교에 보낸 뒤에 나와 뭔가 얘기하고 싶어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부엌간 구석에 있는 다락방에 올라가 있기로 했다.

 “피곤할 테니 좀 쉬어라. 마침 어제 치워 놓기는 했는데……

 사닥다리나 다름없는 가파른 계단 위에 서너 칸쯤 발을 딛고 올라서자마자 널판자 문에 머리가 닿아 버린다. 나는 널판자의 손잡이를 쥐고 이로 쳐들었다.

 나 스스로 이름을 지었는데 나는 이 천장 위 다락방을 잠수함이라고 불렀다. 물론 내 방의 별명은 동생에게만 가르쳐주었다. 나는 다 올라서지 않고 잠깐 멈춰서서 머리만 내밀고 방안을 둘러보았다.

 내가 떠나기 전에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건 파충류의 허물과도 같은 것이고 나는 그 허물을 다시 뒤집어쓰고 싶어서 돌아온 건 아닌가.

 시장 안의 점포는 아버지를 먼저 보내고 혼자 남은 어머니가 이리저리 까먹다가 남은 마지막 밑천이었다. 살림집을 팔고 누나들이 시집가기 전까지는 점포를 사고 남은 돈으로 전셋집을 얻었다. 누나들이 집을 떠난 뒤 우리 세 사람은 점포 안에서 살아왔다.

 어린 아우와 어머니가 가게에 붙은 방에서 잤고 나는 그 천장 위의 잠수함을 썼다. 이를테면 거꾸로 기어 들어가는 셈이라 다락방의 지붕 바깥은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닷속이라고 생각했다.

 그 어두운 가게의 천장에 내 잠수함은 뚜껑을 닫고 선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뚜껑을 젖히고 머리를 내밀자 나는 다시 심해에 잠기는 것 같았다.

 내 다락방의 벽에는 떠나오던 날의 낙서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베이지색 벽지 위에서 글자들이 꼬불꼬불 중얼거리고 있다.

 - 미친 새는 밤새껏 울부짖는다.

 

 

 

핵심 정리

 

1. 갈래 장편 소설, 성장 소설

2. 제재 사촌기의 소년들의 삶

3. 주제 - 사춘기 소년들의 방황과 성숙

4. 특징

           - 작가가 블로그에 직접 연재하여 작품을 완성함.

           - 댓글을 통해 작가와 독자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작품의 전개를 이끌어 감.

5. 해제

이 작품은 고1부터 스물한 살 무렵까지 젊은이들의 방황을 그린 성장 소설이자 작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소설이다. 20082월부터 6개월간 작가의 블로그에 연재되다가 이후 책으로 출간되었다. 주인공 유준1960년대에 십 대 시절을 보낸 인물로 이후 대학 진학과 시위로 인한 유치장 생활, 막노동의 경험 등을 통해 삶의 허무함을 느끼게 되며 자살 시도를 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이 작품은 한 인물의 갈등과 방황을 보여 줌으로써 한 인간이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1인칭 주인공시점인 이 작품은 회마다 서술자인 가 바뀌어 주인공을 비롯하여 여러 친구들의 시점이 교차한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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