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가(赤壁歌) - 작자 미상

 

중모리-한 장단이 12박으로 되어 있으며, 3박짜리 4각으로 구성된 장단임. 어떤 사연을 담담히 서술하는 대목이나 서정적인 대목에서 흔히 쓰는 장단으로 태연한 맛과 안정감을 줌.

 

 “이내 설움 들어 봐라. 나는 부모 일찍 조실(早失)하고 일가친적 바이(전혀) 없어 혈혈단신(孑孑單身-의지할 곳이 없는 외로운 홀몽) 이내 몸이, 이성지합(二姓之合- 다른 두 성이 합하였다는 말로, 남녀의 혼인을 이르는 말) 우리 아내 얼굴도 어여쁘고 행실도 조촐하여 종가대사(宗家大事) 탁신안정(托身安定-몸을 붙여 편안히 머무름.) 떠날 뜻이 바이 없어 철 가는 줄 모를 적에, 불화병 외는 소리 위국땅 백성들아, 적벽으로 싸움 가자.’ 외는 소리 나를 끌어내니 아니 올 수 있든가. 군복 입고 전립(戰笠-조선 시대, 병자호란 이후로 무관이나 병사들이 쓰는 전투형 모자를 이르던 말.) 쓰고 창을 끌고 나올 적에, 우리 아내 내 거동을 보더니 버선발로 우루루루 달려들어 나를 안고 엎더지며, ‘날 죽이고 가오, 살려두고는 못 가리다. 이팔 홍안 젊은 년을 나 혼자만 떼어놓고 전장을 가랴시오.’ 내 마음이 어지 되것느냐. 우리 마누라 달래랼 제, ‘허허 마누라 우지 마오. 장부가 세상을 태어나서 전장출세(戰場出世)를 못하고 죽으면 장부 절개가 아니라고 ㅎ니 우지 말라면 우지 마오.’ 달래어도 아니 듣고 화를 내도 아니 듣더구나. 잡았던 손길을 에후리쳐 떨치고 전장을 나왔으나, 일부지전장 불식(날이 지나고 지나도 싸움이 그치지 않는구나.)이라. 살아가기 꾀를 낸들 동서남북으로 수직(守直-지키다)을 허니, 함정에 든 범이 되고 그물에 걸리 내가 고기로구나. 어느 때나 고국을 갈지, 무주공산(임자 없는 빈산. 인가도 인기척도 전혀 없는 쓸쓸한 곳) 해골이 될지, 생사가 조석이라. 어서 수이 고향을 가서 그립던 마누라 손길을 부여잡고 만단정회(온갖 정과 회포) 풀어 볼거나. 아이고, 아이고, 내 일이야.”

 

아니리- 판소리에서 창자(唱者)가 소리를 하다가 한 대목에서 다른 대목으로 넘어가기 전에 자유 리듬으로 사설을 엮어 나가는 행위.

 

 이렇듯이 설리 우니, 또 한 군사 나오난디, 그중에 키 작고 머리 크고 작도만 한 칼을 내두르며 만군 중이 송신하게(많은 군중이 들을 만큼 크게) 말을 허것다.

 

중중모리 - 중모리와 마찬가지로 12박으로 한 장단을 이루지만 중모리보다 빠름. 중모리 장단을 12/4박자와 같다고 한다면 중중모리 장단은 12/8 박자와 흡사하다고 할 수 있다. 춤추는 대목, 활보하는 대목, 통곡하는 대목에서 흔히 쓰이는 장단으로 흥취를 돋우게 함.

 

 “이놈 저놈, 말 듣거라. 너희 울 제 좀놈(좀스러운 사람)일따. 위국자(爲國者)는 불고가(不顧家)(나라를 위하는 사람은 집안을 돌아보지 않는다)라 옛글에도 일러 있고, 남아하필연처자(男兒何必戀妻子-남자가 하필 처자를 그리워하리오.). 막향향촌노각년(莫向鄕村老却年-시골에서 늙어 가는 사람은 되지 마오.)하소. 우리 몸이 군사 되야 전장 나와 공명도 못 이루고 속절없이 돌아가면 부끄럽지 아니허냐. 이내 심사 평생 한이 요하(腰下-허리춤) 삼척 드는 칼로 오한(吳漢) 양진(兩陣) 장수 머리를 번뜻 뎅기렁 베어 들고 창 끝에 높이 달아 개가성(凱歌聲-이기거나 큰 성과가 있을 때 내는 소리) 부르면서 승전고(勝戰鼓-싸움에 이겼을 때 울리는 북) 쿵쿵 울리면서 본국으로 돌아갈 제, 부모 처자 친구 벗님 펄쩍 뛰어 나오며 다녀온다, 다녀와, 전장 갔던 벗님이 살어를 오니 반갑네. 이리 오소. 이리 오라면 이리와.’ 울며 반겨헐 제, 원근당(遠近黨-멀고 가까운 친척들) 기쁨을 보이면 그 아니 좋더란 말이냐. 우지 말라면 우지 마라.”

                                                                                                                                                           “박봉술 창본”(1998)

 

 

 

핵심 정리

 

1. 갈래 판소리 사설

2. 성격 해학적, 풍자적, 희화적

3. 제재 - <삼국지연의>의 적벽 대전

4. 주제 적벽 대전의 영웅들의 활약상과 전쟁으로 인한 하층민의 고통

5. 특징

            - 영웅보다는 평민을 내세워 전쟁을 부정적으로 평가함.

            - 외래문화를 창조적으로 수용한 작품임.

            - 기성 권위와 폭력적 권력에 대한 비판 의식을 표출함.

 

6. 해제

 이 작품은 중국의 소설 <삼국지연의>의 적벽 대전 이야기를 재창조한 판소리 사설로, 원작을 새롭게 고치거나 없는 내용을 덧붙이기도 한 점이 특징적이다. 따라서 역사적으로 외국 문학의 유입이 이루어졌음과 함께 외국 문학이 능동적으로 수용된 양상을 살펴보기에 적절한 작품이다. 교과서에 제시된 부분은 적벽가중 군사 설움 대목으로 전쟁에 강제 동원된 병사들의 신세타령을 통해 지배자의 야망 실현의 도구가 되어 희생당하는 백성들의 한()을 드러내고 지배 권력 및 전쟁의 폭력성을 비판하고 있다.

 

 

 

출처 : 미래엔 문학 교과서 + 미래엔 문학 자습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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