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시가(早紅柹歌)」 - 박인로
반중(盤中) 조홍(早紅)감이 고아도 보인다
유자(柚子-귤) 아니라도 품음즉﹡ 하다마는
품어가 반길 이 없을새 그로 설워 하나이다.
<제1수>
왕상(王祥)﹡의 이어(鯉魚-잉어)잡고 맹종(孟宗)﹡의 죽순(竹筍) 꺾어
검던 머리 희도록 노래자(老萊子)﹡의 옷을 입고
일생(一生)에 양지성효(養志誠孝)를 증자(曾子)같이 하리다
<제2수>
만균(萬勻)﹡을 늘여 내어 길게 길게 노를 꼬아
구만리장천(九萬里長天)에 가는 해를 잡아매어
북당(北堂)의 학발쌍친(鶴髮雙親)﹡을 더디 늘게 하리이다
<제3수>
군봉(群鳳)﹡ 모이신 데 외가마귀 들어오니
백옥(白玉) 쌓인 데 돌 하나 같다마는
봉황도 비조(飛鳥)와 유(類)이시니 뫼셔 논들 어떠리
<제4수>
*유자 아니라도 품음직: 중국 삼국 시대 때 육적이란 사람이 원술이 준 귤(유자)을 품속에 품어다가 어머니께 드린 고사를 연상하며 말한 것임.
*왕상: 중국 진나라 때 사람으로, 병을 앓는 계모가 생선을 먹고 싶다고 하자 한겨울에 옷을 벗고 얼음을 깨었는데 그 얼음 구멍에서 한 쌍의 잉어가 튀어나오자 그것을 계모에게 갖다주었음.
*맹종: 중국 오나라 때 사람으로, 죽순을 즐겨 먹는 어머니를 위해 죽순이 나오지 않은 겨울에 대숲으로 가 죽순을 구해 어머니에게 드렸음.
*노래자: 중국 초나라 때 사람으로, 70세에 부모님을 위해 때때옷을 입고 재롱을 피웠음.
*만균: 균은 무게의 단위로, 만균은 쇳덩어리 30만 근에 해당함.
*학발쌍친: 학의 깃털같이 머리가 하얗게 센 부모.
*군봉: 무리를 지어 있는 봉황.
1. 해제
이 작품은 순차적으로 이루어진 총 4수의 연시조이다. 작가의 문집인 『노계집(蘆溪集)』에 실려 있고, 『청구영언』 · 『해동가요』 등에도 전한다. <제1수>는 육적회귤의 고사를 활용하여 효의 실천 정신을 말하고 있다. <제2수>에서는 왕상, 맹종, 노래자, 증자 등 『이십사효』의 주인공들을 통해 <제1수>에 이어서 효를 더욱 강조하고 효의 지평을 역사적 차원으로 확대하였다. <제3수>에서는 시간을 더디게 흐르게 한다는 상상력을 통해 부모의 장수를 기원하고 있다. <제4수>에는 까마귀를 등장시켜 ‘효’의 공동체적 가치에 대해 말한다. 반포지효(反哺之孝)라는 성어에서 알 수 있듯이 까마귀는 동아시아의 문학 관습에서 효도를 상징하는 새로 규정되는데, ‘효’의 가치가 매우 중요하므로 까마귀가 봉황의 무리에 들어가 어울릴 수 있을 만큼 귀한 존재로 평가된다. 요컨대 이 작품은 ‘효’가 개인적 차원을 넘어 역사적 · 사회적으로, 또한 인간적 차원을 넘어 자연물에까지 해당하는 규범이자 보편적 가치임을 노래한 것이다.
2. 주제 – 부모에 대한 효심과 봉양의 의지
3. 구성
제1수: 부재하는 부모에 대한 그리움과 효심
제2수: 부모에 대한 효행의 의지와 다짐
제3수: 부모의 장수를 기원함.
제4수: 웃어른에 대한 봉양의 마음과 자세
4. 참고
<회귤의 고사>
삼국 시대 오군(吳郡) 사람 육적(陸績)이 여섯 살 때에 원술(袁術)을 찾아갔더니, 원술이 귤 세 개를 먹으라고 주었는데, 육적이 그것을 품속에 품었다가 일어설 때에 품었던 귤이 방바닥에 떨어졌다. 원술이 그 연유를 물은즉, 어머님께 드리려고 품었다고 대답하더라는 고사인데, 회귤의 고사는 곧 효도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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