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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아들 형제 진사 급제 가문도 혁혁하다

딸을 길러 출가하니 혼수범절 치행이야 다시 일러 어떠하리

춘하추동 사철 의복 너의 생전 유족하다

바느질에 침선(針線)채며 대마구종(大馬驅從) 춘득이요 전갈(傳喝)하님 영매로다

남녀노비 갖았으니 전답인들 아니 주랴

대한불갈(大旱不渴)좋은 전답 삼백 석 받는 추수(秋收)

동도지(東賭地) 오천 냥은 요용소치(要用所致) 유여(有餘)하다

나의 신행(新行)올 때가 도리어 생각난다

저 건너 괴똥어미 시집살이 하던 말을

너도 들어 알거니와 대강 일러 경계하마

제일 처음 시집올 제 가산(家産)이 만금(萬金)이라

마당에 노적(露積)이요 너른 광에 금은이라

[A] 신행하여 오는 날에 가마문을 나서면서

눈을 들어 사방 살펴 기침을 크게 하니 신부 행실 바이없다

다담상(茶啖床)의 허다 음식 생률 먹기 괴이하다

무슨 배가 그리 고파 국 마시고 떡을 먹고

좌중부녀(座中婦女) 어이 알아 떡 조각을 집어 들고

이도 주고 저도 주고 새댁 행실 전혀 없다

입구녁에 침이 흘러 연지분도 간데없고

아까울사 대단(大緞)치마 얼룽덜룽 흉악하다

신부 행동 그러하니 뉘 아니 외면하리

삼일을 지낸 후에 형용도 기괴하다

백주에 낮잠 자기 혼자 앉아 군소리며

둘이 앉아 흉보기와 문틈으로 손보기며 담에 올라 시비 구경

어른 말씀 토 달기와 금강산 어찌 알고 구경한 이 둘째로다

기역니은 모르거든 어찌 책을 들고 앉노

앉음앉음 용렬하고 걸음걸음 망측하다

달음박질하는 때에 너털웃음 무슨 일고

치마꼬리 해어지고 비녀 빠져 개가 문다

허리띠 얻다 두고 붉은 허리 드러내노

어른 걱정 하올 적에 쪽박 함박 드던지며

성내어 솥 때 닦기 독살 부려 그릇 깨기

등잔 뒤에 넘보기며 가만가만 말뜻 세워

아니 한 말 지어내어 일가 간에 이간질과

좋은 물건 잠깐 보면 도적(盜賊)하기 예사로다

그중에 행실 보소 악한 사람 부동(符同하여착한 사람 흉보기와

제 처신 그러하니 남편인들 귀할쏘냐

금슬 좋자 살풀이며 무병(無病)하라 푸닥거리

의복 주고 금전 주어 아들 낳고 부귀하기

정성껏 빌어 보소 산에 올라 산제(山祭)하고 절에 가서 공양(供養)한들

제 인심이 그러하니 귀신인들 도울쏘냐

우환이 연접하니 사망인들 없을쏘냐

[B] 딸아 딸아 아기 딸아, 복선화음(福善禍淫)하는 법이 이를 보니 분명하다

저 건너 괴똥어미 너도 흠연 안 보았나

허다 세간 포진철물(暴殄天物)남용남식(濫用濫食)하고 나서 그 모양이 되었구나

딸아 딸아 고명딸아 괴똥어미 경계하고

너의 어미 살을 받아 세금 결시 이른 말은 부디 각골(刻骨) 명심하라

[C] 딸아 딸아 울지 말고 부디부디 잘 가거라

효봉구고(孝奉舅姑)순승군자(順承君子)동기우애(同氣友愛) 지친화목(至親和睦)

기쁜 소식 듣기오면 명년 삼월 화류시에 모녀상봉 하느니라

                                                                                                                                          - 작자 미상, 복선화음가

 

대마구종 춘득이요 전갈하님 영매로다 : 큰 말의 고삐를 잡고 가는 하인은 춘득이요, 소식을 전해 주는 계집종은 영매로다. 화자의 딸이 시집갈 때 넉넉한 재산을 가지고 여러 하인들과 함께 가는 모습을 표현한 것임.

대한불갈 : 큰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신행 : 혼인할 때, 신랑이 신부 집으로 가거나 신부가 신랑 집으로 감.

부동하여 : 그른 일에 어울려 한통속이 되어.

복선화음 : 선한 사람에게는 복을 주고, 악한 사람에게는 재앙을 내림.

포진전물 : 물건을 함부로 쓰고도 아까운 줄 모름.

남용남식 : 지나치게 쓰고 먹음.

효봉구고 : 시부모를 효성으로 섬김.

순승군자 : 남편을 순순히 따름.

지친화목 : 가까운 가족끼리 화목하게 지냄.

화류시 : 화전놀이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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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괴똥어미 시집살이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남의 물건에 욕심을 내어 도적질하기를 예사로 했다.

몸가짐과 옷매무새가 단정하지 않아 사람들에게 외면을 받았다.

먹을 것에 욕심이 많아 음식을 이웃과 나누어 먹는 일이 없었다.

악한 사람들과 어울려 남을 흉보고 일가 사람들 사이를 이간질했다.

굿을 하고 절에 공양하며 정성껏 기원했지만 궂은일이 계속 일어났다.

 

2. <보기>의 관점에서 [A]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희화적 표현은 대상을 해학적으로 묘사해 웃음거리로 만드는 방법으로, 주로 화자가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인물을 대상으로 하며 독자들이 그 대상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갖게 한다. 대상 인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평가적 진술이나 반어, 의문과 같은 수사적 표현을 통해 제시된다. 희화적 표현은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대상 인물과 비교해 자신이 상대적 우위에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하여 독자들의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한편 대상 인물이 억압받는 계층일 경우 그가 보여 주는 엉뚱하고 거침없는 행동은 규범에 얽매여 살아야 했던 이들에게는 대리 만족의 쾌감을 주기도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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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 아니 외면하리’, ‘무슨 일고같은 의문문 형식으로 진술된 괴똥어미의 행실은 괴똥어미에 대한 화자의 인식을 부각할 수 있겠군.

기역니은 모르거든 어찌 책을 들고 앉노같은 표현으로 진술된 괴똥어미의 어리석은 모습은 괴똥어미를 자신보다 열등한 인물로 생각하는 독자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겠군.

기괴하다’, ‘용렬하고’, ‘망측하다등의 평가적 진술을 통해 괴똥어미의 언행을 묘사한 이유는 괴똥어미에 대한 화자의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군.

신부 행실’, ‘새댁 행실과 거리가 먼 괴똥어미의 행동을 화자가 해학적으로 묘사한 이유는 이제 신부가 될 자신의 딸이 괴똥어미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갖기를 바랐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군.

백주에 낮잠 자기’, ‘어른 말씀 토 달기같은 거침없는 행동을 통해 괴똥어미의 모습을 묘사한 이유는 규범에 얽매인 여성의 현실에 비판적인 화자가 대리 만족의 쾌감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군.

 

 

3. [B][C]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B][C] 모두 같은 인물의 행적에 관해 언급하고 있다.

[B][C] 모두 당대의 세태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B]에는 화자가 당면한 문제가, [C]에는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제시되어 있다.

[B]에는 물질적인 면에서 경계해야 할 태도가, [C]에는 지행해야 할 바람직한 태도가 나타나 있다.

[B]에는 화자가 기대하는 미래의 긍정적 상황이, [C]에는 화자가 겪은 과거의 부정적 경험이 제시되어 있다.

 

 

4.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복선화음가는 조선 말기의 규방 가사로 계녀가유형에 속하는 작품이다. 부모가 혼인하는 딸에게 주는 부녀자의 덕목에 대한 애정 어린 충고를 암송하기 편한 가사의 형식을 담아낸 노래가 계녀가이다. 복선화음가는 어머니가 딸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언술 구조 안에 괴똥어미이야기가 삽입되어 있는 점, 그리고 교훈이 추상적 관념이 아닌 구체적 인물 형상을 통해 제시되는 점에서 계녀가 유형에 속하는 일반적인 작품과 구분된다. 다음은 복선화음가의 구조를 도식화한 것이다.

 

  ㉮ 어머니(‘’)가 딸에게 ➜                        ㉯ 괴똥어미 이야기 ➜                    ㉰ 어머니(‘’)가 딸에게

      건네는 이야기                                                                                                    건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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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가문도 혁혁하다’, ‘혼수범절 치행이야 다시 일러 어떠하리에서 드러나는 가문의 위의는 우환이 연접하니 사망인들 없을쏘냐에 나타난 괴똥어미 집안의 상황과 대비되어 에서 괴똥어미 경계하고/ 너의 어미 살을 받아라고 말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어머니가 자신의 딸과 가문에 대해 이야기하는 저 건너라는 말을 기점으로 하여 괴똥어미에 대해 이야기하는 로 전환되고 있군.

③ ㉯제일 처음 시집올 제 가산이 만금이라에 나타난 괴똥어미의 모습은 혼인할 때 넉넉한 재산을 갖추었다는 점에서 에 제시된 딸의 모습과 비슷한 점이 있어 를 연결하는 매개가 되고 있군.

딸아 딸아 고명딸아하고 딸을 부르는 말을 시작으로 이야기가 에서 로 전환되면서 딸에게 가르치려는 부녀자의 덕목이 구체적 인물 형상을 통해 제시되고 있군.

⑤ ㉰에서 명년 삼월 화류시에 모녀상봉 하느니라에는, 딸을 길러 출가하니로 제시되는 상황에서 딸이 느끼게 될 감정을 헤아려 딸을 위로해 주려는 어머니의 마음이 드러나고 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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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선화음가(福善禍淫歌)」 - 작자 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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