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씌어진 시 – 윤동주
창(窓) 밖에 밤비(암울한 시대, 자기 성찰의 시간, 암담하고 쓸쓸한 분위기)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다다미가 깔린 일본식 방 → 조국의 상실(암담한 공간))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天命-타고난 운명)인 줄 알면서도 (시인은 현실에 직접 참여해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언어를 다루는 사람이라는 것에 대한 괴로움)
한 줄 시(詩)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현실과 동떨어진 무의미한 삶)를 들으러 간다.
1~4연: 암담한 현실에 괴로워하며 회의감을 느낌.
생각해보면 어린 때 동무들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상실)
나(현실적 자아- 무력감)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沈澱)하는 것일까?(무기력한 자신을 반성함)
인생(人生)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詩)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암담한 현실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자신의 무의미한 삶에 대한 자각과 부끄러움의 표현)
5~7연 : 일제 강점기 상황에서 시를 쓰는 일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낌.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창(窓)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1연의 변형·반복 – 현실 재인식)
등불(암담한 현실을 헤쳐나가는 정신적 지표)을 밝혀 어둠(절망적 시대 상황-일제강점기)을 조금 내몰고,
시대(時代)처럼 올 아침(시간이 흐르면 새로운 시대가 오듯 ‘아침’ 또한 필연적으로 도래할 것이라는 믿음 - 조국 광복)을 기다리는 최후(最後)의 나(반성적 자아),
나(내면적 자아)는 나(현실적 자아)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慰安)으로 잡는 최초(最初)의 악수(幄手)-반성적 자아와 현실적 자아의 화해(현실에 체념하고 우울하게 살아가는 현실적 자아와 이를 반성하고 극복하려는 반성적 자아 사이의 갈등과 분열이 화해로 극복.
8~10연 :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현실 극복의 의지를 다짐.
핵심 정리
1. 갈래 – 자유시, 서정시
2. 성격 – 고백적, 반성적, 저항적
3. 제재 – 시가 쉽게 쓰이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
4. 주제 – 자기 성찰을 통한 암울한 현실의 극복 의지
5. 출전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
6. 특징
- 두 자아의 대립과 화해를 통해 시상을 전개함.
- 상징적 시어의 대립을 통해 시적 의미를 강조함.
- 감각적 이미지를 사영하여 시적 대상을 구체화함.
7. 해제
윤동주가 일본에 유학 중이던 1942년에 쓴 것으로 알려진 이 시는, 일제 강점기에 조국을 떠나와 일본에 살면서 시(詩)나 쓰고 있는 자신의 무기력한 삶에 대한 부끄러움의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이 시는 시적 화자의 심리의 변화를 중심으로 쌍을 전개하고 있는데, 암담한 현실 속에서 무력감과 상실감에 빠져 있던 시적 화자는(1~6연) 그러한 자신에 대한 반성적 자기 성찰을 통해(7연) 현실을 재인식하고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8~10연). 자기 자신에 대한 꾸짖음과 도덕적 순결성으로 암담한 현실을 극복하고자 했던, 그리하여 갈등하고 부끄러워하지만 결코 절망하지 않았던 시인 윤동주의 모습을 솔직하고도 섬세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8. 시적 화자의 태도 변화
이 시의 시적 화자는 첫부분에 제시된 암담한 상황 ‘육첩방은 남의 나라’에 좌절하지만, 중간 부분에 제시된 내적 성찰의 시를 통해 다시금 결연하게 그 현실에 맞서 나가려는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시적 화자는 ‘자신이 처한 상황 인식에서 오는 좌절 →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 → 현실 극복 의지 천명’으로 태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 ………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
반성적 자기 성찰 ……………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양심을 지키려는 노력)
↓ 시대처럼 올 아침(미래에 대한 희망)
내면적 자아와의 화해 ………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9. 윤동주 시에 표현된 ‘부끄러움’의 의미
• 일제 강점기를 살아내야 했던 지식인 청년이, 참회와 성찰의 과정에서 느낀 감정임.
• 스스로에 대한 존재론적 질문과 반성, 연민 의식에서 비롯되어 미래의 삶을 규정함.
• 윤동주의 마음과 행동의 규율이자, 그의 삶과 시를 지탱해 주는 근원적인 힘이라고 할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