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후와 질박함에 대하여 공선옥

 

 이따금씩, 아주 가끔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이, 나의 삶이, 내 살아가는 방식이, 아니 거창하게 말할 것도 없이 내가 먹고 있는 음식, 내가 입고 있는 옷들이 싫어지고 거추장스럽게 여겨질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청소하는 것도 빨래하는 것도 설거지하는 것도 귀찮아지고 의미 없어지고 오직 이곳이 아닌 다른 곳을 꿈꾸게 된다. 이곳이 아닌 다른 곳이라면 적어도 내가 이러고 살지는 않을 텐데, 하는 막연한 꿈. 그럴 때면 나는 하던 청소도 일시 중단하고, 설거지, 빨래도 미뤄둔 채 무작정 집을 나선다. 집을 나서면 어디로 가나. 막상 대문 밖을 나서면 갈 데가 없다는 것을 나는 잘 안다. 하지만 이왕 나섰으니 가 볼 수밖에. 왜냐하면 갈 데는 없다 해도 다시 집 안으로 들어서는 것은 집 밖으로 나서는 것보다 더 좋을 리는 없으므로. 갈 곳 없다고 다시 집 안으로 들어선다면 나는 필시 엉망이 되고 말 것이다. 마음도 생활도.

 

 정녕 갈 곳이 없는가. 꼭 그렇지는 않다. 갈 곳이 없다는 말을 역으로 해석하면 갈 곳이 너무 많다는 말과 같다.(부정적 상황을 역으로 생각하여 긍정적으로 인식함.) 갈 곳이 정해져 있다면 우리는 오직 그 한 곳만을 가야 하지만 그렇지 않으니 천지 사방이 다 내가 갈 수 있는 곳이 되는 것이다. 이제 세 살 난 아들 녀석을 고물차에 부착한 유아용 시트에 단단히 비끄러매(줄이나 끈 따위로 서로 떨어지지 못하게 붙잡아 매다) 놓고 나는 운전대를 잡는다. 시골길은 한가하다. 군데군데 참깨나 고추를 말리는 농부들이 보인다. 그 옆을 지날 때면 좀 천천히 달린다. 내가 집을 나서서 주로 달리는 길은 보성 강변길이다. 햇빛은 투명하고 길 가녘(가장자리)에 이제 피어나기 시작한 코스모스가 앙증맞다.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강 마을이다. 나는 마을 입구 정자나무 아래 차를 세우고 차만 타면 잠이 드는 아들을 포대기에 업고 마을 안으로 들어선다. 뉘 집에 온 손님인가, 하고 말음 사람이 나를 바라본다. 나는 스스럼없이 다가간다.

 “고추를 참 많이 따셨네요?”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거개가(거의 대부분) 나이 든 사람들이다. 그들은 낯선 사람이 하나도 낯설어하지 않으며 말을 붙이면 그들은 하나도 낯설어하지 않으며 대답한다. 참으로 순박한 음성으로, 거기에 덤으로 미소까지 얹어서 예에, 한다. 그러고 나서 뉘 집에 오셨느냐, 묻는다. 나는 또 스스럼없이 대답한다.

 “마을 구경 왔어요.”

 그러면 그들은 또 어김없이 말한다.

 “이런 촌에 뭐 볼 게 있다고.”

 나는 그러면 또,

 “촌이니까 볼 게 많지요.”

 한다.

 고추를 말리는 할머니 옆에 아이를 돌려 안고 나는 가만히 앉는다.

 “할머니 집은 어디세요?”

 “저기여.”

 “할머니 집 구경해도 돼요?”

 “구경이야 해도 되지만, 심란해서 원.”

 나는 할머니를 자박자박(가볍게 발소리를 내면서 자꾸 가만가만 걷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따라간다. 사립문 옆에 감나무가 있고 마당 한 귀퉁이에 샘이 있고 안 가꾼 듯 가꾸어진 화단에는 붉은 맨드라미와 분홍 족두리꽃과 노란 분꽃이 화사하다.

 “할머니는 누구랑 사세요?”

 마루에 걸터앉아 내가 누구랑 사느냐고 묻는 사이에 할머니는 어느 틈에 냉수 사발을 건네준다. 나는 맛난 물을 단숨에 들이켠다. 그러고 나서 빼놓지 않고 인사를 차린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막걸리라도 받아 오는 건데.”

 “막걸리는 무슨, 집에 술 있는데 한잔 마실라요?”

 “아이고, 아닙니다.”

 나는 기쁘게 사양한다. 우린 오래전부터 알았던 사람들처럼, 어머니와 딸 사이인 것처럼 다정해진다.

이렇듯 낯선 사람을 보고도 하나도 낯설어하지 않는 시골 사람들이 나는 좋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하나도 낯설지 않은 시골 사람들, 정확히 말해 시골 할머니들에게서 나는 늘 위안을 얻는다. 돈이 많은 사람, 권력을 가진 사람, 육체가 너무 건강한 사람, 아는 것이 너무 많은 사람들 앞에서는 무형의 저항감을 느낀다. 가진 것 없고 그 생애 자체가 희생으로만 점철된 시골 할머니들의 순후(온순하고 인정이 두터운)한 인정이, 그것이 비록 냉수 한 사발의 인정이라 할지라도 나는 사람을 반기고 사람을 사람으로 보고 사람을 섬기는 그 선한 눈빛이 좋아 어찌할 줄 모르겠다.(인본주의적 태도) 이제 이 한 시대가 또 정처 없이 흘러가 버리면 그들은 가고 그들의 인정도 끊기고 그 순후와 질박함(꾸민 데가 없이 순수함) 또한 영영 사라져 버릴 것이다. 나는 그것이 두렵다. 끊어져 버리는 것이 두렵고 사라져 버리는 것이 두렵다. 이제 세상은 온통 아는 것 많은 사람들만의 세상이 될 것이고 돈 많은 사람들만의 세상이 될 것이고 사람을 경계하는 사람들만의 세상이 될 것이고, 그럴 것이고……. 나는 절망한다.(순후와 질박함이 사라질까 두려움.) 그러면, 내 지친 영혼은 어디 가서 위안을 얻나, 잃어버린 고향을, 어머니를 어디가서 찾나.

 내가 왜 이렇게 지치나, 무엇 때문에 이렇게 힘들어하는가, 늘 모르고 지내 오다가 그 할머니들을 보고 나서 나는 내가 결국은 고향을 잃어버려서, 어떤 정신적 유토피아를 잃어버려서 그렇다는 걸 알게 된다. 아이를 업고 마을을 돌아 나오며 내 아이들에게 내가 바로 그런 어머니, 고향 같은 어머니가 되어야겠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정성 들여서 청소를 하고 밥을 짓고 빨래를 하고 푸성귀를 가꾼다. 그러면서 나는 어떻게 늙어 갈 것인가를 생각한다.(시골 할머니처럼 순후와 질박함을 잃지 않는 노년을 생각함.) 늙는 생각을 하게 되면 나는 오래된 마을을 생각할 때 그런 것처럼 아주 아주 포근해진다.

 

 

 

핵심 정리

 

1. 갈래 수필

2. 성격 체험적, 서정적, 감상적

3. 제제 시골 사람들의 순박한 생활 태도

4. 주제 순후하고 질박한 시골 사람들이 태도에서 받는 위로와 깨달음.

5. 특징

       - ‘글쓴이의 경험 경험을 통한 깨달음의 구조가 나타남.

       - 대화를 직접적으로 인용하여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함.

6. 해제

 이 작품은 글쓴이가 일상 생활의 무의미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찾아간 시골 마을에서 한 할머니를 만나 소박한 인정을 체험하고 얻은 깨달음을 서술한 수필이다. 현대 사회는 물질 중심주의적이며 낯선 사람에게 따뜻한 인심을 베푸는 대신 경계심 가득한 눈길을 보내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이렇나 가운데 글쓴이는 시골 마을에서 발견한 순후와 질박함을 가치를 새롭게 평가하고 있다. 더불어 순후와 질박함의 가치가 곧 사라질지도 모르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하고 있다.

 

 

 

출처 : 미래엔 문학 교과서 + 미래엔 문학 자습서

 

 

 

 

형제 박현수

 

거울(성찰의 매개체) 속의 내 모습에

형이

때로는 동생이 겹쳐 보인다(동질감 인식)

가난한 화가의

덧칠한 캔버스 아래 어리는

어느 것이 밑그림이고

어느 것이

덧칠한 그림인지는 아무래도 좋다

아니면

둘다(시적 화자의 모습 또는 형제의 모습) 덧칠이고 밑그림은

신이 가지고

있으리라는 반전도 괜찮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삶이

언젠가 한번 살아본 듯

낯익을 때면

거울 속에

누군가

자주 겹쳐 보인다는 것이다

 

 

핵심 정리

 

1. 갈래 자유시, 서정시

2. 성격 성찰적

3. 제재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

4. 주제 가족 구성원으로서 동질감과 유대감

5. 특징 시행을 간결하게 배치하여 조용한 시적 분위기를 형성함.

6. 해제

 이 시는 시적 화자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형제의 모습을 떠올리고, 가족으로서의 동질감을 깨닫게 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시적 화자는 형과 동생의 모습과 자신의 모습이 유사하다는 점을 발견하고 형제라는 존재를 마치 하나의 캔버스 위에 덧칠된 그림으로 인식한다. 그리고 삶이 언젠가 한번 살아본 듯 낯익다는 것을 느끼며, 가족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형제의 삶을 이해하고 있다.

 

 

출처 : 미래엔 문학 자습서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 박완서

 

앞부분 줄거리

 6·25 전쟁 당시 일곱 살이었던 수지는 가족들과 함께 피란길에 오른다. 수지는 여동생(오목)에게 항상 양보해야 하는 것이 싫어서, 오목이가 갖고 싶어 하던 은표주박(‘오목이는 자신의 정체성을 착기 위해 이를 평생 간직함.)을 주는 대신 고의로 오목이의 손을 놓는다. 전쟁이 끝나고 동생을 버렸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던 수지는 어느 고아원에 오목이가 있음을 알고 가끔 찾아간다. 하지만 지난날의 잘못이 들통날 것을 염려하여 진실을 털어놓지 않는다. 오빠 수철도 오목이를 돕는 익명의 독지가로만 남는다.

 수지와 수철은 아버지의 유산 덕분에 번득하게 살아간다. 오빠 수철은 아내(영란)를 맞아 어엿한 중산층의 가장이 되고, 수지도 대학교까지 졸업한다. 한편 오목은 수지의 옛 애인인 인재와 만나는데, 수지는 질투심에 둘을 헤어지게 만든다. 결국, 오목이는 고아원 친구인 보일러공 일환과 결혼하여 힘겨운 나날을 보낸다.

 이후 부유한 남자와 결혼한 수지는 23녀의 부모가 된 일환과 오목이를 다시 만난다. 수지는 죄책감을 느껴 오목이에게 사실을 고백하려 하지만 끝내 하지 못한다. 수지는 죄책감을 씻는다는 생각으로 오목이의 남편이 중동 건설 현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도와 주지만, 일환이 중동으로 떠나는 날 오목이는 결핵이 심해져 쓰러지고 만다. 수지는 오목이의 아이들을 같이 돌보자는 이야기를 하러 파티 중인 수철의 집에 방문한다.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과 동화될 수 없는 차이점은 이제 그녀 내부에 있었고 그건 근심(오목에 대한 죄책감)이었다. 한 번도 근심이라곤 깃들어 보지 않은 것처럼 오로지 즐겁기만 한 사람들 속에서 그녀 혼자 크나큰 근심을 지니고 있었다.

수지는 오빠를 찾아온 게 바로 그 근심을 나누기 위해서였다는 걸 잊어버린 양 그 근심에 강한 애착을 느꼈다. 그 근심을 수철에게 나누어 준다는 건 돼지에게 진주를 던져주는 것처럼 어리석은 깃이라는 극단적인 격정이 그녀를 사로잡았다.

그녀는 속으로 허둥지둥 그녀의 근심을 부둥켜안았다. 자신이 품고 있는 근심에 대한 이런 돌발적인 애착은 근심 없는 사람들을 경멸하는 마음까지 불러일으켰다. 근심없는 사람들이 허깨비처럼 텅 비어 보였다. 즐거운 파티도 사람들이 몽땅 비워 놓은 자리에 아름다운 비단과 현란한 보석과 이국적인 훈향과 감각적인 소문만이 한데 어울려 들끓고 있는 것처럼 헛되고 허전해 보였다.

 

 너덧 패로 나누어져 있던 사람들이 여자 남자 두 패로 갈라져서 웃고 떠들기 시작했다. 여자들 사이에선 지압이 관여 기적의 회춘 요법인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고, 남자들은 그들이 현재 속한 신분보다 한층 높은 곳을 움직이는 인맥에 대해 아는 체하고 분석하느라 점차 목청이 높아졌다.

남자들의 화제는 단연 수철이, 여자들의 화제는 영란이 리드하고 있었다.

 수지는 수철의 점잖고 정력적인 뒤통수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는 기억할까? 1951년의 겨울을. 그 겨울의 추위와 그 이상한 허기를.

그 생각은 수철이 낯설게 느껴질 때마다 수지에게 문득문득 떠오르던 의문이었다. 그리고 그 대답은 늘 부정적이었다. 그에게 그것을 기억하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알고도 모르는 척할 것이라는 음흉한 의심까지 없었던 건 아니었다. 수철을 자신에게 이로울 게 없는 기억에 대해선 얼마든지 시치미를 뗄 수 있는 위인이라고만 생각했지 그것을 정말 잊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파티의 사람들을 보고 있는 사이에 수지는 수철이 그것을 정말 잊었다는 것을 스스로 알아차렸다. 수철이뿐 아니라 거기 모인 모든 사람들에게 1951년 겨울은 있지도 않았다는 걸 수지는 다소곳이 인정했다.

그 겨울은 결국 나만의 것이었어. 그 겨울이 없었던 사람하고 어찌 그 겨울의 죄과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랐던고.

수지는 처음으로 그 겨울에 저지른 죄와 그 죄의식 때문에 떠맡게 된 온갖 근심을 자기만의것으로 받아들였다. 그것이 자기만의 것이라고 생각되자 근심조차 소중했다. 마치 자기만의 진실인 양 그것을 조금만 덜어 내도 단박 삶이 떳떳지 못해질 것 같았다. 그녀는 그 순간 뼈가 시리게 고독했지만 떳떳했고, 떳떳하다는 느낌은 그지 없이 좋았다.(지은 죄를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 외로움을 느끼지만, 죄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떳떳함을 느낌.) 파티의 즐거움이나 그녀가 여태껏 살아오면서 맛본 어떤 행복감보다도.

 

 화장실 쪽으로 가던 흰머리가 수지를 보자 깜짝 놀라면서 한 마디 했다.

 “충격입니다. 참으로 충격입니다.”

 “뭐가요?”

 “글쎄요, 거기까지밖에 생각이 안 나네요.”

 흰머리가 어릿광대처럼 얼굴을 우스꽝스럽게 쭈그러뜨리고 말했다. 수지는 너그럽게 웃어줬다. 흰머리는 화장실 쪽으로 비틀대면 달려갔다.

 수지는 흐느적대는 파티의 환락을 바라보면서 거기 충격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이미 없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건망증은 그렇게 확고해 보였고 순간의 환락은 기승스러웠다.

 

 수지는 더운 음식이 있는 테이블로 살금살금 걸어가 검고 윤기 나게 졸아붙은 갈비를 듬북 덜어 왔다.

 “먹어 둬야 돼. 곧 어려운 일이 닥쳐올 테니까.(1951년 겨울의 그 이상한 허기를 생각하며 살아온 수지의 무의식적인 행동

 수지는 부드럽게 익은 갈비를 손가락으로 쥐고 뜯으며 이렇게 중얼댔다.

 무언가 부족한 걸 발견하고 부엌 쪽으로 가던 영란이 한쪽 구성에서 갈비를 아귀아귀 뜯고 있는 수지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며 멈춰 섰다. 그러거나 말거나 수지는 천천히 양념이 묻은 손가락을 깨끗이 핥았다.

 “고모, 도대체 뭐 하는 거예요? 고모답지 않게 그게 무슨 청승이에요. 창피하게시리. 파티에 참석하고 싶으면 샤워하고 옷 갈아입고 나와요. 내 옷 빌려줄 테니까 옷장에서 마음대로 골라 입어요. 참석하기 싫으면…….”

영란이 말끝을 흐리며 눈썹을 우아하게 찡그렸다.

 “갈게요, 언니.”

 수지는 오목이의 다섯 아이 중 둘이나 셋쯤을 나눌 수 있기를 기대했던 자신의 마음이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했다. 수철이가 맡는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떠맡아 양육할 사람은 영란인데 영란에게 그 아이들을 돌보게 한다는 건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리는 것이었다.

맡기고 돌보게 하는 건 고사하고 그 아이들을 천인이나 거지 대하듯 바라다볼 영란의 교만하고 정 없는 시선 앞에 그 아이들을 잠시 내보이는 것조차 단연코 허락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생각만으로도 그것은 그 아이들에 대한 최악의 모독이었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지 뭐야.”

 수지는 속으로 이렇게 중얼대며 마치 그 아이들이 그 앞에 있는 양 허둥지둥 영란의 시선을 피해 그 아이들을 치마폭 가득, 품속 가득 껴안았다. 마음속으로 껴안은 그 애들의 체온은 생생하게 따뜻했고 가슴이 찐하도록 사랑스러웠다. 남의 자식을 그렇게 찐한 마음으로 안아 보긴 처음이었다.

영란의 시선을 그 아이들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독이라고 느낀 순간부터 수지는 더 이상 그 아이들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속일 수가 없었다. 사랑하고 예뻐하고 책임까지 지고 싶은 마음은 아직도 좀 생소했지만 이기의 껍질로 더 이상 싸 놓을 수 없을 만큼 싱싱하고 힘센 용틀임을 하고 있었다. 그 계집애들을 지겨워한 것조차 사아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친정집에다가 다섯 아이 중 몇을 덜기는커녕 행여나 하나라도 놓칠세라 치마폭 가득 품속 가득 껴안고 수지는 병원으로 달음질쳤다. 더 늦기 전에 오목이에게 자신의 모습을 자랑하고 싶었다. 용서를 빌기 전에 자랑 먼저 하고 싶었다. 베풀어진 은총처럼 마음속의 다섯 아이가 그녀를 기쁨으로 가득 채웠다.

 

 병원에선 오목이의 임종이 임박해 가족을 찾고 있었다. 주사로 임종을 잠시 유예하고 있는 상태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오목이의 의식을 또렷했고 표정은 해맑았다.

 “아아, 언니! 언니, 어디 갔었어? 못 보고 죽을까 봐 얼마나 조바심했는 줄 알아.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거든. 진작 할 걸 왜 여태 참았나 몰라. 죽을 때까지나 미련한 건 하여튼 알아 줘야 한다니까.”

오목이는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농담이라도 한 것처럼 장난스러운 미소를 띠고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는 숲속 길을 거닐 때 문득 옷소매를 스치고 나무들 사이로 도망치는 미풍이나 환청처럼 인간적인 애증과 갈등이 남김없이 걸러진 고요하고 무심한 것이었다.

 그런 오목이의 목소리는 죽음에 끝까지 따라다니는 설마 하는 비현실감을 단숨에 몰아냈다. 그리고 죽음을 직시해야 하는  일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크나큰 두려움이 수지를 엄습했다. 수지는 떨리는 소리로 말했다.

! 오목아, 나야말로 할 얘기가 있었는데, 진작 했어야 하는 얘긴데 왜 여태껏 못 했나 몰라. 미련하게시리…….”

 “언니, 내가 먼저야.”

 오목이가 섬뜩하도록 강경한 목소리로 말하면서 믿을 수 없을 만큼 바싹 마른 팔로 허공을 휘저었다.

 “언니, 내가 언니를 얼마나 싫어했는지 언니는 아마 모르고 있었을 거야. 고아원에서 처음 언니를 만났을 때부터 난 언니가 싫었어. 왜 그렇게 미웠는지, 아마 질투였나 봐. 언니 제발 용서해 줘. 일생에 누굴 그렇게 미워해 보긴 언니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어.”

 “난 미움받아 싸단다. 난 널 용서해 줄 자격도 없어. 아아. 내 죄를 네가 안다면…….”

 “언니, 내 말 안 끝났어. 내 말 먼저 할 테야. 나에겐 시간이 없으니까. 근데 언니, 내 미움은 참 이상해. 내가 남을 내 마음처럼 믿고 의지하기도 언니가 처음이었으니. 언니를 다시 만나기 전에 난 이미 죽었어야했어. 막내 낳을 때 안 죽은 걸 의사는 기적이라고 말했지만 그때 난 죽을래야 죽을 수가 없었어. 아이들을 어떡하구 죽냐 말야. 언니도 알다시피 우린 두 내외가 다 고아 아뉴? 다 망가진 몸을 정신력 하나로 살아있다는 게 얼마나 고달픈 일인지 언니는 아마 모를 거야. 그때 언니를 다시 만난 거야. 언니를 만나고부터는 정신력으로 살아 있는 그 지겹고 고된 일로부터 놓여날 때가 됐다 싶은 생각이 왜 그렇게 분명히 떠올랐을까. 참 이상해. 아무튼 자기가 죽은 후 자기 어린 자식들을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누구를 믿는다는 건 동기간에도 여간 우애 있는 동기간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인데 난 하필 죽도록 미워하고 있다고 생각한 언니에게 그런 걸 느낀 거야. 언니, 언니에게 힘든 짐을 지워 주려고 일부러 꾸민 얘기가 아냐. 꾸민 것처럼 이상한 얘기지만 정말이야. 자기 자식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을 만큼 남을 믿을 수 있다는 건 너무도 큰 은총이야. 언니, 정말 고마워. 언니에 대한 믿음과 사랑과 감사의 표시로 언니에게 이걸 주고 싶었어. 이건 내 전 재산이자 내 모든 거야. 내가 죽는 날까지 알기를 그렇게 원했지만 결국 못 알아내고 만 나의 정체까지 아마 이 속에 포함되었을 거야. 내가 고아가 되기 전부터 내가 지녀 온 유일한 물건이거든. 난 이걸로 내 정체를 어떻게든 건져 올려보려고 무진 애썼지만 허사였어. 아아, 내 아이들…….”4 오목이가 천 근의 무게처럼 힘겹게 건네준 건 은표주박이었다. 은행알만 하고 청홍의 칠보 무늬가 아직도 영롱한 은노리개였다. 수지는 벼락을 맞은 것처럼 공구해서 풀썩 바닥에 무릎을 꺾고 그것을 받았다. 어쩌면 수지가 지금 꺾은 것은 무릎이 아니라 이기로만 일관해 온 그녀의 삶의 축이었다. 마침내 그것을 꺾으니 한없이 겸허하고 편안해지면서 걷잡을 수 없이 슬픔이 밀려왔다.

 “오목아, 아니 수인아, 넌 오목이가 아니라 수인이야. 내 동생 수인이야. 내가 버린 수인이야. 내가 너를 몇 번이나 버린 줄 아니……?”

 이렇게 목멘 소리로 시작해서 길고 긴 참회를 끝냈을 때 수인이는 이미 죽어 있었다. 그러나 수지는 용서받은 것을 믿었다. 수인의 죽은 얼굴엔 남을 용서한 자만의 무한한 평화가 깃들어 있었으므로.

 

 

핵심 정리

 

1. 갈래 장편 소설, 가정 소설

2. 성격 사실적, 비판적, 현실 고발적

3. 배경 시간: 1951년 겨울~ 1960년대/ 공간 : 서울

4. 주제 전쟁의 비극과 이산 가족의 아픔, 중산층의 허위의식에 대한 비판

5. 구성

             발단 1·4 후퇴 때 피란길에서 수지는 다섯 살 된 동생 오목(수인)’이의 손을 일부러 놓음.

            전개 전쟁이 끝나고 중산층으로 살던 수지는 고아원에서 동생 오목이를 찾지만, 자신의 옛 애인이었던 인재와                         오목이와 만난다는 사실을 알고서 둘 사이를 갈라놓고 끝끝내 자신이 언니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음.

            위기 - ‘수지는 부유한 남자와 결혼하여 행복하게 지내지만, ‘오목이는 가난한 남편 일환의 학대로 고통스러운 시                       간을 보냄.

             절정 - ‘오목이와 재회한 수지는 죄책감을 덜기 위해 일환이 중동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일환이 중동으                          로 떠나던 날 오목이는 결핵이 심해져 쓰러짐.

             결말 - ‘오목이는 결국 수지곁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수지는 동생에게 마음의 용서를 구함.

6. 특징

      - 사회적·역사적 사실을 극적으로 형상화하여 드러냄.

      - 전쟁으로 인한 가족의 불행과 더불어 현대 사회 중산층의 도덕성 문제를 제기함.

      - 등장인물의 심리를 섬세하여 묘사함.

 

7. 해제

 이 작품은 전쟁과 급속한 근대화 과정을 배경으로, 인간의 개인적 이기심과 사회적 윤리 사이의 갈등을 섬세하게 풀어낸 소설이다. 소외된 인물과 가치관의 혼란을 겪는 인물을 통해 참된 가족 관념과 윤리적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이 제시되어 있다. 이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전쟁이 가져다 준 상처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혈육조차 냉정하게 버리는 중산층의 이기심과 허위의식에 대한 비판을 드러내고 있다.

 

8. 작가

  박완서(1931~2011)

 소설가. 대학에 입학한 지 5일 만에 6·25 전쟁이 발발하였고, 분단으로 인해 고향 박적골은 북한의 영토가 되었다. 이러한 전쟁과 분단의 체험은 소설로 구현되었고, 전쟁이나 분단으로 개인이 겪는 고통과 슬픔은 문학 세계를 이루는 하나의 큰 축이 되었다. 결혼 후 평범한 주부로 살아가다 박수근의 유작전을 보고 글을 쓰고자 마음먹게 되었고, 마흔이 되던 해에 <나목>으로 등단하게 된다. 주요 작품으로 <나목>, <옥상의 민들레꽃>, <엄마의 말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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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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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부분 줄거리]

1·4 후퇴의 북적이던 피란길에서 수지는 먹을 것을 빼앗기기 싫어 동생 오목의 손을 일부러 놓아 버린 채 혼자 가족에게로 돌아오고, 가족을 잃은 오목은 서울의 한 고아원에서 성장한다. 전쟁 중 부모를 모두 잃은 수지와 오빠 수철은 부모의 유산으로 유복한 생활을 하는데, 고아원에서 자란 오목은 입시 학원의 급사로 취직하여 그곳을 거처 삼아 지내다가 설 연휴가 되자 혼자 남게 된다.

 

고아로 자랐으면서도 그렇게 홀로 있어 보긴 처음이어서 목이는 그 무서움증을 이겨 보려고 이렇게 자신에게 이야기를 걸었다. 그러면 사면의 벽이 즉각 같은 물음으로 그녀를 조소했다.

너는 누구냐? 너는 누구냐?”

그 악랄한 조소에 그녀는 위축되고 마침내 흔적도 없이 소멸해 버릴 것 같았다. 외부를 향해 굳게 셔터가 내려진 7층 건물 속의 정적과 공허는 그녀가 홀로 감당하기엔 너무도 거대한 괴물이었다.

원장 아버지가 보고 싶었다. 그가 그 독특한 목청으로 목아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잡무에 쫓겨 잊고 지내던 원장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아무 하릴없이 홀로 있게 되자 참을 수 없이 간절해졌다.

지금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그 이름을 악착같이 움켜쥐고 있다가 이름으로 자기를 주장할 수 있었다는 게 얼마나 눈부신 자존심이었던가를 이제 알 것 같았다.

연휴 이틀째 되는 날, 목이는 원장 아버지를 찾아보기 위해 영광 학원을 벗어났다.

일찍 돌아오도록 해 미스 오. 별 볼일 없이 시내 싸돌아다녀 봤댔자 지갑만 허룩해지지. 이득 될 거 하나도 없으니까.”

나이 지긋한 수위 영감이 생각해서 해 주는 소린데도 목이 듣기엔 네 따위 고아가 외출해 봤대자 돈 쓸 일밖에 갈 데나 있겠느냐는 비양거림으로밖에 안 들렸다.

[A] 앞에서 보면 위용 당당한 7층 건물이지만 뒷문 밖은 생전 볕이 안 드는 음험하고 더러운 뒷골목이었다. 뒷골목의 구옥들은 거의가 다 싸구려 음식점이어서 쓰레기통에 넘치는 연탄재 위에 끼얹은 밥찌꺼기가 얼어 메밀꽃처럼 피어나고 있었다. 목이는 뒷골목에 들 볕을 차단하고 떡 버티고 선 7층의 괴물스러운 등허리를 쳐다보면서 이건 집이 아니다라고 진저리쳤다.

번화가의 상점들은 모조리 닫혀 있었다. 철시한 거리를 색색 가지 때때옷을 입은 사람들이 보통 때와 다르게 걸음 그 자체를 즐기듯이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 게 보기에 좋았다.

집에서 식구들 저희들끼리만 모여서 을 쇤다는 건 어떤 모습일까? 식구들 저희끼리만…….

목이는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식구라는 이름으로 저희끼리만 끼리끼리 뭉쳐서 자기를 따돌리고 비웃고 약 올리고 있는 것 같아 외롭고 서러웠다. 자기만이 식구라는 집단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그녀의 작은 가슴을 한없이 썰렁하게 했다.

(중략)

[B] 수철이 실질적인 가장 노릇을 하게 되자 제일 먼저 시작한 일이 6·25 때 잃어버린 누이동생을 찾는 일이었다. 그는 돈 아끼지 않고 신문 광고도 자주 냈거니와 전국의 고아원을 사람 시켜 또는 몸소 수소문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친척이나 친구들을 통해 어디 용한 점쟁이가 있다는 소리만 들어도 체면 불고하고 따라나서서 동생의 생사를 애타게 점쳤기 때문에 그의 드물게 착한 마음을 이미 일가문중에 정평이 나 있었고 칭송이 자자했다.

그러나 그 무렵 그는 이미 오목이라는 성명으로 부모 형제를 찾는 광고가 난 것을 보았던 것이다. 그는 광고를 보자마자 그 진상을 알아보기 전에 우선 그것을 아무도 모르게 감추기에 급급했다.

발행 부수 몇십만의 신문 광고 중 한 장을 감춘 것으로 온 세상을 눈가림할 수 없다는 것쯤 그가 모를 리 없었다. 그러나 그의 주변에서 수인이나 오목이를 기억하는 친척이 과연 있을 것인지는 긴가민가했다. 더군다나 외가 외에는 다 먼 친척이었고 세상은 갈수록 제 살기에만 바빠지고 있었.

그러니까 그가 신문 광고를 감춘 것은 순전히 수지 때문이었다. 수지와 수인의 각별한 우애를 잘 아는 그로서는 수지까지 오목이란 별명을 잊었다고 생각할 순 없었다.

사진과 함께 실린 그 신문 광고를 보자 단박 그는 오목이야말로 그가 찾는 누이동생 수인이라는 걸 알 수가 있었다.

터무니없이 앳된 사진의 얼굴은 그가 기억하고 있는 난리통에 먹을 것에 걸신이 나 식구들의 지청구를 한몸에 받던 때의 수인의 얼굴 그대로였다. 따로 알아보거나 여지조차 없었다.

그때의 누이동생의 얼굴은 마치 인화한 것처럼 명료하게 그의 기억 속에 찍혀 있었다.

누이동생을 잃어버린 때가 그의 중학교 때였으니 그럴 만도 했고 또 장남으로서의 책임감 때문에 그 얼굴은 그에게서 좀체 지워지지 않았다.

수인이가 오목이란 이름으로 살아 있음을 당장 알았보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즉시 수인이한테로 달려가질 못했다. 달려갈 생각보다는 자기 말고 누가 또 수인이를 알아보았을까 그것부터 두려웠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수인이를 영영 모른 척할 마음까지 먹은 건 아니었다. 그저 마음의 충격을 가라앉힐 시간 필요한 정도였다.

그러나 그가 정말 필요로 한 시간은 자기 말고도 오목이가 수인임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나 없나는 확신할 수 있는 동안이었다. 만일 그런 일가친척이 있어 그에게 제보를 해 준다면 그때 가서 금시초문인 척 누이를 찾아 나서도 늦지는 않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그런 제보를 해 준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마침 이산가족 찾기 운동이 전국적으로 활발한 때라 수철이의 갸륵한 마음을 위해 그런 기사 광고라면 빠뜨리지 않고 훑어보았노라는 사람까지도 누이 동생은 이제 죽은 셈 치라는 위로의 말을 해 줄 정도였다. 그러나 오목이가 수인임을 알 사람은 처닞간에 수철 하나밖에 없는지도 몰랐다.

오직 자기만이 오목이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데 자신이 생길수록 그는 오목이를 찾아 나서길 망설이게 됐다. 오목이를 오목인 채로 내버려 둔들 어떠랴 싶었다.

그런 생각이 처음 떠올랐을 때만 해도 스스로도 섬뜩할 정도의 간지였다. 어떻게 그런 생각까지 할 수가 있을까 참으로 망측한 심보였고, 그런 자신이 정떨어져서라도 어떤 변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며칠을 혼자서 궁리에 궁리를 거듭한 끝에 얻어 낸 변명은 누이동생이 몸담고 있는 곳이 하필 고아원이기 때문이라는 거였다.

그는 새삼스럽게 고아원에 진저리를 쳤다. 그렇다면 고아가 고아원이 아닌 어디에 있어야 한단 말인가?

그는 자신의 억지에 실소했지만 그 억지를 철회하진 못했다.

그때 수철이는 이미 결혼해서 아름다운 아내와 귀여운 자식을 두고 있었고, 하나 남은 누이동생 수지를 부럽지 않게 호강시켜 가며 곱게 기르고 있었다. 그는 좋은 집안에서 고생 모르고 자라서 그에게 시집와 그의 자식을 낳아 준 아내를 누구보다 사랑했다. 너무 사랑해서 누이동생이 하나 달린 것도 속으로 미안한데 하나를 더 끌어들이다니, 그것도 고아원으로부터 그건 차마 못 할 일이었다.

- 박완서,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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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A][B]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A][B]는 모두 타인을 의식하는 특정 인물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A][B]는 모두 외부 현상에 대한 인물의 반응을 통해 인물의 내면을 드러내고 있다.

[A]는 비유를 통해 인물의 성품을 드러내고 있고, [B]는과장을 통해 인물의 지위를 드러내고 있다.

[A]는 인물의 정서에 영향을 주는 공간적 배경을 묘사하고 있고, [B]는 인물의 행적을 설명하는 요약적 서술을 하고 있다.

[A]는 다른 인물과의 비교를 통해 인물의 불행한 처지를 강조하고 있고. [B]는 인물과 주변 인물과의 관계를 제시하여 인물의 긍정적 평판을 드러내고 있다.

 

 

2. 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오목이 고아원에 대한 부정적 기억을 떨치는 계기가 된다.

오목이 직장에 대한 소속감을 소중하게 여기게 되는 계기가 된다.

오목이 가족에 대한 결핍과 외로움으로 서러움을 느끼는 원인이 된다.

오목이 자신이 겪은 아픔을 떠올려 보고 극복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된다.

오목이 바라던 것을 이루었음에도 성취에 대한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원인이 된다.

 

3. ~ 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 : 동생의 어려운 처지를 개선하는 것보다는 과거 잘못의 책임을 우선 면피하려고 하고 있다.

② ㉡ : 동생 찾기를 포기함으로써 자신을 괴롭혀 온 죄책감을 덜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③ ㉢ : 자신에 대한 성찰을 통해 자기모순을 깨닫고 성장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④ ㉣ : 잘못을 개선할 의지는 없으면서도 자신의 잘못에 대해 자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⑤ ㉤ :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신념을 양보하고 타협하려고 하고 있다.

 

 

4.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소설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는 전쟁 후를 살아가고 있는 수철’, ‘수지오목삼 남매의 삶을 통해 전쟁으로 인한 상처가 개인의 삶에 드리우는 그늘을 드러내고 있다. 1960~ 1970년대 서울에서는 파괴된 도시가 복구되고 산업이 발전하면서 안정과 풍요를 추구하는 중산층 소시민들이 생겨나고 있었고, 전재의 상처가 여전히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신의 안위 유지나 출세를 위한 경쟁에 몰두해 가고 있었다. 유산을 물려받아 부유하게 살아가고 있는 수철오목을 찾으려는 시도를 하면서도 정작 가족으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위선적 모습을 통해 소시민 가족 공동체의 이면에 존재하는 배타성과 이기주의, 도덕적 몰락을 고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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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은 위선적 인물인 수철이 선행으로 일가문중에 정평이 나 있었을 정도로 친척들에게 잘못 알려졌던 것은 전쟁이 개인의 삶의 드리운 그늘이라고 평가할 수 있군.

갈수록 제 살기에만 바빠지고 있었던 사회의 모습은 이웃을 돌아볼 여유를 잃고 자신의 안위만을 우선시하던 당시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군.

이산가족 찾기 운동이 전국적으로 활발했던 모습을 통해 전쟁으로 인한 상처가 사회 고곳곳에 남아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군.

누이동생이 몸담고 있는 곳이 하필 고아원이기 때문에 동생을 가족으로 받아들이기 꺼리는 모습은 가족 공동체 이면의 배타성과 이기주의를 드러낸다고 평할 수 있군.

수철이 수지를 부럽지 않게 호강시켜 가며돌보는 모습에서 전쟁 후 서울에서 안정과 풍요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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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는 진화 중 김기택

 

믿을 수 없다, 저것들도 먼지와 수분으로 된 사람같은 생물이란 것을. (시적 대상인 바퀴벌레저것이라고 지칭함으로써 시를 읽는 사람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킴. - 도치법)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시멘트와 살충제 속에서만 살면서도 저렇게 비대해질 수 있단 말인가. 살덩이를 녹이는 살충제를 어떻게 가는 혈관으로 흘려보내며 딱딱하고 거친 시멘트를 똥으로 눌 수 있단 말인가. 입을 벌릴 수밖엔 없다, 쇳덩이의 근육에서나 보이는 저 고감도의 민첩성과 기동력 앞에서는.바퀴벌레의 강인한 생명력에 대한 놀라움 환경 오염의 심각성

                                                                                                                                    1: 바퀴벌레의 놀라운 생명력

 

 

사람들이 최초로 시멘트를 만들어 집을 짓고 살기 전, 많은 벌레들을 씨까지 일시에 죽이는 독약을 만들어 뿌리기 전(현대 물질문명이 발달하기 전), 저것들은 어디에 살고 있었을까. 흙과 나무, 내와 강, (오염되기 전의 깨끗한 상태)그 어디에 숨어서 흙이 시멘트가 되고 다시 집이 되기를, 물이 살충제가 되고 다시 먹이가 되기를(현대 물질문명의 발달로 환경이 오염되고 생태계가 파괴되는 과정) 기다리고 있었을까. 빙하기, 그 세월의 두꺼운 얼음 속 어디에 수만 년 썩지 않을 금속의 (바퀴벌레의 끈질긴 생명력을 상징적으로 드러냄.)를 감추어 가지고 있었을까.

                                                                                                                                      2: 바퀴벌레의 생존에 관한 궁금증

 

 

로봇처럼, 정말로 철판을 온몸에 두른 벌레들이 나올지 몰라. (환경 오염으로 이해 등장한 신형 바퀴벌레의 모습) 금속과 금속 사이를 뚫고 들어가 살면서 철판을 왕성하게 소화시키고 수억 톤의 중금속 폐기물을 배설하면서 불쑥불쑥 자라는 잘 진화된 신형 바퀴벌레가 나올지 몰라. 보이지 않는 빙하기, (환경이 오염되고 생태계가 파괴되어 생명체가 살기 힘든 상황을 빙하기에 비유함.그 두껍고 차가운 강철의 살결 속에 씨를 감추어 둔 채 때가 이르기를 기다리고 있을지 몰라. 아직은 회색 스모그가 그래도 맑고 희고, 폐수가 너무 깨끗한 까닭에 숨을 쉴 수가 없어 움직이지 못하고 눈만 뜬 채 잠들어 있는지 몰라.(현재의 심각한 상황을 좋다’,‘깨끗하다로 표현하여 환경 오염의 심각성을 강조함- 반어법)

                                                                                                                                       3: 바퀴벌레의 진화에 관한 두려움

 

 

 

핵심 정리

 

1. 갈래 자유시, 서정시

2. 성격 비판적, 상징적

3. 제재 바퀴벌레와 환경 오염

4. 주제 현대 문명 발달로 인한 환경 파괴의 심각성 고발

5. 특징

              - 산문적 진술을 통해 시상을 전개함.

              - 반어적 표현을 사용하여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냄.

              - 영탄법, 도치법 등을 통해 시적 화자의 심리와 정서를 효과적으로 표현함.

6. 해제

 이 작품은 바퀴벌레를 진화 과정을 통해 환경 오염의 심각성을 고발한 시로,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 환경을 생각하지 않는 개발이 계속된다면 환경과 생태계가 지금보다 더욱 파괴될 것이라는 섬뜩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바퀴벌레는 진화 중>을 통해 생태계 파괴나 환경 오염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문제임을 인식하고 공동체적인 해결책을 도모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다.

 

7. 작가

  김기택(1957~ )

 시인. 경기도 안양에서 태어나 오랜 시간 직장생활을 하다가 시인이 되었다. 그는 반복되는 고단한 삶을 달래기 위해 시를 썼고 그 속에서 즐거움을 느낀 것이다. 1989년에 <가뭄><꼽추>라는 작품으로 등단한 이후 꾸준히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다. 문명의 폭력성, 소시민의 삶 등 현대인의 일상에서 발견되는 문제를 소재로 하는 작품을 다수 창작하였으며 주요 작품으로는 <멸치>, <맨발> 등이 있다.

 

 

출처 : 미래엔 문학 교과서 + 미래엔 문학 자습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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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느티나무가 신경림

 

고향집 앞 느티나무(시적 화작에게 성찰을 유도하는 존재)

터무니없이 작아 보이기 시작한 때가 있다

그때까지는 보이거나 들리던 것들(순수한 마음으로 인식하던 것들)

문득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

나는 잠시 의아해지기는 했으나

내가 다 커서거니 여기면서

이게 다 세상 사는 이치(성장의 과정에서 겪는 통과 의례적 변화)라고 생각했다

                                                                                                   1: 고향집 앞 느티나무가 작아 보이기 시작한 때의

 

오랜 세월이 지나 고향엘 갔더니

고향집 앞 느티나무가 옛날처럼(유년기, 어린 시절) 커져 있다

내가 늙고 병들었구나 이내 깨달았지만

내 눈이 이미 어두워지고 귀가 멀어진 것(겉으로만 인식하고 판단하는 것이 점점 사라짐.내면의 가치에 집중하게 됨.)

나는 서러워하지 않았다(세상에 대한 인식이 확장되어 세상을 더 아름답게 볼 수 있기 때문에)

                                                                                                   2: 고향집 앞 느티나무가 옛날처럼 커 보이게 된

 

다시 느티나무가 커진 눈(삶의 깨달음을 얻은 노년기의 시작)

세상이 너무 아름다웠다

세상이 너무 어두워지고 귀가 멀어져

오히려 세상의 모든 것이 더 아름다웠다

                                                                                                   3: 노년기에 느끼는 세상의 아름다움

 

 

 

핵심 정리

 

 

1. 갈래 자유시, 서정시

2. 성격 성찰적, 고백적

3. 제재 고향집 앞 느티나무

4. 주제 사물의 인식 변화를 통한 삶의 성찰/ 늙어가는 것에 대한 자족감과 달관

5. 특징

          -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상을 전개함.

          - 일상적인 경험을 평이한 시어로 진솔하게 표현함.

6. 해제

 이 작품은 고향집 앞의 느티나무를 통해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내용을 담은 시로, 어린 시절에 크게 보이던 고향집 느티나무가 성년이 되면서 작게 보이다가, 병들고 늙은 현재 화자에게 다시 커 보이는 것을 통해 깨달은 바를 형상화하고 있다. , 화자는 노년기에 이르러 세상에 대한 인식이 확장되어 서러워하지 않게 되고 세상의 모든 것이 아름다워지는 깨달음을 얻고 있다.

 

7. 작가

 신경림(1936~ )

 시인. 충청북도 충주에서 태어나 탄광이 있는 집성촌에서 자란 그는 10대 시절에 6·25 전쟁, 아버지의 사업 실패 등을 연이어 겪게 되었다. 이러한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도스트옙스키나 백석, 이용악의 책을 읽으며 문학에 대한 열정을 키웠다. 1956년에는 시 <갈대>가 추천받아 등단했지만, 생활고로 인해 계속해서 작품 활동을 하지 못하고 광부, 농부, 공사장 인부, 학원 강사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10년 동안이나 떠돌이 생활을 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삶의 애환을 생생하게 체험하게 되었고, 훗날 자신의 작품에 민중들의 모습을 담게 된다. 떠돌이 생활을 마친 후에는 본격적으로 시창작에 몰입하였다. 주요 작품으로는 <농무>, <목계 장터>, <가난한 사랑 노래> 등이 있다.

 

 

출처 : 미래엔 문학 교과서 + 미래엔 문학 자습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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