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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월령가 정학유

 

 

[1월령] 정월(正月)은 맹춘(孟春)이라. 입춘(立春) 우수(雨水) 절후(節候)로다. 산중간학(山中間壑)에 빙설(氷雪)은 남았으나, 평교(平郊) 광야(廣野)에 운물(雲物)이 변()하도다. 어와 우리 성상(聖上) 애민 중농(愛民重農)하오시니, 간측(懇惻)하신 권농 윤음(勸農綸音) 방곡(坊曲)에 반포(頒布)하니, 슬프다, 농부(農夫)들아 아무리 무지(無知)한들 네 몸 이해(利害) 고사(姑捨)하고 성의(聖意)를 어길쏘냐? 산전 수답(山田水畓) 상반(相半)하여 힘대로 하오리라. 일 년 풍흉(一年豐凶)은 측량(測量)하지 못하여도, 인력(人力)이 극진(極盡)하면 천재(天災)를 면()하나니, 제 각각(各各) 권면(勸勉)하여 게을리 굴지 마라. 일년지계(一年之計) 재춘(在春)하니 범사(凡事)를 미리 하라. 봄에 만일 실시(失時)하면 종년(終年) 일이 낭패되네. 농지(農地)를 다스리고 농우(農牛)를 살펴 먹여, 재거름 재워 놓고 일변(一邊)으로 실어 내어 맥전(麥田)에 오줌 주기 세전(歲前)보다 힘써 하소.

1월령 : 정월에 해야 하는 농사일

 

 

[현대어 풀이]

 

1월은 초봄이라 입춘, 우수의 절기로다. 산골짜기에는 얼음과 눈이 남았으나, 들과 벌판에는 경치가 변하기 시작하는구나. 어와, 우리 임금께서 백성을 사랑하고 농사를 중히 여기시어, 농사를 권장하시는 말씀을 온 나라에 널리 알리시니, 슬프다 농부들이여. 아무리 무지한들 네 자신의 이해관계를 그만두고라도 임금의 뜻을 어기겠느냐? 밭과 논을 반반씩 균형 있게 힘대로 하오리라. 일 년의 풍년과 흉년을 헤아리지 못하여도, 사람의 힘을 다 쏟으면 자연의 재앙을 면하나니, 제각각 서로 부지런하기를 권하여 게을리 굴지 마라. 일 년의 계획은 봄에 하는 것이니 모든 일을 미리 하라. 봄에 만일 때를 놓치면 그해 일이 낭패되네. 농사지을 땅을 다스리고 일하는 소를 먹여, 재거름 재워 놓고 한편으로 실어 내어, 보리밭에 오줌 주기를 새해가 되기 전보다 힘써 하소.

 

 

핵심 정리

 

갈래 장편 가사, 월령체 가사

성격 교훈적, 계몽적

운율 3(4)·4, 4음보

제재 한 해의 농사일과 세시 풍속

주제 월령과 절기에 따른 농가의 일과 세시 풍속

특징

- 우리말 노래로 농업 기술의 보급을 시도한 최초의 작품임.

- 감탄형, 명령형 어미를 통해 내용을 제시하여 계몽적 성격이 잘 드러남.

- 농촌 생활과 관련된 구체적 어휘가 풍부하게 나타남.

 

7. 두 작품의 형식상 특징 비교하기


동동 농가월령가
차이점 매 연 후렴구가 있음. 4음보의 연속체로 후렴구가 없음.
공통점 서사와 1~12월령까지 총 13연으로 구성된 월령체 형식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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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육사(李陸史)

 

1. 출생 1904. 4. 4, 경북 안동

사망 1944. 1. 16, 중국 베이징[北京]

2. 국적 한국

3. 요약

일제 강점기에 시인이자 독립운동가로서 강렬한 민족의식을 갖추고 있던 이육사는 일찍부터 각종 독립운동단체에 가담하여 항일투쟁의 불꽃을 피웠고, 생애 후반에는 총칼 대신 문학으 로 일제에 저항했던 애국지사였다.

 

일제 강점기의 대표적인 저항시인 이육사는 평생 치열한 민족정신으로 독립운동에 매진했고, 잦은 옥고로 인해 몸이 쇠약해진 뒤에는 총칼 대신 날카로운 펜을 휘둘러 일제와 싸웠던 항일투사였다.

 

이육사의 시 광야에는 대한독립과 민족의 자유를 염원하는 시어로 가득 차 있다. 19451217일자 자유신문에 발표된 이 시에 대하여 평론가 김용직은 민족의식을 바탕으로 한 가운데 유례가 없을 정도로 든든한 구조를 가진 작품이라고 찬탄하고 있다.

 

이외에도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청포도, 절정, 황혼등에는 암울한 식민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지식인의 고통스런 현실과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투철한 의지가 절절하게 그려져 있다.

 

퇴계 이황의 후손, 저항의 깃발을 치켜들다

 

이육사는 1904518일 경상북도 안동시 도산면 원촌리에서 아버지 이가호와 어머니 허길의 6형제 가운데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호적에 기록된 이름은 원록(源祿), 두 번째 이름은 원삼(源三)이었고 훗날 활()로 개명했다. ()는 태경(台卿), 본관은 진성(眞城)으로 퇴계 이황의 14대 손이다. 그는 어린 시절 보문의숙(寶文義塾)이라는 신식학교를 운영했던 할아버지 이중직으로부터 전통 한학을 배웠다.

일제강점기 최고의 저항시인 이육사를 키워낸 안동 지방은 1894년 갑오의병을 창의하여 독립운동의 첫 장을 연 지방으로 친일행위나 태도를 인정하지 않은 기풍을 견지하고 있었다. 이처럼 엄중한 분위기 속에서 일제의 압력에 결코 굴하지 않는 강렬한 민족정신이 자라났을 것이다.

 

12세 때인 1915년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가세가 기울어지자 이육사의 가족들은 안동군 녹전면 신평동 듬벌이로 이사했다. 그러다 재차 대구로 이사한 뒤 이육사는 서화가로 명성을 떨치던 서병오에게 그림을 배웠다.

 

17세 때인 1921, 이육사는 영천 출신 안용락의 딸 안일양과 결혼한 다음 처가에서 가까운 백학학원에서 1년 동안 공부했는데, 바로 이때 원삼이란 이름을 사용했다. 1923년부터 9개월 동안 백학학원에서 교편을 잡기도 했다.

 

1923, 이육사는 19세의 나이로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경찰 기록에 따르면 당시 그는 도쿄쇼오소쿠(東京正則)예비학교, 니혼(日本)대학 전문부 등에서 공부했다. 하지만 검찰신문조서에는 이와 달리 킨죠우(錦城)고등예비학교에 1년간 재학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1925년 귀국한 이육사는 대구 조양회관에서 주최한 신문화 강좌에 참여했다. 조양회관은 1922년 독립운동가 서상일이 민족계몽운동을 위해 세운 교육회관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만난 동지 이정기, 조재만 등과 함께 수시로 중국을 드나들며 독립운동을 모색했다. 19267월에는 베이징에 있는 중국(中國)대학 상과에 입학하여 7개월 동안 공부했다.

 

장진홍 사건과 대구격문사건에 휘말리다

 

19271018, 조선은행 대구지점에 신문지에 싸인 커다란 선물상자가 배달되었다. 은행 직원이 수상하게 여기고 길거리에 내놓자마자 그 안에 담겨있던 폭탄이 굉음을 울리면서 폭발하면서 경찰 4명을 포함하여 도합 6명이 부상을 당했다. 깜짝 놀란 대구경찰서 순사들이 범인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아무런 단서도 잡을 수 없었다. 수사가 미궁에 빠지자 다급해진 경찰은 대구에서 활동하던 애국지사들을 무차별로 잡아들인 다음 야만적인 고문을 가하며 자백을 강요했다.

 

이때 이육사는 형 이원기와 동생 원일, 원조와 함께 경찰서에 끌려가 갖은 곤욕을 치렀다. 평생 17차례에 걸친 체포와 투옥의 시발점이었다. 사건이 발생한 지 14개월이 지난 1929214, 일본 오사카에서 진범 장진홍이 체포되면서 이육사의 형제들은 사건과 관련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경찰은 그해 12월이 되어서야 그들을 석방했다. 한편 장진홍은 사형을 선고받자 이듬해인 1930731일 자결함으로써 비장한 최후를 맞았다.

 

192911월부터 시작된 광주학생의거가 확산되면서 19301월 중순 대구에서도 동맹휴학사태가 벌어졌다. 아울러 대구 일대에 일제를 성토하는 격문(어떤 일을 여러 사람에게 널리 알려 부추기기 위한 글)이 휘날렸다. 그러자 경찰은 예비검속 차원에서 대구청년동맹 간부였던 이육사를 체포했다가 19일에 풀어주었다. 그해 2월에는 중외일보 대구지사 기자로 임용되었지만 3월에 또 다시 체포되었다가 풀려났다.

 

그해 8월 조선일보사 대구지국으로 직장을 옮긴 그는 10월에 잡지 별건곤대구이육사란 필명으로 대구사회단체개관이란 글을 발표했다. 193113일에는 조선일보에 이활이라는 본명으로 첫 시 을 발표했다. 그 뒤에도 대구격문사건을 빌미로 체포되어 두 달 동안 수감되었다가 풀려나는 등 시련이 거듭되었다.

 

아호(문인, 학자, 예술가 등의 본이름 외에 따로 지어 부르는 이름) 육사(陸史)’에 얽힌 사연

 

이육사는 대구형무소에 수감되었을 때의 죄수번호 264번을 빌려 대구이육사(大邱二六四)’라는 호를 썼다. 그러다 반드시 일제의 식민지가 된 조선의 불행한 역사를 뒤엎겠다는 의지로 죽일 육()’, ‘역사 사()’를 사용한 육사(戮史)’로 바꾸었다. 도중에 고기 육()’, ‘설사할 사()’육사(肉瀉)’를 쓰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안 어른 이영우가 육사(戮史)’란 호는 너무 노골적이라 일제의 눈총을 받을 수 있으니 무난하게 평평한 산꼭대기를 뜻하는 ()’ 자로 바꾸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하자 그 조언을 받아들여 육사(陸史)’라는 호를 사용했다.

 

의열단의 군사간부교육을 받다

 

19323, 조선일보사에서 나온 이육사는 만주의 펑톈을 거쳐 베이징에 갔을 때 밀양 출신으로 김원봉과 함께 의열단을 설립했던 애국지사 윤세주를 만났다. 그의 권유에 따라 이육사는 1020일 난징 근교 탕산에 의열단이 설립한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 1기생으로 입교했다.

 

장제스(蔣介石)의 후원으로 설립된 이 학교의 정식 명칭은 중국국민정부 군사위원회 간부훈련반 제6였다. 학생들은 재학 중 중국 국민군 보통병사 상위의 신분으로 견습사관 대우를 받았고, 졸업한 뒤에는 소위로 임관하게 되어 있었다.

 

여기에서 그들은 아침 6시부터 저녁 9시까지 교양과목과 군사학을 교육받았다. 교양과목은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철학 등이고 군사학은 통신법, 선전법, 연락법 등을 비롯하여 탄약, 폭탄, 도화선, 뇌관 등 제조법, 폭탄 투척법, 피신법, 변장법, 서류은닉법, 삐라살포법, 암살법, 무기운반법, 철로폭파법, 열차운전법 등 다양했다. 교관은 한모, 왕현지, 김정우, 김원봉 등 중국인과 한국인이 뒤섞여 있었다.

 

1933423, 거행된 제1회 졸업식에는 교장 김원봉과, 남경중국일보 사장인 캉저(康澤)와 비밀공작법을 가르친 시에중용(協中庸) 등이 참석했다. 그때 이육사는 식후공연으로 준비한 연극 지하실의 대본을 쓰고 직접 연기자로 출연했다. 졸업식이 끝난 뒤에는 국내 노동자 농민에 대한 혁명의식 고취와 2기생 모집 임무를 부여받았다.

 

이육사는 그 후 베이징에 있는 북경대학 사회학과에 들어가 학업을 계속하는 한편 국내에서 발간된 대중창간 임시호에 평문 자연과학과 유물변증법을 게재했다. 같은 책 게재되지 못한 글 목록에는 이육사(李戮史)’레닌주의철학의 임무가 담겨있다.

러시아혁명의 성공과 함께 전 세계로 파급된 사회주의 사상에 깊이 빠져있었음을 알 수 있다. 5월에는 상하이에서 중국의 대문호 루쉰(魯迅)과 만나 교유했다.

 

총칼 대신 펜으로 일제와 맞서다

 

19337월 국내에 잠입하여 은밀하게 항일활동을 펼치던 이육사는 9월에 육사(陸史)’라는 필명으로는 처음으로 잡지 신조선에 시 황혼을 발표했다. 그런데 19343, 그가 군사간부학교 출신임이 밝혀지면서 경기도경찰부 형사들에게 체포되었다. 이때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되면서 작성된 신원카드에 따르면 신분은 상민이었고, 신장은 약 165cm였다.

 

경찰은 이육사가 만주로 사라진 2년 전부터 요주의 인물로 지목하고 전국에 수배령을 내려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고문을 받으면서도 끝까지 중국에서의 행적에 대하여 비밀을 지킨 결과 석 달 뒤인 623일 기소유예 의견으로 석방될 수 있었다.

 

그해 7, 안동경찰서에서 작성한 이육사 감시보고서를 보면 석방 이후에도 경찰로부터 철저하게 감시받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배일사상, 민족자결, 항상 조선의 독립을 몽상하고 암암리에 주의의 선전을 할 염려가 있음. 민족공산주의로 전화하고 있는 것으로 본인의 성질로 보아서 개전의 정을 인정하기 어려움.'

 

본격적으로 문학의 길을 걷다

 

1935년부터 이육사는 정인보가 주도하는 신조선사에서 일하면서 신조선7편의 시를 발표함으로써 본격적으로 시인의 길을 걸었다. 이후 그는 중외일보사, 조광사, 인문사 등지로 일터를 옮겨 다니며 한시와 시조, 논문, 평론, 번역, 시나리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했다. 이 시기에 루쉰의 소설 고향을 번역하기도 했다.

 

193684, 이육사는 요양 차 머물고 있던 경주의 옥룡사에서 쓴 시조 두 수를 시인 신석초에게 보냈다. 이 작품들은 평시조의 자수율을 엄격하게 지킨 전형적인 시조로서 그의 문학적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뵈올까 바란 마음 그 마음 지난 바램.

하루가 열흘같이 기약도 아득해라.

바라다 지친 이 넋을 잠재울까 하노라.

 

1937에는 신석초, 윤곤강, 김광균 등과 함께 동인지 자오선을 발간하고 대표작 청포도, 교목, 파초등 상징적이고 서정성이 풍부한 시를 발표했다. 이어서 조광, 풍림, 문장선, 인문평론등의 지면을 통해 1941년까지 절정, 광인의 태양등 수많은 작품을 게재했다. 정한모 교수는 나라사랑16집에 실린 육사시의 특질과 시사적 의의에서 그를 이렇게 상찬(기리어 칭찬함)했다.

 

'그에 의하면 시는 행동이며 진정한 의미의 참여라고 한다. 그는 식민지적 압력에 대항하고 빼앗긴 조국을 되찾기 위하여 대륙을 전전하며 숱한 고난과 역경을 체험하였다. 이러한 역경과 인고의 극복 노력은 기다림의 철학과 초인 의지로 승화된다. 온몸을 내던진 헌신적 투쟁의 수형(受刑-죄인이 형벌을 받음)의식으로 일제에 저항하여, 그러한 인고와 생명의 절정에서 끝없는 기다림과 초인에 대한 열망을 시로써 형상화함으로써 보다 진정한 저항 방식을 보여 준 것이다.'

 

베이징의 일본영사관 감옥에서 순국하다

 

19412, 이육사는 37세의 늦은 나이에 딸을 얻었다. 그는 기쁨 속에서도 경계하는 심정으로 딸의 이름을 기름지지 말라.’는 뜻의 옥비(沃非)’로 지었다. 하지만 호사다마라 했던가. 그해 4월에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을 겪었고, 가을에는 심해진 폐질환 때문에 성모병원에서 병마와 싸워야 했다. 모두가 잦은 투옥과 고문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1943년부터 태평양전쟁이 시작되자 일제는 한국인을 방패막이로 삼기 위해 내선일체를 표방하고 창씨개명을 강요하는 등 조선인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 당시 일제가 일본어를 강요하고 한글 사용을 금지하자 분개한 이육사는 문예지에 한시(漢詩)만 발표하는 결기를 보였다.

 

그해 4, 그는 충칭과 옌안에 가서 무기를 들여와 일제와 싸우고자 했다. 하지만 7월 초순 어머니와 형의 소상을 치르러 일시 귀국했다가 동대문경찰서 형사들에게 체포되었다. 며칠 후 베이징으로 압송된 그는 현지의 일본영사관 감옥에서 갖은 고문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났다.

 

그의 유해는 의열단 단원이자 친척이었던 이병희가 수습하여 화장했고, 연락을 받은 동생 이원창이 유골을 서울로 가져와 미아리 공동묘지에 안장했다. 1960년에 그의 유해는 고향 원촌의 뒷산으로 이장되었다.

 

이육사는 일제 강점기 활동했던 수많은 문인들 가운데 끝까지 가장 진취적이고 적극적으로 일제에 저항했던 애국지사의 표상이었다. 1990년에 건국훈장 애국장이 수여되었다.

해방 후인 1946년 동생 이원조에 의해 유고집 육사시집초간본이 서울출판사에서 발간되어 그의 작품 20여 편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서문은 신석초, 김광균, 오장환, 이용악이 썼다. 같은 해 조카 이동영에 의해 재범조사에서 간행된 육사시집재간본에는 초간본에 2편을 더한 22편의 시가 소개되었다. 서문은 청마 유치환이 썼다.

 

이념으로 찢겨진 이육사의 형제들

 

이육사의 6형제는 모두 재주가 뛰어났을 뿐만 아니라 우애도 몹시 깊었다. 하지만 그들은 일제 강점기에 갖은 고통을 당했고, 해방 후에는 이념에 따라 남북으로 찢겨졌다. 월간조선20151월호, 김태완 기자의 이육사의 딸 이옥비 여사 인터뷰기사를 바탕으로 그들의 운명을 간략하게 재구성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원기는 이육사를 비롯한 3명의 동생과 함께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된 뒤 대구형무소에서 가혹한 고문을 당한 끝에 불구의 몸이 되어 신음하다가 1942년 세상을 떠났다. 그에게는 1968년 대통령표창, 1977년 건국포장, 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되었다.

 

셋째 이원일은 위당 정인보 문하에서 공부했는데 스승으로부터 장안 3재의 1으로 손꼽힐 정도로 수재였다. 일찍이 서화가로 이름을 날렸지만 남로당 활동을 하다 월북했다.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조선노동당 재산 담당 직책으로 남한에 내려왔지만 고향인 안동까지 내려가지는 못했다. 그의 아들 이동선은 아버지를 찾으러 홀로 월북했다가 현지에 정착했는데, 김일성대학을 졸업한 뒤 평양시장을 역임했다.

 

넷째 이원조는 일제 강점기에 호세이(法政)대학 불문과를 졸업한 뒤 조선일보 학예부 기자로 일했다. 문학평론가로서 예리한 필봉을 휘둘렀으므로 당대의 내로라하는 문인들도 두려워했을 정도였다. 그는 1928, 1929년 연속으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와 소설이 당선될 정도로 문재가 출중했다. 해방 후 좌파 문학단체인 문학가동맹에 가입한 뒤 임화, 김남천, 설정식과 함께 활동하다가 1946년 박헌영을 따라 월북했다.

 

다섯째 이원창1940년까지 조선일보 인천지국 주재기자로 일했고, 해방 후에는 인천신문 창간에 간여하여 사회부장을 지냈다. 진보당 당수 조봉암의 비서로 근무하다 요시찰인물이 되었는데, 한국전쟁 때 셋째 형 이원일을 만나러 북으로 갔다가 폭격으로 사망했다.

 

막내 이원홍도 문재가 뛰어나 형제들이 문학을 권유했지만 미술을 택했다. 그는 19세 때 첫 출품한 전국미술대회에 입선의 성과를 거두었지만 축하파티 도중 심장마비로 요절했다.

 

이처럼 이육사의 형제들은 해방 전후에 언론계와 문화예술계에서 뛰어난 재능을 발휘했지만 남북 분단의 희생양이 되면서 오늘날 저항시인으로 굳건하게 자리매김한 이육사처럼 뚜렷한 명성을 얻지는 못했다.

 

이상각

 

참고자료

새로 쓰는 이육사 평전김희곤 지음. 지영사. 2002.

이육사 전집김용직, 손병희 공저. 깊은 샘. 2004.

이 달의 독립 운동가 상세자료-이원록대한민국 국가보훈처. 1994.

월간조선20151월호. 가족 이야기-시인 이육사의 딸 이옥비김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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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천하 채만식

(비상 수록 부분)

 

[앞부분 줄거리] 서울의 대지주인 윤 직원(일제 강점기에, 향교나 경학원(조선 시대, 1887년에 성균관을 고친 이름)의 직무, 또는 그 직무를 맡아 하던 사람) 영감은 인력거의 삯도 깎으려 하고, 기생을 데리고 다니면서도 아무것도 주려고 하지 않는 구두쇠이다. 그런 그에게도 구한말 화적(불한당. 떼를 지어 돌아다니며 재물을 마구 빼앗는 사람들의 무리)들에게 아버지가 죽임을 당한 아픈 기억이 있다. 그래서 윤 직원 영감은 일본인들이 불한당을 막아 주고 자신의 안전을 보장해 준다고 생각하여, 진심으로 그들에게 고마워하여 경찰서 무도장을 짓는 데 아낌없이 기부한다. 그는 재산을 지키기 위해 양반을 사고 족보에 도금을 하는 한편, 손자 윤종수와 윤종학을 군수와 경찰서장으로 만들어 가문을 빛내고자 한다. 그러나 아들 윤창식은 노름을 하며 가산을 탕진하고, 손자 윤종수 또한 방탕한 생활을 한다. 며느리나 손자며느리도 고분고분하지가 않고 딸은 남편과 사별한 후 와서 같이 살고 있다. 윤 직원 영감은 일본에서 유학 중인 손자 윤종학에게 모든 기대를 걸고 있다.

 

 

[절정] 15. 망진자(亡秦者 )는 호야(胡也)니라- 진나라를 망하게 할 자는 호해라는 자식이라는 뜻 사건 전개를 암시함.

 

일찍이 윤 직원 영감은, 그의 소싯적 윤 두꺼비 시절, 재갸(자기 또는 자신을 뜻함) 부친 말대가리 윤용규(작중 인물들의 천박한 별명들로 풍자의 효과를 얻음.)가 화적의 손에 무참히 맞아 죽은 시체 옆에 서서, 노적(곡식 따위를 한데에 수북이 쌓음. 또는 그런 물건)이 불타느라고 화광(타는 불의 빛)이 충천(하늘을 찌를 듯이 공중으로 높이 솟아오른)한 하늘을 우러러

이놈의 세상, 언제나 망하려느냐?”

우리만 빼놓고 어서 망해라!”(윤 직원 영감의 비윤리적이고 이기적인 가치관)

하고 부르짖은 적이 있겠다요.(‘-겠다요’: 판소리적 문체 조롱하는 어투를 통해 인물에 대한 서술자의 부정적 태도를 드러냄.)

이미 반세기(半世紀) , 그리고 그것은 당시의 나한테 불리한 세상에 대한 격분된 저주요 겸하여 웅장(규모가 우람하고 으리으리하다- 반어적, 냉소적, 풍자적)한 투쟁의 선언이었습니다.(편집자적 논평)

해서 윤직원 영감은 과연 승리를 했겠다요.(편집자적 논평- 나라는 망했고, 윤 직원 영감은 부자가 됨) 그런데……

 

식구들은 시아버지 윤직원 영감이 보기가 싫은 건넌방 고 씨(‘윤 직원 영감의 며느리)만 빼놓고,

울 아씨(윤 직원 영감의 딸), 태식이(윤 직원 영감이 늘그막에 둔 어린 아들), 뒤채의 두 동서(큰손자 며느리 박 씨’, 둘째 손자 며느리 조 씨’), 모두 안방에 모여 종수(‘윤 직원 영감의 큰 손자)를 맞이하는 예를 표하고, 그들의 옹위(주위를 둘러쌈) 아래 윤 직원 영감과 종수는 각기 아랫목과 뒷벽 앞으로 갈라 앉았습니다. 방금 점심 밥상을 받을 참입니다.

너 경손 애비, 부디 정신 채리라!……

윤 직원 영감이 종수더러 곰곰이 훈계를 하던 것입니다. 안식구가 있는 데라 점잖게 경손 애비지요.

…… 정신을 채리야 헐 것이 늬가 암만히여두 네 아우 종학(‘윤 직원 영감의 둘째 손자 작품에서 유일하게 긍정적인 인물)이만 못히여! 종학이는 그놈이 재주두 있고, 착실히여서, 너치름(처럼) 허랑허지두(언행이나 상황 따위가 허황하고 착실하지 못하지도) 않고 그럴 뿐더러 내년 내후년이머넌 대학교를 졸업허잖냐? 내후년이지?”

.”

그렇지? , 그래, 내후년이먼 대학교 졸업을 허구 나와서, 3년이나 다직(‘기껏’) 4년만 찌들어나머넌 그놈은 지가 목적헌, 요새 그 목적이란 소리 잘 쓰더구나 응? 목적……. 목적헌 경부(대한 제국 때에, 경찰 고등관인 경시의 아래. 경부보의 위에 있던 판임 경찰관)가 되야 각구서, 경찰서장이 된담 말이다! ? 알겄어.”

.”

그러닝개루 너두 정신을 바싹 채리 각구서, 어서어서 군수가 되야야 않겄냐?…… , 동생놈은 버젓한 경찰서장인디, 형 놈은 게우 군서기를 댕기구있담! 남부끄러서 어쩔 티여? ?…… 아 글씨, 군수 되구 경찰서장 되구 허머넌, 느덜 좋구 느덜 호강이지. 머 그 호강 날 주냐? 내가 이렇기 아등아등(계속 기를 쓰며 우기거나 애를 쓰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 잔소리를 허넌 것두 다 느덜 위히여서 그러지, 나는 파리 족통(‘을 속되게 이르는 말)만치두 상관읎어야! 알어듣냐?”

.”

그놈 종학이는 참말루 쓰겄어! 그놈이 어려서버텀두 워너니(워낙) 나를 자별허게(본디부터 남다르고 특별하게) 따르구, 재주두 있구 착실허구, 커서두 내 말을 잘 듣구…… 내가 그놈 하나넌 꼭 믿넌다 꼭 믿어. 작년 올루 들어서 그놈이 돈을 어찌 좀 히피(헤프게) 쓰기는 허넝가 부더라마는, 그것두 허기사 네게다 대머는 안 쓰는 심이지. 사내자식이 너처럼 허랑허지만 말구서, 제 줏대만 실헐 양이면 돈을 좀 써두 괜찮언 법이여 …… 그리서 지난달에두 5백 원 꼭 쓸 디가 있다구 핀지히였길래 두말 않고 보내주었다!”

 

마침 이때, 마당에서 헴헴, 점잖은 밭은기침(병이나 버릇으로 소리도 크지 아니하고 힘도 그다지 들이지 않으며 자주 하는 기침.) 소리가 납니다. 창식이(‘윤 직원 영감의 아들) 윤 주사가 조금 아까야 일어나서, 간밤에 동경서 온 전보 때문에 억지로 억지로 큰댁 행보를 하던 것입니다.

 

윤주사는 토방으로 내려서는 아들 종수더러, 언제 왔느냐고, 심상히(대수롭지 않고 예사롭게) 알은 체를 하면서, 역시 토방으로 내려서는 두 며느리의 삼가로운 무언의 인사(근심스럽게 말없이 드리는 인사), 마루까지만 나선 이복 누이동생 서울 아씨의 입인사를 받으면서, 방으로 들어가서는 부친 윤직원 영감한테 절을 한자리 꾸부리고서(절을 한 번 하고서), 아들 종수한테 한자리 절과, 이복동생 태식이한테 경례를 받은 후, 비로소 한옆(한쪽 옆)으로 꿇어 앉습니다.

해가 서쪽으로 뜨겄구나?”

윤직원 영감은 아들의 이렇듯 부르지도 않은 걸음을, 더욱이나 안방에까지 들어온 것을 이상타고 꼬집는 소립니다.

…… 멋하러 오냐? 돈 달라러 오지?”

동경서 전보(‘윤종학의 피검(정부 기간에 잡혀 감)을 알리는 소재로, 극적 반전을 유도함)가 왔는데요 ……

* 전보의 기능

사실의 전달 윤종학이 사회주의 운동을 하다가 피검되었음을 알림.

사건의 반전 사건 전개에 극적인 반전을 유도함.

미래의 암시 윤 직원 영감 집안의 몰락을 예고함.

인물의 제시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적 상황 때문에 작품 전면에 등장시키기 어려운 윤종학을 간접적오로 제시함.

지체(어떤 집안이나 개인이 사회에서 차지하고 있는 신분이나 지위)를 바꾸어, 윤주사를 점잖고 너그러운 아버지로, 윤 직원 영감을 속사납고 경망스런 어린 아들로 둘러놓았으면(방향을 바꾸어 놓았으면) 꼬옥 맞겠읍니다.(편집자적 논평 - ‘윤 직원 영감의 경망스러운 모습을 비꼼)

동경서? 전보?”

종학이놈이 경시청에 붙잽혔다구요!”

으엉?”

외치는 소리도 컸거니와 엉덩이를 꿍 찧는 바람에, 하마 방구들이 내려앉을 뻔했습니다. 모여선 온 식구가 제가끔 정도에 따라 제각기 놀란 것은 물론이구요.

윤 직원 영감은 마치 묵직한 몽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양 정신이 멍해서 입을 벌리고 눈만 휘둥그랬지, 한동안 말을 못하고 꼼짝도 않습니다.(충격을 받은 윤 직원 영감의 모습을 비유적으로 표현)

 

그러다가 이윽고 으르렁거리면서 잔뜩 쪼글트리고 앉습니다.

, 웬 소리냐? 으응? 으응?…… 거 웬 소리여? 으응? 으응?”

그놈 동무가 친 전본가 본데, 전보가 돼서 자세는 모르겠읍니다.”

윤주사는 조끼 호주머니에서 간밤의 그 전보를 꺼내어 부친한테 올립니다. 윤직원 영감은 채듯 전보를 받아 쓰윽 들여다보더니 커다랗게 읽습니다. 물론 원문은 일문이니까 몰라보고, 윤주사네 서사(대서(代書)나 필사(筆寫)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 민서방이 번역한 그대로지요.

종학, - 상 관계-, - 시청에 피검!(‘윤종학이 사회주의 운동에 참여하여 경시청에 잡혀감)…… 이라니 ? 이게 무슨 소리다냐?”

종학이가 사상관계로 경시청에 붙잽혔다는 뜻일 테지요!”

사상관계라니?”

그놈이 사회주의에 참예(참여)……

으엉?”

아까보다 더 크게 외치면서, 벌떡 뒤로 나동그라질 뻔하다가 겨우 몸을 가눕니다.

윤직원 영감은 먼저에는 몽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같이 멍했지만, 이번에는 앉아 있는 땅이 지함(땅이 움푹 가라 앉아 꺼짐)을 해서 수천 길 밑으로 꺼져 내려가는 듯 정신이 아찔했습니다.(‘윤종학이 잡혀갔다는 사실보다 사회주의에 참여했다는 사실에 더 놀라는 윤 직원 영감’)

그러나 그것은 결단코 자기가 믿고 사랑하고 하는 종학이의 신상을 여겨서 가 아닙니다.

윤 직원 영감은 시방 종학이가 사회주의를 한다는 그 한가지 사실이 진실로

옛날의 드세던 부랑당패가 백 길 천 길로 침노(성가시게 달라붙어 손해를 끼치거나 해치는)하는 그것보다도 더 분하고, 물론 무서웠던 것입니다.

 

()나라를 망할 자 호(: 오랑캐)라는 예언을 듣고서, 변방을 막으려 만리장성을 쌓던 진시황, 그는 진나라를 망한 자 호(: 오랑캐)가 아니요, 그의 자식 호해(胡亥)(소제목의 의미 - ‘윤 직원 영감을 진시황에, ‘윤종학을 호해에 비유하여 윤 직원 영감의 심리를 드러냄.)을 눈으로 보지 못하고 죽었으니, 오히려 행복이라 하겠습니다.

 

 

[결말] “사회주의라니? 으응? 으응?……

윤직원 영감은 사뭇 사람을 아무나 하나 잡아먹을 듯, 집이 떠나게 큰소리로 포효(咆哮)를 합니다.

…… 으응 ? 그놈이 사회주의를 허다니! 으응? 그게, 참말이냐? 참 말이여?”

허긴 그놈이 작년 여름방학에 나왔을 때버틈 그런 기미가 좀 뵈긴 했어요!”

그러머넌 참말이구나! 그러머넌 참말이여, 으응!…….”

윤직원 영감은 이마로 얼굴로 땀이 방울방울 배어오릅니다.

…… 그런 쳐 죽일 놈이, 깎어 죽여두 아깝잖을 놈이! 그놈이 경찰서장 허라닝개루, 생판 사회주의허다가 뎁다 경찰서에 잽혀 ? 으응?…… 오사(형벌이나 재앙으로 제 목숨대로 살지 못하고 비명(제 목숨대로 다 살지 못함)에 죽음) 육시(이미 죽은 사람의 시체에 다시 목을 베는 형벌을 가함.)를 헐 놈이, 그놈이 그게 어디 당헌 것이라구 지가 사회주의를 히여? 부자놈의 자식이 무엇이 대껴서 부랑당패에 들어?……

아무도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 고개를 떨어뜨리고 섰기 아니면 앉았을 뿐, 윤 직원 영감이 잠깐 말을 그치자 방안은 물을 친 듯이 조용합니다.

…… 오죽이나 좋은 세상(‘윤 직원 영감이 말하는 태평천하를 의미함.)이여? 오죽이나 ……

 

윤직원 영감은 팔을 부르걷은 주먹으로 방바닥을 땅 치면서 성난 황소가 영각(소가 길게 우는 소리)을 하듯 고함을 지릅니다.

화적패가 있너냐아? 부랑당 같은 수령(守令)들이 있너냐?…… 재산이 있대야 도적놈의 것이요, 목숨은 파리 목숨 같던 말세(末世)(‘윤 직원 영감이 살았던 사회의 모습)넌 다 지내가고오……. 자 부아라, 거리거리 순사요, 골골마다 공명헌 정사(政事), 오죽이나 좋은 세상이여 …… 남은 수십만 명 동병(動兵)을 히여서, 우리 조선놈 보호히여 주니(일제 강점기), 오죽이나 고마운 세상이여? 으응 ?…… 제 것 지니고 앉아서 편안허게 살 태평세상, 이걸 태평천하(‘윤 직원 영감의 가치관1. 비뚤어진 역사의식을 드러냄)라구 허는 것이여 태평천하!…… 그런디 이런 태평천하에 태어난 부자놈의 자식이, 더군다나 왜지 가 떵떵거리구 편안허게 살 것이지(나라가 식민지 상황이건 말건 개인만 잘 살면 된다는 윤 직원 영감의 생각), 어찌서 지가 세상 망쳐 놀 부랑당 패(‘윤 직원 영감의 가치관2 사회주의를 부정적으로 생각함.)에 참섭(어떤 일에 끼어들어 간섭함)을 헌담 말이여, 으응?”

 

땅 방바닥을 치면서 벌떡 일어섭니다. 그 몸짓이 어떻게도 요란스럽고 괄괄한지, 방금 발광이 되는가 싶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모여선 가권(호주나 가구주에게 딸린 식구)들은 방바닥 치는 소리에도 놀랐지만, 이 어른이 혹시 상성(본래의 성질을 잃어버리고 전혀 다른 사람처럼 됨.)이 되지나 않는가하는 의구의 빛이 눈에 나타남을 가리지 못합니다.

…… 착착 깎어 죽일 놈!…… 그놈을 내가 핀지히여서, 백 년 지녁(징역. 죄인을 교도소에 가두어 노동을 시키는 형벌)을 살리라구 헐걸! 백 년 지녁 살리라구 헐 테여 ……. 오냐, 그놈을 삼천 석 거리는

직분(分財)하여 줄라구 히였더니(윤종학에게 재산을 나누어 주려고 했음.), 오냐, 그놈 삼천 석 거리를 톡톡 팔어서, 경찰서으다가 사회주의 허는 놈 잡어 가두는 경찰서으다가 주어버릴걸! 으응, 죽일 놈!”

마지막의 으응 죽일 놈 소리는 차라리 울음소리에 가깝습니다.

…… 이 태평천하에! 이 태평천하에 ……

쿵쿵 발을 구르면서 마루로 나가고, 꿇어앉았던 윤주사와 종수도 따라 일어섭니다.

…… 그놈이 만석꾼(곡식 만 섬가량을 거두어들일 만한 논밭을 가진 큰 부자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의 집 자식이, 세상 망쳐 놀 사회주의 부랑당 패에 참섭을 히여. 으응, 죽일 놈! 죽일 놈!”

연해 부르짖는 죽일 놈 소리가 차차로 사랑께로 멀리 사라집니다. 그러나 몹시 사나운 그 포효가 뒤에 처져 있는 가권들의 귀에는 어쩐지 암담한 여운이 스며들어(‘윤 직원 영감집안의 붕괴 암시), 가뜩이나 어둔 얼굴들을 면면상고(아무 말도 없이 서로 얼굴만 물끄러미 바라봄.), 말할 바를 잊고, 몸 둘 곳을 둘러보게 합니다. 마치 장수의 주검을 만난 군졸들처럼 ……

 

同志社,[동지사] 1948. 12. 5>

 

 

 

 

핵심 정리

 

1. 갈래 풍자 소설, 가족사 소설

2. 성격 비판적, 풍자적, 반어적

3. 시점 전지적 작가 시점

4. 배경 1930년대 일제 강점기, 서울

* 이 작품이 발표된 1930년대 후반은 일제가 우리의 민족 문화를 말살하고, 우리나라를 병참 기지화하여 인적· 물적 자원을 약탈하던 시기였다. 이로 인해 우리 민족이 겪은 심리적· 물리적 고통은 매우 극심했다. 그런데 윤 직원 영감이 이런 시대를 태평천하라고 인식하는 것은 그가 역사의식이 결여된 인물이며 친일파, 대지주로서 자신이 누리고 있는 것들에만 관심이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5. 제재 일제 강점기의 타락한 삶

6. 주제 부조리한 사회 현실에 대한 풍자적 비판

7. 특징

- 희화화의 방식으로 인물에 대한 풍자의 효과를 높임.

- 방언과 구어체 및 판소리 사설의 문체를 사용하여 작품에 생동감을 부여함.

8. 전체 구성

발단 인력거를 탄 윤 직원 영감이 그 삯 때문에 인력거꾼과 승강이(서로 자기주장을 고집하여 옥신각신하며 다툼)를 함.

전개 - ‘윤 직원 영감의 집안 내력과 재산 축적 과정을 제시함.

위기 - ‘윤 직원 영감은 둘째 손자인 윤종학에게 기대를 걺.

절정 - ‘윤 직원 영감윤종학이 사상 관계로 피검되었다는 전보를 받음.

결말 - ‘윤 직원 영감윤종학이 사회주의 운동을 한 것에 분노함.

 

9. 등장인물의 대조적 형상화

부정적 인물 긍정적 인물
윤 직원 영감’, ‘윤창식’, 윤종수 윤종학
작품의 전면에 등장함.
도덕적으로 타락했으며, 풍자와 비판의 대상이 됨.
작품 속에 실제로 등장하지 않음.
일제 강점기 현실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주의 운동에 참여한 긍정적 인물임.

 

10. 서술상의 특징과 효과

 

서술상의 특징 효과
서술자의 편집자적 논평이 나타남.
‘-겠다요’, ‘-ㅂ니다등과 같은 어투를 사용함.
방언이나 비속어를 사용하고, 상황을 반어적으로 표현함.
서술자의 개입을 통해 작가의 의도대로 인물을 비판함.
경어체 문장을 통해 판소리하는 창자처럼 독자와 가까운 위치에서 인물을 조롱하고 희화화함.
방언, 비속어, 반어적 표현 등을 사용하여 대상을 희화화하고 격하하여 웃음을 유발함.

 

11. 채만식 소설에 나타나는 풍자

채만식의 소설에는 일제 강점기 지식인으로서 지녔던 시대 비판 정신을 풍자로 표현한 것이 많음.

• 「태평천하: 민족의식이 결여되고 이기적인 윤 직원 영감을 통해 당시 조선의 상황을 깊이 인식하고 비판함.

• 「레디메이드 인생: 일제 강점기 지식인이 겪는 경제적 고통과 지적 갈등을 지식인 스스로 풍자하는 형식을 취함.

• 「치숙: 작가가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인물의 입을 통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인물을 부정하는 풍자 기법을 사용함.

 

12. 제목 태평천하의 의미

윤 직원 영감이 인식하는 일제 강점기의 모습을 단적으로 드러낸 표현으로, 일반 민중에게는 일제 강점기가 견디기 힘든 고통스러운 시기였음.

윤 직원 영감의 잘못된 역사의식을 반어적으로 풍자함 반민족적, 반사회적, 친일적 성향을 지닌 사람들에 대한 풍자

 

13. 태평천하의 전통 계승 양상

 

태평천하는 우리 문학의 전통 중 판소리 사설의 수법과 놀부의 인간형을 계승하였다. 이 작품의 서술자는 ‘-입니다와 같은 경어체를 사용함으로써 독자와 가까운 위치에서 독자와 한편이 되어 등장인물을 조롱하고 있으며, 독자와 등장인물의 중간에서 등장인물을 평가하면서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또한 윤 직원 영감은 윤리나 도덕, 인정과 같은 덕목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의 이익과 돈만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놀부의 인간형을 계승하고 있다.

 

 

 

출처 : 비상(한) 문학 자습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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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고쟈 창()을 내고쟈 작자 미상

 

 

(- 내면적 고뇌를 해소할 수 있는 매개체) 내고쟈 창()을 내고쟈 이내 가슴에 창() 내고쟈- ‘aaba’

고모장지(고무래 들창. ‘건설방과 방 사이, 또는 방과 마루 사이에 칸을 막아 끼우는 문. 미닫이와 비슷하나 운두가 높고 문지방이 낮다..) 셰살장지( 문살이 가는 장지(障紙).) 들장지(들창문. 들어올려서 매달아 놓게 된 장지.) 열장지 암돌져귀 수돌져귀(문짝을 문설주에 달아 여닫는 데 쓰는 두 개의 쇠붙이.) 목걸새(걸쇠를 거는 구멍난 못. 문고리에 꿰는 쇠. 문고리를 거는 기능을 함.) 크나큰 쟝도리(장도리-못을 박거나 끌을 사용할 때 쓰는 연장.) 바가 이내 가슴에 창()을 내고쟈

잇다감 하(너무) 답답ᄒᆞᆯ 제면 여다져 볼가 ᄒᆞ노라

 

 

[현대어 풀이]

창을 내고 싶구나, 창을 내고 싶구나. 이 내 가슴에 창을 내고 싶구나.

고모장지. 세 살장지, 들장지, 열장지, 암톨쩌귀, 수톨쩌귀, 배목걸쇠를 크나큰 장도리로 뚝딱 박아 이 내 가슴에 창을 내고 싶구나.

이따금 너무 답답할 때면 여닫아 볼까 하노라.

 

핵심 정리

 

1. 갈래 사설시조

2. 성격 해학적, 의지적

3. 제재

4. 주제 삶의 답답함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

5. 특징

- 마음에 창을 낸다는 기발한 발상을 통해 문학성을 획득함.

- 비애와 고통을 웃음으로써 극복하려는 해학성이 돋보임.

 

6. 표현상의 특징

반복 및 열거의 사용과 그 효과

반복(a-a-b-a의 문장 구조)과 열거(창의 종류와 부속품 등)을 통해 수다스럽고 과장된 표 현을 사용함. 해학성을 유발하며, 화자의 간절한 마음을 강조해 줌.

 

불가능한 상황의 설정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든 불가능한 상황으로, 화자의 정서가 매우 절박한 것임을 보여 줌.

독자들에게는 다소 엉뚱한 발상으로 여겨져 화자의 절박함과는 별개로 웃음을 자아내는 해학적 표현으로 인식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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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흥(漫興- 흥겨움이 마음속에 가득차다) - 윤선도

 

산수(자연 속, 속세와 떨어진 곳) (山水間) 바회 아래 뛰집(초가집-소박한 생활, 안빈낙도)을 짓노라 ᄒᆞ니

그 모론 ᄂᆞᆷ들은 욷ᄂᆞᆫ다 ᄒᆞᆫ다마ᄂᆞᆫ

어리고 햐암(향암. 시골에서 지내 온갖 사리에 어둡고 어리석은 사람.)의 뜻의내 분()인가 ᄒᆞ노라

<1> 분수에 맞는 삶

 

[현대어 풀이]

자연 속에서 바위 아래 띠집을 짓고자 하니

그 뜻을 모르는 남들은 비웃기도 한다마는

어리석고 세상에 어두은 사람의 뜻에서는 내 분수인가 하노라.

 

 

 

보리밥 픗ᄂᆞ물(소박한 생활)을 알마초 머근 후()

바횟 긋 믉ᄀᆞ의 슬ᄏᆞ지(실컷) 노니노라

그 나믄 녀나믄 일(속세에서의 부귀영화)이야 부ᄅᆞᆯ 줄이 이시랴 <2> 자연 속에서 즐기며 만족하는 삶

 

[현대어 풀이]

보리밥과 풋나물을 알맞게 먹은 후에

바위 끝 물가에서 실컷 노니노라.

그 나머지 일이야 부러워할 줄이 있으랴.

 

 

누고셔(누군가) 삼공(三公-삼정승:영의정, 좌의정, 우의정)도곤 낫다 ᄒᆞ더니 만승(萬乘-만대의 병거(兵車)라는 뜻으로 천자 또는 천자의 자리를 이르는 말.)이 이만ᄒᆞ랴

이제로 헤어든 소부(巢父) 허유(許由)(소부, 허유 고대 중국의 인물들로, 속세에 나서지 않고 자연을 벗삼아 즐기며 삶) 냑돗더라(영리하더라. 약았더라.)

아마도 임천한흥(林泉閑興-자연 속에서 느끼는 한가한 흥취.)을 비길 곳이 업세라

<4> 자연을 줄기는 삶에 대한 자부심

 

 

[현대어 풀이]

 

누군가 (자연이) 삼정승보다 낫다고 하더니 천자라고 한들 이만큼 좋겠는가?

이제 생각해 보니 소부허유가 영리하더라

아마도 자연 속에서 노니는 즐거움은 비할 곳이 없으리라

 

*소부와 허유의 이야기

 

옛날 중국의 요임금이 죽을 때가 되어 자신의 후임을 찾다가 허유라는 사람이 어질다는 이야기를 듣고 허유를 불러 황제의 자리를 물려주려 하였다. 그러나 허유는 자연에서 사는 삶이 더 좋다면서 황제의 자리를 거절한다. 살던 곳으로 돌아온 허유는 더러운 이야기를 들었다며 강물에 귀를 씻고 있는데, 소를 끌고 지나가던 소부가 허유에게 어떤 연유로 강물에 귀를 씻느냐고 물었다. 허유에게 자초지종을 들은 소부는 더러운 이야기를 듣고 난 귀를 씻은 물을 소에게 먹일 수 없다며 강의 상류로 소를 끌고 갔다. 이는 소부와 허유가 자연에서 사는 삶을 황제의 자리보다 더 중요하게 여겼다는 이야기로, 두 사람은 청렴함의 대명사처럼 사용되곤 했다. <만흥>에서 소부와 허유가 약았더라라는 구절은 본인이 직접 자연에서 노닐어 보니 과연 황제의 자리보다 더 낫다는 것을 느꼈고, 그리하여 돌아보니 소부와 허유가 청렴해서 자연에서 산 게 아니라 가장 좋은 것을 누리고 있었음을 깨달았다는 이야기이다.

 

핵심 정리

 

1. 갈래 연시조

2. 성격 자연 친화적, 탈속적, 자족적

3. 제재 자연을 벗하는 생활

4. 주제 자연 속에 묻혀 사는 즐거움

5. 특징

- 설의법을 사용해 자연 속 삶에 대한 만족을 강조함.

- 물아일체의 자연 친화 정신이 잘 나타나 있음.

6. 작가

윤선도(1587~1671)

조선 중기의 문신. 호는 고산(孤山). 치열한 당쟁으로 오랜 기간을 벽지의 유배지에게 보내면서 자연을 제재로 한 시조를 많이 남겼다.

 

7. 만흥의 생략된 내용

 

[3]

잔 들고 혼자 안자 먼 뫼흘 바라보니

그리던 님이 오다 반가옴이 이러하랴

말씀도 우움도 아녀도 몯내 됴하 하노라.

 

[풀이]

술잔을 들고 혼자 앉아서 먼 산을 바라보니

그리워하던 임이 온다고 한들 반가움이 이보다 더하겠는가?

산이 말씀하거나 웃음을 짓지도 않건만 나는 그를 한없이 좋아하노라.

[주제] 자연을 벗삼는 한정(閑情)

 

[5]

내 셩이 게으르더니 하날히 아르실샤.

人間(인간) 萬事(만사)를 한 일도 아니 맛뎌

다만당 다토리 업슨 江山(강산)을 딕히라 하시도다.

 

[풀이]

내 천성이 게으른 것을 하늘이 아셔서,

세상의 많은 일 가운데 하나도 맡기지 않으시고,

다만 다툴 상대가 없는 자연을 지키라고 하셨도다.

 

[주제] 자연과 더불어 사는 즐거움

 

[6]

江山(강산)이 됴타 한들 내 ()으로 누얻느냐.

님군 恩惠(은혜)를 이제 더욱 아노이다.

아무리 갑고쟈 하야도 해올 일이 업세라.

 

[풀이]

강산이 좋다고 한들 나의 분수로 (이렇게 편안히) 누워 있겠는가.

이 모두가 임금의 은혜인 것을 이제 더욱 알겠도다.

하지만 이 은혜를 아무리 갚으려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구나.

 

[주제] 임금의 은혜에 대한 감읍(感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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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우(梨花雨 )릴 제 - 계랑

 

 이화우(梨花雨-비 오듯 떨어지는 배꽃. 또는 봄비 하강적 이미지)릴 제 울며 잡고 이별(離別)ᄒᆞᆫ 님

추풍낙엽(秋風落葉-가을바람에 떨어지는 나뭇잎시간의 흐름, 하강적이미지, 이별의 정서 심화)에 저도 날 각ᄂᆞᆫ가

천 리(千里-임과 떨어진 공간적 거리/ 이별로 인한 임과의 심리적 거리)에 외로온 (임을 향한 그리운 마음)만 오락가락 ᄒᆞ노매

 

[현대어 풀이]

 

배꽃이 비처럼 흩날리던 때에 울며 () 잡고 헤어진 임

가을바람에 떨어지는 나뭇잎을 보며 임도 나를 생각하고 계실까?

천 리 길(머나먼 곳에서)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하는구나.

 

핵심 정리

 

1. 갈래 평시조

2. 성격 감상적, 애상적

3. 제재 이화우, 추풍낙엽, 이별

4. 주제 임을 그리는 마음

5. 특징

            - 하강의 이미지를 가진 시어(‘이화우’, ‘추풍낙엽’)를 통해 이별의 상황을 효과적으로 제시함.

            - 계절의 흐름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시어를 사용함.

 

6. 작가

계랑(1573~1671)

 

 조선 중기의 기생. 호는 매창(梅窓). , 노래, 거문고에 뛰어나 당대 큰 명성을 얻었다.

본명은 이향금(李香今), 자는 천향(天香), 매창(梅窓)은 호이다. 계유년에 태어났으므로 계생(癸生)이라 불렀다 하며, 계랑(癸娘 또는 桂娘)이라고도 하였다. 아버지는 아전 이탕종(李湯從)이다.

 

시문과 거문고에 뛰어나 당대의 문사인 유희경(劉希慶허균(許筠이귀(李貴) 등과 교유가 깊었다. 부안(扶安)의 기생으로 개성의 황진이(黃眞伊)와 더불어 조선 명기의 쌍벽을 이루었다.

 

부안에 있는 묘에 세운 비석은 1655(효종 6) 부풍시사(扶風詩社)가 세운 것이다. 여기에는 1513(중종 8)에 나서 1550(명종 5)에 죽은 것으로 잘못 기록되어 있다. 그의 문집 매창집발문에 기록된 생몰 연대가 정확하다. 그는 37세에 요절하였다.

 

유희경의 시에 계랑에게 주는 시가 10여 편 있다. 가곡원류에 실린 이화우(梨花雨) 흣날닐제 울며 쟙고 이별(離別)한 님으로 시작되는 계생의 시조는 유희경을 생각하며 지은 것이라는 주가 덧붙어 있다.

 

허균의 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에도 계생과 시를 주고받은 이야기가 전한다. 그리고 계생의 죽음을 전해듣고 애도하는 시와 함께 계생의 사람됨에 대하여 간단한 기록이 덧붙여 있다. 계생의 시문의 특징은 가늘고 약한 선으로 자신의 숙명을 그대로 읊고 자유자재로 시어를 구사하는 데에 있다. 그의 우수한 시재(詩才)를 엿볼 수 있다.

 

여성적 정서를 읊은 중에 추사(秋思)·춘원(春怨)·견회(遣懷)·증취객(贈醉客)·부안회고(扶安懷古)·자한(自恨)등이 유명하다. 그는 가무·현금에도 능한 다재다능한 예술인이었다. 부안의 묘에 비석이 전한다. 1974년 그 고장 서림공원에 시비(詩碑)를 세웠다.

 

7. 이해와 감상

작가가 자신과 정이 깊었던 유희경이 서울로 간 후 소식이 없자 그를 그리워하며 지은 작품으로, 섬세한 여성의 감성이 돋보이며 하강의 이미지로 정서를 심화시키는 기법이 인상적이다.

 

8. 사랑과 이별의 감정을 진솔하게 노래한 기녀의 시조

 

조선 전기에 시조의 주요 창작 계층은 사대부들이었다. 이들이 창작한 작품은 강호가도의 안빈낙도적 삶을 추구하거나 유교의 충군애민(忠君愛民) 의식에 기초한 것으로 인간사에 가장 보편적이라 할 수 있는 사랑과 이별의 감정은 그다지 표출되지 않았다. 그러나 엄격한 유교적 덕목의 준수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웠던 기녀들은 자신들이 지닌 내면적 감정을 시조라는 갈래를 통해 진솔하게 표현해 냈다. 조선 전기에 사랑과 이별의 감정을 노래한 시조(연정가) 대부분이 기녀에 의해 지어진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편 기녀들이 시조를 다수 창작한 것은 문학 담당층의 확대와 아울러 문학이 추구해야 할 본래적 가치가 실현되었다는 점에서 문학사적으로 큰 의의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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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산 바라보며 성삼문

 

수양산(首陽山- 중의적 표현: 백이숙제가 은둔한 중국의 산. 수양 대군) 바라보며 이제(夷齊-중국 은나라 사람인 백이와 숙제를 아울러 이르는 말)를 한()하노라(‘이제의 지조를 탓하면서 자신이 이제보다 더 큰 지조를 지녔음을 강조함.)

주려 주글진들 채미(採薇고사리를 캐어 먹음, 수양대군이 주는 녹을 받아 먹음.)도 하는 것가

비록애 푸새(산과 들에 저절로 나서 자라는 풀을 통틀어 이르는 말)엣 것인들 그 뉘(주나라 무왕수양대군) 헤 낫ᄃᆞ니

 

[현대어 풀이]

 

수양산을 바라보며 백이와 숙제를 한탄한다.

(차라리) 굶주려 죽을 지언정 고사리를 캐어 먹어서야 되겠는가?

비록 산에 자라는 풀이라고 한들 그것이 누구 땅에서 났는가.

 

핵심 정리

 

1. 갈래 평시조

2. 성격 절의적, 풍자적, 비판적

3. 제재 - ‘백이숙제의 고사

4. 주제 죽음을 각오한 굳은 절의와 지조

5. 특징

             - 중의법, 설의법을 통해 대상에 대한 비판을 은유적으로 드러냄.

             - ‘백이숙제의 고사를 인용하여 화자의 굳은 절의를 부각함.

6. 작가

 성삼문(1418~1456)

   조선 전기의 문신. 집현전 학자로 세종의 훈민정음 창제를 도왔으며, 단종의 복위를 꾀하다가 처형되었다.

 

7. 해제

 세조의 단종 폐위에 항거한 작가의 의지를 은유적으로 드러낸 작품으로, ()나라의 충신 백이(伯夷), 숙제(叔齊)와 자신을 비교하면서 자신의 굳은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유교 사회에서 백이, 숙제는 절의(節義)를 대표하는 충신이다. 그러나 작가는 그들이 수양산에 들어가 캐 먹은 고사리 역시 주나라 땅에서 난 것임을 상기시킴으로써 그들의 절의가 부족했음을 비판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절의를 부각하고 있다.

 

8. 백이숙제(伯夷叔齊)의 고사(故事)

 ‘백이숙제는 본래 은나라 고죽국(孤竹國)의 왕자였는데, 아버지가 죽은 뒤 서로 후계자가 되기를 사양하다가 나라를 떠났다. 그 무렵 은나라 주왕이 폭정을 거듭하자 그 신하였던 주()나라 무왕이 혁명을 일으키게 된다. 이때, 백이와 숙제는 무왕의 말고삐를 붙잡고 신하로서 임금을 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간했다. 하지만 결국 무왕이 듣지 않고 혁명을 일으켜 주왕을 제거하고 천자가 되자 주나라의 곡식은 먹지 않으리라.’ 하고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를 뜯어 먹다가 결국 굶어 죽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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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무 신경림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 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빈 운동장(공허감, 소외감)

우리는 분이 얼룩진(분장이 땀으로 얼룩짐 분한 마음이 얼룩짐.)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답답한 심정이 드러나는 행동)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감정의 직설적 표현 절실한 현실)

                                                                                                                                          1~6: 농무가 끝난 후의 허탈감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산업화로 젊은이들만 떠난 농촌의 현실)

                                                                                                         7~10: 장거리로 나선 농악 패와 농촌의 초라한 모습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피폐한 농촌 현실에 대한 울분 표현)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농무를 추는 농악패들은 조선 명종 때 활약한 백정 출신의 의적 임꺽정처럼 울기도 하고 권력에 붙어 그를 배신한 서림이처럼 해해대며 즐거워하기도 한다는 것)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농촌 현실에 대한 자조적 한탄)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

                                                                                                                         11~16: 피폐해진 농촌 현실에 대한 울분

쇠전(우시장)을 거쳐 도수장(도살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역설적 표현- 농민들의 비애와 울분이 그만큼 심화되어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줌.)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태평소)를 불꺼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꺼나.

                                                                                                                             17~20: 농무를 통한 분노와 한의 승화

 

 

 

 

 

핵심 정리

 

1. 갈래 자유시, 서정시

2. 성격 사실적, 묘사적, 비판적

3. 제재 농무

4. 특징

- 공간의 이동에 따라 시상을 전개함.

- 직설적인 표현을 통해 현실에 대한 화자의 인식을 드러냄

- 역설적인 상황 설정을 통해 농민들의 심리를 부각함.

 

5. 주제 산업화 시대에 소외된 농민들의 한과 울분

6. 출전 - 창작과 비평(1971)

7. 작가 신경림(1936~ ). 1956문학 예술에서 시 낮달, 갈대등이 추천되어 문단에 등단하였으며, 만해 문학상, 한국 문학 작가상 등을 수상하였다. 시골 큰집, 파장(罷場), 폐광(廢鑛)등의 시에서 소외 계층의 민중적 삶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연대감을 보여 주었다.

 

8. 해제

 

 이 시는 가설 무대에서의 농무가 끝나고 농민들이 흩어지는 장면에서 시작하고 있다. 농무에 신명을 느끼는 못하는 구경꾼들이 모두 돌아간 텅 빈 운동장은 농촌의 피폐한 현실과 농민들의 공허한 마음을 잘 표현해 준다. 다음으로 거리 농무의 과정이 재현된다. 이때, ‘우리의 농무는 농촌의 현실에 대한 농민들의 통렬(몹시 매섭고 세차다)한 비판과 울분을 표현하는 도구가 된다. , ‘우리의 농무는 신명나는 춤이 아니라 울분과 한을 분출하는 춤인 것이다.

 

이쯤에서 처음의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는 구절을 되새겨 보면, 그것은 풍요롭고 전원적인 농촌 시대의 막이 내렸다는 것을 예고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점점 신명이 난다고 하였다. 이는 농민들의 허탈감, 허무감, 반항감, 울분 등의 감정을, 빨라지는 장단과 함께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는 마치 어느 농촌의 농무 과정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듯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농촌 현실과 농민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드러내 주고 있는 수작이라고 하겠다.

 

9. ‘농무의 의미

피폐해진 농촌의 현실에 울분을 느끼는 우리는 거리 농무를 추며 도수장에 이르러 점점 신명을 느낀다. 이들의 신명은 울분의 역설적 표현인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이 시에서의 농무는 단순한 연희가 아니라, 삶의 한을 풀어 내는 집단적인 신명 풀이로서, 현실에 대한 분노와 극복 의지를 상징한다.

 

10. 시적 화자의 처지

1960~1970년대 우리 농촌은 산업과 과정에서 철저하게 소외된 공간이었다. 지속적인 저가 정책으로 인해 농촌 경제는 황폐해졌고, 농촌 인구는 대도시로 이동하였다. 농촌 공동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농민들의 삶은 몹시 곤궁하고 비참해졌다. 시적 화자도 그런 상황에 놓인 농민 중 한 사람이다. 겉으로는 농무를 추며 흥겨운 듯 보이지만 이면적으로는 농사를 지어 봤자 비룟값도 안 나오는 현실에 깊은 좌절감과 울분을 느끼고 있다.

 

11. 시적 화자 우리의 효과

 

가 개인이라면 우리를 포함한 집단 또는 공동체를 의미한다. 1960~1970년대 근대화 과정에서 소외된 농민들의 고단한 삶은 어느 한 개인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피폐하고 허물어져 가는 농촌은 어느 농민 한 개인만의 아픔이 아니라 농촌 공동체 모두의 아픔이며 삶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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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황지우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화자. 현실적 구속에서 자유롭지 못한 존재)

일제히 일어나(획일적인 사람들의 모습) 애국가를 경청한다.(반어적 표현 강요에 의해 들을 수밖에 없는 현실)

                                                                                                    1~2: 영화관에서 영화가 상영하기 전에 애국가를 경청함.

삼천리 화려 강산(반어적 표현)

을숙도(부산광역시 사하구에 속하는 섬. 낙동강 하류의 철새 도래지)에서 일정한 군()을 이루며

갈대숲을 이륙하는 흰 새떼(애국자의 한 장면 시적 화자는 자유롭게 날아가는 새떼를 부러워함)들이

자기들끼리 끼룩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음성상징어애국과 엄숙을 강요하는 현실에 대한 비판과 냉소적 태도가 나타남.)

일렬 이열 삼렬 횡대(획일화를 강요하는 군사 문화 풍자)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자유를 억압하는 현실. 화자가 벗어나고 싶은 현실)에서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3~10: 세상 밖으로 자유롭게 날아가는 새들을 바라봄.

우리들도 우리들끼리

낄낄대면서

깔쭉대면서(조롱과 야유 웃음소리를 연상하게 함으로써 현실을 야유하고 있다.)

우리의 대열(획일화를 강요하는 군사 문화 풍자)을 이루며

한 세상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이상향, 자유로운 곳) 날아갔으면(어두운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화자의 소망)

하는데(애국가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애국가 구절로 돌아옴.)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로

각기 자기 자리에 앉는다.

주저 앉는다.(점층적 반복현실에 대한 좌절을 강조함. 현실을 벗어날 수 없는 깊은 좌절감을 느낌.)

                                                                                                      11~20: 현실에서 벗어나기를 소망하지만 좌절함.

 

 

 

핵심 정리

 

1. 갈래 자유시, 서정시

2. 성격 비판적, 풍자적

3. 제재 -

4. 주제 암울한 현실의 삶에 대한 좌절감과 비판

5. 특징

- 애국가의 시작과 끝에 맞추어 시상을 전개함.

- 냉소적인 어조, 반어적인 표현을 통해 현실을 풍자함.

6. 출전 -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1983)

7. 작가 황지우(1952~ ) 1980년대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연혁이 입선되고 문학과 지성대답 없는 날들을 위하여등을 발표하면서 등단하였다. 섬세한 서정성과 언어적 감수성으로 현실을 풍자하고 비판하는 경향을 보였다.

 

8. 해제

 1980년대까지만 해도 영화를 즐기러 간 극장에서조차 사람들은 부동자세로 일어선 채 강제로 애국가를 들어야만 했다. 시적 화자는 애국가가 상영되는 동안 스크린에 비추어지는 새떼들의 비상(飛翔)을 본다. 그리고 그것을 새들이 이 세상 밖 어디론가 자유롭게 날아갔으면하고 바라지만, 결국 어쩔 수 없이 주저앉고 만다. 이러한 시적 화자의 모습은 1980년대 우리 사회의 암울한 현실을 환기하면서, 절망적인 시대에 대한 시인의 환멸(어떤 일이나 사람에 대해 가졌던 기대나 이상, 꿈 등이 깨어질 때 느끼는 실망감이나 허무감)과 소망을 잘 보여준다. 지상을 이륙하여 장대하게(웅장하고 씩씩하다.) 날아오르는 철새떼와는 대조적으로 현실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는 시적 화자의 소망과 좌절은 곧 시인 자신의 모습이자 동시대인인 우리 자신의 자화상인 것이다.

 

이 시는 내용상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부분은 1,2행으로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애국가를 듣는 장면이고, 두 번째 장면은 3~10행으로 애국가 속에서 새떼들이 비상하는 모습이며, 세 번째 부분은 11~20행으로 애국가가 끝난 뒤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장면이다. 이렇게 시상을 정리해 보면 이 시는 현실 환상 현실구조로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9. 시적 화자의 어조

 

 ‘애국가와 더불어 나오는 화면은 아름답고 평화로운 정경이지만 현실 상황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데에서 아이러니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즉 그것은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이상화된 공간인 것이다. 따라서 그러한 상황을 묘사하는 시적 화자의 어조는 신랄(매우 매섭고 날카롭다

)하고 비판적이다. 애국가가 표현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는 듯하지만 잘 살펴보면 그것이 꾸며 낸 현실이고 어리석은 국민들을 지배하기 위해 교묘하게 포장된 것임을 고발하고 있다. 현실을 떠나고 싶은 시적 화자에게 애국가에 나오는 삼천리 화려 강산은 풍자적인 의미로 다가온다. 화면 속 아름다운 정경은, 현실은 이처럼 아름답고 평화스러우니 체제에 순응하며 살라는 당시 군사 정권의 우민화(愚民化) 정책(지배층이 안정적인 권력을 오래도록 유지하기 위해 국민의 정치 비판력이나 관심을 없애려는 정책.)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시적 화자는 그러한 검은 의도가 담긴 화면을 낄낄대면서/ 깔쭉대면서바라본다고 한다. 이는 그러한 현실에 대한 조롱과 야유를 보내는 것으로,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목소리를 그 속에 담아 내고 있는 것이다.

 

10. 제목의 의미

 ‘는 보통 날다라는 서술어와 호응을 이룬다. 그러나 이 시에서는 새가 날다라고 표현하지 않고, ‘새가 세상을 뜬다라고 표현하였다. 이는 그저 새가 난다고 했을 때에는 새의 비상, 현실로부터의 적극적인 탈출 등의 함축적 의미를 지니게 되지만, ‘새가 세상을 뜬다고 함으로써 현실로부터의 도피, 후퇴 등의 함축적 의미를 드러내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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