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들처럼 백무산

 

나는 바람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계산>이 되기 전에는

                                나는 ~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가 되기 전에는 : 동일한 통사구조 반복하여 운율을 형성함

                                                                                       1계산이 되기 전 바람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던

 

 

나는 의 말을 새길 줄 알았습니다

내가 <측량>이 되기 전에는

                                                                                        2측량이 되기 전 비의 말을 새길 수 있었던

 

 

나는 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해석>이 되기 전에는                                               : 자연적 생명력이 충만한 삶(시적화자가 긍정적으로 보는 대상

                                                                                 <    >: 이성적, 합리적, 분석적인 삶(시적 화자가 부정적으로 보는 대상)

                                                                                      3해석이 되기 전 별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던

 

 

나는 대지의 말을 받아 적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부동산>이 되기 전에는

                                                                                     4부동산이 되기 전 대지의 말을 받아 적을 수 있었던

 

 

나는 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시계>가 되기 전에는

                                                                                    5시계가 되기 전 숲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던

 

 

 

이제 이들(바람, , , 대지, 숲의 말)은 까닭 없이 심오해졌습니다

그들의 말은 난해하여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합리적이고 분석적인 삶을 살게 되면서 자연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게 됨.)

                                                                                  6심오하고 난해해져 그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게 된

 

 

내가 측량된 다음 삶은 터무니없이

난해해졌습니다

                                                                                  7난해해진 의 삶

 

 

내가 계산되기 전엔 바람의 이웃이었습니다

내가 해석되기 전엔 물과 별의 동무였습니다

그들과 말 놓고 살았습니다(생명력이 충만한 자연 속에서 편안하고 즐겁게 지냄.)

나도 그들처럼 소용돌이(계산이나 해석되지 않는 자연의 본래 모습)였습니다

                                                                                 8계산되고 해석되기 전 자연과 함께했던

 

 

핵심 정리

 

1. 갈래 자유시, 서정시

2. 성격 자기 성찰적, 반성적, 상징적

3. 제재 이성적이고 난해하게 변한 의 삶

4. 주제 생명력 충만한 삶에 대한 지향

5. 특징

- 일상적인 대상에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함

- 대조적인 이미지의 시어를 유사한 문장 구조에 일정하게 배치함으로써 주제 의식 을 선명하게 부각함.

6. 해제

 이 작품은 분석적이고 이성적으로 변해 버린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생명력이 있는 삶에 대한 염원을 진솔하게 담은 시이다. 상징적이고 대조적인 의미를 지닌 시어와 반성적인 어조의 사용이 두드러진다. 특히 이 작품은 음성과 음악, 이미지 등이 결합된 영상시로 제작되어 인터넷 사이트에서 널리 향유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7. 작가

 백무산(1955~ )

 시인. 본명은 백봉석이고 필명으로는 무산(無産)’을 사용한다. ‘재산이 없음을 뜻하는 필명에서 알 수 있듯 무산 노동자를 대변하는 작품을 쓰고자 했다. 이십 대를 산업 현장의 노동자로 지냈던 그는 1984년에 <지옥선>을 발표하며 등단하게 되었다. 1980년대에는 노동을 주제로 한 시를 주로 썼으나, 90년대 이후에는 자본의 폭력성이나 생태 문제로 관심의 폭을 넓혀 인간의 근원에 관한 작품을 쓰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 <길 밖의 길>, <초심>, <그 모든 가장자리> 등이 있다.

 

 

출처 : 미래엔 문학교과서 + 문학 자습서

 

황진이 홍석중

 

앞부분 줄거리

 송도에 사는 황 진사의 딸 황진이는 시와 음악에 재능이 뛰어나고 용모가 아름답기로 유명했다. 황진이는 서울의 윤 승지댁과 혼약을 맺으나, 집안의 하인인 놈이가 황진이의 출생 배경을 누설하여 파혼을 당한다. 어린 시절 유일한 말동무였던 놈이가 황진이를 사랑한 나머지 그녀가 서출임을 신랑댁에 폭로했기 때문이다. 황진이는 자신의 출생을 둘러싼 사대부가의 거짓과 위선을 알고 괴로워한다. 이 무렵 한 총각이 황진이를 연모하다가 상사병으로 죽어서 그의 장례식이 열린다.

 

 담장 너머는 구경군들로 붐비는데 집 안은 괴괴했다. 안방마님은 진이한테 자초지종을 털어놓은 이후 안방 문턱을 넘어 본 일이 없고 사랑채 서방님은 이금이를 그 꼴로 만들어 놓고 자취를 감춘 후 아직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이른 아침이어서 집 안의 바깥채가 떠들썩하겠건만 안채, 행랑채 할 것 없이 모두 호기심에 들떠서 벌써부터 담장 너머 구경군들 속에 섞여버린 모양인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참으로 박정한 세상이다. 남의 경사나 기쁜 일을 구경하고 즐긴다면 모르겠지만 남의 고통이나 슬픔을 구경해서 자신의 호기심을 만족시킨다면 그것은 벌써 선한 마음이 아니다. 하기는 오정문 밖 장터에서 죄인의 목을 벤다면 먼 촌에서 도시락까지 싸들고 구경을 온다니 그 무지몰각한 마음의 선악을 구태여 따져서 무엇하리.

 진이는 담장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서로 부르고 찾는 소리, 자리를 다투는 걸직한 욕설들, 느닷없이 터져 오르는 너털웃음들…….

 저 사람들은 지금 그의 고통을, 그의 슬픔을, 그의 창피를, 그의 굴욕을 구경하고 싶어 저리도 뒤설레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 그렇다면 응당 그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을 보여 주어야지.’

 진이는 자개함 통을 열고 그 안에 깊숙이 간직해 두었던 자기의 혼수를 꺼냈다.

 사시쯤 되었을 때 상행이 뒤골 어구에 들어섰다. 맨 앞에는 붉은 저고리에 검은 치마를 입고 방울 달린 탈바가지를 뒤집어쓴 방상시가 창과 방패를 갈라 든 두 손을 휘저으며 길을 잡고 그 길을 이어 명정, 혼백, 만장, 공포를 차례차례 앞세운 상여가 골목 안으로 꺾어 들어오는데 상여 우에 올라선 상두수번이 요령을 땡그렁땡그렁 울리며 구슬픈 상여 노래의 선소리를 먹이면 생베수건을 눈썹까지 눌러 쓰고 구정닻줄을 걸머멘 상두군들이 음울한 목소리로 후렴을 받았다.

드디어 사람들이 기다리는 그 구경스러운 대목에 이르렀다. 앞으로 움직이던 상행이 황 진사 댁 후원 뒷문 앞에 이르자 제자리걸음을 시작했으니 이것이 이른바 지살받기가 시작되기 전의 그네뛰기였다. 상두수번의 먹임소리와 상두군들의 받는 소리는 원귀의 울음소리처럼 처량하게 들렸다.

 

……산천초목 다 리별하고 황천 먼 길을 떠나가네/ 워 너머차 너호

황 진사 댁 고명 따님 어 잘났다 한 번 보고/ 워 너머차 너호

외기러기 짝사랑에 외로운 혼이 되었구나 / 워 너머차 너호 ……

 

 상여는 앞으로 나갈 듯 뒤로 물러서고 물러설 듯 다시 앞으로 나가며 요령 소리와 상여 노래에 맞추어 그네처럼 한 자리에서 흔들렸다.

 

 진이는 담장 안쪽에서 문고리를 쥐고 마음을 굳게 다잡았다. 담장 밖 구경군들의 눈길이 모두 이 문에 쏠려 있을 것이다. 늦지도 않게, 또 너무 이르지도 않게 제때에 문을 열고 사람들 앞에 나서야 한다.

 상직할멈과 이금이가 등 뒤에서 간을 졸이며 공포에 질린 눈길로 주인 아씨를 지켜보고 있었다. 지금 별당 안마당에서는  주인아씨한테 발목을 묶이운 놈이가 우리 안에 갇히운 범마냥 왔다 갔다 하며 몸살을 앓고 있었다.

상두수번의 먹임소리는 차차 과녁을 조여 갔다.

 

……애달프다 이내 몸은 한 번 가면 못 오리라/ 워 너머차 너호

황 진사댁 여기로다 그대로는 못 가겠네/ 워 너머차 너호 ……

 

 진이는 문을 열었다. 골목을 나서는 순간, 만 사람의 날카로운 눈길이 창끝처럼 날아와 박혔다.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점점 더 커지더니 마침내 상여 노래를 눌러 버렸다.

구경군들은 깜짝 놀랐다. 그들은 감히 황 진사댁 주인아씨가 죽은 혼백은 상문살이 무서워 천리만리로 달아났거나 집 안 구석방에 들어박혀 이불을 뒤집어쓰고 숨어 있을 진이가 직접 상행 앞에 나타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진이는 상두군들이 구정닻줄 우에 흔들거리고 있는 상여 앞으로 다가갔다. ‘그네뛰기가 멎었다. 상두군들이 상여를 내려놓았다. 요령 소리가 멎고 상두수번의 선소리도 멎었다.

 진이는 죽은 총각의 관곽 앞에 마주 섰다. 그러고는 손에 들고나온 꽃무늬의 붉은 슬란치마를 활짝 펴서 관곽을 덮었다.

골목 안이, 골목 안에 꽉 들어찬 사람들이 물 뿌린 듯 조용해졌다

 진이는 마치 눈에 보이는 그 누구와 속삭이듯 입을 열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류두날 밤 달빛 속에서 자기를 넋 잃고 쳐다보던 그 총각의 얼굴이 우렷하게 떠오르는 것이었다.

 “……. 여보세요, 나는 당신을 잘 모릅니다. 한번 얼핏 뵈온 일밖에 없으니까요. 그러나 당신이 죽음으로 보여 준 나에 대한 뜨거운 사랑은 압니다. 유명의 길이 달라 지금은 당신의 그 진실한 사랑에 보답할 길이 전혀 없군요. 혹시 이후 저승에서 다시 만나 뵙게 될는지……. 이승에서 보답할 수 없었던 사랑을 저승에서는 꼭 갚아드리렵니다. 그 약속에 대한 표적으로 제가 마련해 가지고 있던 혼례옷을 당신의 령전에 바치오니 알음이 있으면 받아 주세요. 인명이 하늘에 매였다고는 하나 인정에 어찌 애달프지 않겠나요. 생사가 영 리별이라고 하지만 후생의 기약이 있으니 바라옵건대 어서 떠나세요…….”

진이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목소리가 갈려서 마지막 말을 채 맺지 못했다.

주위의 모든 것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비늘이 떨어져도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진이는 상여 앞에서 물러났다. 문을 열고 후원 안으로 사라질 때까지도 그 무거운 침묵이 골목 안에 그대로 가라앉아 있었다.

 진이는 별당에 돌아와 방 안에 앉았다. 그는 방금 전에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죽은 혼백과 저승의 사랑을 약속했다.

 ‘이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진이는 사람들의 구구한 시비와 말밥에 오르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었다. 한 가지 자신에게 명백히 할 것은 이 행동이 일시적인 충동이나 변덕이 아니라는 것이며 보다 중요하게는 자신이 지니고 있던 사랑의 감정을 송두리째 죽은 혼백한테 바쳐 버렸으니 이제부터 자기는 이승의 목숨이 다할 때까지 사랑이라는 감정은 전혀 있을 수 없는 목석과 같은 녀인이라는 것이었다.

 바로 이것이 지금 진이가 간절히 바라는 바요 진심으로 원하는 바였다.

 

뒷부분 줄거리

결국 황진이는 기생이 되기로 결심한다. 황진이는 뛰어난 미색과 총명함으로 거짓과 위선에 차 있는 양반과 승려를 조롱하며 부조리한 세상에 맞서 살아간다. 한편 황진이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화적패의 우두머리가 되어 떠났던 놈이는 부하를 살리기 위해 자수한다. 황진이는 놈이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고 그를 살리려 노력하지만 결국 놈이는 처형을 당한다. 황진이는 죽은 놈이를 묻어 준 후, 소리꾼으로 전국을 떠돌다 생을 마감한다.

 

 

핵심 정리

 

1. 갈래 장편 소설, 역사 소설

2. 성격 묘사적, 일대기적, 비극적, 비판적

3. 제재 - ‘황진이의 생애

4. 주제 황진이의 격정적인 삶과 비극적인 사랑 / 조선 시대 지배 계층의 위선적 허위의식 비판

5. 전체 구성

발단 - ‘황진이는 송도에 사는 황 진사의 딸로, 비범한 재주와 아름다운 용모를 갖추었으며 황 진사댁 하인 놈이황진               이를 짝사랑함.

전개 - ‘놈이황진이의 혼인을 막고자 그녀의 출생의 비밀을 신랑 댁에 폭로하고, 이 때문에 황진이는 파혼당함.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스러워하던 황진이는 기생이 되고, 죄의식으로 괴로워하던 놈이는 화적이 됨.

위기 - ‘놈이가 송도의 사또인 김희열의 계략으로 목이 잘리는 효수형을 받을 처지에 놓임.

절정 - ‘황진이놈이를 구하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그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지만, ‘놈이는 결국 목이 베여 죽게 됨.

결말 - ‘황진이놈이를 묻어 주고 전국 각지를 떠돌아다니다 죽게 됨.

 

6. 특징

- 역사적 사실에 문학적 상상력을 더하여 개성적인 인물을 만들어냄.

- 속담을 비롯하여 민중의 언어를 풍부하게 살림.

- 우리 민족의 고유한 풍습이 드러남.

 

7. 해제

이 작품은 북한의 소설가 홍석중이 창작한 장편 소설로, 조선 시대부터 전승되어 오던 황진이서사에 놈이라는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켜 황진이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당대 민중의 언어와 양반의 언어가 혼용되어 현실감을 주고 있으며,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풍습과 문화가 잘 드러난다.

 

8. 작가

홍석중(1941~ )

소설가. 서울에서 태어나 가족을 따라 월북하여 평양에서 자란 그는, 국어학자 홍기문의 아들이자 <임꺽정>의 작가인 벽초 홍명희의 손자이다. 수학과 물리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문인으로는 활동하지 않았지만, 역사 소설을 써 보라는 김정일의 권유로 마흔이 넘은 나이에 첫 소설 <높새바람>을 발표하게 된다. 2004년에는 <황진이>로 만해 문학상을 받게 되면서 남북 간 문학적 교류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주요 작품에 대하 소설 <높새바람> 등이 있다.

 

출처 : 미래엔 문학 자습서

 

 狂奔疊石吼重巒    광분첩석후중만

 人語難分咫尺間    인어난분지척간

 常恐是非聲到耳    상공시비성도이

 故敎流水盡龍山    고교류수진룡산

 

 

 첩첩한 돌 사이로 미친 듯 내뿜어 겹겹 봉우리 울리니 → 1행 : 격렬히 흐르는 계곡물

 사람 말소리(부정적 소재, 인간의 소리)야 지척에서도 분간하기 어렵네. → 2행 : 사람의 말소리를 막아 버리는 물소리

 항상 시비하는 소리(분쟁과 갈등을 일삼는 속세의 소리) 귀에 드릴까 두려워하기에 → 3행 : 속세에 대한 부정적 인식

 일부러 흐르는 물(시적 화자와 속세를 단절시키는 존재/ 자연의 소리)로 하여금 온 산을 둘러싸게 했네. → 4행 : 속세와 단   절하고 싶은 마음

 

1행+2행 : 외적 상황 → 3행+4행 : 내면 세계

 

 

 

핵심 정리

 

1. 갈래 - 한시(7언 절구)

2. 성격 - 상징적, 현실 비판적

3. 제재 - 산중에 흐르는 물소리

4. 주제 - 세속과 거리를 두고 산중에 은둔하고 싶은 마음

5. 구성

          1행(기) - 격렬히 흐르는 계곡물

          2행(승) - 사람의 말소리를 막아 버리는 물소리

          3행(전) - 속세에 대한 부정적 인식

          4행(결)  - 속세와 단   절하고 싶은 마음

6. 특징

           - 자연물의 속성(믈의 이미지)를 활용하여 시상을 전개함.

           - '기-승-전-결'의 4단 구성을 취함.

           - 대조적 시어를 통해 주제를 형상화함.

 

7. 해제

   이 작품은 자연물을 통해 세상과 단절된 자신의 모습을 포착하여 형상화한 통일 신라 시대의 한시이다. '제가야산독서당(題伽倻山讀書堂, 가야산의 독서당에서 지었다)'이라는 작품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작가 최치원은 이 작품을 통해 신라 말기의 혼란한 현실에서 벗어나 세속과 단절하려는 태도와 심리를 노래하고 있다.

 

8. 작가

    최치원(857 ~ ?)

 최치원은 6두품 출신으로 태어나 12세에 당나라에 유학을 가서 빈공과에 급제한 후 고병(高騈)의 막하에서 명성을 날리다가, 29세에 신라로 환국한 뒤 몇몇 관직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신라의 기울어가는 국운에 실망한 나머지 40세 즈음 세상을 등지고 은거를 하게 된다. 최치원은 894년(진성왕 8) 시무책(時務策) 10여 조를 올려서 나라의 혼란을 시정하고자 했고, 진성여왕(재위 887~897)은 그를 육두품으로서 오를 수 있는 최고 관직인 아찬(阿飡)으로 임명하기도 했으나, 그의 생각이 사회적 모순을 외면하는 당대의 진골 귀족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진성여왕이 즉위 11년 만에 정치 문란의 책임을 지고 효공왕(재위 897~912)에게 왕위를 양위한 후에 신라의 국력은 점점 쇠퇴하고 견훤과 궁예의 세력은 날로 커져가는 상황이 되자, 최치원은 신라 왕실에 대한 좌절감을 느끼며 모든 관직을 버리고 각지를 유랑한 끝에 가야산에서 은거하다 생을 마쳤다고 전한다. 

 '제가야산독서당(題伽倻山讀書堂)'은 최치원이 만년에 은거했던 가야한 해인사 북서쪽에 있는, 현재의 학사대(學士臺)에 있었다고 전하는 독성당에서 지은 작품이다. 

 

출처 : 미래엔 문학 자습서

          민족문학사연구소, 「한국고전문학 작품론」 4. 한시와 한문산문, 휴머니스트, 2017.

 

 

 

 

 

 

[미래엔 수록 부분]

 

앞부분 줄거리

 

 봉평 장터에서 조 선달과 함께 충줏집을 찾은 허 생원은 그곳에서 어린 장돌뱅이인 동이가 충줏집에게 수작을 거는 것을 보고 심하게 나무란다. 세 사람은 대화 장터로 가는 길을 동행하게 되고, 허 생원은 성 서방네 처녀와의 추억을 이야기한다. 동이는 자신의 성장 내력과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허 생원은 동이가 자신의 아들일지도 모른다는 충격에 개울을 건너다 발을 헛디뎌 물에 빠진다. 동이는 물에 빠진 허 생원을 업고 개울을 건넌다. 

 

S#20 개울가(밤)

 

 개울을 건너 물 밖에 나온 두 사람. 동이의 등에서 내린 허 생원이 고맙다는 듯이 웃으며 동이의 등을 토닥인다.

 

조 선달      진종일 실수만 하니 웬일이요, 생원. 허어허.

 

 어쩐지 허 생원은 조 선달의 놀림에 변명을 한다. 

 

허 생원      나귀야! 나귀. 나귀 생각하다 실족을 했어. 말 안 했던가?

 

 풀을 열심히 뜯어 먹고 있는 당나귀들이 보인다.

 

허 생원      저 꼴에 제법 새끼를 얻었단 말이지. 읍내 강릉집 피마에게 말일세.

 

 허 생원은 물에 젖은 옷을 벗어 힘줘 짜낸다. 동이도 목에 메고 있던 바지를 탈탈 턴다.

 

허 생원      귀를 쫑긋 세우고 달랑달랑 뛰는 것이 나귀 새끼 같이 귀여운 것이 있을까. 그것보러 나는 일부러 읍내를 도는                      때가 있다네.

조 선달      사람을 물에 빠트릴 젠 대단한 나귀 새끼군.

허 생원      주막까지 부지런히들 가세나. 뜰에 불을 피우고 훗훗이 쉬어. 나귀에겐 더운 물을 끓여 주고 내일 대화 장보고는

                  제천이다.

조 선달      후우. (담배 연기 뿜으며) 생원도 제천으로?

 

 생원, 나귀 위의 짐을 주섬주섬 챙기더니 고개 돌려 동이를 쳐다보며

 

허 생원      오래간만에 가보고 싶어. (고개 돌린 후) 동행하려나, 동이?

동이           (보이스오버) 저야 가는 길이니까요.

 

 허 생원은 동이가 들고 있는 채찍이 오른손이 아니라 왼손에 들여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순간적으로 동이의 얼굴에서 성 서방네 처녀의 얼굴이 보인다. 자신의 왼손에 들려 있는 채찍을 내려다보던 생원은 나지막

 이 동이를 부른다.

 

허 생원       동이, 자네……

동이            (보이스오버) 네?

허 생원       아, 아닐세.

 

 저만치 먼저 위로 올라가 있던 동이 쪽으로 올라가는 허 생원. 세 사람은 하얗게 드넓은 메밀밭을 걸어간다.

 

 

 

 

 

핵심 정리

1. 갈래 - 애니메이션 대본
2. 성격 - 서정적, 낭만적
3. 제재 - 장돌뱅이의 삶
4. 주제 - 떠돌이 삶의 애환과 혈육의 정
5. 특징 
            - 원작 소설의 서사를 충실히 따름.
            - 향토적 분위기, 서정적인 분위기를 시각적으로 잘 살려냄.
 
6. 해제
    이 작품은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을 각색하여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원작 소설은 강원도 산간 지방을 떠도는  장돌뱅이의 삶을 서정적인 문체로 그리고 있으며, 애니메이션 작품은 원작 소설의 서사를 충실히 따르면서 향토적 분위기를 잘 살려 내고 있다. 특히 '허 생원'과 '동이'가 메밀밭을 지나는 등의 아름다운 화면을 통해 서정적인 분위기를 시각적으로 생동감 있게 전달하고 있다.
 
 

출처 : 미래엔 교과서 + 미래엔 문학 자습서

 

꽃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대상에 대한 인식-명명 행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무의미한 존재)에 지나지 않았다.

                                                                                                   1연 : 사물의 이름을 부르기 이전의 상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의미 있는 존재)이 되었다.

                                                                                                   2연 : 명명 행위를 통해 의미를 지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존재의 본질)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3연 : 의미 있는 존재가 되고 싶은 '나'의 소망

 

 우리들은 모두

 무엇(의미 있는 존재)이 되고 싶다.(개인적인 소망이 전체의 소망으로 확대됨)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의미 있는 존재)이 되고 싶다.

                                                                                                 4연 : 의미 있는 존재가 되고 싶은 우리의 소망

 

 

 

핵심 정리

 

1. 갈래 - 자유시, 서정시

2. 성격 - 관념적, 상징적, 주지적

3. 제재 - 꽃

4. 주제 - 진정한 관계 맺음을 통한 의미 있는 존재가 되고 싶은 소망

5. 특징 

            - 반복과 변화를 통해 시의 주제를 점층적으로 강화하고 있음.

            - 철학적 의미 부여를 통해 주지시(主知詩)의 특성이 잘 드러남.

6. 해제

   이 작품은 '꽃'을 소재로 하여 사물과 그 이름, 의미 사이의 관계를 바탕으로 사물의 존재론적 의미를 추구하고 있다. 이 시의 '꽃'은 구체적인 실제가 아니라 시인의 관념 속에 있는 추상적인 존재이다. 즉, '꽃'은 '존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제시된 비유적 소재인 것이다. 또한 이 시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나'와'그'의 관계이다. 둘의 관계는 처음엔 무의미한 관계였다가 상호 인식의 과정을 통해 서로에게 '꽃'이라는 의미 있는 존재로 변모하고, 마침내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 의미를 지닌 존재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라디오와 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

                                              - 김춘수의 <꽃>을 변주하여 

                                                                                         - 장정일

 

 

 내가 단추를 눌러 주기 전(라디오의 전원을 켜는 행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라디오(사랑에 대한 인식 이전의 무의미한 존재)에 지나지 않았다.

                                                                                           1연 : 존재 인식 전에 무의미한 존재인 '라디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전파('나'와 '그'를 이어주는 사랑의 감정)가 되었다.

                                                                                          2연 : 존재 인식 후 의미 있는 존재가 된 '전파'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준 것처럼

 누가 와서 나의 

 굳어 버린 핏줄기와 황량한 가슴속(현대인의 고독과 소외감) 버튼을 눌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전파(사랑)가 되고 싶다.

                                                                                          3연 :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고 싶은 '나'

 

 

 우리들은 모두

 사랑이 되고 싶다.

 끄고 싶을 때 끄고 켜고 싶을 때 켤 수 있는

 라디오(마음이 내키는 대로 사랑할 수 있는 인스턴트식 사랑)가 되고 싶다.

                                                                                          4연 : 현대인의 인스턴트식 사랑에 대한 비판

 

 

 

 

핵심 정리

1. 갈래 - 자유시, 서정시

2. 성격 - 관념적, 풍자적, 비판적

3. 제재 - 라디오

4. 주제 - 쉽게 만나고 헤어지는 현대인들의 사랑을 비판함.

5. 특징 

             -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의미를 구체적인 사물을 통해 드러냄.

             - 패러디 기법을 사용하여 원작의 운율과 통사 구조 등 형식적인 면을 그대로 차용함.

 

6. 해제

   이 작품은 김춘수의 존재론적인 시 <꽃>을 패러디 기법을 사용하여 재창작한 시로 패러디도 하나의 문학적 행위이며, 패러디를 이용한 작품 역시 문학 창작의 영역 속에 온전히 포함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출처 : 미래엔 교과서 + 미래엔 문학 자습서

 

 

2013년 고1 모의고사 문제로 점검하기

 

[35-36]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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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B]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C]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D]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 김춘수,「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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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윗글의 표현상의 특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동일한 시구의 반복을 통해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② 공간을 대립적으로 설정하여 주제를 부각하고 있다.
③ 자연물을 활용하여 자연 친화적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④ 역설적 표현을 통해 화자가 깨달은 바를 나타내고 있다.
⑤ 묘사를 통해 생동감 있는 현장의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36.  [A]~[D]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①  [A]에서 ‘몸짓’은 ‘나’에게 의미가 없는 존재이다.
②  [B]의 ‘꽃’은 ‘이름을 불러 주’기에 의해 의미를 부여받은 존 재를 나타낸다.
③  [C]의 ‘빛깔과 향기’는 ‘나’라는 존재가 지니고 있는 본질이 다.
④  [D]에서 ‘눈짓’은 서로의 본질을 인식하기 이전의 상태를 의 미한다.
⑤  [A]~[D]를 통해 ‘나’는 진정한 관계 형성에 대한 소망을 드 러내고 있다.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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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1

3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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