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엔 수록 부분

 

[앞부분 줄거리]

 

 범은 지덕을 겸비하였으며 용맹스러운 존재이다. 어느 날 범이 먹을 것을 구하려고 하니, 범에게 잡아먹혀서 예속된 존재인 창귀가 의원, 무당, 선비를 잡아먹을 만한 사람들로 추천한다. 그러나 범은 이들이 각기 먹을 만한 것이 못 됨을 말하였다.

 

()나라의 도읍에 벼슬을 하찮게 여기는 선비가 있었는데 북곽 선생(北郭先生)’이라고 하였다. 나이는 마흔 살로, 손수 교열한 책이 일만 권이며, 유교의 아홉 가지 주요 경전의 뜻을 해설하여 다시 일만오천 권의 책을 저술하였다. 천자는 그의 절의를 가상하게 여겼으며, 정나라 제후는 그의 명성을 흠모하였다.

 또한 도읍 동쪽에 아름다운 젊은 과부가 있었는데 동리자(東里子)’라고 하였다. 천자는 그녀의 절개를 가상하게 여겼으며, 정나라 제후는 그녀의 현숙함을 흠모하여 도읍 주변 사오 리의 땅을 하사하고는 동리(東里)의 과부가 사는 마을의 문이라는 정려문을 세워 표창하였다.

 동리자는 과부로서 정절을 잘 지켰다. 하지만 아들 다섯을 두었으며, 그들은 제각기 다른 성을 지녔다. 하루는 다섯 아들들이 서로 말을 주고받기를,

강 북쪽에선 닭이 울고, 강 남쪽에선 샛별이 빛나는데, 방 안에서 무슨 소리가 나네. 어쩌면 그리도 북곽 선생과 목소리가 닮았을까!”

하고는, 오 형제가 번갈아 문틈으로 엿보았다.

동리자가 북곽 선생에게 청하기를,

선생님의 덕을 오랫동안 흠모하였습니다. 오늘 밤 선생님께서 글 읽는 소리를 듣고 싶사옵니다.”

하니, 북곽 선생이 옷깃을 가다듬고 무릎을 꿇고 앉아서 <시경>을 읊었다.

 

 원앙새는 병풍에 그려져 있고

 반짝반짝 반딧불 날아다니는데

 크고 작은 이 가마솥들은

 누구를 모형 삼아 만들었나?

 

 그러고 나서

 "이는 흥(興)이로다."

하였다. 

 

 다섯 아들들이 서로 말을 주고받기를,

“<예기(禮記)>에 과부의 집 문 안에는 들어가지 않 는 법이라고 했는데, 북곽 선생은 현자가 아니신가.”

정나라 도읍의 성문이 허물어진 곳에 여우가 굴을 파고 산다더라.”

여우가 천년을 묵으면 요술을 부려 사람으로 둔갑할 수 있다더라. 그러니 이는 여우가 북곽 선생으로 둔갑한 게 아닐까?”

하고는, 서로 함께 모의하기를,

여우가 쓰던 모자를 얻은 사람은 그 집에 천금의 부()가 굴러 들어오고, 여우가 신던 신발을 얻은 사람은 대낮에도 종적을 감출 수가 있으며, 여우의 꼬리를 얻은 사람은 홀리기를 잘하여 사람들이 반하게 된다더라. 그러니 어찌 이 여우를 죽여서 나누어 갖지 않으랴!” 

 하였다.

 이에 다섯 아들들이 함께 에워싸고 공격하니, 북곽 선생은 몹시 놀라 뺑소니를 치면서도 남들이 자기를 알아볼까 두려워하였다. 그래서 다리를 들어 목에 걸치고는 귀신처럼 춤추고 귀신처럼 웃더니, 대문을 나서자 줄달음치다가 그만 들판의 구덩에 빠져 버렸다. 그 속에는 똥이 가득 차 있었다. 구덩이에서 기어 올라와 고개를 내놓고 바라보았더니, 범이 길을 막고 있었다.

 

범은 얼굴을 찌푸리며 구역질을 하고, 코를 막고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며 숨을 내쉬고는,

선비는 구린내가 심하구나!”

하였다.

북곽 선생이 머리를 조아리고 기어 와서, 세 번 절하고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들고는,

범의 덕이야말로 지극하다 하겠사옵니다. 대인(大人)은 그 가죽 무늬가 찬란하게 변하는 것을 본받고, 제왕은 그 걸음걸이를 배우며, 사람의 자식은 그 효성을 본받고, 장수는 그 위엄을 취하지요. 명성이 신령스러운 용과 나란히 드높아, 하나는 바람을 일으키고 하나는 구름을 일으키니, 하계에 사는 이 천한 신하는 감히 그 아랫자리에서 모시고자 하옵니다.”

하였다. 그러자 범은 이렇게 꾸짖었다.

가까이 오지 마라! 예전에 듣기를 유()는 유()라더니, 과연 그렇구나. 너는 평소에 천하의 못된 이름을 다 모아 함부로 나에게 갖다 붙이다가, 이제 급하니까 면전에서 아첨을 하니, 장차 누가 너를 신뢰하겠느냐?

선비는 구린내가 심하구나!”

하였다.

북곽 선생이 머리를 조아리고 기어 와서, 세 번 절하고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들고는,

범의 덕이야말로 지극하다 하겠사옵니다. 대인(大人)은 그 가죽 무늬가 찬란하게 변하는 것을 본받고, 제왕은 그 걸음걸이를 배우며, 사람의 자식은 그 효성을 본받고, 장수는 그 위엄을 취하지요. 명성이 신령스러운 용과 나란히 드높아, 하나는 바람을 일으키고 하나는 구름을 일으키니, 하계에 사는 이 천한 신하는 감히 그 아랫자리에서 모시고자 하옵니다.”

하였다. 그러자 범은 이렇게 꾸짖었다.

가까이 오지 마라! 예전에 듣기를 유()는 유()라더니, 과연 그렇구나. 너는 평소에 천하의 못된 이름을 다 모아 함부로 나에게 갖다 붙이다가, 이제 급하니까 면전에서 아첨을 하니, 장차 누가 너를 신뢰하겠느냐? <중략>

 
[뒷부분 줄거리]
 
 북곽 선생은 자신을 꾸짖는 범에게 경의를 표하고 머리를 조아린다. 하지만 한참 만에 고개를 들자 범은 이미 가 버리고 없었다. 밭을 갈던 농부가 그 모습을 보고 의아해하자 북곽 선생은 하늘과 땅에 예를 갖추고 있었노라고 둘러댄다.
 
 

 

핵심 정리
 
1. 갈래 - 한문 소설, 풍자 소설
2. 성격 - 비판적, 풍자적, 우의적
3. 제재 - 양반의 허위의식
4. 주제 - 양반층의 허위의식과 부도덕성에 대한 풍자와 비판
5. 특징 
           - 등장인물이 희화화된 언행을 통해 스스로의 위선을 폭로함.
           - 작가를 대변하는 '범'을 의인화하여 등장인물을 비판함.
 
6. 해제
 이 작품은 <열하일기>에 수록되어 있는 박지원의 대표적인 한문 소설이다. 표리부동하고 위선적인 인물로 대표되는 '북곽 선생'과 '동리자', 그리고 이들의 모습을 꾸짖는 '범(호랑이)'을 통해 당시 양반 계층의 부패한 도덕 관념과 허위의식을 풍자하고 있다. 학식과 덕망을 갖춘 '북곽 선생'이 이웃 마을에 사는 '동리자'와 밀회를 즐기다가 겪게되는 사건을 통해 작가는 도덕과 인격이 높다고 소문난 '북곽 선생'이 결국은 '여우'같은 인물이자 분뇨와 같은 더러운 인물이며, 끝까지 위선과 허세를 버리지 못하는 이중적인 인간임을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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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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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부분 줄거리] 북곽 선생은 마을에서 학식이 높기로 유명한 선비이나, 한밤중에 과부와 밀회를 하는 장면을 사람들에게 들켜 위기에 처한다. 때마침 범이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마을로 내려온다.

 

 북곽 선생은 몹시 놀라 뺑소니를 치면서도 남들이 자기를 알아볼까 두려워하였다. 그래서 다리를 들어 목에 걸치고는 귀신처럼 춤추고 귀신처럼 웃더니대문을 나서자 줄달음치다가 그만 들판의 구덩이에 빠져 버렸다. 그 속에는 똥이 가득 차 있었다. 구덩이에서 기어 올라와 고개를 내놓고 바라보았더니, 범이 길을 막고 있었다.

 범은 얼굴을 찌푸리며 구역질을 하고, 코를 막고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며 숨을 내쉬고는,

 “선비는 구린내가 심하구나!”

하였다.

북곽 선생이 머리를 조아리고 기어 와서, 세 번 절하고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들고는,

범의 덕이야말로 지극하다 하겠사옵니다. 대인(大人)은 그 가죽 무늬가 찬란하게 변하는 것을 본받고, 제왕은 그 걸음걸이를 배우며, 사람의 자식은 그 효성을 본받고, 장수는 그 위엄을 취하지요. 명성이 신령스러운 용과 나란히 드높아, 하나는 바람을 일으키고 하나는 구름을 일으키니, 하계에 사는 이 천한 신하는 감히 그 아랫자리에서 모시고자 하옵니다.

하였다. 그러자 범은 이렇게 꾸짖었다.

[A] 「“가까이 오지 마라! 예전에 듣기를 유()는 유()라더니, 과연 그렇구나. 너는 평소에 천하의 못된 이름을 다 모아 함부로 나에게 갖다 붙이다가, 이제 급하니까 면전에서 아첨을 하니, 장차 누가 너를 신뢰하겠느냐?

무릇 천하의 이치란 한가지다. 범이 실로 악하다면, 사람의 본성도 악할 것이다. 사람의 본성이 선하다면, 범의 본성도 선할 것이다.

 네가 하는 수천 수만 마디의 말들은 오륜에서 벗어나지 않고, 네가 훈계하거나 권고하는 것도 항상 사강(四綱)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도읍 일대에 형벌을 받아 코가 베였거나 발이 잘렸거나 얼굴에 자자(刺字)한 채 다니는 자들은 모두 오륜을 따르지 않은 사람들이다. 죄인을 묶는 굵은 동아줄과 처형할 때 쓰는 도끼나 톱을 날마다 쉴 새 없이 제공해도 저들의 악을 막을 수 없으나, 범의 집안에는 본래 이런 형벌이 없느니라. 이로써 보자면 범의 본성이 어찌 사람보다 낫지 않겠느냐?

 범은 나무나 풀을 먹지 않고 벌레나 물고기를 먹지 않는다. 누룩으로 빚은 술과 같이 풍기를 문란하게 하는 것을 즐기지 않으며, 새끼를 배거나 알을 품은 하찮은 생물들에게 잔인하게 굴지도 않는다. 산에 들어가면 노루나 사슴을 사냥하고 들판에서는 말이나 소를 사냥하되, 한 번도 먹고사는 데 급급하거나 음식 때문에 남과 다툰 적이 없다. 그러니 범의 도의야말로 어찌 광명정대하지 아니한가

 하지만 만약 말이나 소에게 수레를 끄는 노고와 주인을 사모하며 충성을 다하는 정성이 없으면, 날마다 도살하여 부엌을 가득 채우면서 쇠뿔이나 말의 갈기조차 남기지 않는다. 그런데도 마침내 또 나의 노루나 사슴까지 침탈하여, 내가 산에서도 먹을 것이 모자라고 들에서도 먹을 것이 없도록 만드니, 만약 하늘이 세상을 공평하게 다스리기로 한다면, 너를 잡아먹어야 되겠느냐, 아니면 놓아주어야 되겠느냐? 

 무릇 제 것이 아닌데도 가지는 것을 '도(盜)'라 부르고, 생물을 잔인하게 해치는 것을 '적(賊)'이라 부른다. 너희가 하는 짓이란 밤낮으로 허겁지겁하면서 팔을 휘두르고 눈을 부릅뜬 채 남의 것을 낚아채고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이다. 심지어는 돈을 '형님'이라 부르거나, 아내를 죽이고 장수 자리를 얻으니, 인륜 도덕을 다시 논할 수가 없을 지경이다. 그런 데다 또 황충(蝗蟲)에게서 먹을 것을 빼앗고, 누에한테서 옷을 빼앗으며, 벌을 물리치고 꿀을 빼앗는다. 

 범은 한 번도 표범을 잡아먹은 적이 없다. 이는 진실로 같은 무리에게 차마 하지 못할 짓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범이 노루나 사슴을 잡아먹은 것을 헤아려 보아도, 사람들이 노루나 사슴을 잡아먹은 것처럼 많지는 않다. 범이 말이나 소를 잡아먹은 것을 헤아려 보아도, 사람들이 서로 잡아먹은 것처럼 많지는 않다.」

 

                   (중략)

 

북곽 선생은 경의를 표하기 위해 앉은자리에서 일어났다가 넙죽 엎드리고, 물러나면서 두 번 절하고 머리를 거듭 조아리면서,

“<맹자>에 아무리 추악하게 생긴 사람이라도 목욕재계하면 하느님께 제사 드릴 수 있다는 말이 있사옵니다. 그러니 하계에 사는 이 천한 신하는 감히 그 아랫자리에서 모시고자 하옵니다.”

하였다.

 [B]「이어서 숨을 죽이고 살며시 귀를 기울이고 있었지만, 한참 지나도 아무런 명령이 없었다. 실로 황공해하며 두 손 맞잡고 머리가 땅에 닿도록 절하고 나서 고개를 쳐들고 살펴보았더니, 동쪽이 훤히 밝았고 범은 이미 가 버리고 없었다.

아침에 밭을 갈던 어떤 농부가,

선생님은 어째서 새벽부터 들에서 경배를 드리고 계십니까?”

물었더니, 북곽 선생이 이렇게 말하였다.

내 들었노라,  ‘하늘이 어찌 높지 않으냐 하지만 감히 몸을 굽히지 않을 수 없고  땅이 어찌 두텁지 않으냐 하지만  감히 조심스레 걷지 않을 수 없네.’ 라고 말이다.”」

                                                                                                                                                       - 박지원, 「호질(虎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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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 자신을 알아볼까 봐 위장하는 것으로, 스스로의 행동에 떳떳하지 못한 모습이다.

② ㉡ : 위기에서 벗어나려다가 실수하는 모습으로, 어리석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이다.

③ ㉢ : 위기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취하는 행동으로, 당황하여 판단력을 잃은 모습이다.

④ ㉣ : 목숨을 구하기 위해 짐승의 덕을 과장하는 것으로, 물리적 힘 앞에 비겁한 모습이다.

㉤ : 살아남기 위해 거짓된 겸손을 보이는 것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아첨하는 모습이다.

 

2. <보기>의 밑줄 친 부분에 해당하는 내용을 [A]에서 찾아 정리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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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선생님 : 우화(寓話)는 동식물이나 사물 등에 인간성을 부여하여 그들의 행동이나 말로써 인간 사회에 던지고자 하는 교훈을 전달합니다. 이 중 인간성을 부여받은 동물이 인간 사회를 비판하는 작품들에서는 '인간이 동물보다 우월하다.'라는 구도가 역전되어 동물이 인간보다 우월한 것으로 나타나고, 동물이 가진 특성들이 미덕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윗글에서는 그런 구도가 어떻게 드러나는지 찾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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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음식을 두고 다투지 않는 범의 특성이 남들과 끊임없이 다투는 인간과 대조되는 미덕으로 드러나 있다.

② 먹을 것에 급급해하지 않는 범의 습성이 벌레에게서까지 먹을 것을 얻는 인간과 대조되는 미덕으로 드러나 있다.

③ 형벌의 제도가 없는 동물 사회의 모습이 형벌이 있어도 악행이 지속되는 인간과 대조되는 미덕으로 드러나 있다.

④ 술과 같이 풍기를 문란하게 하는 것을 즐기지 않는 동물의 성질이 술을 담가 먹는 인간과 대조되는 미덕으로 드러나 있다.

⑤ 오륜과 사강을 지키지 않는 동물의 본성이 오륜과 사강에 대해 가르치고 전파하는 인간과 대조되는 미덕으로 드러나 있다.

 

3. [B]를 읽은 학생들의 반응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북곽 선생은 다른 사람의 말을 인용하며 자신의 학식을 자랑하려 하고 있군.

② 북곽 선생은 범의 말을 듣고 나서도 자신의 위선적 태도를 전혀 반성하지 않았군.

③ 농부의 등장으로 인해 사회적 체면을 중시하는 북곽 선생의 성격이 부각되고 있군.

④ 범이 가고 난 후 북곽 선생은 또다시 아첨을 일삼는 변함없는 면모를 보여 주고 있군.

⑤ 범이 있는 줄 알고 예를 갖추어 절하는 북곽 선생의 모습으로 웃음을 유발하고 있군.

 

 

4. 윗글의 '범'과 <보기>의 '게'의 말의 공통점으로 적절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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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기>

 "나는 게올시다. 지금 무장공자(無腸公子)라 하는 문제로 연설할 터인데, 무장공자라 하는 말은 창자 없는 물건이라 하는 말이니, 옛적에 포박자라 하는 사람이 우리 게의 족속을 가리켜 무장공자라 하였으니 대단히 무례한 말이로다. 그래, 우리는 창자가 없고 사람들은 창자가 있고? 시방 세상에 사는 사람 중에 옳은 창자를 가진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소? 사람의 창자는 참 썩고 흐리고 더럽소. 의복은 능라주의로 지르르 흐르게 잘 입어서 외양은 좋아도 다 가죽만 사람이지 그 속에는 똥밖에 아무것도 없소. 좋은 칼로 배를 가르고 그 속을 보면, 구리내가 물큰물큰 나오. 지금 어떤 나라 정부를 보면 깨끗한 창자라고는 아마 몇 개가 없으리다. 신문에 그렇게 나무라고, 사회에서 그렇게 시비하고, 백성이 그렇게 원망하고, 외국 사람이 그렇게 욕들을 하여도 모르는 체하니 이것이 창자 있는 사람들이오?

                                                                                                              - 안국선, 「금수회의록(禽獸會議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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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기존에 가졌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한 단서를 질문을 통해 얻고자 한다.

② 인간이 자신들에 대해 내린 평가가 부당하는 점을 질문을 통해 밝히고 있다.

③ 규범을 지키는 자신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해 주어야 함을 질문을 통해 역설하고 있다.

④ 선과 악을 가르는 기준이 흔들리고 있는 인간들의 세태를 질문을 통해 일깨우고 있다.

⑤ 그간 받았던 부당한 대우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무엇인가를 질문을 통해 돌아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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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김광섭

 

저렇게 많은 중(천상의 존재들)에서

별 하나(시적 화자와 관계를 맺는 소중한 존재)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지상의 존재들)에서

그 별 하나(별과 가 관계를 형성함)를 쳐다본다

                                                                                                                      1: 지상의 와 천상의 별의 인연

 

(저녁. 이별의 시간이 다가옴)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별이라는 존재는 아침이 다가오면 사라지는 운명임.)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인간이라는 존재는 고독하게 지내다 죽는 운명임(대구, 대조))

                                                                                                                     2: ‘와 별의 이별

 

이렇게 정다운(인연을 맺은 관계)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재회를 소망함 불교적 윤회관)

                                                                                                                    3: ‘와 별의 재회에 대한 소망

 

 

 

핵심 정리

 

갈래 자유시, 서정시

성격 관조적, 사색적, 상징적

제재

주제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이 있는 내면 성찰

구성

- 1: 지상의 와 천상의 별의 인연

- 2: ‘와 별의 이별

- 3: ‘와 별의 재회에 대한 소망

 

6. 특징

시각적 이미지를 주로 사용함.

대조와 대구를 통해 시적 의미를 강조함.

 

7. 작품 해제

 

이 작품은 저녁을 시간적 배경으로 하여 별과 의 만남과 헤어짐을 담담하게 노래한 시이다. 자연 현상 속의 변화를 만남과 이별, 재회로 연관 지어서 철학적인 깊이를 더하고 있으며, 짧고 담백한 시상 전개를 통해 공감을 폭을 넓히고 있다.

화가 김환기가 <저녁에>를 읽고 느낀 점을 그림으로 표현하여 미술 작품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를 탄생시킨 일화는 유명하다. 따라서 시 <저녁에>와 그림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를 함께 감상하고 두 작품 간의 관계를 이해하는 활동을 통해 문학이 예술, 인문, 사회, 문화, 매체 등 인접 분야와 교섭하며 다양하게 변화발전해 나갈 수 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출처 : 미래엔 교과서 + 미래엔 문학 자습서

 

 

이 다음에 나는 고양이(자유로운 삶을 사는 존재)로 태어나리라.

윤기 잘잘 흐르는 까망 얼룩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사뿐사뿐 뛸 때면 커다란 까치 같고

공처럼 둥굴릴 줄도 아는(유연함을 지닌 존재)

작은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나는 툇마루에서 졸지 않으리라.

사기그릇(인간의 보살핌을 의미)의 우유도 핥지 않으리라.

가시덤불 속을 누벼누벼

너른 벌판(야생적인 삶)으로 나가리라.

거기서 들쥐와 뛰어놀리라.

배가 고프면 살금살금

참새 떼(큰 포부)를 덮치리라.

그들은 놀라 후다닥 달아나겠지.

아하하하

폴짝폴짝 뒤따르리라.

꼬마 참새는 잡지 않으리라.

할딱거리는 고놈을 앞발로 톡 건드려

놀래 주기만 하리라.

그리고 곧장 내달아

제일 큰 참새를 잡으리라.                                           1연: 자유로운 삶에 대한 소망

 

 

이윽고 해는 기울어 

바람(시련)은 스산해지겠지.

들쥐도 참새도 가 버리고(고양이의 먹이가 없는 상황)

어두운 벌판(고독한 공간)에 홀로 남겠지.

나는 돌아가지 않으리라.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거부)

어둠을 핥으며 낟가리를 찾으리라.

그 속은 아늑하고 짚단 냄새 훈훈하겠지.

훌쩍 뛰어올라 깊이 웅크리리라.

내 잠자니는 달빛(야생적인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 주는 존재)을 받아 

은은히 빛나겠지. 

혹은 거센 바람과 함께 찬비(시련)가 

빈 벌판을 쏘다닐지도 모르지.

그래도 난 털끝 하나 적시지 않을걸.(힘든 상황에서도 의지를 꺾지 않겠다는 다짐)

나는 을 꾸리라.

놓친 참새를 쫓아

밝은 들판을 내닫는 꿈을.                                            2연 : 시련 속에서도 이상을 추구하며 사는 삶에 대한 소망

(목표를 이루지 못해도 다시 그 목표를 향해 꿈을 꾸겠다는 의지가 드러남)

 

 

핵심 정리

 

1. 갈래 - 자유시, 서정시

2. 성격 - 낭만적, 의지적, 감각적

3. 제재 - 고양이

4. 주제 -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거부하고 자유로의 야생의 삶을 소망함.

5. 구성 

        - 1연 :  자유로운 삶에 대한 소망

        - 2연 : 시련 속에서도 이상을 추구하며 사는 삶에 대한 소망

6. 특징

① 시적 화자의 소망을 고양이의 모습을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냄.

② 특정한 어미('-리라', '-겠지' 등)를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운율을 형성함.

③ 의성어와 의태어를 활용하여 고양이의 모습과 행동을 생동감 있게 묘사함.

 

* 작품 해제 

 이 작품은 고양이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안락한 삶보다는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마음을 드러낸 시이다. 인간이 제공하는 안락하고 편안한 삶이 아니라 야생의 자유로운 삶을 소망하는 고양이의 모습은 결국 새로운 삶을 지향하는 시적 화자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비교적 쉬운 시어의 사용과 참심한 표현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출처 : 미래엔 문학 자습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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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엔 수록 부분]

 

앞부분 줄거리

 

 새해 첫 출근 날, 회사에 다니는 주인공 '남자'는 밤새 내린 눈이 허리를 넘어설 만큼 쌓여 출근할 수 없게 된다. 초조함 속에서 하루를 더 보낸 남자는 결국 눈을 파헤치며 회사로 향하지만 금세 지쳐 버린다. 상사의 압박에 불안감을 느끼던 남자는 우수 사원인 유 대리 역시 출근하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고 유 대리에게 전화해 보지만 그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빨리 안 오고 뭐 해. 과장의 문자가 도착했다. 어느새 두 시였다. 남자는 삽을 쥐고 기계적으로 움직였다. 눈을 치우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하지만 그만큼 빨리 지쳤다. 눈 속에 앉아서 쉬고 있으면 드러누워서 눈을 붙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그 순간에는 눈이 딱딱하고 차갑게 느껴지지 않고 그저 공원에 있는 나무 벤치 같았다. 심지어 솜이불처럼 포근하게 느껴져서 안으로 한없이 파고 들어가고 싶어지기까지 했다. 남자는 쭈그리고 앉아서 꾸벅꾸벅 졸다가 한기 때문에 경기하듯 깨어났다.

 

 남자의 삽 끝에 폐지 묶음이 걸렸다. 얼어붙은 종이 뭉치는 돌덩이처럼 무거웠다. 삽으로 떠내는데 그 사이에 들어 있던 중국집 스티커가 남자의 구두 위에 툭 떨어졌다. 손바닥만 한 광고지에는 짜장면과 짬뽕, 볶음밥 사진이 인쇄되어 있었다. 하얀 눈 위에서 그 까맣고 빨간 색상은 너무나 선명했다. 남자는 자신이 아침, 점심도 거른 채 삽질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 머릿속에서 짜장면과 짬뽕의 냄새가 천천히 피어올랐다. 그건 아주 먼 옛날에 먹었던 것처럼 아득하고 그리운 맛이었다. 입 안에 따뜻한 침이 고였다. 짜장면 곱빼기 한 그릇만 먹고 나면 회사까지 갈 힘이 생길 것 같았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 아닌가. 남자는 홀린 듯 휴대 전화를 ㄲ냈다. 

 

 배달이 될까 의심하면서도 밑져야 본저이라는 심정으로 번호를 눌렀다. 신호가 가는 소리가 길어지자 절대로 전화를 받을 리가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가 전화하는 건 짜장면을 먹을 수 없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서인 것 같았다. 그래서 "여보세요."라는 굵직한 목소리가 튀어나왔을 때 남자는 당황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여보세요." 상대가 한 번 더 말한 뒤에야 "거기가 중국집 맞습니까?" 하고 물었다. 

 "네, 진성각입니다."

"혹시, 지금 배달이 됩니까?"

 "주소가 어떻게 되세요?"

 중국집 주인은 도시가 눈으로 덮여 버렸다는 걸 모르는 것처럼 태연하게 물었다. 여기 주소가……. 남자는 주변을 둘러봤다. 

 "가정집이 아니라 대로변인데 가능하겠습니까?" 근처에 ○○ 병원하고 부동산이 있습니다." 

 "아, 거기요. 예, 배달됩니다. 짜장 곱빼기 하나요?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뒤에도 남자는 한동안 멍하게 서 있었다. 배 속에선 나는 꼬르륵 소리가 요란했다. 통화하면서 나눈 말들은 모두 장난이고 배고픔만 진짜인 것 같았다. 배달을 기다리는 동안 시간은 흐르지 않고 어깨 위에 차곡차곡 쌓였다. 이대로라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어깨가 뚝 부러져 버릴 것 같았다. 

 

 남잔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차가 사라지고 상가들이 문을 닫은 도시는 고요했다. 어디에서도 짜장면을 싣고 오는 오토바이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짜장면이 정말 올까. 휴대 전화를 꺼내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확인했다. 눈 때문에 출근도 못 하는데 배달이 될 리가 없지. 남자는 눈을 한 주먹 떠서 입에 쑤셔 넣었다가 도로 뱉었다. 가만히 서서 기다리고 있는 자신이 이상한 사람 같았다. 

 그때 오른 쪽 골목 끝에서 안전모를 쓴 사람이 나타났다. 그 사람은 빠른 속도로 눈을 파내면서 걸어왔다. 그 사람이 삽으로 파내는 것은 언 눈이 아니라 가볍고 보드라운 밀가루인 것 같았다. 노를 젓는 것처럼 몸의 움직임이 유연하고 리듬감이 넘쳤다. 덕분에 남자와의 거리는 금세 가까워졌다. 안전모에는 '신속 배달'이라고 쓰여 있었다. 안전모를 쓴 배달원이 남자를 보곤 오른팔을 번쩍 들었다. 거짓말 같은 상황에 남자는 눈만 깜박거렸다. 안전모에 쓰인 문구 그대로 신속하고 정확한 배달이었다. 

 

 철가방을 내려놓고 안전모를 벗은 배달원은 뜻밖에도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이었다. 눈 속을 뚫고 오느라 어깨와 신발이 눈투성이였다. 

 "먹고 그릇은 그냥 버리시면 됩니다."

 "대단하시네요. 이런 날까지 배달을 하시고……"

 "눈이 와도 먹고는 살아야죠." 

 배달원은 그릇을 건네자마자 다시 안전모를 쓰고는 바쁘게 걸어갔다. 짜장면 위에 쿠폰 한 장이 단정하게 놓여 있었다. 

 손이 얼어서 젓가락은 짝짝이로 쪼개졌다. 짜장의 고소한 냄새와 일회용 용기의 따뜻함은 너무 생생해서 오히려 비현실적이었다. 젓가락을 쥐고 짜장면을 비비면서 남자는 코를 훌쩍거렸다. 엉거주춤하게 서서 자장면을 먹는 동안 남자는 세상이 자신을 상대로 몰래카메라를 찍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했다. 자신처럼 보잘것없는 사람에게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별 볼 일 없는 사람이 다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보여 줄 법한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즐기 위해서. 정말 그런 거라면 남자는 지금 자신이 그들의 기대에 충분히 부합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줄줄 흐르는 콧물을 손등으로 닦으면서 젓가락질을 했고 그릇까지 먹어 치울 기세로 허겁지겁하다 젓가락을 한 짝 떨어뜨리기까지 했으니까. 그걸 찾으려고 눈 속을 파헤쳤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남은 짜장면은 젓가락 한 짝으로 긁어 먹었다. 그래도 양념까지 깨끗하게 비웠다. 부끄러움이나 자괴감 같은 걸 느낄 겨를도 없었다. 

 회사까지의 거리는 이제 삼 분의 일쯤 남아 있었다. 남자는 과장의 문자와 부장의 전화를 한 번씩 받지 않았다. 그것과는 전혀 다른 이유로 아내의 전화도 받지 않았다. 남자는 그저 파고 걸었다. 쉴 때는 허리를 펴고 목을 좌우로 돌리면서 거리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전화는 받지 않았지만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은 어느 때보다 간절했다. 

 맞은편에 불 꺼진 편의점이 있었다. 편의점 간판을 보자 온장고에 든 따뜻한 캔 커피가 마시고 싶어졌다. 얼마 전까지 일상이었던 것들이 지금은 손이 닿지 않는 저 눈밑에 파묻혀 버렸다. 누가 만들어 놓았는지 편의점 앞에는 남자의 키만 한 눈사람이 서 있었다. 동그란 눈과 웃는 입 모양을 한 눈사람이었다. 그 웃는 얼굴을 보고 남자는ㄴ 잠시 멈춰 섰다. 눈이 재앙이 되고 눈 대문에 일상이 무너진 곳에 서 있는, 웃는 얼굴의 눈사람은 김새는 농담 같았다.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그 입 모양을 흉내냈다. 말라붙어 있던 입술이 툭 터져서 피가 찔끔 새어 나왔다. 

 

 한참 속도를 내고 있는데 삽 끝에 딱딱한 게 또 걸렸다. 시간은 촉박하고 마음은 급한데 발로 눌러도 삽날이 더 이상 들어가지 않았다. 남자는 일 미터쯤 떨어진 곳에 다시 삽을 찾았다. 한 삽 떠내고 나자 또 한 삽이 들어가지 않았다. 생활 정보지 함이나 자전가가 쓰러진 게 아니라 공룡이라도 묻혀 있는 것 같았다. 하는 수 없이 방향을 옆으로 틀어서 팠다. 그때 어디선가 메아리처럼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가느다란 목소리의 여자가 부르는 곡인데 멜로디가 익숙했다. 남자는 잠시 손을 멈축추고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비록 벨 소리이긴 하지만 그날 처음으로 듣는 음악이었다. 주머니 속에서 휴대 전화의 진동이 울렸지만 남자는 무시해 버렸다. 음악 소리는 멈추었다가 눈을 파내자 다시 시작되었다. 아까와 같은 멜로디였고 눈을 파낼수록 소리가 점점 커졌다. 남자는 길이 아니라 소리를 찾아서 삽을 움직였다. 손으로 눈을 쓸어 낸 뒤에야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것은 눈 속에 파묻힌 누군가의 휴대 전화였고 공교롭게도 빳빳하게 언 양복바지 안에 들어 있었다. 

 남자는 무릎을 꿇고 앉아서 삽과 손으로 눈을 파냈다. 판박이 스티커를 천천히 벗겨 낼 때처럼 눈 속에서 검은색 구두와 발, 모직으로 된 양복바지가 차례대로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는 코를 훌쩍거리면서 언 손으로 조심스럽게 눈을 파헤쳤다. 입에서는 입김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양복 차림의 사람은 눈의 중간쯤에 화석처럼 묻혀 있었다. 양복 웃옷과 와이셔츠는 주름을 그대로 간칙한 채 얼어붙었고 검붉은색의 실크 넥타이는 오래전에 흘린 피처럼 굳어 있었다. 양손 다 눈을 그러쥐고 있어서 손가락은 보이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몸을 둥글게 말고 있는 모습이지만 상반신 일부는 아직도 눈 속에 묻혀 있었다. 쌓인 눈의 두께로 봐서는 그가 쓰러진 뒤에도 눈이 계속 내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해가 빠르게 기울고 있었다. 몸은 추운데 남자의 얼굴은 땀범벅이 되었다. 흘러 내리는 땀을 닦으며 남자는 조심스럽게 눈을 치웠다. 고대 유물을 발굴하는 고고학자처럼 손이 떨렸다. 눈을 쓸어 내자 어깨와 목, 안경을 쓴 얼굴이 차례로 나타났다. 혹시라도 맥박이 뛰는지 확인하려던 남자가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눈 속에서 화석이 된 사람은 집에도 없고 전화도 받지 않던 유 대리였다. 이봐. 남자는 유 대리의 몸을 흔들었다. 턱에서 땀이 툭 떨어졌다. 일어나. 휴대 전화에서 다시 익숙한 멜로디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이봐!" 유 대리를 부르는 남자의 목소리가 떨렸다. 유 대리의 전화기를 주워 귀에 댔지만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여기, 눈 속에, 유 대리가 있어요.' 하지만 그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고 남자의 입안에서 딱딱하게 굳었다.

 해가 기울고 주위는 어느새 어둑어둑해졌다. 이대로 한 시간 정도만 파고 가면 회사에 도착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남자는 회사 쪽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자신이 파고 온 길을 돌아보았다. 앞으로 나아가기에도 다시 돌아가기에도 만만치 않은 거리였다. 게다가 남자는 너무 지쳐 있었다. 그는 유 대리의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숨을 골랐다. 졸음이 밀려왔지만 졸지 않으려고 눈을 부릅떴다. 눈 더미는 딱딱하거나 차갑게 느껴지지 않고 그저 공원에 있는 나무 벤치 같았다. 시야가 구겨진 종이처럼 뭉개지고 있었다. 

 

 

 

핵심 정리 

 

1. 갈래 - 현대 소설, 단편 소설

2. 성격 - 현실 비판적

3. 배경  -  시간 : 현대

             -  공간 : 대도시의 아파트와 거리

4. 주제 - 인간성을 상실한 현대인의 기계적인 노동과 경쟁 사회에 대한 비판

5. 구성 

    발단 - 새해 첫 출근 날 눈이 너무 많이 쌓인 것을 발견하고 '남자'는 회사에 출근하지 않기로 함.

    전개 - '남자'는 출근에 대한 상사의 압박에 불안감을 느끼다 결국 눈을 파헤치며 출근함.

    위기 - 회사를 향해 나아가면서 쌓인 눈을 치우던 '남자'는 배고픔을 느끼게 느끼고 짜장면을 배달시켜 먹음.

    절정 - '남자'는 계속 눈을 파헤치던 중 휴대 전화 벨 소리를 듣게 되고,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삽질을 하다가 사람을 발                  견함.

   결말 - 눈에 파묻힌 사람이 '유 대리'임을 알고 놀란 '남자'는 그 옆에서 서서히 잠이 듦.

 

6. 특징

① 과장된 상황을 설정하여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냄

② 등장인물을 '대리', '과장', '부장' 등 회사의 직급으로 제시하여, 서열 중심의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나타       냄

③ 여운을 남기는 방식으로 작품의 결말을 제시하여 비판적 인식을 극대화함.

 

 

* 작품 해제

 이 작품은 현실적으로 일어나기 어려운 상황을 설정하여 경쟁 사회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비극적인 모습을 그린 소설이다. 흔히 눈이 내린 풍경을 환상적이거나 순수하게 생각하지만 이 작품에서 '눈'은 회사로 출근해야만 하는 주인공에게 장애물이자 시련이다. 걸음을 걷기조차 힘든 상황에서 출근을 재촉받는 주인공은 어쩔 수 없이 삽질로 눈을 파내며 나아가는데, 이러한 설정은 맹목적인 목ㅍ를 위해 반복적인 노동을 강요하는 현대인의 모습으로 이해할 수 있다. 

 

 

출처 : 미래엔 교과서 + 문학 자습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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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에 밤비(시간적 배경 - 암울한 시대현실 상징)가 속살거려
육 첩 방(공간적 배경-)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부정적인 현실에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하고 시를 쓸 수밖에 없는 처지)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주신 학비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현실과 동떨어진 지식)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때 동무를
하나,둘, 죄다 잃어 버리고

나(현실적 자아)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무기력한 삶의 모습-하강적 이미지)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일제강점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부정적인 현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무기력하고 소극적인 자신의 모습을 상징함)

육 첩 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1연의 시구를 변주하여 반복적으로 제시 - 일제 강점기의 현실을 재인식하여 강조/ 시적 화자의 내면에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함을 드러냄)

등불(저항의지, 희망)을 밝혀 어둠(부정적 현실)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희망, 적극적이고 확신에 참),

나(현실적 자아)는 나(적극적이고 의지적인 내면적 자아)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분열된 두 자아의 화해와 화합).

 

 

핵심 정리

 

1. 갈래 - 자유시, 서정시

2. 성격 - 성찰적, 저항적

3. 제재 - 일본에서의 유학 생활과 시가 쉽게 씌어지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

4. 주제 - 어두운 현실을 살아가는 지식인의 자기 성찰과 현실 극복 의지

5. 구성 

       - 1연 : 어두운 시대 현실을 인식함.

       - 2연 : 시인으로서의 슬픈 운명을 자각함.

       - 3~4연 : 일상적이고 무기력한 삶을 보냄.

       - 5~6연 : 현실에서 상실감과 회의을 느낌.

       - 7연 : 무기력하고 소극적인 삶에 대해 반성함.

       - 8연 : 어두운 시대 현실을 재인식함.

       -9연 : 현실을 극복하려는 희망적 의지를 드러냄.

       -10연 : 두 자아가 화해하고 현실 극복의 의지를 다짐.

6. 특징 

① 밝음과 어둠의 이미지를 대립시켜 부정적 현실과 극복 의지를 드러냄.

② 현실적 자아와 내면적 자아의 대립과 화해를 통해 시상을 전개함.

 

작품 해제

 

 이 작품은 시인 윤동주가 일본 유학 중이던 때에 쓴 시로, 암울한 시대 현실 속에서도 시가 쉽게 써지는 것을 부끄러워하며 자기 반성을 하고, 밝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통해 암울한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 작품에는 일제 강점기의 현실 속에서 항일 투쟁에 나서지 못하는 지식인으로서의 부끄러움이 진솔하게 드러나 있는데, 나라를 잃은 시기에 일본에서 유학하며 식민지 지식인으로 살아가던 시인의 고뇌를 반영한 것이다. 

 

 

2023학년도 수능특강 문학 문제로 점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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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내 골방에 커-튼을 걷고

      정성된 마음으로 황혼을 맞아들이노니

      바다의 흰 갈매기들 같이도

      인간은 얼마나 외로운 것이냐

 

     황혼아 네 부드러운 손을 힘껏 내밀라

     내 뜨거운 입술을 맘대로 맞추어 보렵다

     그리고 네 품안에 안긴 모든 것에

     나의 입술을 보내게 해다오

 

    저- 십이상좌의 반짝이는 별들에게도

    종소리 저문 삼림 속 그윽한 수녀 들에게도

   시멘트 장판우 그많은 수인들에게도

    의지 가지 없는 그들의 심장이 얼마나 떨고 있는가

 

   고비 시막을 걸어가는 낙타탄 행상대에게나

   아프리카 녹음속 활쏘는 토인들에게라도

   황혼아 네 부드러운 품안에 안기는 동안이라도

   지구의 반쪽만을 나의 타는 입술에 맡겨다오

 

   내 오월의 골방이 아늑도 히오니

   황혼아 내일도 또 저- 푸른 커-튼을 걷게 하겠지

   암암히 사라지긴 시냇물 소리 같아서

   한번 식어지면 다시는 돌아올 줄 모르나보다 

                                                                                 -이육사, 「황혼」

 

 

(나)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 첩 방남의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 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ㅡ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들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

   부끄러운 일이다.

 

   육 첩 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희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윤동주, 「쉽게 씌어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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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와 (나)의 공통점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명사형으로 연을 끝내는 방식을 통해 시적 여운을 느끼게 하고 있다.

② 촉각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자연물에 대한 화자의 인상을 드러내고 있다.

③ 동일한 행을 반복하는 방식을 활용하여 대상이 지는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④ 시간적 배경을 활용하여 삶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 화자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⑤ 특정한 청자에게 말을 거는 방식을 활용하여 대상에 대한 화자의 애정을 보여 주고 있다.

 

2.  - ㉤에 대해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 황혼에 기대하는 바를 강조하며, 황혼에 대한 화자의 우호적인 태도를 드러낸다. 

㉡ : 별들, 수녀들, 수인들의 연약함을 강조하며, 이들에 대한 화자의 연민을 드러낸다.

③ ㉢ : 화자가 현재 골방에서 느끼는 감정을 강조하며, 황혼을 통해 화자가 얻는 가치를 드러낸다.

④ ㉣ : 어릴 때의 동무들이 남아 있지 않음을 강조하며, 과거와 달라진 삶에서 느낀 화자의 상실감을 드러낸다.

⑤ ㉤ : 삶에 대한 소망이 사라진 상태를 부각하며, 타지에서 안정된 삶을 살려는 화자의 소망을 드러낸다.

 

3. <보기>를 참고하여 (가)와 (나)에 대해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이육사와 윤동주는 방(房)의 이미지를 통해 현실이나 자기 내면에 대한 의식을 드러낸다. 이육사는 (가)에서 좁은 '골방'안에 있는 화자가 자신으로부터 외부 세계로 관심을 넓혀가며 타자 지향적 삶을 추구하는 모습과 미래에 대해 기대감을 갖게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때 방에 고립되고 협소한 공간이 아닌 개방성과 확장성을 지닌 공간으로서의 이미지가 부여된다. 윤동주는 (나)에서 어둡고 고립된 방을 암울한 시대 현실과 자신의 현재 상황을 인식하는 공간으로 묘사한다. 시상 전개에 따라 방은 이전보다 밝아지는데, 이는 자아를 성찰하며 현실을 이겨 내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는 것과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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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가)에서 '네 품에 안긴 모든 것에/ 나의 입술을 보내'는 것과 (나)에서 '최초의 악수'를 하는 것은 화자가 지향하는 삶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군.
② (가)에서 '골방'에서 '인간'의 삶에 대해  '바다의 흰갈매기들 같'다고 표현한 것과 (나)에서 '육 첩 방'을 '남의 나라'라고 표현한 것은 화자 자신의 처지를 형상화한 것이군.
③ (가)에서 '골방'에서 '지구의 반쪽'을 떠올린 것은 방의 개방적이고 확장적인 이미지를, (나)에서 '나'의 모습을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것으로 표현한 것은 이전보다 밝아진 방의 이미지를 드러낸 것이군.
④ (가)에서 '행상대'와 '토인들'을 떠올린 것은 관심을 외부 세계로 넓혀 가는 화자의 모습을, (나)에서 '시'가 '쉽게 씌어지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한 것은 자아를 성찰하는 화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군. 
⑤ (가)에서 '푸른 커-튼을 걷'을 '내일'을 떠올린 것은 미래에 대한 화자의 기대감을, (나)에서 '학비 봉투를 받아' '교수의 강의'를 들으러 가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은 현실을 이겨내겠다는 화자의 결심을 나타낸 것이군.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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