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 여정 - 이상

 

[미래엔 수록 부분]

 

 등잔 심지를 돋우고 불을 켠 다음 비망록에 철필로 군청빛 모를 심어갑니다. 불행한 인구(人口)가 그 위에 하나하나 탄생합니다. 조밀한 인구가.

 내일은 진종일 화초만 보고 탈지면(脫脂棉)에다 알코올을 묻혀서 온갖 근심을 문지르리라, 이런 생각을 먹습니다. 너무나 꿈자리가 뒤숭숭하여서 그리는 것입니다. 화초가 피어 만발하는 꿈, 그라비아(사진 재판에 사용되는 인쇄법) 원색판 꿈, 그림책을 보듯이 즐겁게 꿈을 꾸고 싶습니다. 그리면 간단한 설명을 위하여 상쾌한 시를 지어서 7포인트 활자로 배치하는 것도 좋습니다.

 도회에 화려한 고향이 있습니다. 활엽수만으로 된 산이 고향의 시각을 가려 버린 이 산촌에 팔봉산 허리를 넘는 철골 전신주가 소식의 제목만을 부호로 전하는 것 같습니다.

 아침에 볕에 시달려서 마당이 부스럭거리면 그 소리에 잠을 깨입니다. 하루라는 짐이 마당에 가득한 가운데 새빨간 잠자리가 병균처럼 활동입니다. 끄지 않고 잔 석유 등잔에 불이 그저 켜진 채 소실된 밤의 흔적이 낡은 조끼 단추처럼 남아 있습니다. 작야(昨夜-어젯밤)를 방문할 수 있는 요비링(초인종)입니다. 지난밤의 체온을 방 안에 내어 던진 채 마당에 나서면 마당 한 모퉁이에는 화단이 있습니다. 불타오르는 듯한 맨드라미꽃 그리고 봉선화.

 지하에서 빨아올리는 이 화초들의 정열에 호흡이 더워 오는 것 같습니다. 여기 처녀 손톱끝에 물들을 봉선화 중에는 흰 것도 섞였습니다. 흰 봉선화도 붉게 물들까ㅡ 조금 이상스러울 것 없이 흰 봉선화는 꼭두서니(붉은 빛. ‘꼭두서니는 꼭두서닛과의 여러해살이 덩굴풀로, 뿌리는 물감의 원료로 씀.) 빛으로 곱게 물듭니다.

 수수깡 울타리에 오렌지빛 여주(박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풀로, 관상용으로 기름.)가 열렸습니다. 당콩(강낭콩) 넝쿨과 어우러져서 세피아(검은색에 가까운 흑갈색) 빛을 배경으로 하는 일폭의 병풍입니다. 이 끝으로는 호박넝쿨 그 소박하면서도 대담한 호박꽃에 스파르타식 꿀벌이 한 마리 앉아 있습니다. 농황색에 반영되어 세실.B.데밀(미국의 영화 제작자. <십계>, <삼손과 데릴라> 등을 만듦.)의 영화처럼 화려하며 황금색으로 치사합니다. 귀를 기울이면 르네상스 응접실에서 들리는 선풍기 소리가 납니다.

 야채 사라다(‘샐러드의 일본어)에 놓이는 아스파라거스 잎사귀 같은 또 무슨 화초가 있습니다. 객줏집 아이에게 물어봅니다. ‘기상꽃ㅡ기생화(妓生花)란 말입니다. 무슨 꽃이 피나ㅡ진홍 비단꽃이 핀답니다.

 선조(先朝)가 지정하지 아니한 조젯(여름 옷감의 한 가지) 치마에 웨스트민스터 궐련(영국제 고급 담배. ‘궐련은 얇은 종이로 가늘고 길게 말아 놓은 담배를 뜻함.)을 감아놓은 것 같은 도회의 기생의 아름다움을 연상하여 봅니다. 박하보다도 훈훈한 리그레추잉껌(미국제 껌이름) 내음새 두꺼운 장부를 넘기는 듯한 그 입맛 다시는 소리, 그러나 아마 여기 필 기생꽃은 분명히 혜원(蕙園) 그림에서 보는 것 같은, 혹은 우리가 소년 시대에 보던 떨떨 인력거에서 홍일산(紅日傘-의장으로 쓰던 붉은 빛깔의 큰 양산) 받은 지금은 지난날의 삽화인 기생일 것 같습니다.

 청둥호박(늙어서 겉이 굳고 씨가 잘 여문 호박)이 열렸습니다. 호박고자리(‘호박고지의 방언. 애호박을 얇게 썰어 말린 반찬거리)에 무 시루떡, 그 훅훅 끼치는 구수한 김에 좇아서 증조할아버지의 시골뜨기 망령들은 정월초하룻날 한식날 오시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 국가 백 년의 기반을 생각하게 하는 넓적하고도 묵직한 안정감과 침착한 색채는 럭비구를 안고 뛰는 이 제너레이션의 젊은 용사의 굵직한 팔뚝을 기다리는 것도 같습니다.

 유자(여주의 열매)가 익으면 껍질이 벌어지면서 속이 비져 나온답니다. 하나를 따서 실 끝에 매어서 방에다가 걸어둡니다. 물방울져 떨어지는 풍염(豊艶-생김새가 살지고 아름다운, 풍성하고 아름다운)한 미각 밑에서 연필같이 수척하여 가는 이 몸에 조금씩 조금씩 살이 오르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야채도 과실도 아닌 유머러스한 용적(물건을 담을 수 있는 부피)에 향기가 없읍니다. 다만 세숫비누에 한 겹씩 한 겹씩 해소되는 내 도회의 육향(肉香)이 방 안에 배회할 뿐입니다.

 

핵심 정리

 

1. 갈래 현대 수필, 서간체 수필

2. 성격 서정적, 감각적

3. 제재 산촌에서의 생활

4. 주제 도시적 감수성으로 바라본 산촌의 풍경

5. 특징

       - 작가의 서구적 취향이 다양한 외래어와 외국어 사용을 통해 드러남.

       - 시선의 이동에 따라 글을 전개함.

6. 해제

 이 작품은 산촌에 가서 머물고 있는 작가가 도시에 있는 정 형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 글이다. 작가는 산촌의 객주방에서 밤을 새는 동안 일어나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서술하고, 자연과 풍광을 관찰하면서 그것을 도시적 이미지와 연결하여 표현함으로써 자신만의 독창적인 발상을 보여 주고 있다.

 

 

2023학년도 수능 특강 문제로 실력 점검하기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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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편 팔봉산에는 노루와 멧돼지가 있답니다. 그리고 기우제 지내던 개골창까지 내려와서 가재를 잡아먹는 곰을 본 사람도 있습니다. 동물원에서밖에 볼 수 없는 짐승, 산에 있는 짐승들을 사로잡아다가 동물원에 갖다 가둔 것이 아니라, 동물원에 있는 짐승들을 이런 산에다 내어 놓아준 것만 같은 착각을 자꾸만 느낍니다. 밤이 되면 달도 없는 그믐 칠야에 팔봉산도 사람이 침소로 들어가듯이 어둠 속으로 아주 없어져 버립니다.

[A] 그러나 공기는 수정처럼 맑아서 별빛만으로라도 넉넉히 좋아하는「「누가복음도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참 별이 도회에서보다 갑절이나 더 많이 나옵니다. 하도 조용한 것이 처음으로 별들의 운행하는 기척이 들리는 것도 같습니다.

[B]객줏집 방에는 석유 등잔을 켜 놓습니다. 그 도회지의 석간(夕刊)과 같은 그윽한 내음새가 소년 시대의 꿈을 부릅니다. () ! 그런 석유 등잔 밑에서 밤이 이슥하도록 호까-연초갑지(煙草匣紙) 붙이던 생각이 납니다. 베짱이가 한 마리 등잔에 올라앉아서 그 연두빛 색채로 혼곤한 내 꿈에 마치 영어 티(T) 자를 쓰고 건너긋듯이 유()다른 기억에다는 군데군데 언더라인을 하여 놓습니다. 슬퍼하는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도회의 여차장이 차표 찍는 소리 같은 그 성악(聲樂)을 가만히 듣습니다. 그러면 그것이 또 이발소 가위 소리와도 같아집니다. 나는 눈까지 감고 가만히 또 자세히 들어봅니다.

 

그리고 비망록(備忘錄)을 꺼내어 머룻빛 잉크로 산촌의 시정(詩情)을 기초(글의 초안을 잡음.)합니다.

 

그저께 신문을 찢어버린/ 때 묻은 흰 나비

봉선화는 아름다운 애인의 귀처럼 생기고

귀에 보이는 지난날의 기사

 

얼마 있으면 목이 마릅니다. 자리물ㅡ 심해(深海)처럼 가라앉은 냉수를 마십니다. 석영질 광석 내음새가 나면서 폐부에 한난계(寒暖計) 같은 길을 느낍니다. 나는 백지 위에 싸늘한 곡선을 그리라면 그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청석(靑石) 얹은 지붕에 별빛이 내리쪼이면 한겨울에 장독 터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납니다. 벌레 소리가 요란합니다. 가을이 이런 시간에 엽서 한 장에 적을 만큼씩 오는 까닭입니다. 이런 때 참 무슨 재조(才操)로 광음(光陰)을 헤아리겠습니까? 맥박 소리가 이 방안을 방째 시계로 만들어버리고 장침과 단침의 나사못이 돌아가느라고 양짝 눈이 번갈아 간질간질합니다. 코로 기계기름 냄새가 드나듭니다. 석유 등잔 밑에서 졸음이 오는 기분입니다.

[C] 파라마운트 회사 상표처럼 생긴 도회 소녀가 나오는 꿈을 조곰 꿉니다. 그러다가 어느 도회에 남겨 두고 온 가난한 식구들을 꿈에 봅니다. 그들은 포로들의 사진처럼 나란히 늘어섭니다. 그리고 내게 걱정을 시킵니다. 그러면 그만 잠이 깨어 버립니다.

죽어 버릴까 그런 생각을 하여 봅니다. 벽 못에 걸린 다 해어진 내 저고리를 쳐다봅니다. 서도천리(西道千里)를 나를 따라 여기 와 있습니다그려!

등잔 심지를 돋우고 불을 켠 다음 비망록에 철필(펜촉에 펜대를 끼워 글씨를 쓰는 도구)로 군청빛 모를 심어갑니다. 불행한 인구(人口)가 그 위에 하나하나 탄생합니다. 조밀한 인구가.

[D] 내일은 진종일 화초만 보고 탈지면(脫脂棉)에다 알콜을 묻혀서 온갖 근심을 문지르리라, 이런 생각을 먹습니다. 너무나 꿈자리가 뒤숭숭하여서 그리는 것입니다. 화초가 피어 만발하는 꿈, 그라비아 원색판 꿈, 그림 책을 보듯이 즐겁게 꿈을 꾸고 싶습니다. 그리면 간단한 설명을 위하여 상쾌한 시를 지어서 7포인트 활자로 배치하는 것도 좋습니다.

도회에 화려한 고향이 있습니다. 활엽수만으로 된 산이 고향의 시각을 가려 버린 이 산촌에 팔봉산 허리를 넘는 철골 전신주가 소식의 제목만을 부호로 전하는 것 같습니다.

아침에 볕에 시달려서 마당이 부스럭거리면 그 소리에 잠을 깨입니다. 하루라는 짐이 마당에 가득한 가운데 새빨간 잠자리가 병균처럼 활동입니다. 끄지 않고 잔 석유 등잔에 불이 그저 켜진 채 소실된 밤의 흔적이 낡은 조끼 단추처럼 남아 있습니다. 작야(昨夜)를 방문할 수 있는 요비링(초인종)입니다. 지난밤의 체온을 방 안에 내어 던진 채 마당에 나서면 마당 한 모퉁이에는 화단이 있습니다. 불타오르는 듯한 맨드라미꽃 그리고 봉선화.

[E] 지하에서 빨아 올리는 이 화초들의 정열에 호흡이 더워오는 것 같습니다. 여기 처녀 손톱끝에 물들을 봉선화 중에는 흰 것도 섞였읍니다. 흰 봉선화도 붉게 물들까ㅡ 조금 이상스러울 것 없이 흰 봉선화는 꼭두서니 빛으로 곱게 물듭니다.

 

수수깡 울타리에 오렌지 빛 여주가 열렸습니다. 당콩 넝쿨과 어우러져서 세피아 빛을 배경으로 하는 일폭의 병풍입니다. 이 끝으로는 호박넝쿨 그 소박하면서도 대담한 호박꽃에 스파르타식 꿀벌이 한 마리 앉아 있습니다. 농황색에 반영되어 세실.B.데밀의 영화처럼 화려하며 황금색으로 치사합니다. 귀를 기울이면 르네상스 응접실에서 들리는 선풍기 소리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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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A] - [E]의 중심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A] : 별이 빛나는 고요한 산촌의 밤에 대한 느낌

[B] : 석유 등잔과 관련된 추억과 베짱이 울음소리에 대한 감상

[C] : 꿈속에서 본 가족의 모습과 가족에 대한 걱정

[D] : 뒤숭숭한 마음을 달래며 즐겁게 꿈을 꾸고 싶은 마음

[E] : 화단의 식물들을 보며 떠올린 자신의 과거와 그에 대한 그리움

 

2. 윗글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정 형! 그런 석유 등잔 밑에서 밤이 이슥하도록 호까‘-연초 갑지- 붙이던 생각이 납니다.’를 통해 특정 인물을 지칭하며 과거의 일을 언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도회의 여차장이 차표 찍는 소리’, ‘군청 빛 모등을 통해 비유적인 표현을 활용하여 대상의 일부로써 전체를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파라마운트 회사 상표’ ‘세실, (B). 데밀의 영화등을 통해 이국적 느낌을 주는 이미지를 활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하루라는 짐이 마당에 가득한 가운데를 통해 추상적인 관념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렌지 빛’, ‘세피아 빛등을 통해 외래어와 우리말의 자연스러운 혼용을 만들어 냈음을 알 수 있다.

 

3.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산촌 여정은 이상이 폐결핵 치료를 위해 고향인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성천으로 요양을 갔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수필이다. 요양을 떠날 당시 이상은 질병, 경제적 궁핍 등으로 삶에 대한 불안을 느끼고 현실 도피를 갈망하였다. 그런 그에게 순수하고 아름다운 성천은 병마로 지친 육신의 휴식뿐만 아니라 정신적 치유도 가능하게 한 곳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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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봉산은 낯선 곳으로, 글쓴이에게 또 다른 불안을 야기하는 공간으로 해석할 수 있겠군.

별빛은 글쓴이가 성천에서 느낄 수 있는 평안함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겠군.

흰 나비를 글쓴이로 볼 때, 때가 묻었다는 것은 성천의 자연과는 달리 순수하지 못한 자신의 상태를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군.

서도(西道) 천 리는 글쓴이가 느끼는 도회와 성천 사이의 거리감을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겠군.

화려한 고향은 글쓴이가 살았던 도시를 가리키는 것으로 볼 수 있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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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1.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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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대성전 작자 미상

 

[미래엔 수록 부분]

 

앞부분 줄거리

 소대성은 소양이 노년에 얻은 아들로, 원래 동해 용왕의 아들이었으나 비를 잘못 내린 죄로 적강(謫降)하였다.(고귀한 혈통) 는 어려서부터 재주가 뛰어났지만(비범한 능력), 일찍 부모를 잃고 떠돌다니게 된다.(위기) 소양의 옛 친구인 이 승상(조력자)은 기이한 꿈을 꾸고, 월영산에서 소대성을 발견하여 집으로 데려온다. 이 승상은 소대성의 비범함을 알아보고, 자신의 딸 이채봉과 혼인시키고자 한다. 이 승상의 부인 왕 씨는 초라한 소대성의 모습을 보고 혼인을 마땅치 않게 여기지만, 이채봉은 소대성의 재주를 알아보고 아버지의 뜻을 받아들인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승상은 병으로 죽게 되고, 그 틈을 타 승상의 아들들과 왕 부인은 조영이라는 자객에게 돈을 주고 소생을 처치하라는 명령을 내린다.(위기)

 

 “네 어떠한 놈이기에, 이 깊은 밤에 칼을 들고 누구를 해하려 하느냐?”

조영이 그제야 소생인 줄 알고 칼춤을 추고 다가가려 하니, 소생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조영이 당황하여 어리둥절해 있던 찰나에 다시 서쪽 벽의 촛불 아래서 크게 꾸짖는 우렁찬 소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리석은 놈아! 돈을 받았다고 몸을 돌보지 아니하니 어찌 가련하지 않겠느냐?”

조영은 대답하지 않은 채 들고 있던 칼을 냅다 소생에게 던졌다. 촛불 아래에서 검광이 번쩍 빛났으나, 소생은 다시 온데간데없다.(소대성의 비범한 능력) 조영은 촛불 그림자에 숨어 어찌할 줄 모르고 있었다. 그때 남쪽 벽의 촛불 아래에서 검은 두건을 쓰고 베옷을 입은 한 소년이 칠현금(七絃琴)을 무릎 위에 놓고 줄을 타며 노래를 불렀다.

 

전국(戰國)적 시절인가 전쟁도 요란하며,

초한(楚漢)적 천지인가 살기(殺氣)도 무궁하다.

홍문연(중국 섬서성 임동현의 홍문에서 항우가 베푼 잔치) 잔치던가 칼춤은 무슨 일인고?

패택(수초가 무성하고 우거진 낮은 습지대.-진나라 말기에 유방이 봉기하여 군대를 일으킨 고을을 지칭함.)에 잠긴 용이 구름을 얻었으며

초산에 날랜 범이 바람을 일으켰도다.

범증(진나라 말기 사람. 항우를 따라 기계(奇計)로써 전공을 세움.)이 깨뜨린 구슬 백설(白雪)이 되었으니,

항장(홍문연에서 유방을 죽이려고 한 항우의 부하)의 날랜 칼이 쓸 곳이 전혀 없다.

장량의 퉁소 소리(유방의 신하 장량이 해하(垓下) 싸움에서 항우의 군사들을 흩으려고 분 퉁소소리) 달 아래 일어나니,

장막 안에 잠든 패왕 혼백이 놀랐도다.

음릉(춘추시대 때 초나라의 고을로, 항우 군대가 한군(漢軍)에게 패한 후 길을 잃었던 곳.) 저문 날에 달빛도 희미하고,

오강 넓은 물에 수운이 적막하다.

역발산기개세도(‘힘은 산이라도 빼서 던질 만하고, 기개는 세상을 덮을 만큼 웅대하다는 뜻) 강동을 못 가거든,

필부(匹夫) 형경(중국 전국 시대의 자객이었던 형가(荊軻)를 의미함.)이야 역수를 건널쏘냐?

거문고 한 곡조에 살벌(殺伐)이 섞였으니,

가련타, 저 장사(壯士)야 갈 길이 어디더냐?

멀고 먼 황천길 조심하여 가거라.

가다가 깨치거든 현도를 닦아라.

 

 

 조영이 그 노래를 듣고 자세히 살펴보니, 그는 곧 소생이었다. 이에 조영이 생각했다.

 ‘내 재주는 십 년을 공부하여 사람은커녕 아직 귀신도 헤아리지 못한다. 한데 오늘 칼을 두 번이나 휘둘러서 저자를 죽이지도 못하고 도리어 저자로부터 노래로 조롱을 당했다. 장량이 퉁소로 팔천의 장수를 흩어 버린 것처럼, 저자가 비록 비상한 거문고 솜씨로 나를 돌아가게 하려고 하나, 내 어찌 저자의 간계에 넘어가겠는가?’

 조영이 다시 칼을 들어 소생에게 던지니 칼 부딪치는 소리만 날 뿐, 소생은 온데간데없었다. (소대성의 비범한 능력)조영이 칼을 찾고 있는데, 소생이 비수를 들고 촛불 아래에서 나오며 조영을 꾸짖었다.

 “내 처음에 너를 일러 돌아가게 했거늘, 끝내 금은만 생각하고 네 몸은 돌아보지 아니하니, 진실로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을 모르는구나.”

소생이 칼을 들어 조영을 치니 조영의 머리가 그 자리에서 떨어졌다. 소생이 분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칼을 들고 바로 내당으로 들어가 승상의 아들들을 모두 죽이고자 하다가, 다시 생각하며 탄식했다.

 ‘제 비록 막되어서 나와 원수가 되었으나, 영인부아(寧人負我)언정 무아부인(無我負人)이라. 곧 남은 나를 배반할지언정 나는 남을 배반하지 않는다고 했으니, 이제 저들을 죽여 분한 마음을 풀고자 하면 대인의 후사가 끊어질 것이라 아직은 피해야겠다.’

 

뒷부분 줄거리

 소대성은 서당을 떠나고 이생은 소대성의 뛰어난 능력을 짐작하고 두려워한다. 한편 소대성이 떠났다는 소식을 들은 채봉은, 어머니와 오빠들의 설득에 굴복하지 않고 소대성과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결심한다. 소대성은 노승의 도움으로 불경과 병서를 익히며 지내는데, 그동안 오랑캐의 침입으로 나라가 큰 위기에 빠지게 된다. 소대성은 천문을 보고 나라의 위기를 짐작하고는 절을 떠나 전장에 이른다. 소대성은 항복을 강요당하던 천자를 구하고 큰 공을 세운다. 노국 왕이 된 소대성은, 절개를 지키던 이채봉을 맞아들여 혼인한다. 또한, 이채봉의 오빠들을 불러 잔치를 베풀고 지난 일을 잊고 화해한다.(위기의 극복과 승리)

 

 

핵심 정리

 

1. 갈래 고전 소설, 영웅 소설, 군담 소설

2. 성격 전기적, 일대기적

3. 제재 소대성의 영웅적 일대기

4. 주제 고난을 극복하고 지위를 회복한 영웅의 활약상

5. 특징

          - 영웅 군담 소설의 모티프를 수용하여 부분적으로 변용함.

          - <홍길동전>, <유충렬전>을 잇는 교량 역할을 함.

6. 해제

 이 작품은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영웅 소설이자 군담 소설로, 위기에 빠진 영웅 소대성이 고난을 극복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당시 출간 횟수나 이본(異本)의 다양함으로 미루어 볼 때 당대 대중에게 인기를 누렸던 작품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자객을 죽이고 이 승상의 집을 나서는 장면은 <홍길동전>과 유사하다.

 

출처 : 미래엔 문학 자습서

 

2015학년도 수능 문제로 실력 점검하기

 

[34~37]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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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은 승상이 술에 취하시어 책상에 의지하여 잠깐 졸더니 문득 봄바람에 이끌려 한 곳에 다다르니 이곳은 승상이 평소에 고기도 낚으며 풍경을 구경하던 조대(釣臺-낚시터). 그 위에

상서로운 기운이 어렸거늘 나아가 보니 청룡이 조대에 누웠다가 승상을 보고 고개를 들어 소리를 지르고 반공에 솟거늘, 깨달으니 일장춘몽이라.

[A] 심신이 황홀하여 죽장을 짚고 월령산 조대로 나아가니 나무 베는 아이가 나무를 베어 시냇가에 놓고 버들 그늘을 의지하여 잠이 깊이 들었거늘, 보니 의상이 남루하고 머리털이 흩어져 귀밑을 덮었으며 검은 때 줄줄이 흘러 두 뺨에 가득하니 그 추레함을 측량치 못하나 그 중에도 은은한 기품이 때 속에 비치거늘 승상이 깨우지 않으시고, 옷에 무수한 이를 잡아 죽이며 잠 깨기를 기다리더니, 그 아이가 돌아누우며 탄식 왈,

형산백옥이 돌 속에 섞였으니 누가 보배인 줄 알아보랴. 여상의 자취 조대에 있건마는 그를 알아본 문왕의 그림자 없고 와룡은 남양에 누웠으되 삼고초려한 유황숙의 자취는 없으니 어느 날에 날 알아줄 이 있으리오.”

하니 그 소리 웅장하여 산천이 울리는지라.

탈속한 기운이 소리에 나타나니, 승상이 생각하되, ‘영웅을 구하더니 이제야 만났도다.’ 하시고, 깨우며 물어 왈,

봄날이 심히 곤한들 무슨 잠을 이리 오래 자느냐? 일어 앉으면 물을 말이 있노라.”

어떤 사람이관데 남의 단잠을 깨워 무슨 말을 묻고자 하는가? 나는 배고파 심란하여 말하기 싫도다.”

아이 머리를 비비며 군말하고 도로 잠이 들거늘, 승상이 왈,

네 비록 잠이 달지만 어른을 공경치 아니하느냐. 눈을 들어 날 보면 자연 알리라.”

그 아이 눈을 뜨고 이윽히 보다가 일어앉으며 고개를 숙이고 잠잠하거늘, 승상이 자세히 보니 두 눈썹 사이에 천지조화를 갈무리하고 가슴속에 만고흥망을 품었으니 진실로 영웅이라.

승상의 명감(明鑑-사람을 알아보는 뛰어난 능력)이 아니면 그 누가 알리오.

 

[중략 부분의 줄거리] 승상은 아이(소대성)를 자기 집에 묵게 하고 딸과 부부의 연을 맺도록 하지만, 승상이 죽자 그 아들들이 대성을 제거하려고 한다. 이에 대성은 영보산으로 옮겨 공부하다가 호왕이 난을 일으킨 소식에 산을 나가게 된다.

 

한 동자 마중 나와 물어 왈,

상공이 해동 소상공 아니십니까?”

동자, 어찌 나를 아는가?”

소생이 놀라 묻자, 동자 답 왈,

우리 노야의 분부를 받들어 기다린 지 오랩니다.”

노야라 하시는 이는 뉘신고?”

아이 어찌 어른의 존호를 알리이까? 들어가 보시면 자연 알리이다.”

[B] 생이 동자를 따라 들어가니 청산에 불이 명랑하고 한 노인이 자줏빛 도포를 입고 금관을 쓰고 책상을 의지하여 앉았거늘 생이 보니 학발 노인은 청주 이 승상일러라. 생이 생각하되, ‘승상이 별세하신 지 오래이거늘 어찌 이곳에 계신가?’ 하는데, 승상이 반겨 손을 잡고 왈,

내 그대를 잊지 못하여 줄 것이 있어 그대를 청하였나니 기쁘고도 슬프도다.”

하고 동자를 명하여 저녁을 재촉하며 왈,

내 자식이 무도하여 그대를 알아보지 못하고 망령된 의사를 두었으니 어찌 부끄럽지 아니하리오. 하나 그대는 대인군자로 허물치 아니할 줄 알았거니와 모두 하늘의 뜻이라. 오래지 아니하여 공명을 이루고 용문에 오르면 딸과의 신의를 잊지 말라.”

하고 갑주 한 벌을 내어 주며 왈,

이 갑주는 보통 물건이 아니라 입으면 내게 유익하고 남에게 해로우며 창과 검이 뚫지 못하니 천하의 얻기 어려운 보배라. 그대를 잊지 못하여 정을 표하나니 전장에 나가 대공을 이루라.”

생이 자세히 보니 쇠도 아니요, 편갑도 아니로되 용의 비늘 같이 광채 찬란하며 백화홍금포로 안을 대었으니 사람의 정신이 황홀한지라. 생이 매우 기뻐 물어 왈,

이 옷이 범상치 아니하니 근본을 알고자 하나이다.”

이는 천공의 조화요, 귀신의 공역이라. 이름은 보신갑이니 그 조화를 헤아리지 못하리라. 다시 알아 무엇 하리오?”

승상이 답하시고, 차를 내어 서너 잔 마신 후에 승상 왈,

이제 칠성검과 보신갑을 얻었으니 만 리 청총마를 얻으면 그대 재주를 펼칠 것이나, 그렇지 아니하면 당당한 기운을 걷잡지 못하리라. 하나 적을 가벼이 여기지 말라. 지금 적장은 천상 나타의 제자 익성이니 북방 호국 왕이 되어 중원을 침노하니 지혜와 용맹이 범인과 다른지라. 삼가 조심하라.”

만 리 청총마를 얻을 길이 없으니 어찌 공명을 이루리까?”

생이 묻자, 승상이 답 왈,

동해 용왕이 그대를 위하여 이리 왔으니 내일 오시에 얻을 것이니 급히 공을 이루라. 지금 싸움이 오래되었으나 중국은 익성을 대적할 자 없으며 황제 지금 위태한지라. 머물지 말고 바삐 가라. 할 말이 끝없으나 밤이 깊었으니 자고 가라.”

하시고 책상을 의지하여 누우시니 생도 잠깐 졸더니, 홀연 찬 바람, 기러기 소리에 깨달으니 승상은 간데없고 누웠던 자리에 갑옷과 투구 놓였거늘 좌우를 둘러보니 소나무 밑이라.

- 작자 미상, 소대성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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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A][B]에 나타난 서술상 특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A]는 묘사를 통해 인물의 외양을, [B]는 발화를 통해 인물의 감회를 드러내고 있다.

[A]와 달리, [B]는 대구적 표현을 통해 인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B]와 달리, [A]는 요약적 서술을 통해 시대적 배경을 제시하고 있다.

[A][B]는 모두 인물들 간의 대화를 통해 인물들 사이의 갈등을 제시하고 있다.

[A][B]는 모두 과거 사건에 대한 회상을 통해 현재 사건의 원인을 제시하고 있다.

 

35. 윗글의 승상에 대한 감상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곤히 잠든 아이를 깨우지 않고 이를 잡아 주며 기다리는 모습에서 따뜻한 인정을 느낄 수 있군.

나이 어린 소생에게 자신이 범한 과오를 시인하고 부끄러워하는 모습에서 자신을 비우고 낮추는 겸허함을 볼 수 있군.

소생에게 딸과의 신의를 잊지 않아야 공명을 이룰 수 있다고 당부하는 모습에서 신의를 중시하는 가치관을 볼 수 있군.

청총마를 이미 얻고 동해 용왕의 도움까지 얻은 소생에게 적을 가벼이 여기지 말라고 하는 모습에서 신중한 자세를 볼 수 있군.

살아서는 소생을 도왔지만 죽은 몸으로 소생을 도울 수 없어 안타까워하는 모습에서 남을 도우려는 한결같은 성품을 느낄 수 있군.

 

36. 보기를 참고할 때, ⓐ∼ⓔ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

<보기> --------------------------------------------------------------------------------------------------------------------------------------------------

고전 소설에서 공간은 산속이나 동굴 등 특정 현실 공간에 초현실 공간이 겹쳐진 것으로 설정되기도 한다. 이 경우, 초현실 공간이 특정 현실 공간에 겹쳐지거나 특정 현실 공간에서 사라지는 것은 보통 초월적 존재의 등·퇴장과 관련된다. 한편 어떤 인물이 꿈을 꿀 때, 그는 현실의 어떤 공간에서 잠을 자고 있지만, 그의 정신은 꿈속 공간을 경험한다. 이 경우, 특정 현실 공간이 꿈에 나타나면 이 꿈속 공간은 특정 현실 공간에 근거하면서도 초현실 공간의 성격을 지니기도 한다.

-------------------------------------------------------------------------------------------------------------------------------------------------------------

승상에 몸을 의지하고 있지만 정신은 봄바람에 이끌려 로 나아갔으니, 그는 현실의 한 공간에서 잠들어 꿈속 공간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군.

② ⓑ에 근거를 둔 꿈속 공간으로, 에서 본 청룡에서 자고 있는 아이를 상징하는군.

③ ⓑ는 모두 초현실 공간으로, 승상아이에게로 이끌기 위해, 소생과 초월적 존재인 승상의 만남을 위해 설정된 곳이군.

④ ⓒ승상의 정신이 경험하는 꿈속 공간이고, 소생이 자기 경험이 꿈이었음을 확인하는 공간이군.

승상누웠던 자리갑옷과 투구가 놓여 있는 것으로 보아, 가 겹쳐져 있었지만 승상이 사라지면서 도 함께 사라졌군.

 

37. 의 화자에게 을 지닌 승상이 격려해 줄 말로 가장 적절한 것은?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라고 하듯이, 네 재주로도 할 일은 있을 터이니 너무 낙담하지 마라.

자루 속의 송곳이라고 하듯이, 앞으로 너의 진가가 반드시 드러나 많은 사람이 너를 우러러 보게 될 거야.

장마다 꼴뚜기가 나올까라고 하듯이, 운수가 좋아야만 성공할 수 있으니 좋은 때가 오기를 기다려 보아라.

차면 넘친다라고 하듯이, 지금 너의 괴로움은 욕심이 지나쳐서 생기는 것이니 욕심을 줄이면 나아질 거야.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라고 하듯이, 너의 용기는 무모하니 현실을 직시하면 성공할 날이 곧 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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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34.  35.  36.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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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별곡(翰林別曲) - 한림제유

 

 

<1>

 

원슌문(元淳文) 인노시(仁老詩) 공로ᄉᆞ륙(公老四六)

니졍언(李廷彦) 딘한림(陳翰林) 솽운주필(雙韻走筆)

튱긔(冲氣對策) 광균경의(光鈞經義) 량경시부(良鏡詩賦)

위 시댱(試場)ㅅ 경() 긔 엇더ᄒᆞ니잇고

금ᄒᆞᆨ사(琴鶴士)의 옥슌문(玉笋門生) 금ᄒᆞᆨ사(琴鶴士)의 옥슌문(玉笋門生)

위 날조차 몃부니잇고

 

 

유원순의 문장, 이인로의 시, 이공로의 사륙변려문

이규보와 진화의 쌍운을 맞추어 써 내려간 글

유충기의 대책문(높은 사람의 물음에 답하는 글), 민광균의 경서 해의(解義), 김양경의 시와 부(한시의 체())

아아, 과거(科擧) 시험장의 광경, 그것이 어떠합니까?

금의가 배출한 죽순같이 늘어선 제자들, 금의가 배출한 죽순같이 늘어선 제자들

아아, 나까지 몇 분이나 됩니까.

 

 

핵심 정리

 

1. 갈래 경기체가

2. 성격 풍류적, 향락적, 귀족적, 과시적

3. 제재 1: 시와 부

4. 주제 신흥 사대부들의 긍지와 풍류

5. 특징

    - 신흥 사대부들의 자부심과 객관적 사물에 대한 관심을 표현함.

    - 열거법, 영탄법, 설의법, 반복법 등을 사용함.

6. 해제

 고려 시대 사대부들의 정서를 표현한 대표적인 귀족 문학인 경기체가 가운데 가장 먼저 창작된 작품이다. 전체 8장의 분장체로, 시부(詩賦) · 서적 · 명필 · 명주(名酒) · 화훼 · 음악 · 누각 · 추천 등을 소재로 하여 무신 집권하 문인들의 향락적이고, 유흥적인 생활을 노래하고 있다. 사물의 객관적인 나열, 추상적인 한자 어구의 사용 등을 통해 사대부의 호탕한 기상과 풍류적 태도를 드러내고 자신들의 지식을 과시함으로써 신흥 사대부 계층의 삶과 정서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출처 : 미래엔 문학 교과서 + 미래엔 문학 자습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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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의 열매 한강

 

[미래엔 수록 부분]

 

 앞부분 줄거리

 도시에서 사는 아내와 남편은 점점 서로 소통하지 못한다. 바닷가 빈촌에서 성장한 아내는 도시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시에서 성장한 남편은 그런 아내를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 자유를 꿈꾸던 아내는 마침내 침묵한다. 그러던 중 아내에게 연두색 피멍이 생기고, 그것은 점점 커져 그녀의 온몸에 퍼진다. 음식도 먹지 않고 베란다에서 햇볕을 쬐는 것만 좋아하던 아내는 점점 나무로 변해 간다. 출장에서 돌아온 남편은 그런 아내의 모습에 처음엔 놀라지만 그녀를 정성껏 돌본다. 말하는 것이 어려워진 아내는 어머니를 향해 마음속으로 편지를 쓴다.

 

 

 어머니.

 이제 어머니께 편지를 쓸 수 없게 되었어요. 어머니가 두고 가신 스웨터(생명의 근원인 모성(母性)을 환기함.)를 입어 볼 수도 없게 되었어요. 지난겨울 여기 올라오셨다가 깜빡 잊고 두고 가신 자주색 스웨터 말예요.

 그이가 출장 간 다음 날, 아침부터 오한이 들길래 그 옷을 입어 보았어요. 제때 빨아 두지 않았던 덕분에 묵은 반찬 냄새며 어머니 살냄새가 그대로 배어 있었어요. 다른 날 같으면 빨아 입었을지도 모르지만 너무 추워서, 또 그 냄새를 오랫동안 맡고 싶어서 그냥 입고 잠들어 버렸어요. 다음 날 새벽까지 오한은 멈추지 않고, 어머니, 얼마나 춥고 목말랐는지, 마침내 아침 햇빛이 안방 유리창에 비칠 때 나는 소리를 죽여 울었답니다. 그 따뜻한 빛을 좀 더 깊숙이 받아들이고 싶어서 베란다로 나가 옷을 벗었어요. 벌거벗은 살에 내리박히는 햇빛이 꼭 어머니 살내 같아서, 그 자리에 무릎을 끓고 앉아 어머니만 불렀어요.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요. 며칠일까 몇 주일일까, 아니면 몇 달일까요.(시간의 흐름을 느끼지 못함.) 제법 대기가 뜨거워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열기가 가시고, 그 뒤로 조금씩 쌀쌀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뿐이에요.

멀리 중랑천 너머 아파트의 창문들은 지금쯤 주황빛으로 밝혀졌겠지요. 거기 사는 사람들은 나를 볼 수 있을까요. 간선 도로에서 전조등을 내쏘며 달려가는 차들은 나를 볼 수 있을까요. 나는 지금 어떻게 생겼을까요.

 

 그이는 무척 친절해졌답니다. 커다한 화분을 구해 와서 거기 나를 심어 주었어요. 일요일이면 오전 내내 베란다 문턱에 걸터앉아 잔딧물도 잡아 줘요. 내가 수돗물을 싫어한다는 것을 기억하고는, 그렇게 피곤해만 하던 사람이 아침마다 물통 가득 뒷산 약수를 길어 와서 내 다리에 부어 준답니다. 얼마 전에는 기름진 새 흙을 한 아름 사 와서 갈아 주었어요. 비가 내린 다음 날, 오랜만에 도시의 공기가 깨끗해진 새벽녘이면 창문과 현관문을 활짝 열어 공기를 바꾸어 준답니다.

 

 이상하지요, 어머니. 보는 것, 듣는 것, 냄새 맡고 맛보는 것(동물적인 감각)이 없어도 모든 것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져요.(식물이 되어 오히려 주변을 생생하게 느끼는 ’) 선 도로를 거칠게 미끄러져 가는 차들의 질주를, 그이가 현관문을 열고 나에게로 다가오는 발소리의 미세한 울림을, 비 내리기 전이면 비옥한 꿈에 젖어 있는 대기를, 안개를 품은 새벽하늘의 희부연 빛을 나는 느껴요.

 가깝고 먼 곳에서 싹이 돋고 잎이 피는 것, 애벌레들이 알을 깨고 나오고, 개들과 고양이들이 새끼를 낳고, 옆 동 노인의 맥박이 멈출 듯 멈출 듯 멈추지 않고, 윗집 주방의 냄비에 시금치가 데쳐지고, 아랫집 전축 위에 놓인 항아리 가득 허리 잘린 국화 다발이 꽂히는 것을 느껴요. 낮이나 밤이나 별들은 유연한 포물선을 그리고, 해가 뜰 때마다 간선 도로변 플라타너스들의 몸은 간절히 그쪽으로 기울어집니다. 내 몸도 따라서 그쪽으로 활짝 펼쳐져요.(식물적인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것들)

이해할 수 있으세요? 이제 곧 생각할 수도 없게 되리라는 것을 알지만 나는 괜찮아요. 오래전부터 이렇게 바람과 햇빛과 물만으로 살 수 있게 되기를 꿈꿔 왔어요.

 어렸을 때 생각이 나요. 부엌으로 달려가 어머니 치마에 얼굴을 묻으면 아, 그 맛난 냄새. 참기름 냄새, 볶은 깨 냄새. 내 손에는 언제나 흙이 묻어 있었지요. 흙 묻은 손으로 어머니 치맛자락을 더럽히곤 했어요.

몇 살 때였을까요. 보슬비가 뿌리던 봄날 아버지가 모는 경운기에 실려 바닷가를 따라 달렸던 기억이 나요. 그때 나를 향해 웃어 주시던 우비 차림의 어른들, 젖은 머리카락이 이마에 찰싹 붙어서는 깡충깡충 뛰며 손 흔들어 대던 아이들의 얼굴이 팔랑개비처럼 맴돌아요.

 어머니한테 세상은 그 바닷가 빈촌이지요. 그곳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자라셨지요. 그곳에서 아이를 낳고 그곳에서 일하고 그곳에서 늙어 오셨어요. 언젠가는 그곳의 선산 기슭에 아버지와 나란히 누우실 거예요.

 

 어머니, 어머니처럼 될까 봐 나는 멀리멀리 여기까지 떠나왔어요. 열일곱 살 때였지요. 무작정 집을 나와 달포(한 달이 조금 넘는 기간) 넘게 헤매 다녔던 부산, 대구, 강릉의 시가지들을 잊을 수 없어요. 일식당에서 나이를 속여 일을 하고 저녁이면 독서실에서 새우잠을 자면서도 나는 그곳이 좋았어요. 시가지의 휘황한 불빛, 시가지의 화려한 사람들이 좋았어요.

어머니, 낯선 사람들로 가득한 이 거리를 늙고 망가진 얼굴로 떠돌게 될 줄(도시 생활에 피폐해진 의 상태)을 그때는 몰랐어요. 고향에서도 불행했고 고향 아닌 곳에서도 불행했다면 나는 어디로 가야 했을까요.(삶이 방향성을 상실함.)

나는 한 번도 행복했던 적이 없었어요. 어떤 끈질긴 혼령이 내 목을, 팔다리를 옥죄며 따라다녔을까요. 아프면 울고 꼬집히면 소리치는 어린아이처럼, 나는 언제나 달아나고만 싶었어요. 울부짖고 싶었어요. 무엇이 나를 그토록 괴롭혀서, 무엇으로부터 달아나겠다고 나는 지구 반대편까지 가려고 했을까요. 왜 가지 못 했을까요, 바보처럼. 왜 훌훌 떠나 이 지긋지긋한 피를 갈지 못했을까요.(‘는 결혼 전에 외국에서 자유롭게 살고 싶어 했었음.)

 

 내 내장 속에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고 했어요. 먼 바람 소리 같은 것만 솨솨 메아리친다고 했어요. 손가락 끝으로 청진기를 두들기며 그 늙은 의사(‘의 상태에 대해 기계적인 진단만 내림.)가 중얼거리는 것을 들었어요. 청진기를 탁자에 올려놓은 의사는 초음파 검사기의 흑백 모니터를 틀었어요. 누워 있는 내 배에 희고 차가운 유액을 바르고는, 막대기처럼 생긴 차가운 기구로 명치에서 아랫배까지 살갗을 차근차근 문질러 내려갔어요. 그것을 통해서 내장들의 모습이 모니터에 나타나는 모양이었어요.

 노말(nomal-보통의, 평범한, 정상적인)인데.

 쯧, 하고 입맛을 다시며 의사가 중얼거렸지요.

 지금 보이는 게 위장인데……. 아무 이상 없어요.

 모든 것이 노말이라고 그분은 말했어요.

 위, , 자궁, 콩팥 모두 정상인데.

 그것들이 모두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것을 그는 왜 보지 못했을까요. 휴지를 몇 장 뽑아 유액을 대충 닦아 주더니, 일어나려고 하는 나에게 다시 누워 보라고 하고는 별반 아프지 않은 배 이곳저곳을 꾹꾹 누르기만 했어요. 아파? 하고 대뜸 반말로 묻는 그의 안경 쓴 얼굴을 쏘아보며 나는 연신 고개를 흔들었어요.

 여기도 괜찮고?

 여기도 안 아프고?

 안 아파요.

 

 주사를 맞고 돌아오는 길에 다시 토악질을 했어요. 지하철 구내의 차가운 타일벽에 등을 대고 조그려 앉았어요. 통증이 멈추기를 기다리며 숫자를 세었어요. 마음을 편하게 가지라고 그 의사가 말했거든요. 모든 것이 마음 탓이라고 스님 같은 말을 했어요. 마음을 편하게, 마음을 평화롭게, 하나, , , , 토하고 싶을 때는 숫자를 세면서, 한없이 평화롭게……. 기어이 눈물이 솟구칠 때까지 통증(식물로 변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고통)은 멈추지 않고, 거푸 위액을 게워 낸 뒤 엉덩이를 깔고 주저앉았어요. 흔들리는 지상이 제발, 멈추어 주기를 기다렸어요.

그것은 얼마나 먼 날의 일이었을까요.

 

 어머니, 자꾸만 같은 꿈을 꾸어요. 내 키가 미루나무만큼 드높게 자라나는 꿈을요. 베란다 천장을 뚫고 윗집 베란다를 지나, 십오 층, 십육 층을 지나 옥상 위까지 콘크리트와 철근을 뚫고(도시적 문명에 대한 비판과 거부) 막 뻗어 올라가는 거예요. 아아, 그 생장점(식물의 줄기나 뿌리 끝에 있으며 생장을 현저하게 하고 있는 부분) 끝에서 흰 애벌레 같은 꽃이 꼬물꼬물 피어나는 거예요. 터질 듯 팽팽한 물관 가득 맑은 물을 퍼 올리며, 온 가지를 힘껏 벌리고 가슴으로 하늘을 밀어 올리는 거예요. 그렇게 이 집을 떠나는 거예요. 어머니, 밤마다 그 꿈을 꾸어요.

 

 하루게 다르게 추어지고 있어요.(계절의 변화를 느낌.) 오늘도 세상의 땅에는 얼마나 많은 잎사귀가 떨어졌는지, 얼마나 많은 풀벌레가 죽어 갔는지, 얼마나 많은 뱀이 허물을 벗었고 어떤 개구리들은 일찌감치 겨울잠에 들었는지요.

자꾸만 어머니 스웨터 생각이 나요. 어머니 살냄새가 잘 기억나지 않아요. 그이더러 그 옷으로 내 몸을 덮어 달라고 말하고 싶지만 말할 길이 없어요.(식물로 변하여 말을 할 수가 없음.) 어쩌면 좋을까요. 그이는 말라 가는 나를 보면서 울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해요. 아시지요, 그이한테 가족은 나뿐이었어요. 그이가 부어 주는 약수에 따뜻한 눈물이 섞이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불끈 쥔 주먹이 겨냥할 곳 없어 허공을 휘저어 대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어머니, 무서워요. 내 사지를 떨구어야 해요(겨울이 되어 잎이 떨어짐). 이 화분은 너무 좁고 딱딱해요. 뻗어 나간 뿌리 끝이 아파요. 어머니, 겨울이 오기 전에 나는 죽어요. 이제 다시는 이 세상에 피어나지 못 하겠지요.

 

 뒷부분 줄거리

 남편은 나무가 된 아내를 화분에 옮겨 심는다. 하지만 겨울이 다가와 나무는 결국 시들어 버리고 마지막으로 열매를 남긴다. 남편은 아내가 남긴 열매(생태계의 순환적 삶을 이어가는 꼬리)를 화분에 심으며, ‘봄이 오면 아내가 다시 돋아날까.’라고 생각해 본다.

 

 

 

핵심 정리

 

1. 갈래 현대 소설, 단편 소설

2. 성격 생태적, 환상적, 회상적

3. 배경 시간 : 1990년대 / 공간 : 서울

4. 주제 도시 문명의 황폐함을 비판하고 자연 순환적인 생명성을 소망함.

5. 구성

      발단 바닷가 빈촌에서 성장한 아내는 도시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시에서 성장한 남편과 점차 소통하지 못함.

      전개 자유를 꿈꾸던 아내는 마침내 침묵하고, 아내에게 생긴 연두색 피멍은 서서히 온몸으로 퍼짐.

      위기 아내는 음식도 먹지 않고 베란다에서 햇볕을 쬐며 시간을 보내게 되고, 남편은 어느 날 식물로 변한 아내의 모                    습을 발견함.

      절정 식물이 되어 말을 못하는 아내가 마음속으로 어머니에게 편지를 씀.

      결말 화분에 옮겨 심어진 아내는 늦가을이 되자 결국 시들어 버리고 마지막 열매를 남rla.

 

6. 특징

       - 어머니에게 마음속 편지를 쓰는 형식으로 설정하여 생명의 근원인 모성(母性)을 환기함.

       - 주인공이 식물이 되어 가는 과정에서 생태학적 세계관을 드러냄.

       - 식물로 변해 가는 주인공의 상태를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로 형상화함.

7. 해제

 이 작품은 사람이 나무로 변하는 비현실적인 상황을 설정하여 현대 사회의 폭력성을 비판하고 있는 소설이다. 등장인물인 아내는 콘크리트 속에서 점점 더 병들어 가며 말수가 줄어들고, 서서히 인간의 육체를 잃고 식물의 상태로 변화해 간다.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이러한 상상을 통해 작가는 도시의 인공적인 세계로부터 벗어나 자연스러운 순환 속에 있는 본원적 생명의 세계를 꿈꾸고 있다.

 

8. 작가

   한강(1970~ )

 소설가. 전라남도 광주에서 태어났으며, 소설가 한승원의 딸이다. 1993문학과 사회겨울호에 <서울의 겨울> 등 시 4편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이듬해에는 서울신문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었다. 섬세한 감성과 시적인 언어로 사회의 여러 문제를 근원적으로 진단하는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등이 있으며, 2016년에는 소설 채식주의자로 영국의 맨부커국제상을 수상하였다.

 

 

 

출처 : 미래엔 문학 교과서 + 미래엔 문학 자습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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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부

 

 

(‘민중상징)는 서로 어우러져

기대고 산다.』                                    의 속성서로 의지하며 살아감.

햇살(시련, 고통) 따가워질수록

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부정적 상황에서도 긍정적 태도를 보임.)

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

                                                                                                 1: 고난을 이겨 내고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민중의 모습

 

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

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아라.』       의 속성힘을 합쳐 더욱 강하게 맞서 싸움.

죄도 없이 죄지어서 더욱 불타는(역설법, 무고하게 억압받는 민중의 모습)

마음들을 보아라. 벼가 춤출 때,

벼는 소리 없이 떠나간다.(희생적인 사랑을 실천함.)

                                                                                                2: 공동체 의식으로 더 튼튼해진 민중의 생명력

 

벼는 가을 하늘에도

서러운 눈 씻어 맑게 다스릴 줄 알고(서러움을 승화시킴 자기 정화)

바람 한 점에도

제 몸의 노여움을 덮는다.(노여움을 절제함.)의 속성서러움과 노여움을 승화시켜 성숙해짐.

저의 가슴도 더운 줄을 안다.(저항 의식을 지닌 민중의 모습)

                                                                                                3: 서러움과 노여움을 승화시키는 민중의 성숙한 모습

 

벼가 떠나가며 바치는

이 넓디넓은 사랑,의 속성희생적인 사랑을 바칠 줄 앎.

쓰러지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서(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민중의 모습) 드리는

이 피 묻은 그리움,(민중이 열망하는 염원-자유, 평등)

이 넉넉한 힘(민중의 저력)…….

                                                                                             4: 희생적인 사랑을 하고 고난을 이겨 내는 민중의 힘

 

                                                                                                                                                              “우리들의 양식”(1974)

 

 

 

핵심 정리

 

1. 갈래 자유시, 서정시, 참여시

2. 성격 참여적, 예찬적, 상징적

3. 제재

4. 주제 민중의 공동체적 유대감과 강인한 생명력 예찬

5. 특징

             - ‘의 생장과 수확 과정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상을 전개함.

             - 대상을 의인화하여 가 지닌 속성을 예찬함.

6. 해제

 이 작품은 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이 땅에서 살아온 민중의 한과 공동체 의식을 형상화하고 있는 시다. 의인화의 비유, 상징 등의 기법을 통해 벼의 생장 과정과 수확 과정을 그리는 동시에 민중이 지닌 기질과 덕성을 예찬하고 있다. 1970년대라는 그늘진 한국의 현대사를 경험한 작가는 전쟁과 독재 체제, 산업화의 그늘 속에서 희생을 감내해야 했던 민중들에 대한 깊은 관심과 사랑을 시로 담아 내었다.

 

7. 작가

   이성부(1942~2012)

 시인. 전라남도 광주 출생으로 광주고등학교 재학 당시에 전남일보신춘문예에 시 <바람>이 당선되었다. 언론 활동을 하면서 연작시 <전라도>를 발표하여 당대의 암울한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는 현실 참여적인 시 세계를 확립해 나갔다. 고통스런 농촌의 현실을 정직하게 노래하는 한편, 전통적 서정과 민중의 연대감을 지켜 가기 위해 애를 썼다. 민중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공동체적 삶의 정결성과 도덕성에 관심을 기울이면서도 시적 상상력과 서정성을 잃지 않는 유연함을 지닌 것이 특징이다. 시집으로 이성부 시집, 우리들의 양식, 백제행, 전야, 빈산 뒤에 두고, 야간 산행등이 있고, 주요 작품으로는 <>, <산길에서>, <전라도7> 등이 있다.

 

 

2018학년도 고1 모의고사 기출 문제로 실력 점검하기

 

[36~39]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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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창 시절에는 유별나게도 학년이 바뀌고 반이 바뀌어 친구들과 뿔뿔이 흩어져야 하는 신학기가 싫었다. 마음으로 간절히 원했던 친구는 거의 언제나 다른 반으로 가 버렸고, 한 반이 되지 않기를 빌고 빌었던 친구는 어김없이 한 반으로 편성되곤 하는 불행 아닌 불행 앞에서 얼마나 많이 속상해 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학년이 바뀌면 처음 얼마 동안은 늘 마음을 잡지 못했다. 아침에 눈을 떠 학교에 갈 일을 생각하면 가슴 한쪽이 싸늘해지곤 하던 그 느낌을 지금도 나는 선연히 떠올릴 수가 있다.

(중략)

이제는 반이 나뉘고 새로운 급우들한테서 낯섦을 실컷 맛봐야 하는 신학기 따위는 영영 내 곁에서 사라졌다. 그 대신 사랑하고 믿어 주는 것보다 시기하고 미워하며, 또는 빼앗고 속이는 일이 더 많은 황폐한 세상살이에 낯가림하며 사는 나날속으로 내던져지고 말았다. 망망대해를 헤매는 것처럼 힘든 인생의 항해는 신학기 잠시의 외로움을 극복하는 일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두려움 가득한 일이다. 삶은 고난 투성이고 끝없는 인내를 요구하기만 하는데, 홀로 헤치는 파도는 높고 거칠기만 한 것이다. 바로 이때에 영혼을 함께 나눌 친구가 절실히 필요해진다. 인생이란 험난한 항해를 같이 겪고 있다는 동지애를 느낄 수 있는 친구, 혹은 내 삶의 따뜻한 동반자라는 느낌이 전해져 오는 친구와 같이 있는 시간에는 이 세상도 한번 살아 볼 만하다는 용기가 솟는다. 그런 친구와 돈독한 우정을 서로 교환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적어도 실패한 삶은 아니라고 단정할 수 있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그런 우정을 가꾸는 이들을 종종 만난다. 비록 나의 친구는 아니지만 그 모습을 보는 일은 참 아름답다. 언젠가 친구가 사업에 실패해서 낙향하여 쓸쓸히 살아가는 것을 안쓰러워하다 못해 자기도 다니던 직장을 정리하고 가족과 함께 시골로 내려가 친구 옆에서 땅을 일구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었다. 이미 결혼하여 각각의 식솔을 이끌고 있는 두 사람한테는 참으로 어려운 결정이었겠지만, 양쪽 집의 가족들 모두는, 한결같이 이렇게 말하였다. 냉혹한 이 세상에 대항하기 위해 두 집이 힘을 합쳤으니 얼마나 든든하냐고. 누군가는 말했다. 친구 없이 사는 일만큼 무서운 사막은 없다고. 또 누군가는 말했다. 친구 없이 사는 것은 증인 없이 사라지는 일이라고.

- 양귀자, 사막을 같이 가는 벗-

 

 

() 우리가 눈발이라면

허공에서 쭈빗쭈빗 흩날리는

진눈깨비는 되지 말자.

세상이 바람 불고 춥고 어둡다 해도

사람이 사는 마을

가장 낮은 곳으로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

우리가 눈발이라면

잠 못 든 이의 창문 가에서는

편지가 되고

그이의 깊고 붉은 상처 위에 돋는

새살이 되자.

- 안도현, 우리가 눈발이라면-

 

 

() 벼는 서로 어우러져

기대고 산다.

햇살이 따가워질수록

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

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

 

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

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아라.

죄도 없이 죄지어서 더욱 불타는

마음들을 보아라. 벼가 춤출 때,

벼는 소리 없이 떠나간다.

 

 

벼는 가을 하늘에도

서러운 눈 씻어 맑게 다스릴 줄 알고

바람 한 점에도

제 몸의 노여움을 덮는다.

저의 가슴도 더운 줄을 안다.

 

 

벼가 떠나가며 바치는

이 넓디넓은 사랑,

쓰러지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서 드리는

이 피 묻은 그리움,

이 넉넉한 힘…….

- 이성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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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 ~ ()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는 계절적 배경을 드러내는 소재를 통해 경건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는 구체적 지명을 제시하여 향토성을 드러내고 있다.

()()는 대상을 의인화하여 말을 건네는 방식으로 친근감을 드러내고 있다.

()()는 동일한 시어를 반복하여 시적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는 명사형으로 마무리함으로써 독자에게 여운을 주고 있다.

 

 

37. ~ 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 글쓴이가 세상살이에서 헤쳐 나가야 할 고난을 의미한다.

② ㉡ : 글쓴이에게 부정적 의미의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③ ㉢ : ‘함박눈과 대조적인 의미를 지닌 시어이다.

④ ㉣ : ‘편지’, ‘새살처럼 세상에 필요한 존재이다

⑤ ㉤ : 화자에게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매개체이다.

 

38. ()<보기>와 같이 구조화할 때,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A]

학창시절

                              경험                                          ⇒ [C]

[B]                                                                           깨달음

학창시절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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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 글쓴이는 신학기 때 원했던 친구들과 반이 달라져 낯섦과 외로움을 경험했다.

[B] : 글쓴이는 [A]보다 세상살이가 더 힘들다는 것을 절실하게 경험했다.

[B] : 글쓴이는 사업에 실패해서 낙향한 친구와 함께 시골에서 돈독한 우정을 나누었다.

[B] : 글쓴이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힘든 삶을 함께 헤쳐 나갈 친구가 있다면 실패한 삶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C] : 글쓴이는 [B]의 경험을 통해 힘들 때 진정한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친구의 필요성을 느꼈다

 

 

39. <보기>를 바탕으로 ()에 드러난 벼의 속성을 민중의 모습과 연결했을 때,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이성부의 는 벼의 속성을 민중과 연결시켜 희생과 인내를 통해 고난에 대응하는 민중의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 주고 있다. 이를 통해 고통스러운 현실에 분노와 절망을 느끼면서도 자신의 내면을 다스리고 서로 단결하는 공동체 의식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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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의식 서로 어우러져 기대고 산다

인내심 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

단결력 서로 몸을 묶어 더 튼튼해진다.

희생정신 사랑을 바치고 떠나간다.

생명력 쓰러져도 다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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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                     ② ⓑ                        ③ ⓒ                      ④ ⓓ                     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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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36  37  38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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