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 이근삼

 

등장인물 중년 교수(본직(本職) 번역), , 장남, 장녀, 감독관, 천사

 

앞부분 줄거리

막이 오르면 장녀가 등장하여 관개들에게 가족을 소개하고, 장남이 등장하여 자신을 소개한다.(‘장녀장남은 극중 인물이면서 해설자 역할도 함.) 이어 원고지를 붙여 만든 양복을 입고 허리에 쇠사슬을 두른 교수가 나와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준다. 처는 교수에게 번역 일을 재촉하고, 교수는 이성이 마비된 듯 혼란스러워 한다.

 

교수 (신문을 혼자 읽는다.) 참 비가 많이 왔군. 강원도 쪽에 눈이 굉장한 모양인데. 또 살인 이야, 이번엔 두 살 난 애가 자기 아비를 죽였대. 참 지프차가 동대문을 들이받아 동 대문이 완전히 무너졌군.(비정상적인 사건들 부조리한 현대 사회의 모습) 지프차는 도망가 버리구. 이것 봐, 개성을 잃은 노동자-개성을 잃은 현대인의 모습 드러냄.라는 번역품이 착취사(노동자를 착취하여 돈을 버는 회사를 상징함.)에서 다시 나왔어. 이 씨가 또 당선됐군. 신경통에 듣는 한약이 새로 나왔는데. 끔찍해라. 남편이 자기 아내한테 또 매 맞았군.

 

처가 신문지를 한 장 다시 접는다. 날짜를 보더니

 

처 당신두 참, 그건 옛날 신문이에요. 오늘 것은 여기 있는데.

교수 (보던 신문 날짜를 읽고) 오라, 삼 년 전 신문을 읽고 있었군. 오늘 신문 이리 주시오. (오늘 신문을 받아 가지고 다시 읽는다.) , 비가 많이 왔군. 강원도 쪽에 눈이 굉장한 모양인데, 또 살인이야. 이번엔 두 살 난 애가 자가 자기 아비를 죽였대. , 지프차가 동대문을 들이받아 동대문이 완전히 무너졌군. 지프차는 도망가 버리구. 이것 봐, 개성을 잃은 노동자라는 번역품이 악마사에서 다시 나왔어. 이 씨가 또 당선됐군. 신경통에 듣는 한약이 새로 나왔는데. 끔찍해라. 남편이 자기 아내한테 또 매 맞았군.(삼 년 전 신문의 내용이 오늘 신문에서 다시 반복됨 현대인의 반복적이고 지루한 일상을 상징적으로 드러냄.)

 

처 참, 세상도 무척 변했군요. 삼 년 전만 해도 그런 일이 없었는데, 당신 피곤하시죠?

장녀 (옆방에서 화장을 하며, 장남에게) , 시계가 좀 늦는데 일어선 김에 밥이나 좀 줘라.

 

장남, 시계에 밥을 준다.

 

처 여기 좀 계세요. 저 밥을 좀 지을게요.(시계에 밥을 주는 행위와 동일한 의미를 지님. 시계에 밥을 주어 끝없이 돌아가게 하는 것처럼, 교수가 끝없는 노동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

교수 괜찮아. 밥 먹었어.

처 어디서요?

교수 여기서 먹었던가? 아니야, 거기서 먹었던 거 같기도 하구.(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이성적 판단을 하지 못함.)

처 언제요?

교수 오늘 아침에도 먹었구, 점심두……. 글쎄……. 그러다 보니 밥을 먹었는지 분간을 못 하겠군.

처 지금 하시는 번역은 언제 끝나요?

교수 지금 하는 번역이 몇 가지나 있지?

처 그러니까 밤낮 원고료를 잘리우지요. 자존심의 문제, 예술에 있어서의 창조성, 어떤 여자의 고백(돈을 벌기 위해 번역 일에 파묻혀 사는 교수의 상황을 나타냄.)……. 이렇게 뿐인가요?

교수 그렇겠지. 아이 피곤해.

처 어떤 것이건 빨리 끝내야지, 어떻게 해요. 집도 수리해야겠구, 축음기도 사야겠구, 또 이달에 아버지 생일도 있잖아요.(교수가 많은 번역 일을 해야 하는 이유)

교수 밤낮 생일을 치르고 있으니 어떻게 된 거요? 어제도 아버지 생일잔치를 했는데.(자신이 버는 돈의 사용 내역을 잘 모른 채 일만 함.)

처 당신두 참! 어제는 당신 아버지 생일이었어요. 이번엔 우리 아버지 생일구.

교수 그저께도 누구 아버지 생일이라고 해서 돈 만 환을 내지 않았소?

그건 대식이 동생 사촌의 며느리뻘 되는 여자의 아버지 생일이래서 그랬지요.(교수와 관련이 없는 사람의 생일까지 챙김. 교수가 지는 책임감이 크다는 것을 과장하여 제시함.)

교수 그 바로 전날에도 누구 아버지 생일이라고 해서 돈을 냈는데.

처 그건 순자 언니 조카뻘 되는 며느리 시누이의 아버지…….

교수 됐어, 됐어. (크게 하품을 하며) 아이, 피곤해.(이때 밖에서 시계가 여덟 시를 친다. 교수는 깜짝 놀라 일어선다.) 여덟 시야! 여덟 시! 늦겠군.

처 어디 가세요?

교수 어디 가긴 어디 가. 나 가는 데 모르시오? 옷 갈아입어야지.

 

전번(지난번) 모양 철쇄(가장으로서 끊임없이 노동을 하고 돈을 벌어야 하다는 의무감. 현대인들이 느끼는 구속과 책임감, 중압감)를 졸라맨다. 이어 도어 쪽으로 가서 철문 같은 도어를 열고 밖으로 나간다. 잠시 후 다시 들어온다.

 

처 왜 또 돌아오세요? 나가시기가 바쁘게.

교수 여덟 시를 치기에 아침 여덟 신 줄 알았지. 대학에 강의하러 나간다고 나섰더니 밖이 캄캄하지 않아. 생각해 보니 밤 여덟 시군. (소파에 누우면서) 오늘 밤은 좀 푹 쉬어야겠군.

처 공부는 안 하세요?

교수 공부?

처 아, 번역 말이에요.

교수 좀 쉬어야겠어.

처 그럼 좀 쉬다가 일어나세요. 전 옆방에 좀 갔다 오겠어요. 참 당신두 옷 좀 갈아입으세요.

 

전번 모양 철쇄를 바꾸어 맨다. 이어 퇴장.

 

교수 아이, 피곤해.

 

이때 고요한 음악이 들린다. 눈을 감고 자는 교수의 얼굴에 처음으로 미소가 돈다. 잠시 후 응접실 불이 서서히 꺼지고 플랫폼(역에서 기차를 타고 내리는 곳. 여기서는 연극 무대 위에 조금 높게 만든 단.) 방이 다시 나타난다.(공간이 다름을 나타내기 위한 장치.) 소파 앞에 초라하게 앉아 있는 처(남편 앞에서와는 다른 모습남편에게는 독촉하는 입장이었지만 자녀들에게는 독촉의 대상이 됨.)와 소파 앞에 자리 잡고 있는 장남, 장녀.

 

장녀 (처에게 명령조로) 양말, 하이힐!

장남 (처에게 명령조로) 잠바, 머플러!(명령조, 일방적 요구 소통이 부재한 현대 사회의 가족 관계를 보여 줌.)

 

처는 말이 떨어질 때마다 알았다는 듯이 머리를 끄덕이며 순응한다.(자녀의 물질적 욕망을 채워 주는 것이 부모의 의마라고 생각함.)

 

장녀 용돈, 교과서, 과자!

장남 떡국, 만둣국, 설렁탕!

장녀 영홧값, 연극값, 다방값!

장남 교제비, 차비, 동창회비!

 

장남, 장녀 같이 손을 내밀면서,

 

장녀 돈!

장남 돈!

장녀 자식에 대한 책임!

장남 자식에 대한 책임!

 

플랫폼 밤의 불이 꺼지며 다시 응접실이 밝아진다. 소파에 누워 철쇄마저 어느 사이에 풀어헤치고 행복하게 잠자는 교수가 보인다. 시계가 아홉 시를 친다. 시간이 한 시간 경과하였으믈 표시한다. 이때 창문을 열고 감독관이 방 안을 들여다본다. 얼굴이 흉측하게 생긴 데다 아래위를 까만 옷으로 차리고 있어 지옥의 옥리를 방불케 한다. 긴 회초리를 든 손을 방 안에 밀어 넣더니 잠자는 교수를 회초리로 때린다. 교수가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감독관 원고! 원고!

교수 (일어나며) , 곧 됩니다. 또 독촉이군.

감독관 (책상을 가리키며) 원고! 원고!

 

교수, 소파 한구석에 있던 가방을 집어 갖고서 황급히 책상에 가 앉는다. 가방에서 원고를 끄집어 내고 책을 펼친다.

 

감독관 원고! 원고!

 

이윽고 교수는 번역을 시작한다. 감독관이 창문을 닫고 사라진다. 처가 들어온다. 큰 자루를 손에 들고 있다.

 

처 어머나! 그렇게 벌거벗고 계시면 어떡해요.

 

막대기에 감긴 철쇄를 줄줄 끌어다 교수 허리에 감아 준다.(교수에게 다시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지워 줌.)

 

처 감기에 걸리면 큰일 나요.(진심으로 걱정하기보다는 감기에 걸려 원고를 쓰지 못하게 될까 봐 걱정함.)

 

교수는 말없이 번역을 한다. 처는 의자를 하나 끌어다 교수 옆에 앉더니 큰 자루를 벌리고 교수를 주시한다.

 

처 빨리! 빨리!

 

교수가 말없이 원고지 한 장 쭉 찢어 처에게 넘겨준다. 처는 빼앗듯이 원고지를 가로채더니 자루 안에 쓸어 넣는다. 그리고

 

처 삼백 환!(원고를 물질적인 가치로 환산함. 물질주의적 사고방식)

 

재빠르게 다음 페이지의 번역을 끝낸 교수가 다시 한 장을 찢어 처에게 넘긴다. 처는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처 육백 환! (이어) 구백 환!

 

플랫폼 방이 다시 밝아진다. 달콤한 음악과 더불어 장남, 장녀가 또 무엇을 먹으면서 거울 앞에 가더니 얼굴의 여드름을 짠다. 옆방에서는 여전히 교수와 처가 결사적으로 일을 한다. 처의 요란스러운 셈 소리가 삼천 환을 훨씬 넘었다. 감독관이 다시 창가를 지나가며 기웃거리고 사라진다. 일하던 교수가 갑자기 붓을 놓고 쓰던 원고지를 보더니 슬그머니 미소를 짓는다.

 

처 왜그러세요?

교수 참 신기한 일이야.

처 삼천 환을 겨우 넘었을 뿐인데 무엇이 신기해요.

교수 이 원고지(일상의 규격화된 틀. 물질적 가치, 노동의 결과물) 말이오. 다 이백 자 칸이 있는데 이 종이만은 백구십 자 칸(잠시 현실에서 벗어난 일탈, 여유, 해방)밖에 안 들었어. 열 자 모자라. 어째서 그럴까? 원고지가 한결 크고 시원해 보이는군. 마음이 탁 트이는 것 같다. 이상한데, 이상해.

 

교수는 여전히 미소를 지으면서 전면을 바라본다. 이때 무대 전체가 어두워지고 스포트라이트가 교수만을 포착한다. 잠시 모든 것이 조용해지며 과거를 상기시키는 감상적인 음악이 고요히 흘러나온다. 교수 전면에 또 하나의 스포트라이트가 투사되며 천사가 역시 미소를 지으며 가벼운 발레를 추면서 들어온다. 교수는 천사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교수 (한참 있다) 오라, 생각이 나는 것 같아. 그래 바로 그거.(규격화된 틀을 깬 원고지를 보고 지난날의 꿈과 이상이 생각남.)

천사 나를 완전히 잊은 줄 알았어요.

교수 (일어서며) 분명 그래. 아직 잊지를 않았어. 나의 희망, 나의 정열의 옛 모습이야.

천사 쥐꼬리만 한 기억력이 아직 남아 있군요.

교수 언제 어떻게 돼서 당신과 헤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나에게도 불타는 듯한 정열이 있었어요. 그래요, 생각이 납니다. 밤을 새워 가며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진리를 위해 온 생애를 바치겠노라고 떠들던 때…….(꿈과 희망, 정열이 있던 지난날) , 꿈같은 시절이었습니다. 당신은 왜 나를 버렸어요?

천사 당신이 나를 떠났지요. 당신을 돕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미 늦었어요. 나한테 되돌아오기는 너무 늦었어요.

교수 내 꿈을 도로 찾아 주십시오. 생각할 힘을 주시오. 요즈음은 통 사고를 할 수가 없습니다.

천사 사고(생각하고 궁리함)할 필요가 없어요. 이미 사고(뜻밖에 일어난 불행한 일)가 난 걸요.

교수 이 함정에서 뛰어나가고 싶습니다. (천사가 서서히 사라진다.) 가지 마시오! 내 희망, 내 정열은 어떻게 되는 거요. 꿈을 주십시오! 내 꿈! 내 꿈!

 

꿈을 잃은 교수는 맥없이 전면을 바라보며 앉아 있다. 어둠 속에서 창을 여는 소리가 나며, 감독관이 얼굴을 나타낸다.

 

감독관 (회초리를 흔들며) 원고! 원고는 언제 쓰는 거야?

 

이 소리에 교수는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다시 비참한 표정으로 번역을 계속한다. 이러는 사이에 무대 전체가 암흑화된다. 잠시 후 새소리, 닭 우는 소리와 더불어 무대 전체가 밝아진다. 아침이다. 교수는 책상에 머리를 박은 채 자고 있다. 플랫폼 방에서는 장남이 반나체가 돼서 아령을 쥐고 운동을 하고 있다. 장녀가 아침 신문을 들고 응접실로 들어온다.

 

장녀 (관객들에게-관객들에게 상황을 설명함관객의 극중 몰입을 방해하여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도록 함.) 벌써 아침이 됐습니다. (자고 있는 교수를 가리키며) 아버지는 연구하시다 가끔 그대로 책상에서 주무신답니다. 그야말로 학자지요.(반어적 표현 공부나 연구보다는 돈 버는 일만 하는 모습) 여러분은 아침에 어머니가 먼저 안 나오시고 제가 이 방에 대신 왔다는 점을 이상하게 생각하실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머니는 아침 일찍이 아버지 원고를 가지고 출판사로 달려갔으니 이렇게 제가 대신 왔습니다. 아시겠지요. 아버지가 밤늦도록 수고하시니 저도 아버지를 위해 한 가지 좋은 일은 해 드리고 있습니다. 아침마다 아버지께 신문을 읽어 드립니다. (교수를 깨운다.) 아버지. (교수, 눈을 비비며 머리를 든다.) 아버지, 아침 신문 왔어요. 읽어 드리겠어요.

교수 (하품을 하며) 그래, 읽어다오.

장녀 (신문을 읽는다) 비가 많이 왔어요. 강원도 쪽에 눈이 굉장한 모양이에요. 또 살인입니다.. 이번엔 두 살 난 애가 자가 자기 아비를 죽였대요. , 지프차가 동대문을 들이받아 동대문이 완전히 무너졌답니다. 지프차는 도망가 버리구. 이것 봐요, 개성을 잃은 노동자라는 번역책이 악마사에서 다시 나왔어. 이 씨가 또 당선됐답니다. 신경통에 듣는 한약이 새로 나왔군요. 끔찍도 해라. 남편이 자기 아내한테 또 매 맞았대요.(이전의 신문 내용과 동일함 부조리한 현실이 반복됨.)

교수 하룻밤 사이에 참 신기한 사건도 많아라.(반복되는 사건을 접하면서도 자각하지 못함.) 세상이 그렇게 변해서야 어디 살 수 있겠니. 너 왼쪽 손에 들고 있는 종이는 뭐냐?

장녀 이거요?

 

영자 신문을 교수에게 준다. 교수는 받기가 무섭게 기계적으로 번역을 한다.(희극적 상황으로 웃음을 유발함.)

 

장녀 뭘 번역을 하세요?

교수 이 영어를 우리말로 고치는 거야.

 

그대로 번역을 한다.

 

장녀 아버지두 참! 그거 오늘 아침 영어 신문이에요.

교수 (신문을 보더니) 그렇군! 난 영어길래 곧 번역하려구 했지.(번역을 하는 행위가 기계적으로 반복되었음을 알 수 있음.)

 

(시계가 여덟 번을 친다.) 교수는 무엇에 놀란 듯 황급히 일어나 가방을 들고 소파 쪽으로 가 철쇄를 바꾸어 맨다.)

 

교수 벌써 여덟 시야. 빨리 가야지, 빨리 가야지. 이번엔 분명 아침 여덟 시겠지. (무섭게 철문을 열고 퇴장하면서) 온ㄹ이 무슨 요일이더라?

장녀 모레가 일요일이구, 내일이 국경일이니까……. 오늘은 금요일이군요.

 

교수가 퇴장. 장남 등장. 장남과 장녀는 소파에 앉아 고약한 세리처럼 처의 귀가를 기다린다. 이윽고 처가 철문을 열고 들어온다. 피곤에 못 이겨 허둥지둥하면서도 돈 보따리는 꽉 끼고 있다. 현기증이 심한 듯 소파 앞에 무릎을 떨어뜨리며 주저앉는다. 장녀와 장남이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손을 번쩍 내민다. 처는 보따리를 헤치고 돈을 나누어 준다. 돈을 받자 두 자식은 일어서서 밖으로 나간다.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풍자적 분위기 조성). 처가 마루에서 일어나 소파에 주저앉아 눈을 감는다.(인간적 유대감과 소통이 단절된 갖고의 모습) 잠시 후 창문이 열리더니 다시 감독관이 회초리로 처를 친다. 처가 깜짝 놀라 일어난다.

 

감독관 연탄 준비! 김장거리! 빨랫감!(처에게 주어진 현실의 압박감 교수가 번역하는 일과 동일함.)

처 아이, 또 독촉이군.

 

책상 쪽으로 가 천천히 흩어진 책이며 원고지를 정리한다. .

 

 

 

 

핵심 정리

 

1. 갈래 현대 희곡, 부조리극

2. 성격 반사실적, 서사적, 풍자적, 실험적, 반어적

3. 제재 어느 중년 교수의 일상

4. 주제 인간성을 상실한 현대인의 기계적인 삶에 대한 풍자

5. 구성

         발단 장녀, 장남, 교수, 교수의 처가 등장함.

         전개 피곤에 지쳐 있는 교수는 처의 추궁으로 인해 이성이 마비된 듯한 혼란에 빠짐.

         절정 장녀와 장남이 용돈을 요구하고, 감독관은 교수에게 빨리 번역하라고 독촉함.

         하강 교수는 천사에게 잃어버린 꿈을 되찾으려 하다 실패하고, 감독관을 다시 번역을 재촉함.

         대단원 교수는 장녀가 읽어 주는 영자 신문조차 번역하려 할 정도로 기계적이고 무 의미한 삶을 살아감.

6. 특징

       - 특별한 사건 전개 및 뚜렷한 갈등 양상이 드러나지 않음.

       - 무대 장치, 소도구, 인물의 대사와 행동 등이 희극적으로 과장되어 표현됨.

 

7. 해제

 이 작품은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기형화된 삶을 살아가는 한 가족의 모습을 소재로 하여 현대인의 무의미한 일상과 인간 소외의 문제를 그린 희곡이다. 무대 장치와 분장, 소도구뿐만 아니라 대사와 동작에서도 반어와 풍자 등 희극적인 과장법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소파 커버의 원고지 무늬, 원고지를 세운 것 같은 벽 등의 설정을 통해 사실주의 극이 지닌 무대 배경에 대한 고정 관념을 깨뜨린다.

 

8. 작가

   이근삼(1929~2003)

 극작가. 1958년에 영문 희곡 <끝없는 실마리>를 미국 캐롤라이나 극단에서 공연하고, 귀국 후 1960사상계에 단막 희곡 <원고지>를 발표하여 국내 문단에 등장하였다. 풍자적 아이러니와 해학적인 기법을 동원하여 현대 사회의 물질주의와 인간 소외 등의 문제를 날카롭게 비판하였다. 또한 실험적인 기법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사실주의적인 연극의 탈피를 시도한 부조리 연극의 대표적 작가이다. 주요 작품으로는 <국물 있사옵니다.>, <유랑 극단>, <게사니> 등이 있다.

 

 

출처 : 미래엔 문학 교과사 + 미래엔 문학 자습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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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6]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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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남 : 전 이 집 장남입니다. 이쪽 높은 방은 저하고 누이동생이 생활하는 곳입니다. 아버지를 소개하기 전에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는 비결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주 간단합니다. 부모는 자식들에게 맡은 바 책임을 다하면 됩니다. 밥 세끼도 제대로 못 먹이고, 학비도 제대로 못 주는 부모들이 아들딸이 결혼할 때가 되면 아주 귀찮게 간섭을 한단 말입니다. 우리는 이런 버릇을 버려야 합니다. 우리 집이 비교적 행복한 것도 우리 부모의 열렬한 책임감 때문입니다. (자기 손목시계를 보며) 지금이 저녁 일곱 시 반이니 아마 아버지가 곧 돌아올 것입니다. 아버지는 늘 쾌활한 얼굴에다 발걸음은 참새처럼 가볍지요.

 

 

 

졸음이 오는 지루한 음악과 더불어 철문 도어가 무겁게 열리며 교수 등장. 아래위 양복이 원고지를 덧붙여 만든 것처럼 이것도 원고지 칸 투성이. 손에는 큼직한 낡은 가방을 들고 있다. 허리에 쇠사슬을 두르고 있는데 허리를 돌고 남은 줄이 마루에 줄줄 끌려 다닌다. 쇠사슬이 도어 밖까지 나가 있어 끝이 없다. 도어를 닫고 소파에 힘들게 앉는다. 여전히 쇠사슬을 끌고 다니면서 가방은 자기 옆에 놓고 처음으로 전면을 바라본다. 중년에 퍽 마른 얼굴, 이마에는 주름살이 가고 찌푸린 얼굴은 돌 모양 변화가 없다. 잠시 후 피곤하다는 듯이 두 손을 옆으로 뻗치면서 크게 기지개를 한다. ‘아아하고 토하는 큰 하품은 무엇에 두들겨 맞아 죽는 비명같이 비참하게 들려 오히려 관객들을 놀라게 한다. 장녀가 플랫폼에 나타난다.

 

장녀 : 저의 아버지랍니다. 밖에서 돌아오시면 늘 이렇게 달콤한 하품을 하신답니다. (교수는 머리를 기대고 잠을 자고 있다. 코를 고는데 흡사 고양이 우는 소리다.) 인제 어머님이 돌아오셔요. 어머님은 늘 아버지의 건강을 염려하세요.

 

적당한 곳에서 처가 나타난다. 과거에는 살도 쪘지만 현재는 몸이 거의 헝클어져 있다. 퇴색한 옷을 입고 있다. 소리를 안 내고 들어와 잠자는 교수의 주머니를 샅샅이 턴다. 돈을 한 주먹 쥐고 이어 교수의 가방을 턴다. 돈 부스러기를 몇 장 찾아내고 그 액수가 적음에 실망을 한다. 잠시 후 교수를 흔들어 깨운다.

 

장녀 : 제 말이 맞았지요?

 

플랫폼 방 불이 서서히 꺼진다.

 

: 여보, 여기서 그냥 주무시면 어떡해요. 옷도 안 갈아입으시고.

교수 : 깜빡 잠이 들었군.

 

교수 일어선다.

 

: 어서 옷을 갈아입으세요. (처는 교수 허리에 칭칭 감긴 철쇄를 풀어 헤치고 소파 뒤의 막대기에 감겨 있는 또 하나의 굵은 줄을 풀어 교수 허리에 다시 감아준다.) 옷을 갈아입으시니 한결 시원하시지 않아요?

교수 : 난 잘 모르겠어.

 

(중략)

 

교수가 말없이 원고지 한 장 쭉 찢어 처에게 넘겨준다. 처는 빼앗듯이 원고지를 가로채더니 자루 안에 쓸어 넣는다. 그리고

 

처 삼백 환!

 

재빠르게 다음 페이지의 번역을 끝낸 교수가 다시 한 장을 찢어 처에게 넘긴다. 처는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처 육백 환! (이어) 구백 환!

 

플랫폼 방이 다시 밝아진다. 달콤한 음악과 더불어 장남, 장녀가 또 무엇을 먹으면서 거울 앞에 가더니 얼굴의 여드름을 짠다. 옆방에서는 여전히 교수와 처가 결사적으로 일을 한다. 처의 요란스러운 셈 소리가 삼천 환을 훨씬 넘었다. 감독관이 다시 창가를 지나가며 기웃거리고 사라진다. 일하던 교수가 갑자기 붓을 놓고 쓰던 원고지를 보더니 슬그머니 미소를 짓는다.

 

처 왜그러세요?

교수 참 신기한 일이야.

처 삼천 환을 겨우 넘었을 뿐인데 무엇이 신기해요.

교수 이 원고지 말이오. 다 이백 자 칸이 있는데 이 종이만은 백구십 자 칸밖에 안 들었어. 열 자 모자라. 어째서 그럴까? 원고지가 한결 크고 시원해 보이는군. 마음이 탁 트이는 것 같다. 이상한데, 이상해.

 

교수는 여전히 미소를 지으면서 전면을 바라본다. 이때 무대 전체가 어두워지고 스포트라이트가 교수만을 포착한다. 잠시 모든 것이 조용해지며 과거를 상기시키는 감상적인 음악이 고요히 흘러나온다. 교수 전면에 또 하나의 스포트라이트가 투사되며 천사가 역시 미소를 지으며 가벼운 발레를 추면서 들어온다. 교수는 천사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교수 (한참 있다) 오라, 생각이 나는 것 같아. 그래 바로 그거.

천사 나를 완전히 잊은 줄 알았어요.

교수 (일어서며) 분명 그래. 아직 잊지를 않았어. 나의 희망, 나의 정열의 옛 모습이야.

천사 쥐꼬리만 한 기억력이 아직 남아 있군요.

교수 언제 어떻게 돼서 당신과 헤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나에게도 불타는 듯한 정열이 있었어요. 그래요, 생각이 납니다. 밤을 새워 가며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진리를 위해 온 생애를 바치겠노라고 떠들던 때……. , 꿈같은 시절이었습니다. 당신은 왜 나를 버렸어요?

천사 당신이 나를 떠났지요. 당신을 돕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미 늦었어요. 나한테 되돌아오기는 너무 늦었어요.

교수 내 꿈을 도로 찾아 주십시오. 생각할 힘을 주시오. 요즈음은 통 사고를 할 수가 없습니다.

천사 사고(思考)할 필요가 없어요. 이미 사고(事故)가 난 걸요.

교수 이 함정에서 뛰어나가고 싶습니다. (천사가 서서히 사라진다.) 가지 마시오! 내 희망, 내 정열은 어떻게 되는 거요. 꿈을 주십시오! 내 꿈! 내 꿈!

 

꿈을 잃은 교수는 맥없이 전면을 바라보며 앉아 있다. 어둠 속에서 창을 여는 소리가 나며, 감독관이 얼굴을 나타낸다.

 

감독관 (회초리를 흔들며) 원고! 원고는 언제 쓰는 거야?

 

이 소리에 교수는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다시 비참한 표정으로 번역을 계속한다. 이러는 사이에 무대 전체가 암흑화된다. 잠시 후 새소리, 닭 우는 소리와 더불어 무대 전체가 밝아진다. 아침이다. 교수는 책상에 머리를 박은 채 자고 있다. 플랫폼 방에서는 장남이 반나체가 돼서 아령을 쥐고 운동을 하고 있다. 장녀가 아침 신문을 들고 응접실로 들어온다.

 

장녀 (관객들에게-관객들에게 상황을 설명함관객의 극중 몰입을 방해하여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도록 함.) 벌써 아침이 됐습니다. (자고 있는 교수를 가리키며) 아버지는 연구하시다 가끔 그대로 책상에서 주무신답니다. 그야말로 학자지요. 여러분은 아침에 어머니가 먼저 안 나오시고 제가 이 방에 대신 왔다는 점을 이상하게 생각하실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머니는 아침 일찍이 아버지 원고를 가지고 출판사로 달려갔으니 이렇게 제가 대신 왔습니다. 아시겠지요. 아버지가 밤늦도록 수고하시니 저도 아버지를 위해 한 가지 좋은 일은 해 드리고 있습니다. 아침마다 아버지께 신문을 읽어 드립니다. (교수를 깨운다.) 아버지. (교수, 눈을 비비며 머리를 든다.) 아버지, 아침 신문 왔어요. 읽어 드리겠어요.

- 이근삼, 원고지

 

() 가을 연기 자욱한 저녁 들판으로

상행 열차를 타고 평택을 지나갈 때

흔들리는 차창에서 너는

문득 낯선 얼굴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그것이 너의 모습이라고 생각지 말아 다오

오징어를 씹으며 화투판을 벌이는

낯익은 얼굴들이 네 곁에 있지 않느냐

황혼 속에 고함치는 원색의 지붕들과

잠자리처럼 파들거리는 TV 안테나들

흥미 있는 주간지를 보며

고개를 끄덕여 다오

농약으로 질식한 풀벌레의 울음 같은

심야 방송이 잠든 뒤의 전파 소리 같은

듣기 힘든 소리에 귀 기울이지 말아 다오

확성기마다 울려 나오는 힘찬 노래와

고속도로를 달려가는 자동차 소리는 얼마나 경쾌하냐

예부터 인생은 여행에 비유되었으니

맥주나 콜라를 마시며

즐거운 여행을 해 다오

되도록 생각을 하지 말아 다오

놀라울 때는 다만

<!>라고 말해 다오

보다 긴 말을 하고 싶으면 침묵해 다오

침묵이 어색할 때는

오랫동안 가문 날씨에 관하여

아르헨티나의 축기 경기에 관하여

성장하는 GNP와 증권 시세에 관하여

이야기해 다오

너를 위하여

그리고 나를 위하여

-김광규, 상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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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극적 특성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인물 간의 대화를 통해 다른 인물의 등장을 예고한다.

음악을 활용하여 문제 해결에 대한 인물의 의지를 부각한다.

무대 밖 목소리를 통해 무대에서 보이지 않는 공간의 상황을 전달한다.

무대의 잦은 전환을 통해 여러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속도감 있게 재현한다.

복수의 인물이 해설자의 역할을 맡아 관객을 향해 특정 인물과 상황을 소개하고 논평한다.

 

2. ()의 내용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장녀는 아침마다 아버지에게 신문을 읽어 준다.

교수는 진리의 정열로 가득한 과거의 삶을 그리워한다.

장남은 부모의 책임감이 행복한 가정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천사는 교수가 자신을 기억할 것이라고 기대하며 그를 방문한다.

아내는 경제적 이익을 바라면서 남편의 원고 번역을 강하게 독려한다.

 

3. <보기>를 참고하여 ()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이근삼의 원고지는 원고 독촉에 시달리는 교수와 주변 인물들을 통해 인간적 삶을 훼손하는 현대 사회의 모순을 고발한다. 현대 사회는 근대적 합리성이라는 이름으로 삶의 전 국면을 표준화하고 개인의 일상을 그러한 표준에 맞추도록 규제하고 강요한다. 표준화의 규격은 개성을 억압하고 개인을 구속하는데, 부모, 학생, 직장인 등 사회적 직분이란 규격에 갇힌 개인은 주어진 과업을 수행하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소품들은 현대인의 이러한 일상을 드러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독자는 이 작품의 소품에 주목함으로써 인물의 성격을 이해하고 현대 사회의 문제를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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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지 칸 투성이의 양복은 교수가 입은 옷으로, 표준화된 일상의 규격을 상징하는 소품이다.

쇠사슬은 교수가 허리에 차고 있는 것으로, 직장과 사회의 과중한 책임과 구속을 의미하는 소품이다.

또 하나의 굵은 줄은 처가 교수의 허리에 감아 주는 것으로, 현대인에게 집이 휴식이 아닌 구속의 공간임을 드러내는 소품이다.

백구십 자 칸의 원고지는 교수가 이상하게 여기는 것으로, 인간적 삶이 훼손된 현대 사회를 상징하는 소품이다.

회초리는 감독관이 휘두르는 것으로, 현대인을 억압하고 규제하는 현대 사회의 규율적 면모를 부각하는 소품이다.

 

4. ()의 표현상 특징을 가장 적절한 것은?

계절과 관련된 시어를 통해 화자의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시간적 배경을 묘사하여 화자의 정서 변화를 드러내고 있다.

수미상관의 구조를 통해 시적 상황의 반복과 순환을 부각하고 있다.

의문문을 사용하여 화자가 궁금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청자에게 구하고 있다.

특정한 종결어미를 반복하여 사용하면서 청자에게 특정한 인식과 행동을 권하고 있다.

 

5.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① ⓐ는 자신을 지지하는 가족을 향한 애정을, 는 고통과 갈등이 없는 일상을 향한 애정을 의미한다.

② ⓐ는 타자의 도움 없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는 혼자 떠나는 여행에 대한 기대를 의미한다.

③ ⓐ는 희망과 정열을 깨닫고 실현할 수 있는 이성을, 는 일상과 자신을 비판적으로 돌아보는 성찰을 의미한다.

④ ⓐ는 가난에서 벗어나 경제적으로 성공하고자 하는 욕망을, 는 현재의 삶을 긍정하고 만족하고자 하는 자족감을 의미한다.

⑤ ⓐ는 이웃의 고통에 공감하고 그들을 도우려는 연민을, 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불안을 느끼고 절망하는 위기의식을 의미한다.

 

6. <보기>를 참고하여 ~ 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원고지상행은 현대 사회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형상화하기 위해 사실이나 진실과는 상반되 말을 활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원고지에서는 인물의 행동이나 처지와는 상반된 대사를 활용한다. 지시문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인물의 대사를 통해 현대인의 무기력함을 부각한다. 상행에서는 화자의 말이 반어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 반어는 말하는 이가 참된 의미를 감추고 이와 반대되는 의미를 표현하는 방식이다. 반대되는 의미의 말을 통해 감춘 말의 의미를 강조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두 작품을 감상할 때는 인물이나 화자의 말이 지닌 축자적 의미를 참된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발화의 맥락을 살피면서 비판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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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 : 교수의 표정이나 하품 소리와는 일치하지 않는 표현으로, 극도로 고단한 교수의 삶이 애처롭게 느껴지는군.

② ㉡ : 생계에 매몰된 교수의 일상과는 상반되 표현으로, 학자로서이 정체성을 잃어 가는 교수의 처지가 안타깝군.

③ ㉢ : 이 표현의 숨겨진 의미는 낯선 얼굴과 같은 속물적 모습을 청자의 본모습으로 인정하라는 것으로, 나에게도 그런 속물적 모습이 있는지 살펴야겠군.

④ ㉣ : 이 표현의 숨겨진 의미는 흥미 위주의 소비문화에 매몰되지 말고 거리를 두라는 것으로, 그러한 문화를 비판적으로 인식해 봐야겠군.

⑤ ㉤ : 이 표현의 숨겨진 의미는 듣기는 힘들지만 현대 사회의 문제를 떠올리게 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것으로, 그러한 소리가 지적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봐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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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최인훈

 

[미래엔 수록 부분]

 

앞부분 줄거리

이명준은 아버지가 월북하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아버지 친구의 집에서 자란다. 철학과 3학년이 된 명준은 개인적인 밀실(외부와의 접촉이 차단된 개인적 공간)만을 치장하는 남한 사회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지닌다. 그는 월북한 아버지 때문에 이유 없이 경찰서에 끌려가 조사를 받게 되는데, 이로 인해 남한에 대한 회의적인 생각이 더욱 강해진다. 그는 애인인 윤애의 집을 방문하여 설움을 달래지만, 불온(사상이나 태도 따위가 통치 권력이나 체제에 순응하지 않고 맞서는 성질이 있음.) 인물로 낙인찍혔다는 괴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윤애를 남겨둔 채 월북한다.

그러나 북한 역시 명준이 원하던 곳은 아니었다. 이상적인 혁명가로 생각했던 아버지는 젊은 여인과 재혼하여 부르주아 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북한 사회는 사회주의 제도의 공식적인 명령과 복종만 있는 공허한 광장같은 곳이었다. 그는 아버지의 도움으로 노동신문의 기자가 되지만, 부르주아적이라는 비판을 받고는 모든 것에 회의를 느껴 공사장에 인부로 지원한다. 명준은 공사 중 다쳐 병원에 입원하게 되는데, 이때 위문을 온 국립 발레단에 속한 은혜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은혜는 병준이 반대하는 상황에서도 예술제가 열리는 러시아로 떠난다.

6·25 전쟁이 발발하자 명준은 군대에 지원한다. 북한군 장교로 부산까지 내려온 그는 낙동강 전선에서 은혜를 다시 만난다. 명준에게 용서를 빌기 위해 간호병으로 참전한 은혜를 보며 명준은 다시금 사랑을 느낀다. 그러나 낙동강 전투의 패배로 은혜는 죽고, 명준은 포로가 된다. 명준은 거제도 포로수용소를 거쳐 판문점의 포로 송환 위원회에 서게 된다.

 

 방 안 생김새는, 통로보다 조금 높게 설득 자들이 앉아 있고, 포로는 왼편에서 들어와서 바른편으로 빠지게 돼 있다. 네 사람의 공산군 장교와, 인민복(신해혁명 이후 쑨원이 입었던 것과 같은 모양의 중국의 국민복. 웃옷에 주머니가 네 개 있고 깃을 세웠음.)을 입은 중공 대표가 한 사람, 합쳐서 다섯 명. 그들 앞에 가서, 걸음을 멈춘다. 앞에 앉은 장교가, 부드럽게 웃으면서 말한다.

"동무, 앉으시오."

명준은 움직이지 않았다.

"동무는 어느 쪽으로 가겠소(이데올로기적 대립과 갈등의 상황에서 선택을 강요받음)?"

"중립국."

그들은 서로 쳐다본다. 앉으라고 하던 장교가, 윗몸을 테이블 위로 바싹 내밀면서, 말한다.

"동무, 중립국도, 마찬가지 자본주의 나라요. 굶주림과 범죄가 우글대는 낯선 곳에 가서 어쩌자는 거요?"

"중립국."

"다시 한 번 생각하시오.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정이란 말요. 자랑스러운 권리를 왜 포기하는 거요?"

"중립국."

이번에는, 그 옆에 앉은 장교가 나앉는다.

"동무, 지금 인민공화국에서는, 참전 용사들을 위한 연금 법령을 냈소. 동무는 누구보다도 먼저 일터를 가지게 될 것이며, 인민의 영웅으로 존경받을 것이오. 전체 인민은 동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소. 고향의 초목도 동무의 개선을 반길 거요."

"중립국."

그들은 머리를 모으고 소곤소곤 상의를 한다.

처음에 말하던 장교가, 다시 입을 연다.

"동무의 심정도 잘 알겠소. 오랜 포로 생활에서, 제국주의자들의 간사한 꼬임수에 유혹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도 용서할 수 있소. 그런 염려는 하지 마시오. 공화국은 동무의 하찮은 잘못을 탓하기보다도, 동무가 조국과 인민에게 바친 충성을 더 높이 평가하오. 일체의 보복 행위는 없을 것을 약속하오. 동무는……"

"중립국."

중공 대표가, 날카롭게 무어라 외쳤다. 설득하던 장교는, 증오에 찬 눈초리로 명준을 노려보면서, 내뱉었다.

"좋아."

눈길을, 방금 도어를 열고 들어서는 다음 포로에게 옮겨 버렸다.

 

 아까부터 그는 설득자들에게 간단한 한마디만을 되풀이 대꾸하면서, 지금 다른 천막(남한과 유엔 측이 설득하는 공간)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을 광경을 그려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도 자기를 세워 보고 있었다.

"자넨 어디 출신인가?"

"……"

", 서울이군."

설득자는, 앞에 놓인 서류를 뒤적이면서,

"중립국이라지만 막연한 얘기요. 제 나라보다 나은 데가 어디 있겠어요. 외국에 가본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얘기지만, 밖에 나가 봐야 조국이 소중하다는 걸 안다구 하잖아요? 당신이 지금 가슴에 품은 울분은 나도 압니다. 대한민국이 과도기적인 여러 가지 모순을 가지고 있는 걸 누가 부인합니까? 그러나 대한민국엔 자유가 있습니다. 인간은 무엇보다도 자유가 소중한 것입니다. 당신은 북한 생활과 포로 생활을 통해서 이중으로 그걸 느꼈을 겁니다. 인간은……"

"중립국."

"허허허, 강요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내 나라 내 민족의 한 사람이, 타향 만 리 이국땅에 가겠다고 나서서, 동족으로서 어찌 한마디 참고되는 이야길 안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이곳에 남한 2천만 동포의 부탁을 받고 온 것입니다. 한 사람이라도 더 건져서, 조국의 품으로 데려오라는……"

"중립국."

"당신은 고등교육까지 받은 지식인입니다. 조국은 지금 당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위기에 처한 조국을 버리고 떠나 버리렵니까?"

"중립국."

"지식인일수록 불만이 많은 법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제 몸을 없애 버리겠습니까? 종기가 났다고 말이지요. 당신 한 사람을 잃는 건, 무식한 사람 열을 잃은 것보다 더 큰 민족의 손실입니다. 당신은 아직 젊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할 일이 태산 같습니다. 나는 당신보다 나이를 약간 더 먹었다는 의미에서, 친구로서 충고하고 싶습니다. 조국의 품으로 돌아와서, 조국을 재건하는 일꾼이 돼주십시오. 낯선 땅에 가서 고생하느니, 그쪽이 당신 개인으로서도 행복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나는 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 대단히 인상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뭐 어떻게 생각지 마십시오. 나는 동생처럼 여겨졌다는 말입니다. 만일 남한에 오는 경우에, 개인적인 조력을 제공할 용의가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명준은 고개를 쳐들고, 반듯하게 된 천막 천장을 올려다본다. 한층 가락을 낮춘 목소리로 혼잣말 외듯 나직이 말할 것이다.

"중립국."

설득자는, 손에 들었던 연필 꼭지로, 테이블을 툭 치면서, 곁에 앉은 미군을 돌아볼 것이다. 미군은, 어깨를 추스르며, 눈을 찡긋하고 웃겠지.

 

 나오는 문 앞에서, 서기의 책상 위에 놓인 명부에 이름을 적고 천막을 나서자, 그는 마치 재채기를 참았던 사람처럼 몸을 벌떡 뒤로 젖히면서, 마음껏 웃음을 터뜨렸다. 눈물이 찔끔찔끔 번지고, 침이 걸려서 캑캑거리면서도 그의 웃음은 멎지 않았다.

 준다고 바다(남한과 북한이 주장하는 이상적 이데올로기)를 마실 수는 없는 일. 사람이 마시기는 한 사발의 물.(실제적인 현실) 준다는 것도 허황하고 가지거니 함도 철없는 일. 바다와 한 잔의 물(이상과 현실). 그 사이에 놓인 골짜기와 눈물과 땀과 피(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와 그로 인한 고통). 그것을 셈할 줄 모르는 데 잘못이 있었다. 세상에서 뒤진 가난한 땅에 자란 지식 노동자의 슬픈 환상. 과학(객관적 사실)을 믿은 게 아니라 마술(허황된 이상)을 믿었던 게지. 바다를 한 잔의 영생수로 바꿔 준다는 마술사의 말(이념의 허상만 내세운 남한과 북한의 권력자들의 말). 그들은 뻔히 알면서 권력이라는 약을 팔려고 말로 속인 꾀임을. 어리석게 신비한 술잔을 찾아 나섰다가, 낌새를 차리고(이데올로기의 허상을 깨닫게 됨.) 항구를 돌아보자, 그들은 항구를 차지하고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참을 알고 돌아온 바다의 난파자들을 그들은 감옥에 가둘 것이다. 못된 균을 옮기지 않기 위해서. 역사는 소걸음으로 움직인다. 사람의 커다란 모순과 업()에 비기면, 아무 자국도 못 낸 것이나 마찬가지다. 당대까지 사람이 만들어 낸 물질 생산의 수확을 고르게 나누는 것만이 모든 시대에 두루 맞는 가능한 일이다. 마찬가지 아닌가. 벌써 아득한 옛날부터 사람 동네가 알아낸 슬기, 사람의 조건이 아직도 풀어 나가야 할 어려움의 크기에 대면, 아무것도 아니다. 사람이 이루어 놓은 것에 눈을 돌리지 않고, 이루어야 할 것에만 눈을 돌리면, 그 자리에서   그는 삶의 힘을 잃는다. 사람이 풀어야 할 일을 한눈에 보여 주는 것 그것이 죽음이다. 은혜의 죽음을 당했을 때, 이명준 배에서는 마지막 돛대가 부러진 셈이다.(삶의 희망과 의지를 잃음.) 이제 이루어 놓은 것에 눈을 돌리면서 살 수 있는 힘이 남아 있지 않다. 팔자소관으로 빨리 늙는 사람도 있는 법이었다. 사람마다 다르게 마련된 몸의 길, 마음의 길, 무리의 길, 대일 언덕 없는 난파꾼은 항구를 잊어버리기로 하고 물결 따라 나선다.(이념의 갈등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고자 함.) 환상의 술에 취해 보지 못한 섬에 닿기를 바라며. 그리고 그 섬에서 환상 없는 삶을 살기 위해서. 무서운 것을 너무 빨리 본 탓으로 지쳐 빠진 몸이, 자연의 수명을 다하기를 기다리면서 쉬기 위해서. 그렇게 해서 결정한, 중립국행이었다.

 

 

뒷부분 줄거리

 명준은 석방된 포로 30명과 함께 중립국인 인도로 가게 된다. 인도행 선박인 타고르호에 탄 그는 될 수 있는 대로 단순노동을 하며 살리라 마음먹고 새로운 삶을 꿈꾼다. 그러나 따라오던 갈매기 두 마리를 은혜와 자신의 딸이라 생각하다가 결국 마카오 근해에서 투신자살한다.

 

 

 

 

 

핵심 정리

 

1. 갈래 현대 소설, 사회 소설, 분단 소설

2. 성격 관념적, 철학적

3. 배경 시간 : 해방 직후부터 6·25 전쟁 직후까지/ 공간 : 남한과 북한, 타고르호 안

4. 주제 이데올로기의 갈등 속에서 진정한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인간의 바람직한 모습

5. 구성

           발단 명준은 월북한 아버지 때문에 고초를 겪고 남한 사회에 회의를 느껴 월북함.

           전개 명준은 북한 사회의 부자유와 이념의 허상에 환멸을 느낌.

           위기 명준은 6·25 전쟁에 인민군으로 참전하였다가 포로가 됨.

           절정 포로수용소에서 석방되는 과정에서 명준은 남한도 북한도 아닌 제3국을 선택함.

           결말 명준은 제3국으로 가는 타고르호에서 바다에 투신하여 자살함.

6. 특징

          - 상징적인 소재를 통해 인물의 삶과 지향점을 암시하고 있음.

          - 전체적으로 주인공이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내용이 전개됨.

          - 관념적이고 철학적인 용어가 많이 나타나며, 부분적으로 의식의 흐름 수법을 활용함.

7. 해제

 이 작품은 남한과 북한의 이념적 대립 상황에서 진실한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주인공 명준이 겪는 갈등을 그린 소설이다. 작가는 남과 북을 상징하는 밀실광장이라는 두 공간을 경험한 이명준을 통해 남과 북의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또한 이 두 공간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중립국을 선택하지만 결국 자살을 하는 이명준은, 이념의 갈등 속에서 좌절하고 마는 지식인의 모습을 보여 준다. 이 작품은 6·25 전쟁 전후의 혼란한 시대 상황을 배경으로 하여 분단으로 인한 이념적 갈등, 개인과 사회의 이상적인 관계, 사랑을 통한 인간 구원의 문제 등 심오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8. 작가

   최인훈(1936~2018)

 소설가이자 극작가. 함경북도 회령에서 출생하였으며 8·15 광복 후 원산으로 이주하였고 6·25 전쟁이 일어나자 가족과 함께 월남하였다. 1959자유문학에서 단편 <그레이 구락부 전말기><라울전>을 발표하며 등단하였다. 분단과 전쟁, 독재의 문제와 같은 현대사의 단면을 지적으로 치밀하게 탐구하는 소설을 주로 썼다. 주요 작품으로는 <회색인>, <총독의 소리>, <하늘의 다리> 등의 소설과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등의 희곡이 있다.

 

출처 : 미래엔 문학 교과서 + 미래엔 문학 자습서

 

 

2006학년도 수능 기출로 실력 점검하기

 

[56-60]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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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부분의 줄거리 광복 직후, 이명준은 남한과 북한 사회 모두에 환멸을 느낀다. 6·25 전쟁에 참여했다가 포로가 된 명준은 석방 과정에서 남도 북도 아닌 중립국을 선택하고, 배를 타고 제삼국으로 떠난다.

 

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없다. 무엇이든지 바라보면서, 자기 안에 있는 빈 데를 메우지 않으면, 금방 쓰러져 버릴 것 같다. 얼마를 그러고 있다가 또 뱃간으로 돌아온다. 방은 아까처럼 비어 있다.

자기 자리로 올라간다. 자려고 해서가 아니다. 그저 찾는 것도 없이, 머리맡을 어물어물 더듬는다. 손에 딱딱한 물건이 잡힌다. 부채다. 문간에서 기척이 난다.

얼른 돌아다보았으나, 아무도 나타나지는 않는다. 되도록 천천히 다락에서 내려와, 마루에 내려선다. 무슨 할 일이 없는가 찾는 사람처럼, 두리번거린다. 방 안에 새삼스레 그의 주의를 끌 만한 것은 없다. 발끝으로 살살 밀어서 유리 조각을 한곳에 모으고, 꽉 밟는다. 소리가 나지 않는다. 더 힘 있게 밟는다. 그만한 힘으로 발바닥을 올려 밀 뿐, 유리는 바스러질 대로 바스러진 모양인지, 꿈쩍도 않는다. 복도로 나선다. 복도에도 인기척은 없다. 선장실로 올라간다. 선장은 없다. 벽장문을 연다. 총이 제자리에 세워져 있다. 벽장문을 닫는다. 서랍을 열고, 아까 선장이 들어오는 바람에 미처 돌려 놓지 못한 총알을 제자리에 놓는다. 몹시 중요한 일을 마친 사람처럼, 홀가분해진다. 테이블로 가서 해도를 들여다본다. 이 배가 밟아 온 자국이 연필로 그려져 있다. 선장이 하는 것처럼 컴퍼스를 손가락으로 꼬나 잡고, 해도 위를 재 보는 시늉을 한다. 한참 장난을 하다가 컴퍼스를 던져 버린다. 그때 여태까지 한 손에 부채를 들고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 안다.

아까, 침대에서 손에 잡힌 대로, 들고 온 것이다. 의자에 걸터앉아서 부채를 쭉 편다. 바다가 있고, 갈매기가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부채를 접었다 폈다 하다가, 스르르 눈을 감는다. 머릿속으로 허허한 벌판이 끝없이 열리며, 희미한 모습이 해돋이처럼 차츰 떠올라 온다.

…… 펼쳐진 부채가 있다. 부채의 끝 넓은 테두리 쪽을, 철학과 학생 이명준이 걸어간다. 가을이다. 겨드랑이에 낀 대학 신문을 꺼내 들여다본다. 약간 자랑스러운 듯이. 여자를 깔보지는 않아도, 알 수 없는 동물이라고 여기고 있다.

책을 모으고, 미라를 구경하러 다닌다.

정치는 경멸하고 있다. 그 경멸이 실은 강한 관심과 아버지 일 때문에 그런 모양으로 나타난 것인 줄은 알고 있다. 다음에, 부채의 안쪽 좀 더 좁은 너비에, 바다가 보이는 분지가 있다. 거기서 보면 갈매기가 날고 있다. 윤애에게 말하고 있다. 윤애 날 믿어 줘. 알몸으로 날 믿어 줘. 고기 썩는 냄새가 역한 배 안에서 물결에 흔들리다가 깜빡 잠든 사이에, 유토피아의 꿈을 꾸고 있는 그 자신이 있다. 조선인 콜호스(구소려의 집단 농장) 숙소의 창에서 불타는 저녁놀의 힘을 부러운 듯이 바라보고 있는 그도 있다. 구겨진 바바리코트 속에 시래기처럼 바랜 심장을 안고 은혜가 기다리는 하숙으로 돌아가고 있는 9월의 어느 저녁이 있다. 도어에 뒤통수를 부딪히면서 악마도 되지 못한 자기를 언제까지나 웃고 있는 그가 있다.

그의 삶의 터는 부채꼴, 넓은 데서 점점 안으로 오므라들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은혜와 둘이 함께 있던 동굴이 그 부채꼴 위에 있다. 사람이 안고 뒹구는 목숨의 꿈이 다르지 않느니. 어디선가 그런 소리도 들렸다. 그는 지금, 부채의 사북(접었다 폈다 하는 부채의 아랫머리나 가위다리의 교차된 곳에 박아 돌쩌귀처럼 쓰이는 물건) 자리에 서 있다. 삶의 광장은 좁아지다 못해 끝내 그의 두 발바닥이 차지하는 넓이가 되고 말았다. 자 이제는? 모르는 나라, 아무도 자기를 알 리 없는 먼 나라로 가서, 전혀 새 사람이 되기 위해 이 배를 탔다. 사람은,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 성격까지도 마음대로 골라잡을 수도 있다고 믿는다. 성격을 골라잡다니! 모든 일이 잘 될 터이었다. 다만 한 가지만 없었다면. 그는 두 마리 새들을 방금까지 알아보지 못한 것이었다. 무덤 속에서 몸을 푼 한 여자의 용기를, 방금 태어난 아기를 한 팔로 보듬고 다른 팔로 무덤을 깨뜨리고 하늘 높이 치솟는 여자를, 그리고 마침내 그를 찾아내고야 만 그들의 사랑을.

돌아서서 마스트(돛대)를 올려다본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다. 바다를 본다. 큰 새와 꼬마 새는 바다를 향하여 미끄러지듯 내려오고 있다. 바다. 그녀들이 마음껏 날아다니는 광장을 명준은 처음 알아본다. 부채꼴 사북까지 뒷걸음질 친 그는 지금 핑그르르 뒤로 돌아선다. 제정신이 든 눈에 비친 푸른 광장이 거기 있다.

자기가 무엇에 홀려 있음을 깨닫는다. 그 넉넉한 뱃길에 여태껏 알아보지 못하고, 숨바꼭질을 하고, 피하려 하고 총으로 쏘려고까지 한 일을 생각하면, 무엇에 씌었던 게 틀림없다. 큰일 날 뻔했다. 큰 새 작은 새는 좋아서 미칠 듯이, 물속에 가라앉을 듯, 탁 스치고 지나가는가 하면, 되돌아오면서, 그렇다고 한다. 무덤을 이기고 온, 못 잊을 고운 각시들이, 손짓해 부른다. 내 딸아. 비로소 마음이 놓인다. 옛날, 어느 벌판에서 겪은 신내림이, 문득 떠오른다. 그러자, 언젠가 전에, 이렇게 이 배를 타고 가다가, 그 벌판을 지금처럼 떠올린 일이, 그리고 딸을 부르던 일이, 이렇게 마음이 놓이던 일이 떠올랐다. 거울 속에 비친 남자는 활짝 웃고 있다.

- 최인훈,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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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위 글의 서술상 특징을 <보기>에서 골라 바르게 묶인 것은?

<보기>-----------------------------------------------------------------------

. 풍자적 어조를 통해 이야기의 비극성을 약화시키고 있다.

. 서술의 초점을 한 인물에 맞추어 사건을 전개하고 있다.

. 작중 인물의 회상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있다.

. 현재형 어미를 사용하여 일상적 삶의 모습을 부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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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 ㄹ      , ㄷ      , ㄹ      ,

 

 

57. 위 글의 사북 자리’, ‘삶의 광장’, ‘푸른 광장에 대한 감상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펼쳐진 부채에 비유된 삶의 광장은 점점 좁아지는 양상을 띠고 있군.

사북 자리두 발바닥이 차지하는 넓이로 표현될 만큼 삶의 위기감이 고조된 공간이군.

사북 자리에서, 주인공은 잃어버린 사회적 지위를 회복하려고 노력하고 있군.

사북 자리에서, 주인공은 삶의 광장에서 푸른 광장으로 생각을 전환하고 있군.

주인공은 무덤 속에서 몸을 푼 여자푸른 광장에 연결짓고 있군.

 

58. <보기>의 밑줄 친 부분을 바탕으로 위 글을 이해하고자 할 때, 필요한 활동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

작품에 반영된 사회적· 문화적 상황을 문학 작품 창작 당시와 연관시켜 해석할 때 드러나는 의미를 상황의 구체적 의미라 한다. 이것은 그 작품을 낳게 한 계기이기도 하며, 또 그 작품을 창작할 당시의 핵심적인 고민과 과제이기도 하다.

한편, 구체적 상황의 의미로부터 특정한 시대와 장소를 넘어 공유할 수 있는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데, 이를 사회적·문화적 상황의 보편적 의미라 한다. 몇백 년 전의 작품의 가치를 오늘의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보편적 의미가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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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준이 활동한 공간적 배경이 되는 곳을 실제로 답사하여 현장 체험을 한다.

이명준이 은혜와 함께 있던 동굴이 우리 신화에서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본다.

이명준의 삶과 사랑이 시대를 초월하여 오늘날 독자들에게 어떤 교훈을 주고 있는지 살펴본다.

이명준의 성격과 행동을 분석하고 종합한 후, 그것을 중심으로 이명준의 일대기를 작성해 본다.

이명준이 겪은 사건을 작품이 창작된 시대의 상황 및 그 시기에 작가가 지녔던 가치관과 연결하여 그 의미를 알아본다.

 

59. -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 인물의 행동을 짧은 문장으로 서술하여 불안한 심리를 드러내고 있다.

② ㉡ : 이어질 내용에서 그림의 소재가 중요한 기능을 하게 됨을 미리 알려준다.

③ ㉢ : 상념에서 현실 세계로 의식이 돌아오고 있음을 보여 준다.

④ ㉣ :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원했던 자신에 대한 뉘우침이 드러난다.

⑤ ㉤ : 경쾌하게 날고 있는 새의 모습에 주인공의 심리를 투영하고 있다.

 

60. 의 의미를 알아보기 위해 사전을 찾아보았다. <보기>의 밑줄 친 부분과 유사하지 않은 것은?

<보기>--------------------------------------------------------------

타다 1. 불이 붙어서 타다. ¶ 화재로 집이 불타다.

2. (비유적으로) 매우 붉은 빛으로 빛나다 불타는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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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창 물오른 싱싱한 생선이 나왔다.

어린 동생은 자기의 나이를 손꼽아 세었다.

분홍색 메꽃이 군데군데 두렁을 수놓고 있다.

바람 소리도 잠들고 짐승들 울음소리마저 사라졌다.

오월의 신록을 살찌게 하는 비가 부슬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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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 이육사

 

까마득한 날(과거)

하늘이 처음 열리고(천지개벽, 광야의 생성)

어데 닭 우는 소리(생명력) 들렸으랴

                                                                                      1: 광야의 원시성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역동적 이미지-의인법)

참아 이곳(광야-민족의 삶의 터전)을 범하던 못 하였으리라(광야의 신성함)

                                                                                     2: 광야의 신성성

 

끊임없는 광음(세월)

부지런한 계절이 피여선 지고(시간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표현함)

큰 강물(역사, 문명) 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3: 역사와 문명의 시작

 

지금(현재) (고난과 시련) 나리고

매화향기(민족정신, 독립의 기운)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조국 광복을 위한 자기희생의 의지-속죄양 모티프)

                                                                                 4: 현재의 암담한 상황과 현실 극복 의지

 

다시 천고의 뒤(미래)

백마타고 오는 초인(조국의 광복을 실현하고 조국의 역사를 찬란히 꽃피울 존재. 이상적 구원자)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적, 자기 희생적 태도)

                                                                                    5: 미래 지향의 강한 의지

자유신문”(1945)

 

 

 

핵심 정리

 

1. 갈래 자유시, 서정시

2. 성격 의지적, 저항적, 상징적

3. 제재 광야

4. 주제 고통스러운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와 신념

5. 특징

            -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적 추이에 따라 시상이 전개됨.

            - 종결 어미 ‘-()의 사용으로 의지적인 태도를 강조함.

 

 

 

출처 : 미래엔 문학 자습서

 

 

2022학년도 수능 특강으로 실력 점검하기

 

[07~11]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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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마득한 날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 이육사, 광야

 

 

() 오늘, 북창을 열어

장거릴 등지고 산을 향하여 앉은 뜻은

사람은 맨날 변해 쌓지만

태고로부터 푸르러 온 산이 아니냐.

 

고요하고 너그러워 수()하는 데다가

보옥(寶玉)을 갖고도 자랑 않는 겸허한 산.

 

마음이 본시 산을 사랑해

평생 산을 보고 산을 배우.

 

그 품 안에서 자라나 거기에 가 또 묻히리니

이승의 낮과 저승의 밤

아아(峨峨)라히(산이나 큰 바위 따위가 험하게 우뚝 솟아.) 뻗쳐 있어 다리 놓는 산.

 

네 품이 고향인 그리운 산아

미역취 한 이파리 상긋한 산 내음새

산에서도 오히려 산을 그리며

꿈 같은 산 정기(精氣)를 그리며 산다.

-김관식, 거산호(居山好)2

 

() 밖을 내다보기 위해, 혹은 빛을 끌어들이기 위해 인간들은 집에 창을 낸다. 나도 집 앞 개울 건너 밤나무 숲을 바라보기 위해 큰 창을 냈다. 창살도 없는 통유리창 때문에 저만치 있는 밤나무 숲이 마치 우리 집 마당처럼 보인다. 유리창은 이렇게 경치를 빌려 보는 데 편리한 것인 줄만 알았지 유리창을 통해 경치가 집 안으로 들어올 수도 있다는 건 미처 몰랐다.

새벽에 눈을 뜬 지 채 5분만 안 되어서였다. ‘하는 생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맹렬한 속도로 날아온 새가 유리창에 부딪히면서 땅으로 떨어졌다.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밖으로 뛰어나가 보니 목뼈가 부러져 즉사한 새가 창밖에 널브러져 있었다. 부부였을까, 한 마리도 아닌 두 마리였다. 무슨 새인지 알 수 없었다. 크기는 참새보다는 비둘기에 가까웠지만 깃털은 참새와 비슷했다.

작년에도 유리창에 부딪혀 새가 즉사한 불상사가 두 번이나 있었기 때문에 새가 왜 그런 실수를 하는지 알고 있다. 밖에서 유리창 안을 들여다보면 앞산이 그대로 비쳐 보인다. 낮에는 안의 사물들과 겹쳐 보이지만 해 뜨기 전 어둑신한 새벽녘이면 유리 속은 더 어둡기 때문에 도리어 그 안에 비친 앞산은 실물보다 훨씬 깊고 신비한 심산유곡처럼 보이는 것이다.

새가 속은 것이다. 그리고 나는 새를 속여 먹은 것이다. 산에다 덫을 놓아 오소리나 멧돼지, 산토끼 등을 닥치는 대로 사냥해 그 간을 내먹고 피를 빠는 인간들한테 분노하고 치를 덜 자격이 나한테 있을까. 이런 자괴감조차 나는 믿을 수가 없다. 나는 아차산 골짜기에 이 집을 새로 지을 때 자연 진화적인 집을 지으려고 애썼다. 높게 짓지 않으려 했고, 외벽도 흙벽의 부드러운 질감을 닮은 마감재를 썼으며, 황토색과 초가지붕 빛깔의 중간쯤 되는 부드러운 색으로 칠했다. 자연 진화적 좋아하네. 창살도 없는 통유리창을 어쩔 것이다. 자연의 일부인 인간이 이렇게 자연을 무자비하게 파괴하고 착취하다가는 결국 인간도 살아남지 못하리라. 이렇게 너스레를 떠는 것을 초목이나 산짐승이 알아듣는다면 그런 인간 우월주의에 아마 구역질이 날 것이다. 자연과 문명은 어차피 적대적인 것이 아닐까.

촌구석에서 태어난 내가 처음으로 문명과 충돌한 것도 유리창을 통해서였다. 어머니에 의해 서울로 끌려오다시피 하다가 경유한 소도시 개성에서 나는 처음으로 유리창이라는 걸 보았다. 석양을 반사한 유리창은 화염을 내뿜는 것 같았다. 나는 비명을 지르면 엄마 치마꼬리에 매달렸다. 그전부터 나에게 유리와 불의 이미지는 따로가 아니었다. 오빠가 읍내 소학교 다닐 때 학교에서 받아 온 학용품 중 화경(火鏡)이 내가 난생 처음 본 유리였다. 하필이면 그 볼록한 유리의 쓸모가 불을 만드는 거라니. 화경을 통해 까만 종이 위에 햇빛을 모으면 연기가 모락모락 나면서 타들어 가 구멍이 생겼다. 그걸 가지고 어른 몰래 장난을 치다가 짚 더미에 불이 옮겨 붙어 집을 태울 뻔한 일이 있었다. 그 무섭고 불길한 물건으로 온통 창을 싸바른 기차를 타고 도시로 온 게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과 영이별하는 것이었다.

아차산에는 온갖 새들이 산다. 그러나 생긴 걸 보고 이름을 알 수 있는 까치, 참새, 굴뚝새 등 동네로 자주 내려오는 새들이고, 소리로 무슨 새인지 알 수 있는 것은 소쩍새와 뻐꾹새가 고작이다. 봄부터 지금까지 산에 온갖 잡새들이 별의별 소리로 지저귀지만 어떻게 생긴 새인지 그 모습을 본 적은 없다. 나는 혜경이랑 산에 갈 때마다 새소리에 홀린 나머지 죽어서 무언가로 태어날 수만 있다면 새로 태어나고 싶다는 소리를 여러 번 했다. 우리 집 유리창에 부딪혀 죽은 새는 한 쌍이었으니 필시 엄마 아빠였을 것이다. 둥지에서 먹이를 찾으러 나간 엄마 아빠를 기다리다 지친 새끼들이 피나게 울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듣고 즐거워한 온갖 새소리 중에는 그 어린 새끼들의 슬픈 원성도 들어 있었을 것이다. 인간과 자연을 갈라놓는 건 이런 극복할 수 없는 착각이 아닐까.

-박완서, 죽은 새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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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의 공통점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대구를 이루는 문장을 나열하여 주제를 강조하고 있다.

역설적 표현을 사용하여 이상향에 대한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예찬적 어조로 대상을 묘사하여 삶에 대한 교훈을 제시하고 있다.

자연물에 인격을 부여하여 대상에 대한 화자의 태도를 암시하고 있다.

계절을 드러내는 소재들을 대비하여 화자가 놓인 상황을 보여 주고 있다.

 

8. -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 부사어 비로소를 통해 변화가 이루어지는 시적 상황이 부각되고 있다.

② ㉡ : 1인칭 주어를 사용한 명령형 문장을 통해 화자의 의지적 태도가 부각되고 있다.

③ ㉢ : 의문형 문장을 통해 산의 변화하는 모습에서 떠올린 화자의 깨달음이 부각되고 있다.④ ㉣ : 사동 표현이 사용된 문장을 통해 새가 죽은 사건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가 부각되고 있다.

⑤ ㉤ : 부사어 하필이면을 통해 화경의 파괴적 속성에 대한 글쓴이의 거부감이 부각되고 있다.

 

9. 의 기능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는 화자가 구속된 상태를 자각하게 하고, 는 글쓴이가 자유로운 세계를 지향하게 한다.

② ⓐ는 화자가 이웃과 교감할 수 있게 하고, 는 글쓴이가 자신에 대한 성찰을 시도하게 한다.

③ ⓐ는 화자가 사물의 본질을 탐구할 수 있게 하고, 는 글쓴이가 바깥 대상과의 괴리를 확인하게 한다.

④ ⓐ는 화자가 바깥 대상과 통할 수 있게 하고, 는 글쓴이가 바깥 대상과의 괴리를 확인하게 한다.

⑤ ⓐ는 화자가 미래를 비관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는 글쓴이가 미래에 대한 흼아적 전망을 떠올리게 한다.

 

10. <보기>를 참고하여 ()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한국 문학의 전통 속에서 산은 흔히 접할 수 있는 자연물일 뿐 아니라 혼탁한 인간사로부터 분리된 곳, 자연의 순리나 인간이 갖추어야 할 덕목이 구현된 곳으로 인식되어 왔다. ()의 화자는 여기에서 나아가 산을 통해 자신의 삶과 죽음에 관해 사유하며, 산에 대한 깊은 애착과 지향을 드러낸다. 이러한 화자의 태도는 가난과 병고에 맞서다 삶을 마감하기 전, 시인이 도달한 정신적 경지와도 맞닿아 있다.

-------------------------------------------------------------------

장거릴 등지고 산을 향하여 앉는 화자의 모습에서, 혼탁한 인간사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지향이 드러나는군.

화자가 산을 바라보며 고요, ‘너그러, ‘겸허함 등의 덕목을 떠올리는 것에서, 한국 문학의 전통적 자연관을 발견할 수 있겠군.

평생 산을 보고 산을 배우다가 그곳에서 묻히겠다고 하는 화자의 말에서 죽음을 자연의 순리로 받아들이려는 태도가 드러나는군.

화자가 산을 이승의 낮과 저승의 밤다리 놓는것으로 묘사하는 것에서, 이승의 삶에서 도달할 수 없는 산에 대한 깊은 애착이 드러나는군.

꿈같은 산정기를 그리며 산다는 화자의 말에서, 가난과 병고에도 불구하고 숭고한 가치를 추구하려 하던 시인의 정신적 경지를 읽어 낼 수 있겠군.

 

11. <보기>를 참고하여 (), ()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의 공간은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구성된 상징화된 공간으로, 국토가 형성되는 태초의 모습과 민족사의 전개를 보여 준다. 이 공간에서 암담한 상황 속에서도 역사적 관점에서 새로운 미래를 꿈꾸던 작가의 지향이 투영되어 있으므로, 그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제 강점기라는 창작 배경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의 공간은 글쓴이가 머무르며 경험한 실재하는 장소이며, 자연에 대한 현대 문명의 폭력성과 이를 자각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비판적 사유를 이끌어 내는 단초가 된다. 독자들은 ()()에 나타난 공간의 성격을 작품이 창작된 맥락과 관련지어 이해함으로써 감상의 폭을 넓힐 수 있다.

-------------------------------------------------------------------

()에서 까마득한 날광야는 원시적 국토의 모습을 나타낸 공간으로, 일제의 침략 이전 평화를 누리던 민족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 주는군.

()에서 지금광야는 화자의 현실 인식을 함축하는 공간으로, 암담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좇고자 하는 작가의 지향을 반영하고 있군.

()에서 천고의 뒤광야는 조국의 미래를 형상화한 공간으로, 작가가 꿈꾸던 민족사적 가치가 실현된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군.

()에서 이 집은 자연과 어울리는 모습이 되게 하려는 의도에 따라 지어진 공간으로, 글쓴이가 자신의 위선적인 사고방식을 비판적으로 인식하는 장소이기도 하군.

()에서 아차산은 죽은 새가 살고 있었으리라고 짐작되는 공간으로, 현대 문명의 폭력성에 의해 침탈되고 있는 자연을 연상하게 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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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록담 정지용

 

                                                                                         1

 

절정에 가까울수록 뻐꾹채꽃 키가 점점 소모된다. 한 마루 오르면 허리가 스러지고 다시 한 마루 우에서 모가지가 없고 나중에는 얼굴만 갸옷 내다본다. 화문(花紋-꽃무늬)처럼 판 박힌다. 바람이 차기가 함경도 끝과 맞서는 데서 뻐국채 키는 아주 없어지고도 팔월 한철엔 흩어진 성신(星辰)처럼 난만하다.(꽃과 별의 이미지를 동일시함.) 산그림자 어둑어둑하면 그러지 않아도 뻐꾹채 꽃밭에서 별들이 켜 든다. 제자리에서 별이 옮긴다. 나는 여기서 기진했다.

 

                                                                                       2

 

암고란(巖古蘭), 환약(암고란의 열매를, 등반의 고통을 치유하는 약에 비유함)같이 어여쁜 열매로 목을 축이고 살아 일어섰다.

                                                                                                                        1~2: 산 정상 가까운 곳에서 휴식을 취함.

 

                                                                                      3

 

백화(白樺) 옆에서 백화가 촉루(해골)가 되기까지 산다.(살아 있는 자작나무와 죽은 자작나무가 함께 있는 모습) 내가 죽어 백화처럼 흴 것이 숭없지(숭없다- ‘() 없다의 방언. 말이나 행동 따위가 불쾌할 정도로 흉하다.) 않다.

 

                                                                                     4

 

귀신도 쓸쓸하여 살지 않는 한 모롱이, 도체비꽃(산수국. 제주도에서는 주로 파란색 꽃이 피어서 도깨비불을 닮았다고 함.)이 낮에 혼자 무서워 파랗게 질린다.

 

                                                                                    5

 

바야흐로 해발 육천 척 우에서 마소가 사람을 대수롭게 아니 여기고 산다.(자연과 사람이 서로 함께 어울리며 살아감.) 말이 말끼리 소가 소끼리, 망아지가 어미 소를 송아지가 어미 말을 따르다가 이내 헤어진다.(둥물이 자신의 종족을 알아보고 함께 모여 있음 일제 강점기에 우리 민족끼리 함께 있지 못하는 현실과 대비됨.)

 

                                                                                   6

 

첫 새끼를 낳노라고 암소가 몹시 혼이 났다. 얼결에 산길 백 리를 돌아 서귀포로 달아났다. 물도 마르기 전에 어미를 여읜 송아지(민족의 정체성을 잃은 우리 백성을 상징함.)는 움매 움매 울었다. 말을 보고도 등산객을 보고도 마구 매어 달렸다. 우리 새끼들도 모색(毛色-털색)이 다른 어미한테 맡길 것을 나는 울었다.(송아지가 털빛이 다른 어미한테 길러질 상황을 보면서 화자는 우리 민족이 일제에 의해 정체성을 잃고 살아갈 상황을 떠올리며 슬퍼함. 부정적 현실에 대한 화자의 인식이 간접적으로 드러남.)

 

                                                                                 7

 

풍란이 풍기는 향기, 꾀꼬리 서로 부르는 소리, 제주 휘파람새 휘파람 부는 소리, 돌에 물이 따로 구르는 소리, 먼 데서 바다가 구길 때 솨 솔소리(후각적, 청각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산에 오른 즐거움을 생동감 있게 묘사함.), 물푸레 동백 떡갈나무 속에서 나는 길을 잘못 들었다가 다시 칡넌출 기어간 흰 돌박이 고부랑길로 나섰다. 문득 마주친 아롱점말이 피하지 않는다.

 

                                                                                 8

 

고비 고사리 더덕순 도라지꽃 취 삿갓나물 대풀 석용(석이버섯의 오류) 별과 같은 방울을 달은 고산 식물을 새기며 취하며 자며 한다. 백록담 조촐한 물을 그리어 산맥 우에서 짓는 행렬이 구름보다 장엄하다. 소나기 놋낱 맞으며 무지개에 말리우며 궁둥이에 꽃물 이겨 붙인 채로 살이 붓는다.

                                                                                                           3~8: 신비로운 풍경을 만나면서 한라산을 등반함.

 

                                                                                  9

 

가재도 기지 않는 백록담 푸른 물에 하늘이 돈다. 불구에 가깝도록 고단한 나의 다리를 돌아 소가 갔다. 좇겨 온 실구름 일말에도 백록담은 흐리운다. 나의 얼굴에 한나절 포긴 백록담은 쓸쓸하다.(자연과의 합일, 자아와 세계의 일치) 나는 깨다 졸다 기도조차 잊었더니라.(몰아(沒我)의 경지)

                                                                                                      9: 정상에 도착하여 백록담을 보며 몰아의 경지를 느낌.

 

 

 

핵심 정리

 

1. 갈래 자유시, 서정시

2. 성격 산문적, 신비적, 묘사적

3. 제재 한라산의 백록담

4. 주제 백록담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운 경치

5. 구성

               1~2: 산 정상 가까운 곳에서 휴식을 취함.

               3~8: 신비로운 풍경을 만나면서 한라산을 등반함.

                  9: 정상에 도착하여 백록담을 보며 몰아(沒我)의 경지를 느낌.

6. 특징

               - 한라산을 등반하며 보게 된 정경을 구체적으로 묘사함.

               - 자연과의 합일, 몰아의 경지 등 동양적 세계관이 드러남.

7. 해제

 이 작품은 한라산을 등반하면서 본 풍경과 정상에서 느낀 백록담의 신비로움을 드러낸 시로, 자연과 합일되는 물아일체의 경지가 잘 나타나 있다. 각 연에서는 정상에 이르기까지의 여정과 풍경을 구체적이고 감각적으로 묘사하면서, 화자의 내면 의식이 함께 드러나고 있다. 화자는 일제 강점기의 암울하고 고통스러운 시대 상황 속에서 민족의 정기를 상징하는 백록담을 향하고 있는데, 이는 부조리한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의 표상이라고 할 수 있다.

 

8. 작가

    정지용(1902~1950)

   시인. 휘문고등보통학교 재학 시절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1930년대에는 시문학, 구인회의 동인으로 참가하여 참신한 감각적 이미지의 시들을 발표하였다. 일제 강점기 말에는 이병기, 이태준 등과 함께 문예지 문장을 만들어 전통주의적 경향의 시를 발표하였다. 초기에는 섬세하고 감각적인 시어와 선명한 이미지를 구사하였고, 1930년대 후반부터는 동양적인 관조와 고독의 세계를 많이 다루었다. 주요 작품으로는 <고향>, <향수>, <백록담> 등이 있다.

 

 

출처 : 미래엔 문학 교과서 + 미래엔 문학 자습서

 

 

 

2022학년도 수능 특강 문제로 실력 점검하기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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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절정에 가까울수록 뻐꾹채꽃 키가 점점 소모된다. 한 마루 오르면 허리가 스러지고 다시 한 마루 우에서 모가지가 없고 나중에는 얼굴만 갸옷 내다본다. 화문(花紋)처럼 판 박힌다. 바람이 차기가 함경도 끝과 맞서는 데서 뻐국채 키는 아주 없어지고도 팔월 한철엔 흩어진 성신(星辰)처럼 난만하다. 산그림자 어둑어둑하면 그러지 않아도 뻐꾹채 꽃밭에서 별들이 켜 든다. 제자리에서 별이 옮긴다. 나는 여기서 기진했다.

 

2

 

암고란(巖古蘭), 환약같이 어여쁜 열매로 목을 축이고 살아 일어섰다.

 

3

 

백화(白樺) 옆에서 백화가 촉루(해골)가 되기까지 산다. 내가 죽어 백화처럼 흴 것이 숭없지 않다.

 

4

귀신도 쓸쓸하여 살지 않는 한 모롱이, 도체비꽃이 낮에 혼자 무서워 파랗게 질린다.

 

5

 

바야흐로 해발 육천 척 우에서 마소가 사람을 대수롭게 아니 여기고 산다. 말이 말끼리 소가 소끼리, 망아지가 어미 소를 송아지가 어미 말을 따르다가 이내 헤어진다.

 

6

 

첫 새끼를 낳노라고 암소가 몹시 혼이 났다. 얼결에 산길 백 리를 돌아 서귀포로 달아났다. 물도 마르기 전에 어미를 여읜 송아지는 움매 움매 울었다. 말을 보고도 등산객을 보고도 마구 매어 달렸다. 우리 새끼들도 모색(毛色)이 다른 어미한테 맡길 것을 나는 울었다.

 

7

 

풍란이 풍기는 향기, 꾀꼬리 서로 부르는 소리, 제주 휘파람새 휘파람 부는 소리, 돌에 물이 따로 구르는 소리, 먼 데서 바다가 구길 때 솔소리, 물푸레 동백 떡갈나무 속에서 나는 길을 잘못 들었다가 다시 칡넌출 기어간 흰 돌박이(흰 돌 박힌) 고부랑길로 나섰다. 문득 마주친 아롱점말이 피하지 않는다.

 

8

고비 고사리 더덕순 도라지꽃 취 삿갓나물 대풀 석용 별과 같은 방울을 달은 고산 식물을 새기며 취하며 자며 한다. 백록담 조촐한 물을 그리어 산맥 우에서 짓는 행렬이 구름보다 장엄하다. 소나기 놋낱 맞으며 무지개에 말리우며 궁둥이에 꽃물 이겨 붙인 채로 살이 붓는다.

 

 

9

 

가재도 기지 않는 백록담 푸른 물에 하늘이 돈다. 불구에 가깝도록 고단한 나의 다리를 돌아 소가 갔다. 좇겨 온 실구름 일말에도 백록담은 흐리운다. 나의 얼굴에 한나절 포긴 백록담은 쓸쓸하다. 나는 깨다 졸다 기도조차 잊었더니라.

-정지용, 백록담

 

 

() 산이 날더러는

흙이나 파먹으라 한다

날더러는 삽이나 들라 하고

쑥굴헝에 박혀

쑥이 되라 한다

늘퍼진 날 산은

쑥국새 울고

저만치 홀로 서서 날더러는

쑥국새마냥 울라 하고

흙 파먹다 죽은 아비

굶주림에 지쳐

쑥굴헝에 나자빠지

에미처럼 울라 한다

산이 날더러

흙이나 파먹다 죽으라 한다

-정희성, 저 산이 날더러 목월 시 운을 빌려

------------------------------------------------------------------------------------------------------------------------

()()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는 설의법을 통해, ()는 영탄법을 통해 화자의 태도를 강조하고 있다.

()는 유년 시절을 떠올리며, ()는 미래를 예측하며 주제 의식을 부각하고 있다.

()는 하강적 이미지로, ()는 상승적 이미지로 계절의 변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는 동일한 시행의 반복으로, ()는 음성 상징어를 활용하여 리듬감을 주고 있다.

()는 시행을 나누지 않는 산문 형식으로, ()는 수미상관의 구조로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2. 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은 모두 화자의 흥취를 북돋우는 역할을 한다.

② ㉠은 모두 부정적 현실을 극복하려는 화자의 의지가 투영된 존재이다.

③ ㉠은 긴박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은 고조되었던 분위기를 이완한다.

④ ㉠은 화자가 처한 상황의 분위기를 돋우고, 은 화자가 느끼는 정서를 심화한다.

⑤ ㉠은 자연의 섭리를 부각하는 존재이고, 은 이상향에 대한 동경을 드러내는 존재이다.

 

3. <보기>를 바탕으로 ()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백록담에는 작가가 한라산의 정상인 백록담에 다녀왔던 경험이 드러나 있다. 비유적 표현과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등반 과정이나 한라산의 자연물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일제 강점기의 암울하고 고통스러운 시대 상황을 간접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화자는 한라산이 정상인 백록담의 맑고 깨끗한 정경을 묘사한 후, 정상에서 느끼는 정서를 드러내면서 시상을 마무리하고 있다.

----------------------------------------------------------------------------------------------------------------------------------

화문처럼 박힌다’, ‘흩어진 성신처럼 난만하다.’ 등은 한라산 등반 과정에서 화자가 바라본 뻐국채꽃의 모습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군.

풍란이 풍기는 향기’, ‘솨아 솨아 솔소리’, ‘흰 돌바기 고부랑길등은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한라산의 자연물을 생생하게 묘사한 것이군.

어미를 여읜 송아지마구 매어 달리는 모습을 보고 우리 새끼들도 모색이 다른 어미한테 맡길 것을떠올리는 것은 암울하고 고통스러운 시대 상황을 간접적으로 나타낸 것이군.가재도 긔지 않는’ ‘푸른 물실구름 일말에도’ ‘흐리운다는 것은 백록담이 작은 구름에도 흐려질 정도로 맑고 깨끗한 곳임을 강조한 것이군.

나는 깨다 졸다 기도조차 잊었다는 것은 한라산 정상에서 바라본 혼탁한 세상의 모습에 대한 화자의 안타까움을 드러낸 것이군.

 

 

4. ()<보기>를 비교하여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 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민물 새우 끓어 넘는 토방 툇마루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

짐 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신경림 목계 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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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와 달리 물질적 궁핍으로 인해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가족의 비참하고 치열한 현실을 드러내고 있군.

<보기>()와 달리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이의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고달픈 삶에 대한 애환을 드러내고 있군.

()<보기>는 모두 특정한 조사나 어미의 반복 및 시행이나 시구의 대구를 통해 시적 리듬감을 드러내고 있군.

()<보기>는 모두 누군가가 화자에게 하는 말을 전달하는 형식의 말투를 활용하여 화자의 처지나 상황을 드러내고 있군.

()<보기>는 모두 인간의 삶을 자연적 소재에 빗대어 소재의 속성과 유사한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화자의 의도를 드러내고 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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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엔 수록 부분]

 

앞부분 줄거리

 조선에서 3·1 운동이 일어나기 바로 전해 겨울(제목과 관련). 일본에서 유학 중인 '나'는 아내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고 귀향한다. 늘 아프던 아내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았는데도 '나'는 별다른 충격을 받지 않는다. 기차 시간까지 여유가 있다는 이유로, 단골 카페에 가 그곳에서 일하는 정자를 만나 술을 마시거나 음악 학교 선생을 만나며 늑장을 부린다. 귀국하는 배에 올라서는 미행하는 일본 형사에게 계속 시달리면서 울분을 삭인다. 그러다가 '나'는 일본 형사를 피해 배 안의 욕실(浴室)로 들어간다. 

 

 “어쨌든 십 년(국권 피탈 후 10년 정도의 시간이 흐름.)이라면 한밑천 잡으셨겠구려.” / 이번에는 상인 비슷한 자가 입을 벌렸다.

 “웬걸요, 이젠 조선도 밝아져서 좀처럼 한밑천 잡기는 어렵지만.”

 “그러나 조선 사람들은 어때요?”

 “요보(일본인이 한국인을 낯추어 부르던 호칭) 말씀요? 젊은 놈들은 그래도 제법들이지마는, 촌에 들어가면 대만(臺灣)의 생번(生蕃-대만의 고산족 가운데 야생 생활을 하는 종족을 낮추어 부르던 이름.)보다는 낫다면 나을까. 인제 가서 보슈…… 하하하.”

대만의 생번이란 말에, 그 욕탕 속에 들어앉았던 사람들은 나만 빼놓고는 모두 껄껄 웃었다. 그러나 나는 기가 막혀 입술을 악물고 쳐다보았으나(조선인을 비웃는 행동에 분노를 느끼나 소극적으로 표출함), 더운 김이 서리어서 궐자('그'를 낮잡아 이르는 말)들에게는 분명히 보이지 않은 모양이었다. 욕객은 차차 꾸역꾸역 쏟아져 들어온다.

 

  사실 말이지, 나는 그 소위 우국지사(憂國志士-나랏일을 근심하고 염려하는 사람.)는 아니나 자기가 망국(亡國) 백성이라는 것은 어느 때나 잊지 않고 있기는 하다. 학교나 하숙에서 지내는 데는 일본 사람과 오히려 서로 통사정을 하느니만치 좀 낫다. 그러나 그 외의 경우의 고통은 참을 수 없는 때가 많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망국 백성이 된 지 벌써 근 십 년 동안, 인제는 무관심하도록 주위가 관대하게 내버려두었었다. 도리어 소학교시대에는 일본 교사와 충돌을 하여 퇴학을 하고 조선 역사를 가르치는 사립학교로 전학을 한다는 둥, 솔직한 어린 마음에 애국심이 비교적 열렬하였지마는, 차차 지각이 나자마자 일본으로 건너간 뒤에는 간혹 심사 틀리는 일을 당하거나 일년에 한 번씩 귀국하는 길에 하관에서나 부산경성에서 조사를 당하고, 성이 가시게 할 때에는 귀찮기도 하고 분하기도 하지마는, 그때뿐이요, 그리 적개심이나 반항심을 일으킬 기회가 적었었다. 적개심이나 반항심이란 것은 압박과 학대에 정비례하는 것이나, 기실 그것은 민족적으로 활로를 얻는 유일한 수단이다. 그러나 칠 년이나 가까이 일본에 있는 동안에, 경찰관 이외에는 나에게 그다지 민족관념을 굳게 의식게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원래 정치 문제에 흥미가 없는 나는 그런 문제로 머리를 썩여 본 일이 거의 없었다 하여도 가할 만큼 정신이 마비되었었다. 그러나 요새로 와서 나의 신경은 점점 흥분하여 가지 않을 수가 없다(조금씩 의식의 변화가 나타남). 이것을 보면 적개심이라든지 반항심이라는 것은 보통 경우에 자동적, 이지적이라는 것보다는 피동적, 감정적으로 유발되는 것인 듯하다. 다시 말하면 일본 사람은 지나치는 말 한마디나 그 태도로 말미암아 조선 사람의 억제할 수 없는 반감을 끓어오르게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에 조선 사람으로 하여금 민족적 타락에서 스스로를 구하여야 하겠다는 자각을 주는 가장 긴요한 원동력이 될 뿐이다.

 

 지금도 목욕탕 속에서 듣는 말마다 귀에 거슬리지 않는 것이 없지마는, 그것은 될 수 있으면 많은 조선 사람이 듣고, 오랜 몽유병에서 깨어날 기회(조현실을 자각하는 계기)를 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자아낼 뿐이다.

그들은 여전히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다.

 “그래 촌에 들어가면 위험하진 않은가요?” / 조선에 처음 간다는 시골자가 또다시 입을 벌렸다.

 “뭘요, 어딜 가든지 조금도 염려 없쇠다. 생번이라 하여도 요보는 온순한데다가 가는 곳마다 순사요 헌병인데 손 하나 꼼짝할 수 있나요. 그걸 보면 데라우치(寺內)상이 참 손아귀 힘도 세지만 인물은 인물이야!”

매우 감격한 모양이다.

 “그래 촌에 들어가서 할 게 뭐예요?”

 “할 것이야 많지요. 어딜 가기로 굶어죽을 염려는 없지만, 요새 돈 몰 것이 똑 하나 있지요. 자본 없이 힘 안 들고…… 하하하.”

표독한 위인이 충동이는 수작이다.

 “그런 벌이가 어디 있어요?”

촌뜨기 선생은 그 큰 눈을 더 둥그렇게 뜨고 큰 기대와 호기심을 가지고 마주 쳐다보는 모양이다.

 “왜요, 한번 해보시려우?”

그는 이렇게 한마디 충동이며, 무슨 의미나 있는 듯이 그 악독하여 보이는 얼굴에 교활한 웃음을 띠고 한참 마주 보다가,

시골서 죽도록 땅이나 파먹다가 거꾸러지는 것보다는 편하고 재미있습넨다. 게다가 돈은 쓰고 싶은 대로 쓸 수 있고.”

여전히 뱅글뱅글 웃으면서 이 순실한, 어머니 뱃속에서 나온 그대로 있는 듯한 촌뜨기를 꾄다.

그런 선반에서 떨어지는 떡 같은 장사가 있으면 하다뿐이겠나요.”

촌뜨기는 차차 침이 괴어 오는 수작이다.

그러나 밑천이 아주 안 드는 것은 아니지요. 우선 얼마 안 되지만 보증금을 들여놓아야 하고, 양복이나 한 벌 장만하여야 할 터이니까. 그러나 당신이야 형님이 헌병대에 계시다니까 신분은 염려 없을 테니 보증금은 없어도 좋겠지.”

제딴은 누구를 큰 직업이나 얻어 주는 듯싶이, 더구나 보증금은 특별히 면제하여 주겠다는 듯이 오만한 태도로 어깨를 뒤틀며 호기만장이다. 일편 촌뜨기는 양복신사가 돼야 하는 직업이라는 데에 속으로 헤에 하는 기색이다. 그러나 정작 그 직업의 종류가 무엇인가는 좀처럼 가르쳐 주지 않는다. 실상 곁에서 엿듣고 앉았는 나 역시 궁금하지만, 이러한 소리를 듣는 시골 궐자는 더한층 호기의 눈을 번쩍이며 앉았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것을 토설치(토설하다- 숨겼던 사실을 비로소 밝히며 말하다.) 않는 것은 나와 그 외의 두세 사람이 들을까 꺼리어서 그리하는 것 같기도 하고, 또는 그 시골뜨기가 좀 더 몸이 달아 덤비며 자기의 부하가 되겠다는 다짐까지 받고서야 이야기하려는 수단 같기도 하다.

 “그래 그런 훌륭한 직업이 무엇인데, 어디 있단 말요?”

이번에는 그 시골자의 동행인 듯한 사람이 가만히 듣고 있다가 욕탕에서 시뻘겋게 단 몸뚱어리를 무거운 듯이 끌어내며 물었다. 그자도 물 속에서 불쑥 일어서서 수건을 등뒤로 넘겨서 가로잡고 문지르며 한번 목욕탕 속을 휘 돌아다보고, 다른 사람들이 자기네의 이야기에는 무심히 이구석 저구석에서 멱을 감는 것을 살펴본 뒤에, 안심한 듯이 비로소 목소리를 낮추며 입을 벌린다.

 “실상은 누워 떡먹기지. 나두 이번에 가서 해오면 세 번째나 되오마, 내지(외국이나 식민지에서 본국을 이르는 말. 여기서는 '일본'을 뜻함.)의 각 회사와 연락해 가지고 요보들을 붙들어 오는 것(일본의 회사외 연락해서 조선 노동자를 속여 뽑아 오는 것)인데, 즉 조선 쿨리(苦力- 쿠리: 육체 노동에 종사하는 하층의 중국인, 인도인 노동자. 여기서는 중노동에 종사하는 하층 노동자를 이름.) 말씀요. 농촌 노동자를 빼내 오는 것이죠. 그런데 그것은 대개 경상남북도나, 그렇지 않으면 함경, 강원, 그 다음에는 평안도에서 모집을 해오는 것인데, 그 중에도 경상남도가 제일 쉽습넨다, 하하하.”

그자는 여기 와서 말을 끊고 교활한 웃음을 웃어 버렸다.

 

 나는 여기까지 듣고 깜짝 놀랐다. 그 불쌍한 조선 노동자들이 속아서 지상의 지옥 같은 일본 각지의 공장과 광산으로 몸이 팔리어 가는 것이, 모두 이런 도적놈 같은 협잡 (옳지 아니한 방법으로 남을 속임.)부랑배의 술중(術中-남의 꾀 속.)에 빠져서 속아넘어가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나는 다시 한번 그자의 상판때기를 쳐다보지 않을 수 없었다.

옳지! 그래서 이자의 형이 헌병 군조라는 것을 듣고 이용할 작정으로 반색을 한 게로군!’

나는 이런 생각도 하여 보며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앉았었다.

 궐자는 벙벙히(어리둥절하여 얼빠진 사람처럼 멍하다.) 듣고 앉았는 그 두 사람의 얼굴을 이리저리 바라보고 빙긋 웃으며 또다시 말을 잇는다.

왜 남선 지방에 응모자가 많고 북으로 갈수록 적은고 하니, 이 남쪽은 내지인이 제일 많이 들어가서 모든 세력을 잡았기 때문에, 북으로 쫓겨서 만주로 기어들어가거나 남으로 현해탄(玄海灘) 건너서거나 두 가지 중에 한 가지 길밖에 없는데, 누구나 그늘(북쪽)보다는 양지(남쪽)가 좋으니까, 요보들 생각에도 일년 열두 달 죽도록 농사를 지어야 주린 배를 채우기는 고사하고 보릿고麥嶺에는 시래기죽으로 부증이 나서 뒈질 지경인 바에야, 번화한 동경, 대판(오사카)에 가서 흥청망청 살아 보겠다는 요량이거든. 그러니 촌의 젊은 애들은 말할 것도 없고 계집애들까지 나두 나두 하고 나서거든. 뭐 모집이야 쉽지!”

 “…… 그럴 거야!”

 “아직 북선 지방은 우리 내지인이 덜 들어갔기 때문에 비교적 편안히 사니까 응모자가 적지만, 그것도 미구불원에 쪽박을 차고 나설 거라, 허허허.”

이자는 자기 설명에 만족한 듯이 대단히 득의만면이다.

 “그래 그렇게 모집을 해가면 얼마나 생기나요?”

촌뜨기는 구수하다는 듯이 침을 흘리며 듣는다.

 “얼마가 뭐요. 여비가 있지, 일당이 또 있지, 게다가 한 사람 모집하는 데에 일 원서부터 이 원이니---그건 회사와 일의 종류에 따라서 다르지만, 가령 방적회사의 여직공 같은 것은 임금도 싼데다가 모집원의 수수료도 헐하고, 광부 같은 것은 지금 시세로도 일 원 오십 전으로 이 원 오십 전까지라우. 가령 천 명만 맡아 가지고 와서 보구려. 이삼 삭 동안 여비나 일당에서 남는 것은 그까짓 건 다 그만두고라도 일천오륙백 원, 근 이천 원은 간데없는 것일 게니, 그런 벌이가 이판에 어디 있소? 하하하. 나도 맨 처음---그건 제주도에서 모집하여 갔지---그때에 오백 명 모아다 주고 실살고로 남긴 것이 천 원이었고, 둘째 번에는 올 가을 팔백 명이나 북해도 족미(足尾)탄광에 보내고 이천 원 돈이 들어왔다우.”

노동자 모집원이라는 자는 입의 침이 없이 천 원, 이천 원을 신이 나서 뇌며 목욕탕 속에서 나왔다.

 

 

뒷부분 줄거리

 

 배로 부산에 도차갛자마자 또 한 번 이런저런 조사를 받고 거리로 나선 '나'는 조선의 참담한 현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놀란다. '나'는 김천역에 내려 형을 만난다. 형은 전처가 아들을 못 낳아서 새로 아내를 맞이했다고 말하였는데('나'가 조선의 인습으로 여기는 요소 - 아들 지상주의) '나'는 이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다. 형은 총독부 법에 의해서 지금부터 무덤은 공동묘지밖에 쓸 수 없다고 말하며 산소 걱정을 한다.('나'가 조선의 인습으로 여기는 요소- 공동묘지법을 이해하지 못함) '나'는 집에 도착한 지 며칠 되지 않아 아내의 장례식을 치르고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려고 하지만, 집안 식구들의 만류로 발이 묶인다. 집안이고 사회고 조선 전체가 구더기 끓는 공동묘지('나'가 당시 조선 사람들의 무기력하고 무관심한 태도를 보며 그들이 살아가는 현실을 '무덤'에 비유) 같다고 생각하는 '나는' 사랑보다 연민이 앞섰던 아내를 가련하게 여기며 탈출하듯 다시 동경으로 떠난다.(현실에서 도피하는 '나' → 소극적이고 무책임한 당시 지식인의 모습)

 

 

 

핵심 정리

 

1. 갈래 - 현대 소설, 사실주의 소설, 여로형 소설

2. 성격 - 사실적, 현실 비판적

3. 배경 - 시간 : 1918년 겨울/ 공간 - 동경에서 서울로 오가는 여정

4. 주제 - 동경 유학생의 눈에 비친 조선의 현실

5. 구성 

         발달 - 동경 유학생인 '나'는 아내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고 귀국 준비를 함.

         전개 - '나'는 신호, 하관 등의 술집을 전전하면서 답답한 심정을 드러냄.

         위기 - '나'는 배 안에서 조선인을 멸시하는 일본인들의 대화를 듣고 분개함.

         절정 - '부산 → 김천 → 서울 → 집'으로 이동하면서 조선이 처한 현실을 관찰하고 울분을 느낌.

         결말 - 결국 아내는 죽고, '나'는 죽은 아내를 위해 눈물조차 흘리지 않고 다시 동경으로 돌아감. 

6. 특징

               - 원점 회귀의 여로형 구조를 취함.

               - 일제 강점기 우리 민족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보여 줌. 

               - 현실 문제를 인식하면서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결여되어 있는 지식인의 한계가 드러남.

 

7. 해제

  이 작품은 1919년 3·1 운동 이전의 일제 강점기 초기에 일제에 의해 고통을 겪는 우리 민족의 모습을 비판적 시각에서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묘지(墓地)'라는 제목으로 연재되던 이 작품은 잡지가 폐간되면서 잠시 중단되었다가, 1934년 <만세전>이라는 제목으로 바뀌어 다시 연재되었다.

 

8.  작가

   염상섭(1897~ 1963)

  소설가. 호는 횡보(橫步)로, 서울에서 출생하였다. 보성 소학교를 거쳐 일본 게이오 대학 사학과에 입학했으나 3·1 운동에 가담한 혐의로 투옥되었다가 귀국한 후 기자가 되었다. 1920년부터 ≪폐허≫의 동인으로 문학 활동을 시작하였는데, 1921년 ≪개벽≫에 단편 소설 <표본실의 청개구리>, <만세전>, <삼대>, <두 파산> 등이 있다.

 

 

 

출처 : 미래엔 문학 교과서 + 미래엔 문학 자습서

 

 

문제로 실력 점검하기

 

 

2022학년도 수능특강 

 

[04~08]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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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소설의 여러 정의 중 하나로 소설은 주인공이 삶의 의미를 찾아 길을 나서는 자기 인식의 여정을 형상호한 이야기라는 것이 있다. 현대 소설에는 여행의 성격과 구조를 사건의 구성으로 활용하여 인물의 자기 이해나 세계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그린 작품이 적지 않다. 이러한 작품을 묶어 여로형 소설이라고 부른다. 

 여로형 소설의 성격은 '여로'라는 용어가 지닌 의미에서도 잘 드러난다. 먼저 '로(路)'는 길을 의미한다. 길은 출발지와 도착지를 잇는 공간이자 사건이 발생하는 장소이다. 여로형 소설에서도 길은 주인공이 머물거나 이동하는 공간적 배경이면서 동시에, 낯선 인물을 대면하거나 관계를 맺으며 감정을 느끼고 사건을 겪는 특별한 장소이다. 한편 '여(旅)'는 익숙한 곳을 떠나 다른 곳을 향하는 나그네를 뜻한다. 나그네는 길을 걸으면서 출발지를 되돌아보고 도착지를 동경한다. 여로형 소설의 주인공 또한 여정의 과정을 겪으며 과거의 익숙했던 삶을 성찰하고 미래의 더욱 좋은 삶을 열망한다. 

 [A] 「우리의 현대 소설사에서 여로형 소설은 현실의 문제를 예리하게 포착하고 현실 인식의 변화를 설득력 있게 형상화하는 데 기여하였다. 1920년대에 발표된 염상섭의 「만세전」은 그 첫 자리에 놓이는 대표적인 여로형 소설이다. 유학지인 동경에서 출발하여 부산을 거쳐, 김천, 대전, 서울까지 이어지는 여정을 통해 주인공 '이인화'는 식민지 조선의 현실을 생생하게 목격하며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면서 민족의식을 자각한다. 황석영의 「삼포 가는 길」은 1970년대를 대표하는 여로형 소설이다. 이 소설은 공사판을 전전하는 '영달'과 '정 씨', 이들과 동행하는 '백화'의 여로를 통해 이 시기의 산업화가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어디까지 훼손하는지를 애잔하게 그리고 있다. 

 

(나) , 우리 형님은 아직 군조(軍曹)예요. 니시무라(西村) 군조, 혹 형공도 아시는지? 그런데 형공은 조선에 오래 계신가요?”

, 난 십여 년래로 그저 내 집같이 드나드니까요.”

하고 궐자시골자를 한참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 대구 헌병대의 그 양반이야 알구말구요. 그 양반은 나를 모르실지 모르지만…….”

어째 그 말눈치가 안다는 것보다도 모른다는 말 같다.

어쨌든 십 년이라면 한밑천 잡으셨겠구려.” / 이번에는 상인 비슷한 자가 입을 벌렸다.

웬걸요, 이젠 조선도 밝아져서 좀처럼 한밑천 잡기는 어렵지만.”

그러나 조선 사람들은 어때요?”

요보 말씀요? 젊은 놈들은 그래도 제법들이지마는, 촌에 들어가면 대만(臺灣)의 생번(生蕃)보다는 낫다면 나을까. 인제 가서 보슈…… 하하하.”

대만의 생번이란 말에, 욕탕 속에 들어앉았던 사람들은 나만 빼놓고는 모두 껄껄 웃었다. 그러나 나는 기가 막혀 입술을 악물고 쳐다보았으나, 더운 김이 서리어서 궐자들에게는 분명히 보이지 않은 모양이었다. 욕객은 차차 꾸역꾸역 쏟아져 들어온다.

사실 말이지, 나는 그 소위 우국지사(憂國志士)는 아니나 자기가 망국(亡國) 백성이라는 것은 어느 때나 잊지 않고 있기는 하다. 학교나 하숙에서 지내는 데는 일본 사람과 오히려 서로 통사정을 하느니만치 좀 낫다. 그러나 그 외의 경우의 고통은 참을 수 없는 때가 많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망국 백성이 된 지 벌써 근 십 년 동안, 인제는 무관심하도록 주위가 관대하게 내버려두었었다. 도리어 소학교시대에는 일본 교사와 충돌을 하여 퇴학을 하고 조선 역사를 가르치는 사립학교로 전학을 한다는 둥, 솔직한 어린 마음에 애국심이 비교적 열렬하였지마는, 차차 지각이 나자마자 일본으로 건너간 뒤에는 간혹 심사 틀리는 일을 당하거나 일년에 한 번씩 귀국하는 길에 하관에서나 부산경성에서 조사를 당하고, 성이 가시게 할 때에는 귀찮기도 하고 분하기도 하지마는, 그때뿐이요, 그리 적개심이나 반항심을 일으킬 기회가 적었었다. 적개심이나 반항심이란 것은 압박과 학대에 정비례하는 것이나, 기실 그것은 민족적으로 활로를 얻는 유일한 수단이다. 그러나 칠 년이나 가까이 일본에 있는 동안에, 경찰관 이외에는 나에게 그다지 민족관념을 굳게 의식게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원래 정치 문제에 흥미가 없는 나는 그런 문제로 머리를 썩여 본 일이 거의 없었다 하여도 가할 만큼 정신이 마비되었었다. 그러나 요새로 와서 나의 신경은 점점 흥분하여 가지 않을 수가 없다. 이것을 보면 적개심이라든지 반항심이라는 것은 보통 경우에 자동적, 이지적이라는 것보다는 피동적, 감정적으로 유발되는 것인 듯하다. 다시 말하면 일본 사람은 지나치는 말 한마디나 그 태도로 말미암아 조선 사람의 억제할 수 없는 반감을 끓어오르게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에 조선 사람으로 하여금 민족적 타락에서 스스로를 구하여야 하겠다는 자각을 주는 가장 긴요한 원동력이 될 뿐이다.

ⓐ지금도 목욕탕 속에서 듣는 말마다 귀에 거슬리지 않는 것이 없지마는, 그것은 될 수 있으면 많은 조선 사람이 듣고, 오랜 몽유병에서 깨어날 기회를 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자아낼 뿐이다.

                                                (중략)
 

 정거장 문 밖으로 나서서 눈을 바삭바삭 밟으며 큰길 거리로 나가니까 칠 년 전에 일본으로 달아날 제, 오정때 대전에 내려서 점심을 사먹던 그 집이 어디인지 방면도 알 수 없이 시가(市街)가 변하였다. 길 맞은편으로 쭉 늘어선 것은 빈지를 들였으나 모두가 신축한 일본 사람 상점이다. 우동을 파는 구루마가 쩔렁쩔렁 흔드는 요령 소리만이 괴괴한 거리에 처량하다. 열네다섯쯤에 말도 모르고 단신 일본으로 공부 간다는 데에 호기심이 있었던지 친절히 대접을 해주던, 그때의 그 주막집 주인 내외가 그립다.

 다시 돌쳐 들어오며 보니, 찻간에서 무슨 대수색을 하는지 승객들은 아직도 아니 들여보내고, 결박을 지은 여자는 업은 아이가 깨어서 보채니까 일어서서 서성거린다.

젖이나 먹이라고 좀 풀어 줄 일이지.’

하는 생각을 하니 곁에 시퍼렇게 얼어서 앉은 수사가 불쌍하다가도 밉살맞다. 목책 안으로 들어오며 건너다보니까 차장실 속에 있던 두 청년과 헌병도 여전히 이야기를 하고 섰다. 나는 까닭 없이 처량한 생각이 가슴에 복받쳐 오르면서 한편으로는 무시무시한 공기에 몸이 떨린다.

 젊은 사람들의 얼굴까지 시든 배춧잎 같고 주눅이 들어서 멀거니 앉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빌붙는 듯한 천한 웃음이나 헤에하고 싱겁게 웃는 그 표정을 보면 가엾기도 하고, 분이 치밀어 올라와서 소리라도 버럭 질렀으면 시원할 것 같다.

이게 산다는 꼴인가? 모두 뒈져 버려라!’

찻간 안으로 들어오며 나는 혼자 속으로 외쳤다.

ⓑ‘무덤이다! 구더기가 끓는 무덤이다!’

 나는 모자를 벗어서 앉았던 자리 위에 던지고 난로 앞으로 가서 몸을 녹이며 섰었다. 난로는 꽤 달았다. 뱀의 혀 같은 빨간 불길이 난로 문 틈으로 날름날름 내다보인다. 찻간 안의 공기는 담배연기와 석탄재의 먼지로 흐릿하면서도 쌀쌀하다. 우중충한 남폿불은 웅크리고 자는 사람들의 머리 위를 지키는 것 같으나 묵직하고도 고요한 압력으로 지그시 내리누르는 것 같다. 나는 한번 휘 돌려다보며,

ⓒ ‘공동묘지다! 공동묘지 속에서 살면서 죽어서 공동묘지에 갈까 봐 애가 말라하는 갸륵한 백성들이다!’

하고 혼자 코웃음을 쳤다.

 

(다) 강물은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얼음이 녹았다가 다시 얼곤 해서 우툴두툴한 표면이 그리 미끄럽지는 않았다. 바람이 불어, 깨어진 살얼음 조각들을 날려 그들의 얼굴을 따갑게 때렸다.

차라리, 저쪽 다릿목에서 버스나 기다릴 걸 잘못했나 봐요.”

숨을 헉헉 들이키던 영달이가 투덜대자 정씨가 말했다.

자주 끊겨서 언제 올지도 모르오. 그보다두 현금을 아껴야지. 굶어두 돈 있으면 든든하니까.”

하긴 그래요.”

월출 가면 남행열차를 탈 수는 있소. 거기서 기차 탈려오?”

..... 돼가는대루. 그런데 삼포는 어느 쪽입니까?”

정씨가 막연하게 남쪽 방향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남쪽 끝이오.”

사람이 많이 사나요, 삼포라는 데는?”

한 열 집 살까? 정말 아름다운 섬이오. 비옥한 땅은 남아돌아 가구, 고기두 얼마든지 잡을 수 있구 말이지.”

영달이가 얼음 위로 미끄럼을 지치면서 말했다.

야아 그럼, 거기 가서 아주 말뚝을 박구 살아 버렸으면 좋겠네.”

조오치, 하지만 댁은 안 될걸.”

어째서요.”

타관 사람이니까.”

그들은 얼어붙은 강을 건넜다. 구름이 몰려들고 있었다.

                              (중략)
 
 

스피커에서 안내하는 소리가 웅얼대고 있었다. 정씨는 대합실 나무 의자에 피곤하게 기대어 앉은 백화 쪽을 힐끗 보고 나서 말했다.

 “같이 가시지. 내 보기엔 좋은 여자 같군.”

그런 거 같아요.”

㉡ 또 알우? 인연이 닿아서 말뚝 박구 살게 될지. 이런 때 아주 뜨내기 신셀 청산해야지.”

영달이는 시무룩해져서 역사 밖을 멍하니 내다보았다. 백화는 뭔가 쑤군대고 있는 두 사내를 불안한 듯이 지켜보고 있었다. 영달이가 말했다.

어디 능력이 있어야죠.”

삼포엘 같이 가실라우?”

어쨌든.......”

영달이가 뒷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오백 원짜리 두 장을 꺼냈다.

저 여잘 보냅시다.”

영달이는 표를 사고 삼립 두 개와 찐 달걀을 샀다. 백화에게 그는 말했다.

우린 뒤차를 탈 텐데...... 잘 가슈.”

영달이가 내민 것들을 받아 쥔 백화의 눈이 붉게 충혈되었다.

그 여자는 더듬거리며 물었다.

아무도...... 안 가나요.”

우린 삼포루 갑니다. 거긴 내 고향이오.”

영달이 대신 정씨가 말했다. 사람들이 개찰구로 나가고 있었다. 백화가 보퉁이를 들고 일어섰다.

정말, 잊어버리지...... 않을게요.”

백화는 개찰구로 가다가 다시 돌아왔다. 돌아온 백화는 눈이 젖은 채 웃고 있었다.

내 이름 백화가 아니예요. 본명은요......이점례예요.”

여자는 개찰구로 뛰어나갔다. 잠시 후에 기차가 떠났다.

그들은 나무 의자에 기대어 한 시간쯤 잤다. 깨어 보니 대합실 바깥에 다시 눈발이 흩날리고 있었다. 기차는 연착이었다. 밤차를 타려는 시골 사람들이 의자마다 가득 차 있었다. 두 사람은 말없이 담배를 나눠 피웠다.

㉣ 먼 길을 걷고 나서 잠깐 눈을 붙였더니 더욱 피로해졌던 것이다. 영달이가 혼잣말로

, 며칠이나 견디나.......”

뭐라구?”

아뇨, 백화란 여자 말요. 저런 애들...... 한 사날두 시골 생활 못 배겨나요.”

사람 나름이지만 하긴 그럴 거요. 요즘 세상에 일이 년 안으루 인정이 휙 변해 가는 판인데......”

정씨 옆에 앉았던 노인이 두 사람의 행색과 무릎 위의 배낭을 눈여겨 살피더니 말을 걸어왔다.

어디 일들 가슈?”

아뇨, 고향에 갑니다.”

고향이 어딘데.......”

삼포라구 아십니까?”

어 알지, 우리 아들놈이 거기서 도자를 끄는데......”

삼포에서요? 거 어디 공사 벌릴 데나 됩니까. 고작해야 고기잡이나 하구 감자나 매는데요.”

어허! 몇 년 만에 가는 거요?”

십 년.”

노인은 그렇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두 말우 거긴 지금 육지야. 바다에 방둑을 쌓아 놓구, 추럭이 수십 대씩 돌을 실어 나른다구.”

뭣땜에요?”

낸들 아나, 뭐 관광 호텔을 여러 채 짓는담서 복잡하기가 말할 수 없데.”

동네는 그대루 있을까요?”

그대루가 뭐요. 맨 천지에 공사판 사람들에다 장까지 들어섰는걸.”

그럼 나룻배두 없어졌겠네요.”

바다 위로 신작로가 났는데, 나룻배는 뭐에 쓰오. 허허 사람이 많아지니 변고지,사람이 많아지면 하늘을 잊는 법이거든.”

작정하고 벼르다가 찾아가는 고향이었으나, 정씨에게는 풍문마저 낯설었다.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영달이가 말했다.

잘 됐군. 우리 거기서 공사판 일이나 잡읍시다.”

그때에 기차가 도착했다. 정씨는 발걸음이 내키질 않았다. 그는 마음의 정처를 잃어버렸던 때문이었다.

㉤ 어느 결에 정씨는 영달이와 똑같은 입장이 되어 버렸다.

 기차는 눈발이 날리는 어두운 들판을 향해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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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나)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여러 인물을 서술자로 내세워 사건의 의미를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② 한 인물의 내면을 지속하여 드러내면서 그의 현실 인식을 부각하고 있다.

③ 이야기 밖의 서술자가 인물과 거리를 두면서 그들의 행동만을 묘사하고 있다.

④ 상반된 입장을 드러내는 인물 간의 대화를 통해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하고 있다.

⑤ 겉 이야기와 속 이야기로 짜인 액자식 구성을 통해 인물을 바라보는 이중적인 시선을 제시하고 있다.

 

 

5. (나), (다)의 공간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나)의 '욕탕' : '나'가 다른 사람들의 웃음에서 모욕감을 느끼는 공간

② (나)의 '목책 안' : '나'가 사람들의 표정을 보며 연민과 분노를 느끼는 공간

③ (나)의 '찻간 안' : '나'가 남폿불에서 시대적 분위기를 느끼며 답답함을 느끼는 공간

④ (다)의 '얼어붙은 강' : 정 씨와 영달의 사소한 갈등이 대화의 과정에서 심화되는 공간

⑤ (다)의 '대합실' : 백화가 헤어지면서 정 씨와 영달에게 자신의 진심을 표현하는 공간

 

 

6. (가)를 바탕으로, (나), (다)를 이해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나)에서 '궐자'와 '시골자'는 여로의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로, 그들의 대화는 '나'가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계기가 된다.

② (나)에서 '일본'은 여로의 출발지로, '나'가 칠 년간 머물면서 익숙해진 공간이다.

③ (나)에서 '시가'는 여로의 과정에서 목격한 장소로, '나'는 현실의 변화를 확인하며 안타까움을 느낀다.

④ (다)에서 '삼포'는 여로의 목적지로, 영달의 여로는 동경하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귀향의 성격을 지닌다.

⑤ (다)에서 '백화'는 영달이 여로의 과정에서 만난 사람으로, '빵'과 '달걀'은 그녀에 대한 영달의 호의를 드러낸다.

 

 

7. [A]를 바탕으로 ⓐ ~ ⓔ를 이해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에서는 여로의 경험을 바탕으로 민족의식을 자각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② ⓑ에서는 반복된 단어를 통해 식민지 조선에 대한 현실 인식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③ ⓒ에서는 동족에 대한 연민과 함께 식민지 조선의 현실 문제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드러낸다.

④ ⓓ에서는 과거의 풍경을 잃고 관광지로 급변하는 삼포의 산업화된 모습이 엿보인다.

⑤ ⓔ에서는 산업화로 인해 삶의 본질적 가치를 잃어버리고 있음을 암시한다. 

 

 

8. <보기>를 바탕으로 (다)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삼포 가는 길」의 인물들은 대체로 일정한 거처가 없이 떠돌아다닌다는 점에서 그들의 말과 행동에는 뜨내기의 고단함과 함께 안정된 삶을 희구하는 정주(定住)의 열망이 드러난다. 정주의 열망은 안정된 생활을 보장하는 장소에 정주하려는 것과 상처받은 마음을 보듬은 관계에 정주하려는 것으로 구체화된다. 이러한 열망의 좌절과 그 소회가 결말에서 그려지는데, 이는 이 작품의 현실주의적 태도를 반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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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영달은 비옥하고 풍요로운 공간에서 정주하고 싶은 마음을 내보이는군.

㉡에서 정 씨는 영달이 관계에 정주하여 뜨내기의 삶을 벗어나기를 바라고 있군.

㉢에서 백화는 관계에 정주하고자 하였으나 그 관계를 계속 잇지 못해 안타까워하고 있군.

㉣에서는 한곳에 정주하지 못하고 떠돌면서 정 씨와 영달이 겪는 뜨내기의 고단함이 엿보이는군.

㉤에서는 정 씨의 좌절에 영달의 공감을 통해 이 작품의 현실주의적 태도를 드러내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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