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새처럼 모든 구속으로부터 나를 해방시키고 싶었다. 내 고통의 원인을 제공한 ㉠이 땅을 떠나 멀리로 완전한 자유인이 되어 떠나고 싶은 마음이 나그네새를 볼 때마다 간절하게 사무쳤다. 윤회설을 믿지 않지만 이승에서 새로 변신할 수 없다면 내세에서라도 새가 되어 태어나고 싶었다. 인간이 되기를 소원하는 새가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 새와 나를 바꾸고 싶었다. 선택권을 준다면 새 중에서도 시베리아나 저 툰드라가 고 향인 도요새가 되어 높게 멀리 날고 싶었다.
 나는 동진강 하구로 내려가다 삼각주 갈대밭을 채 못 가 남쪽으로 뚫린 큰길로 접어들었다. 한쪽으로 바다를 낀 그 길로 오백 미터쯤 내려가면 해안 경비군 파견대가 있었고, 다시 그만한 거리를 더 내려가면 웅포리란 옛 포구가 나섰다.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적만도 축항에 소형 발동선이 닻을 내렸고 모래펄에 그물이 어수선하게 널렸던 웅포리였는데, 내륙 쪽에 공단이 조성되고 난 뒤, 이제 포구가 아니었다. 동남만 연안이 폐수 오염으로 고기가 잡히지 않을 즈음, 때마침 웅포리까지 포장도로가 닦이자 그곳은 유흥가로 변했다. 불과 삼 년 전이었다. 처음, 어민들은 해변가에 포장 주막을 차리고 즉석 매운탕과 생선회를 팔기 시작했 다. 물론 물고기는 부근 어촌에서 받아 왔다. 그러자 작업복에 안전모를 쓴 공장 기술자들이 출퇴근용 자전 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웅포리로 몰려나왔다. 장사가 쏠쏠히 잘되자 버스 노선까지 생겼다. 돈깨나 만지는 시내 투기꾼들이 웅포리에 여자까지 갖춘 큰 방석집을 벌였다. 웅포리는 단박 소문난 유흥가로 발전했다.
 [A] 「나는 웅포리로 가는 참이었다. 그곳으로 가면 내가 늘 찾는 집이 있었다. 유흥가에서 좀 떨어진 암벽 아래 ㉡아바이집이란 해묵은 소줏집이 있었다. 칠순에 가까운 할머니가 손자 하나를 데리고 소주에 매운탕을 파는 들어앉은 주막이었다. 그 할머니는 함경남도 함흥에서 육이오 전쟁 ‘흥남 철수’ 때 피란 나온 삼팔따라지로, 나는 그 술집을 아버지로부터 소개받았다. 서울서 내가 낙향했을 무렵, 어느 날 아버 지는 나를 데리고 아바이집으로 갔다.
 “이젠 너도 아비와 같이 자, 잔 나눌 나이가 된 것 같애. 너가 어릴 적부터 나는 사실 오늘같이 이, 이런 날을 기다린 셈이지. 자식과 수, 술잔 함께할 날을 말이야. 내 맺힌 과거지사를 들어 줄 놈은 여, 역시 맏아들밖에 없으려니 하고 말이야.”
 목로에 소주병 놓고 마주 앉아 아버지가 나에게 말했다. 그날 나는 아버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버지가 동해를 볼 때 느끼는 의미며, 도요새를 왜 사랑하느냐를 처음으로 가슴 깊게 새겨들었다.
 “……내가 유엔군 포로가 되자, 나는 곧 전향했어.” / 아버지가 말했다.
 “나는 내 뜨, 뜻에 따라 국군으로 자원입대한 셈이지. 육 개월 뒤 금화 전투에서 훈장을 받고 난 육군 소위로 승진되었어. 그때가 이, 일사 후퇴 끝난 뒤였으니 그로부터 다시 고, 고향 땅을 못 밟고 말았 잖았는가. 고향 땅이 수복되면 가족 데리고 이남으로 내려오려 꿈을 꿨던 게 모두 수, 수포로 돌아갔 어. 내가 변하기 시작한 게 그때부터야. 껍질 깨고 세상으로 나오려던 벼, 병아리가 다시 달걀 집으로 들어가고 싶어 했으나 이미 워, 원상태 복귀가 불가능한 그런 경우랄까…….”
 아버지는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냈다. 수첩을 뒤지더니 낡은 편지 봉투를 집어냈다. 아버지 손이 떨렸 다. 나는 아버지가 또 고향 ㉢통천에 두고 온 조부모님과 두 삼촌, 고모 두 분과 함께 찍은 옛 사진을 보 여 주는 줄로만 알았다. 나는 이미 그 낡은 사진을 수십 차례도 더 보았다. 그러나 아버지가 꺼낸 사진은 명함 크기의 그 가족사진이 아니었다. 색 낡아 누렇게 바래진 우표만 한 증명사진이었다.

 “너, 넌 이제 이해할 거야. 이 사진 보더라도 나를 미워하지 않을 줄…….”
아버지는 그 사진을 내게 건네주었다. 모서리는 이미 닳았고 거북등같이 가로세로 주름마저 진 색 바 랜 사진엔 처녀 얼굴이 박혀 있었다. 갈래머리를 저고리 어깨 앞에 내린 곱상한 사진 주인이 누구인지 나는 짐작할 수 있었다.」
“통천에 계신다던 옛 약혼자시군요.”

 

 [중략 부분 줄거리] 병국의 아버지는 철새가 도래할 때면 새를 보며 이북의 기억을 떠올리고 그 시간만을 살아 있다고 느낀다. 병국의 어머니는 그런 남편과 학생 운동을 하다가 대학에서 제적된 병국이 경제적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새 떼나 보러 나다니 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하루는 병국이 군에 억류되는 사건이 벌어지는데, 자신을 데리러 온 아버지에게 병국은 새가 집단 으로 죽은 사건을 조사했었고 병식이 그 사건에 연루되어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B]「 “너 그날 ㉣석교천 방죽에서 말이야, 새를 독살하고 오던 길이었지?”

 “그래서, 그게 뭘 어쨌다는 거야?”
병식 표정에서 비로소 장난기가 사라졌다. 그는 조금 전 얘기의 종호처럼 아주 당당한 얼굴이었다. 

 “뻔뻔스런 자식. 언제부터 그 짓 했냐? 그건 그렇고, 왜 새를 죽여. 죽인 새로 뭘 해?”
병국의 목청이 높아졌다. / 주모가 술 주전자와 안주를 날라 왔다.
 “나 원, 별 말코 같은 소릴 다 듣는군. 아니, 날아다니는 새도 임자 있나? 형, 이 지구에 사는 새를 누 가 몽땅 사들였어? 아님 형이 매입했다는 거야?”
 병식이 스테인리스 잔을 형 앞으로 밀었다. 잔에 술을 쳤다.

 “형, 우선 한잔 꺾지. 형제 우정을 위해서.”
 “누가 네게 그 일을 시키고 있어? 그 사람부터 대!” / 병국이 술잔을 밀며 소리쳤다.
 “왜 그래? 두루미나 크낙새 같은 보호조가 아닌, 흔해 빠진 잡새 죽였다고 고발할 테야? 날아다니는 새 잡아 박제해서 호구 잇는 건* 죄가 되구, 돈 많은 놈 허가 낸 사냥총으로 새를 잡아 영양 보충하는 건 죄가 안 된다 이 말씀이야?”
 병식이 코웃음을 치곤 술을 들이켰다.
 “이 지구상에 희귀조가 계속 멸종되는 건 너도 알지? 인간이 새로운 새를 창조해 낼 수는 없어.”
 “그 개떡 같은 이론은 집어치워. 내가 알기론 이 지구상에는 삼십 억이 넘는 새들이 살아. 그중 내가 오십 마리쯤 죽였다 치자. 그게 형은 그렇게 안타까워? 그렇담 숫제 참새구이도 없애 버리지 뭘. 가 축인 닭도 진화를 도와 하늘로 해방시키고.”
 “박제하는 놈을 못 대겠어?”
병국이가 의자에서 일어나 아우 멱살을 틀어쥐었다. 주모가 달려와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개시도 안 한 ㉤술집에서 웬 행패냐고 주모가 다그쳤다.」

 

 

*호구 잇는 건: 입에 풀칠하는 것은.

 

 

 

01.  [A]와 [B]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A]와 [B]는 모두 역순행적으로 장면을 배치하여 사건의 맥락을 드러내고 있다.
② [A]와 [B]는 모두 공간적 배경을 감각적으로 묘사하여 인물의 심리를 암시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③ [A]는 외양 묘사를 통해 인물의 성격을 간접적으로, [B]는 설명을 통해 인물의 성격을 직접 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④ [A]는 이야기 속 서술자의 회상을 통해, [B]는 이야기 밖 서술자의 관찰자적 서술을 통해 인 물의 행동을 나타내고 있다.
⑤ [A]에는 내적 독백을 통해 인물의 내적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이, [B]에는 대화를 통해 인물 간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이 드러나고 있다.

 


02. ㉠~㉤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병국이 자신이 속박되어 있다고 생각하여 벗어나기를 소망하는 장소이다.
② ㉡: 아버지가 가족들에게 감추고 살아온 약혼자가 있었음을 병국이 알게 되는 장소이다. 

③ ㉢: 아버지가 옛 가족들과 함께 살다가 전란으로 인해 떠나온 장소이다.
④ ㉣: 병국이 병식이가 새를 죽인 직후에 지나친 곳이라고 판단한 장소이다.
⑤ ㉤: 병식이 병국의 생각이 지닌 한계를 지적하며 자신의 행위가 정당했음을 항변하는 장소 이다.

 

 

03.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1970년대 한국 사회는 급속한 산업화로 경제 발전을 이루었지만, 그 이면에는 정치적 자유의 억압과 분단의 고착화, 물질 중심주의 풍조의 확산과 환경 파괴 등과 같은 문제들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도요새에 관한 명상」은 이러한 시대적 상황으로 인해 상처 입고 방황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여 준다. 작중 인물들이 세계에 대응하는 방식은 ‘새’에 대한 태도를 통해 드러나는데, 새를 수단적 가치만을 지닌 대상으로 바라보는 인물과 달리, 새를 통해 실향민으로서 떠나온 고향의 기억을 이어 가거나 억압된 자신의 욕망을 자각하는 인물들은 공통적으로 새에 대해 강한 애착을 가진다. 그리고 이러한 태도는 인물들 사이에서 소통의 매개 혹은 대립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

① 병국이 ‘새처럼 모든 구속으로부터 나를 해방시키고 싶었다.’라고 생각하는 데에서, 새를 자신의 욕망을 떠올리게 하는 존재로 여기며 새에 대해 애착을 보이는 태도가 드러나는군.
② 병국이 ‘고등학교에 다닐 적’ 이후로 ‘웅포리’가 변모해 온 모습을 통해, 경제 발전을 이룬 사회의 이면에 환경 파괴의 문제가 자리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군.
③ 아버지가 ‘도요새를 왜 사랑하’는지를 매개로 병국과 대화하는 내용을 통해, 남북 분단으로 인해 실향민이 지니고 살아가는 아픔이 드러나는군.
④ 병식이 ‘새 잡아 박제해서 호구 잇는’ 것이 죄가 되느냐고 반문하는 데에서, 병식이 물질 중심주의적 사고에 근거하여 새를 수단적 가치만을 지닌 대상으로 바라보는 인물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군.
⑤ 병국이 ‘멱살을 틀어쥐’고 병식과 대립하는 모습에서, 정치적 자유가 억압된 시대적 상황에 맞서고자 하는 태도가 드러나는군.

 

 

 

정답 

 

01. ④

02. ②

03. ⑤

 

 

 

'도요새에 관한 명상' 핵심 정리

 

 

1. 갈래 - 중편소설

2. 배경 : 시간적 - 1970년대 후반 도시의 산업화로 공해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될 시기

( 6.25를 전후한 시기가 회상의 공간에서 다루어짐 )

공간적 - 동진강 유역의 오염지대

3. 시점 - 시점의 이동이 자유로움(1인칭 시점, 전지적 작가 시점)

4. 표현상 특징 - 등장인물들 각각의 시점으로 서술된다는 점.

5. 주제 시대적 상황으로 인해 상처 입고 방황하는 이들의 삶

6. 출전 - <한국문학>(1979) 68호에 발표됨.

7. 주요 인물

 

·아버지 : 실향민, 고향을 그리워하는 소극적이고 이상적이나 자상한 면모를 지님, 실천적이지 못한 소 극적 가장. 진실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

·어머니 : 물질적 삶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인물. 적극적이고 억척 같은 생활인이나 무계획적임.

·병국 : 장남. 수재이나 시국에 연루되어 퇴학을 당함. 현실보다는 이상을 추구하는 행동적이며 적극적 인 인물임. 도요새를 절대 자유의 상징으로 여기며 지키고 보호하려 함. 데모로 대학에서 제적 된 수재(秀才).

·병식 : 동생. 재수생으로 현실적이고 이기적이며 타산적인 인물임. 도요새를 밀렵하여 박제상(剝製商) 에게 내다 판다.

 

8. 전체 줄거리

 

재수생인 병식은 동진강 하구에서 새를 박제사에게 넘기고, 번 돈을 유흥비로 쓴다. 그리고 한때 촉망바든 수재였으나 학생 운동을 하다가 대학에서 제적되어 낙향해 온 병국을 보며 실망한다. 낙향한 병국은 자신을 따뜻하게 맞아 준 아버지에게 아버지가 품고 살아온 상처의 원인을 듣는다. 또 동진강 하구에서 자취를 감춘 도요새를 찾아 헤매면서 인근의 수질 오염 문제에 관심을 쏟는다. 한편 아버지는 이북 출신 실향민으로 철새가 도래할 무렵이면 갯벌에 나가 새를 보며 고향에 두고 온 가족을 추억하는데, 아내는 그런 남편의 무기력한 모습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아버지는 해안 통제 구역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군 당국에 붙잡힌 병국을 데리고 오면서, 병식이 새 떼를 독살했을 것이라는 말을 병국에게 듣는다. 병국은 병식을 찾아가 잘못을 추궁하려다가 병식과 격렬하게 다툰다. 이후 술집에 갔다가 바깥에서 아버지가 친구와 대화를 나누며 통일을 염원하는 말을 듣고는 자신의 말이 아버지에게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여 발걸음을 돌린다. 그리고 바다를 응시하다가 도요새가 날아오르는 호나상을 본다.

 

9. 이해와 감상

 

<도요새에 관한 명상>은 제10회 한국 창작 문학상을 수상한 중편소설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분단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서정적인 배경과 더불어, 가족 구성원 간의 갈등의 형태로 더욱 심화하여 다양한 형태로 발전시키고 있다. 또한 작가는 다른 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을 통해서도, 타락한 세계에 대한 개인의 또다른 저항 양태를 보여준다. 이것은 곧 순결한 의식의 영역을 스스로 지켜나감으로써 이 타락의 세계에 거부하는 태도임을 뜻한다.

 

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가족들의 이야기를 제각각의 시점으로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병식의 눈으로, 둘째는 병국이, 셋째는 아버지, 그리고 끝으로 작가가 직접 개입하여 서로 이질적인 인물들을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객관적인 시선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표면에 드러나지 않은 아버지의 정신적 상처를 통한 실향민들의 한, 병국이의 퇴학, 공해 문제에 대한 심각성 등 현대 사회의 문제와 지식인들의 갈등을 부각시켜 줄 수 있었다. 이는 내면성의 추구, 사건의 내면화를 최대한 살려 낼 수 있게 하고, 사건의 전개 발전을 밀도있게 다룰 수 있게 하고 있으며, 결말에 이르러서는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전환하여 독자들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기법상의 효과를 노리는 소설적 장치인 것이다.

이같이 김원일의 <도요새에 관한 명상>은 기법의 새로움, 소재의 특이성, 그리고 우리 사회의 전형적인 인물 유형의 설정 등을 통해서 참다운 삶의 진정성을 회복하려는 작가 의식을 보여 주는 작품이라 하겠다.

'도요새'는 아버지와 병국 사이에 존재하는 정신적 유대감을 상징하는 기능을 한다. 아버지에게는 고향을, 병국에게는 정신적 자유를 상징하는 이 도요새는 이들의 정신적 상처를 치유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지만 이 상처는 민족 분단에서 비롯한 것이므로, 작품 <도요새에 관한 명상>은 곧 6.25라는 비극적 역사에 대한 성찰이라 할 수 있다.

 

 

 

[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퍼뜩 현 중위의 눈이 주 대위의 허리에 매달려 있는 권총으로 갔다. 그러는 그의 눈앞에는 또다시 ⓐ꿈의 장면이 나타났다.
 한결같이 누렇게 뜬 하늘에는 황달 든 태양이 타고 있고, 그 밑으로 한없이 넓게 깔려 있는 불모의 황야. 그 한가운데 그는 땀을 철철 흘리며 서 있었다. 바로 앞에 누렇게 뜬 메마른 흙바닥에 개미구멍이 있어, 누런빛을 한 조고만 개미 떼가 연달아 기어 나오고, 그것을 구멍 입구에 같은 빛깔의 왕개미가 대기하고 서서 자꾸만 목을 잘라 내고 있는 것이다. 마치 그것은 왕개미가 기계적으로 주둥이를 놀리고 있는데 거기 꼭 맞 는 속도로 작은 개미 떼들이 기어 나와 목을 들이미는 것과도 같았다. 그리고 목 잘린 개미 떼들은 그대로 누렇게 뜬 흙으로 화해 버리고 마는 것이었다. 거기 따라 점점 흙이 높아지면서 그의 정강이 털이 거의 묻히게 돼 있었다.
 초조할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그곳에 서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그는 개미구멍 한옆에 따로 뚫려져 있는 샛구멍을 하나 발견했다. 이것만은 꿈속에서는 전혀 없었던, 지금 그 자신이 의식적으로 뚫어 놓은 구멍이었다. 그런데도 어리석은 개미 떼들은 그냥 본래의 구멍으로만 나오면서 목을 무수히 잘리우고 있는 것이었다.
 현 중위는 주 대위를 업지도 않은 몸이건만 전신에 비지땀을 흘렸다.

 

 해거름 때 세 사람은 구렁이 한 마리를 잡아 구워서 나눠 먹었다.
 다 먹고 난 현 중위가 뒤라도 마려운 듯이 자리를 떴다. 

 그런 지 좀 만에 주 대위가 김 일등병에게 말했다.

 -자네두 여길 떠나게.
김 일등병은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이 주 대위를 쳐다봤다. -현 중윈 갔어, 기다리다 못해.
 -기다리다 못해 가다뇨?
 -내가 자살하길 기다리다 못해 떠났어. 

 사실 현 중위는 돌아오지 않았다.
 주 대위는 김 일등병의 시선을 마주 바라보기를 피하면서,

 -자네두 어서 여길 떠나게.
㉠김 일등병은 잠시 주춤거리다가 서산에 비낀 붉은 놀을 한번 바라보고는 말없이 주 대위에게 등을 돌려 댔다.

 혼자 업고 걷는 길이라 도무지 앞으로 나가지지가 않았다. 조금 가서는 쉬고 조금 가서는 쉬고 했다.

   

                                                                                                           (중략)
 하루 종일 걸은 것이 십릿길도 못 되었다. ㉡그동안 두 사람은 산개구리 몇 마리를 잡아 날로 먹었을 뿐이었다.

김 일등병의 무릎은 굽어지고 허리는 앞으로 숙여져 거의 기는 시늉이었다.
주 대위는 김 일등병의 허리가 앞으로 숙는 각도에 따라 그만큼 자기의 생에 대한 희망도 꺾여 들어감을 느껴야만 했다.

 

 저녁때쯤 어느 능선을 돌아가느라니까 앞에서 까마귀 한 마리가 펄럭 하고 날아올랐다. 깎은 듯한 낭떠러지가 가로놓여 있는 것이었다.

 발길을 돌리며 김 일등병은 무심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거기에 까마귀 두세 마리가 앉아 무엇인가 열심 히 쪼고 있었다.
사람의 시체였다. 그리고 첫눈에 그것은 현 중위의 시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어제저녁 두 사람을 버리고 떠났을 때와 똑같이 위는 셔츠 바람이요, 아래는 군복 바지에 군화를 신고 있었다.
 까마귀란 놈이 시체 얼굴에 붙어서 무엇인가 쪼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이쪽을 보고는 날아갈 기미를 보이다가도 그저 까욱까욱 몇 번 울 뿐, 다시 쪼기를 계속하는 것이었다.
 ㉢시체 얼굴에는 이미 눈알은 없어져 떼꾼하니 검은 구멍이 나 있었다.
 두 사람은 이쪽으로 와 아무 데나 쓰러지듯이 드러누웠다. 현 중위의 시체를 보자 마지막 남았던 기운마 저 빠져 버리고 만 것이었다.
 잠시 후에 김 일등병은 무엇을 생각했는지 일어나 허청거리며 벼랑 쪽으로 가더니 돌을 집어 던지기 시작 했다. 그때마다  까마귀가 펄럭 하고 시체를 떠나는 것이었으나. 곧 못마땅한 듯이 까욱까욱 하며 다시 내려 앉는 것이었다.
 김 일등병은 도로 와 쓰러지듯이 드러누워 버렸다.
 옆에 누워 있는 주 대위를 돌아다보았다. 그는 눈을 감은 채 번듯이 누워 있었다.
[A] 「김 일등병은 전에 치열한 싸움터에서는 오히려 잊게 마련이었던 죽음이란 것을 몸 가까이 느꼈다. 내일쯤은 까마귀가 자기네의 눈알도 파먹으리라. 그러자 그는 옆에 누워 있는 주 대위가 먼저 죽어 까마귀에게 눈알을 파먹히우는 걸 보느니보다는 차라리 자기편이 먼저 죽어 모든 것을 모르고 지나기를 바랐다.
 그는 문득 울고 싶어졌다. 그러나 그럴 기운조차 지금 그에겐 없었다. 」
 

 저도 모르게 혼곤히 잠 속에 끌려들어 갔던 김 일등병은 주 대위가 무어라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떴다. 하늘 에 별이 총총 나 있었다.
 -저 소릴 좀 듣게.
 주 대위가 누운 채 쇠진한 목 안의 소리로,

 -폿소릴세.
김 일등병은 정신이 번쩍 들어 상반신을 일으키며 귀를 기울였다. 과연 먼 우레소리 같은 포성이 은은 히 들려오는 것이다.
 -어느 편 폽니까?

 -아군의 포야. 백오십오 미리의…….
 이 주 대위의 감별이면 틀림없는 것이다. 그래 얼마나 먼 거리냐고 물으려는데 주 대위 편에서,

 -그렇지만 너무 멀어. 사십 리는 실히 되겠어.
 그렇다면 아무리 아군의 포라 해도 소용이 없다.

 김 일등병은 도로 자리에 누워 버렸다.
[B]「주 대위는 지금 자기는 각각으로 죽어 가고 있다고 느꼈다. 이상스레 맑은 정신으로 그게 느껴졌다. 그러다가 그는 드디어 지금까지 피해 오던 어떤 상념과 정면으로 부딪쳤다. 그것은 권총을 사용해야 한 다는 생각이었다. 아무래도 죽을 자기가 진작 자결을 했던들 모든 문제는 해결됐을 게 아닌가. 첫째 현 중위가 밤길을 서두르다가 벼랑에 떨어져 죽지 않았을는지 모른다. 아무튼 이제라도 자결을 해 버려야 한다. 그러면 아무리 지친 김 일등병이라 하더라도 혼잣몸이니 어떻게든 아군 진지까지 도달할 가망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
 그는 김 일등병을 향해,
 -폿소리 나는 방향은 동남쪽이다. 바로 우리가 누워 있는 발 쪽 벼랑을 왼쪽으로 돌아 내려가면 된다!

 ㉤있는 힘을 다해 명령조로 말했다. 그리고 무거운 손을 움직여 허리에서 권총을 슬그머니 빼었다.

 

 

 

 

01. [A]와 [B]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A]는 이야기 내부의 서술자를 통해 인물들의 행위가 의미하는 바를 밝히고 있다.
② [A]는 인물들이 지향하는 가치관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심리적 갈등을 부각하고 있다.

③ [B]는 인물의 회상을 통해 상황이 전개되는 과정을 제시하여 사건의 전말을 그려 내고 있다.

④ [A]와 [B]는 모두 이야기 외부의 서술자를 통해 인물의 내면 의식을 묘사하고 있다.

⑤ [A]와 [B]는 모두 인물의 행동과 대화에서 느낄 수 있는 서술자의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02. 윗글의 내용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주 대위는 멀리서 들려오는 아군의 폿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② 김 일등병은 현 중위가 떠났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③ 주 대위와 김 일등병은 현 중위의 시체를 보고 깊은 절망감에 빠졌다.

④ 주 대위는 현 중위가 아군에게 도움을 청해 자신을 구해 주리라 기대하였다.

⑤ 김 일등병은 아군이 사십 리 정도 떨어져 있다는 주 대위의 말에 실망하였다.

 

 

03.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황순원의 소설은 불안하고 비극적인 상황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관찰하기보다 그러한 상황이 바로 우리의 실존적 조건이라는 인식을 보여 준다. 불안과 비극을 야기하는 외부의 조건은 인간다움 을 가로막는 상황이지만 삶과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다. 이때 인간다움이란 자신이 한계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인간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그 과정에서 연약한 주변 사람들을 외 면하지 않고 보살펴 주는 것이다.

-------------------------------------------------------------------------------------------------------------------------------------------------------------

① ㉠에서는 한계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연약한 주변 사람을 외면하지 않는 김 일등병의 인간다움이 드러난다고 할 수 있군.
② ㉡에서는 비극적인 상황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관찰하기보다 주 대위와 김 일등병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서술한다고 할 수 있군.
③ ㉢에서는 인간다움을 가로막는 상황에서 주변 사람들을 보살피지 않고 떠난 현 중위의 비참한 최후가 제시된다고 할 수 있군.
④ ㉣에서는 불안과 비극을 야기하는 원인을 인간다운 삶과 연결 지어 받아들이려는 김 일등병의 인식이 나타난다고 할 수 있군.
⑤ ㉤에서는 부하를 살리기 위해 상관으로서 자신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려는 주 대위의 모습이 엿보인다고 할 수 있군.

 

 

04. ⓐ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불모의 황야라는 공간적 배경을 통해 주 대위와 현 중위의 갈등이 해소되는 것을 지연시킨다.
② 목이 잘리는 개미 떼의 모습에서 자신도 죽으리라는 불안감을 느낀 현 중위가 앞으로 취할 행동을 암시한다.
③ 개미구멍 한옆에 따로 뚫려 있는 샛구멍을 통해 현 중위가 주 대위를 업고 이동해야 하는 처지임을 강조한다.
④ 기계적으로 주둥이를 놀리는 왕개미의 모습을 주 대위의 과거 행적에 비유하여 갈등의 근본 적 원인을 드러낸다.
⑤ 머리를 잘리더라도 본래의 구멍으로 나오는 개미 떼의 모습에서 상황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현 중위의 성격을 엿볼 수 있다.

 

 

 

정답

 

01. ④

02. ④

03. ④

04. ②

 

 

 

'너와 나만의 시간' 핵심 정리

 

1. 갈래 : 단편 소설, 전후 소설

2. 작가 : 황순원(19152000)

3. 구성 : 시간의 역전적 구성

4. 경향 및 성격 : 리얼리즘, 실존주의

5.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6. 배경 : 6·25 전쟁 중, 어느 깊은 산 속

7. 제재 : 낙오자들의 삶

8. 주제 : 극한의 상황에 처한 이들이 보이는 삶에 대한 의지

9. 출전 : <너와 나만의 시간>(1964)

10. 구성

· 발단 : 부상당한 주 대위와 함께 무작정 걷고 있는 현 중위와 김 일등병

· 전개 : 현 중위의 꿈

· 위기 : 현 중위가 떠나버리고 난 후 얼마 안 있어 주 대위와 김 일등병은 현 중위의 시체를 발견

· 절정 : 주 대위는 김 일등병의 걸음을 재촉하며 총을 겨눔

· 결말 : 드디어 인가를 찾아낸 주 대위와 김 일등병

 

11. 인물

주 대위 : 삶에 대한 집념이 강한 인간형

현 중위 : 현실적인 인간으로 정에 얽매이기보다는 실질적인 가능성을 향해 움직이는 인물

김 일등병 : 따뜻한 인간애를 지니고 있는 인물

 

12. 전체 줄거리

 

주 대위, 김 일등병, 현 중위 이 세 사람은 전쟁 중에 낙오하여 인적이 없는 깊은 산속을 헤매고 있다. 현 중위아 김 일등병은 다리에 총상을 입은 부상자인 주 대위를 교대로 업어 가면서 이동하고 있다. 현 중위는 주 대위의 허리에 찬 권총을 바라보는 행동을 통해 주 대위가 자결하도록 암묵적인 압력을 주지만 주 대위는 이를 애써 외면한다. 그러던 중 비참한 죽음의 상황을 상징하는 꿈의 이미지에 시달리던 현 중위는 혼자 살아남기 위해 주 대위와 김 일등병 둘만 남기고 슬쩍 사라진다. 김 일등병이 혼자 주 대위를 업고 길을 떠나지만 더위와 굶주림 때문에 멀리 이동하지는 못한다. 주 대위는 몇 달 전 부산에서 만났던 한 여인을 떠올리며, 타인을 위한 희생을 강요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두 사람은 혼자 떠났던 현 중위의 시신이 능선 낭더러지 아래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서 남은 기운마저 다 빠지게 된다. 그러다가 두 사람은 멀리서 들리는 아군의 대포 소리 덕에 살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잠시나마 갖게 되지만, 대포 소리가 나는 곳까지 너무 멀다는 사실에 절망한 주 대위는 자결을 선택하려 한다. 그 순간 주 대위는 대포 소리 사이로 들리는 개 짖는 소리에 인가가 가까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개 짖는 소리를 듣지 못한 김 일등병은 생존의 희망을 상실하고, 주 대뒤는 그런 김 일등병을 권총으로 위협하여 자신을 업고사 인가가 있는 곳까지 걷게 만든다. 인가에 도착하기 직전 주 대위는 의식을 잃고 만다.

 

13.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전쟁에서 낙오와 부상으로 인해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세 사람의 심리와 그들이 선택한 삶의 방식을 보여 준다. 그들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삶의 욕구이다. 현 중위는 자신의 삶을 위해 혼자 떠나지만, 비극적인 죽음을 맞게 된다. 김 일등병은 끝까지 주 대위를 버리지 않는다. 주 대위는 자신이 그들에게 짐만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삶의 욕구를 포기하지 않는다. 주 대위가 마지막에 듣는 소리는 실제의 소리라기보다는 끝까지 삶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내부 의지의 표현에 가깝다. 주 대위가 들은 그 소리는 김 일등병에게는 새로운 희망의 소리로서, 생존에 대한 확신을 심어 주는 힘이 된다. 주 대위는 김 일등병에게 힘을 주기 위해서, 개 짖는 소리를 듣는 것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 작품의 말미에서 개 짖는 소리는 이들의 삶에의 욕구에 대한 희망의 소리인 것이다.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 줄거리] 해방이 된 후에 ‘나’는 친구인 방과 함께 만주에서 서울로 돌아오다가 그와 헤어지게 되고 화물차를 얻어 타 함경도의 수성까지 오게 된다. ‘나’는 제방을 따라 내려가다가 한 소년을 만나는데, 그 소년은 뱀장어를 잡아 일본인에게 파는 일을 하고 있었다.

 

 “첨엔 돈 많이 주는 것도 좋기는 했어요. 정말—했는데 그놈의 조합장 해 먹은 일본 놈 잡구 나서 하루는 위원회 김 선생이 우리 집에 와서 이 양복을 주며 하는 말씀이 퍽 이상한 말씀이 아니겠어요. 너 남의 집 초상 난 데 가 본 일 있니, 담박에 그러십니다—가 봤습니다 하니까, 그 사람 죽은 방에서 일가친척이며 온 동네 사람들이 왜 모여서 들끓고 날을 새우는지 알어?—모릅니다 했습니다. 그랬더니 웃으시며 김 선 생 하는 말이 다른 할 일이 있어서 그렇기도 하지마는, ㉠죽은 사람이 벌떡 일어나는 수가 있단 말이야 하시고는 하하하 하고 자꾸 웃으셨습니다.”/ “응.”
 “글쎄 그래요. 무슨 소린지를 몰라서 왜 벌떡 일어나요, 어떻게 벌떡 일어나요, 하고 무서워서 물으니 깐—죽은 사람 몸뚱이 위를 고양이가 넘어 지나가면 일어난다고 왜 그러지들 안 해?!—그러시구는 또 깔깔거리고 웃으십니다. 날 놀리듯이 그렇게 자꾸만 웃으시구 나서, 그러니까 고양이가 오는지 안 오는 지 시체가 벌떡 일어날려는지 안 날려는지 잘 지켜야만 된단 말이야. 네가 잡은 그놈의 조합장 놈도 그렇게 얌전하게 자빠졌던 놈인데 벌떡 일어나서 달아날려는 것 보겠지.”
 “그런 말씀을 하셨어? 그러니까 네가 잡은 이 뱀장어가 ㉡꽤 엉뚱한 것을 하는 셈이었단 말이지. 사람이 못 지키는 고양이를 다 지키구.”
절반은 소년의 말 대답으로 또 절반은 그의 안색을 살피는 놀라움으로 나는 이랬다. 

 “그 김 선생이란 이가 누구니?”
 “위원회에서 뭔가 하시는데, 꽤 높은 사람이야요. 전에 감옥서 나왔지요. 감옥에 들어가기 전에 우리 집 동네에 살다가 지금은 포항동에 일본 놈 살던 집 얻어 가지구 게서 지내지요. 김 선생넨 선생 어머니하고 나만 하고 나보다 적고 한, 아버지 없는 조카들하고 지내다가 김 선생이 잡혀 들어가고 난 뒤에 그 할머니 가 혼자 살 수가 없어서 그것들을 데리고 포항동 어느 집에 가서 지금껏 남의 집을 살았었지요.”
 “응, ㉢그런 분이시야?”
 “이번엔 그런 사람이 참 많았어요.”

  “그랬겠지.”
 나는 아무 말도 아니하고 잠잠하였다. 소년도 입을 다문 채 더는 재잘거리지를 아니하고 무엇인가 중대한 것을 생각하는 사람처럼 고개를 소긋하고 걸어갈 뿐이었다.
 “그건 그런데 에에또 너, 그 김 선생이란 이가 죽은 사람을 대놓고 하신 말씀 그래 그때 알아들었단 말이냐?”
 나는 다시 이렇게 입을 열지 아니할 수가 없었다.

 “알어듣구말구요. 그걸 몰라요?”
 소년은 한번 내 얼굴을 치켜 올려다보고,

 “아직 못 보셨군요. 건 정말 다들 죽은 거 한가집니다.”
그는 다시 처음의 흥분 상태로 돌아가 낯에 엷은 분홍기가 떠오르더니 다음 순간에는 다시 푹 꺼져 들어 가면서,
  [A] 「내 뱀장어깨나 사 먹는 녀석들은 어디다 숨켰던지 간에 숨켜서 돈푼 있는 놈들이 틀림없지만요, 정말 다아들 배가 고파서 쩔쩔맵니다. 다아들 얼굴이 하얗고 가죽이 축 늘어지고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는 걸 가지고 밤낮을 모르고 망깨를 비라리*허러 촌으로 나려오지 않습니까. 배추꼬랑이를 먹는다, 고춧잎을 딴다, 수박 껍데기를 핥는다, 그래 보다가 저엉 할 수가 없으면 ㉣고무산이나 아오지로 가지요. 누가 보 내지 않아도 자청해서 갑니다. 우리 여기는 쌀이 없는 덴데 일본 것들이란 거지반 사내 없앤 것들만인 데다가 애새끼들만 오굴오굴허는 걸 데리고 가기는 어딜 가며 어딜 가면 무얼 합니까.” 」
 

                                                                                           (중략)
 
 “부질없는 말로 이가 어째 안 갈리겠습니까— 하지만 내 새끼를 갖다 가두어 죽인 놈들은 자빠져서 다들 무릎을 꿇었지마는, 무릎 꿇은 놈들의 꼴을 보면 눈물밖에 나는 것이 없이 되었습니다그려. 애비랄 것 없이 남편이랄 것 없이 잃어버릴 건 다 잃어버리고 못 먹고 굶주리어 피골이 상접해서 헌 너즐떼기에 깡통 을 들고 앞뒤로 허친거리며, 업고 안고 끌고 주추 끼고 다니는 꼴들—어디 매가 갑니까. 벌거벗겨 놓고 보니 매 갈 데가 어딥니까.”
 “…….”
 “만주서 오셨다니깐 혹 못 보셨는지 모르지마는, 낮에 보면 ㉤이 조그마한 장터에도 그 헐벗은 굶주린 것 들이 뜨문히 바닥에 깔리곤 합니다. 그것들만 실어서 보내는 고무산인가 아오진가 간다는 차가 저기 와 선 채, 저 차도 벌써 나 알기에 닷새도 더 되는가 봅니다만, 참다 참다 못해 자원해 나오는 것들이 한 차 되기를 기다려 떠나는 것인데, 닷새 동안이면 닷새 동안 긴내 굶은 것인들 그 속에 어째 없겠어요.”

 그러지 아니하여도 나는 할머니의, 아까 그것들이 업고, 안고, 끼고 다닌다는 측은한 표현을 한 것으로부 터, 낮에 수성서 들어오는 길로 맞닥뜨린 사람들이 복작거리는 좁은 행상로 위에 일어난 한 장면의 짤막한 씬을 연상하기 시작하는 중이었는데, 노인은 이러고는 말을 끊고 흐응 깊은 한숨을 들여쉬었다.
 [B] 「참으로 그 일본 여자는 업고, 달고, 또 하나는 손을 잡고, 아마 아오지 가기를 기다리는 차에서 기어 내려온 듯 폼 가까운 행 상로 위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허옇게 퉁퉁 부어오른 낯에 기름때에 전 걸레 같 은 헝겊 조각으로 머리를 질끈 동이고, 업고, 달리고, 잡힌 채, 길 바추에 비켜 서 있었다. 머리를 동인 것만으로는 휘둘리는 몸을 어찌할 수 없다는 모양으로, 골쌀을 몇 번 찌푸렸다가는 펴서, 하늘을 쳐다 보고, 또 찌푸렸다가는 펴서 쳐다보고 하기를 한참이나 하며 애를 쓰는 것을 자기는 유심히 건너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비라리: 구구한 말을 하여 가며 남에게 무엇을 청하는 일.

 

 

01. 윗글을 통해 알 수 있는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소년은 돈 많은 일본인들에게 뱀장어를 팔곤 하였다.
② 소년은 달아나려는 일본인 조합장을 잡은 적이 있다.
③ ‘나’는 만주에서 지내다가 우리나라로 돌아오게 되었다. ④ 궁핍을 겪고 있는 일본인들은 주로 여성과 어린아이들이다. 

⑤ 김 선생은 감옥에서 나온 후 소년이 살고 있는 동네로 이사 왔다.

02. ㉠~㉤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패망 후 숨죽이며 살고 있는 일본인들을 빗댄 말이다. 

② ㉡: 돈을 숨겨 가지고 있던 일본인을 찾아낸 일을 지칭한다. 

③ ㉢: 김 선생 어머니처럼 해방 후 남의 집 살이를 한 사람을 말한다. 

④ ㉣: 궁핍한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마지못해 선택하는 공간이다. 

⑤ ㉤: 고무산이나 아오지로 가는 차가 사람들을 기다리는 장소이다.

 


03. [A]와 [B]에 공통으로 나타난 서술상 특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과거 회상을 통해 관찰 대상이 처한 어려움의 원인을 탐구하고 있다.
② 외양이나 행동을 묘사하여 관찰 대상의 고달픈 처지를 드러내고 있다.
③ 심리 묘사를 통해 주어진 사건에 대한 인물의 내적 갈등을 보여 주고 있다. 

④ 짧은 문장의 연속을 통해 인물이 경험한 사건의 개요를 간결하게 요약하고 있다. 

⑤ 배경에 대한 묘사를 통해 현실에 대한 인물의 심리를 간접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04. <보기>의 밑줄 친 ‘패망한 일본인들’에 대한 인물들의 태도를 이해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

 해방 공간에서 우리 민족이 패망한 일본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복합적이고 다층적이다. 그들이 36년간 보여 줬던 행태에  대한 분노와 그런 그들에 대한 복수의 감정, 그들의 패망에서 느끼는 희 열과 그들에 대한 조롱 등 그들과 우리가 서로 다른 존재라는 이질감에서 비롯된 감정들이 시선의 한 축에 존재한다. 그런가 하면 패망으로 인해 자신이 가진 것을 잃고, 굶주리고 핍박받는 존재들 이 된 그들에 대한 연민과 동정 같은, 어쩌면 고단한 삶을 경험한 사람들이 갖는 동질감에서 비롯 된 감정들이 시선의 다른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허준의 「잔등」은 이와 같은 복합적인 시선들이 잘 나타나 있는 작품이다.

-----------------------------------------------------------------------------------------------------------------------------------------------------------------

① 김 선생이 ‘하하하 하고 자꾸 웃’는 이유는 일본인들의 패망에서 느끼는 희열 때문이겠군.
② ‘날 놀리듯이’ 질문을 던지는 김 선생의 태도에서 일본인들을 조롱하는 태도가 나타나 있군.
③ 김 선생이 ‘일본 놈 살던 집’을 얻어 사는 것은 패망한 일본인들에게 동질감을 느끼기 때문이 겠군.
④ 노인의 ‘매 갈 데가 어딥니까.’라는 말에는 일본인들의 행태에 대한 분노의 감정이 나타나 있군.
⑤ 노인이 ‘흐응 깊은 한숨’을 쉬는 것은 패망한 일본인들에게 느끼는 연민의 감정 때문이겠군.

 

 

 

 

정답

 

01. ⑤

02. ③

03. ②

04. ⑤

 

 

 

 

'잔등' 핵심 정리

 

 

1. 갈래 - 중편 소설

2. 배경 : 시간 - 해방기 시점에서 부각시킨 일제 징용 시대의 현실.

공간 - 만주, 청진 등지

3. 시점 : 1인칭 관찰자 시점

4. 의의 : 해방을 맞이하는 태도에 대한 새로운 조명

5. 제재 : 해방 직후, 다양한 삶의 방식과 일본인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

6. 주제 : 광복 후 새로운 인간 정신의 모색.

 

7. 해제

1946<대조(大潮)>에 발표된 중편 소설로 허준의 대표작이다. 해방 후, 만주의 장춘(長春)에서 함경 도 회령, 청진을 거쳐 서울로 오기까지 와 친구 ()’이 겪은 체험담이다. 광복을 맞이한 한국인의 두 가지 상반된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해방기의 문학은 일반적으로 역사적 해방에 대한 감격을 직설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문학 작품으로 서의 정교함이나 미학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이 '잔등'은 해방과 귀향의 감격적인 의 식에 함몰되지 않고 냉철한 시각으로 인간애의 의미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따라서 허준의 '잔등'은 귀국의 여정을 다루면서도 당대의 시대적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파하여 인간적 삶의 따뜻한 애정을 잔등의 불빛이라는 상징을 통하여 탁월하게 형상화한 작품이다.

 

8. 전체 줄거리

 

해방 후, 광복의 열기와 착찹함, 그리고 무질서가 뒤얽힌 시대 상황에서 친구인 ()’과 장춘(長春)에서 청진까지 오던 는 열차를 놓친다. ‘과 헤어진 뒤 화물차를 얻어 타고 청진 못 미친 수성까지 오게 된다. ‘는 제방을 따라 내려가다가 삼지창을 들고 뱀장어를 잡는 한 소년을 발견한다. 이 소년은 뱀장어를 잡아서 일본인에게 파는데, 사실은 숨어 있는 돈 많은 일본인을 알아내어 한국인들에게 알리는 일이 본업(本業)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일본인들에 대한 복수에 열성적으로 앞장서고 있는 모습을 는 망연히 바라만 본다. ‘을 만나려고 청진역으로 왔을 때, 국밥 장사를 하는 어떤 할머니를 만난다. 할머니는 갓 서른에 남편을 여의었고, 독립 운동을 하던 아들마저 일경(日警)에 잃은 사람이다. 그런 불행한 과거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는 난민들에게 너그러울뿐더러, 일본인에게까지 원한과 저주를 넘어 관대하고 동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는 할머니에게서 인간 희망의 넓고 아름다운 시야를 발견한다. ‘은 다시 군용 열차로 청진을 떠난다. ‘의 머릿속에는 국밥집 할머니의 잔등(殘燈), 뱀장어를 잡던 소년의 잔등(殘燈)이 흐린 불빛으로 새겨진다. ‘는 해방된 조국에서 이국 병사들의 감시를 받으며 남행 열차에 몸을 싣는다.

 

9. 구성

발단 : 친구인 ()’과 함께 장춘에서 청진으로 향함.

전개 : 열차를 놓쳐 과 헤어짐.

위기 : 수성강 둑에서 뱀장어를 잡는 소년을 만남.

절정 : 청진역에서 국밥 장사를 하는 할머니를 만남.

결말 : ‘과 함께 다시 군용 열차로 청진을 떠나 서울로 향함.

 

10. 작중 인물 :

(‘()’) : 화가. 지성인. 징용에 끌려 갔다가 고향으로 돌아오는 내면적 성격의 인물. 해방이 되자 만주 장춘에서 회령, 청진을 거쳐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일본인에 대한 한국인의 두 가지 태도를 체험한다.

() : ‘와 함께 귀국길에 오른 친구. 사교적·행동적인 인물.

소년 : 뱀장어를 잡아 일본인들에게 팔지만 돈 많은 일본인들을 알아내어 한국인들에 게 알리는 것이 본업(本業).

할머니 : 국밥 장수. 일찍 남편을 잃고 외아들이 독립 운동을 하다가 감옥에서 죽음. 아들의 일본인 친구도 죽은 데에서 일본인에게 연민의 정을 가지는 인정 많은 인물.

 

 

11.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해방 직후 만주에서 서울로 이어지는 귀향의 여정을 중심으로, 해방의 환히와 기쁨에 도취되기보다는 행방 직후의 현실을 냉철학 인식하고 객관적으로 그려 내고 있다. 특히 망한 일본인들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을 통해 새로운 시대 정신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는 작품이다.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 줄거리] ‘나’는 창의문 밖으로 이사한 이후 집안일을 해 줄 만한 사람을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었다. 도심에서 먼, 시골에 가까운 ‘나’의 집에 일을 하러 왔다가도 오래 있으려 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힘겹게 연이 닿아 어느 할멈을 일하는 사람으로 맞아들이게 된다.

 

[A] 「아내의 전하는 말을 들으면 그 할멈은 황해도 안악 사람으로 농토를 빼앗기고 살길이 없어 아들 부부 만 제 시골에 처뜨리고 저는 열세 살 먹이 손자 하나를 데리고 벌이할 곳을 찾아 걸어서 서울을 올라왔다. 공덕리를 중심으로 한 기름 장사의 틈에 끼어 삼 원이란 전 천량을 들여 장사를 시작해 보았으나 처 음 일이라 단골도 없고 모든 일에 서툴러서 밑천조차 깝살려 버리고 필경 남의 집에나 살아 보자고 나섰더니 그나마 뜻같이 되지 않아 오늘날까지 동향의 기름 장사꾼의 신세를 입다가 우리 집에 오게 되었 다 한다.」

  하루 이틀은 무사히 지나갔다. 사흘이 못 되어 피차에 얼굴이 조금 익어지자 ㉠그의 호소와 하소연이 육 칠월 장마 모양으로 그칠 줄 몰랐다. 그는 아내를 조르다가 못하여 인제는 나만 보면 조르기 시작한다. “나으리 마넴. 저 새끼(제 손자를 가리킴.)를 어떻게 하면 좋쉬까? 댁으로 데불고 와요? 열세 살이라도 못 할 일이 없쉬다…….”

 “저 건네방이 비지 않았쉬이까? 우리 아들 내외께 좀 빌려주시깡요. …… 이 거룩한 댁에서 살게 해 주 소?”

 “돈을 십 원만 선월급으로 미리 좀 주시까요? 서울에 올라올 때 동리 사람에게 진 빚냥을 갚어야 되겠쉬 다. 나으리 마넴, 사람 좀 살리소…….”

 그는 제 일신의 모든 어려운 사정을 한꺼번에 해결해 보려는 듯하였다. 처음에는 허허실수 지나치는 말로 만 여겼더니 웬걸 차차 그의 하소연이 물론 진정으로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것을 깨달았다. ㉡물에 빠지는 사람이 한 오라기를 부여잡는 모양으로 그는 죽을힘을 다해서 우리에게 매어 달리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우리에겐 물론 그런 여유가 없었다. 다달이 몇 푼 월급으로 겨우 꾸려 가는 ㉢우리에게 그의 손자를 기르고 그의 아들 부부를 살릴 힘은 어디를 쥐어짜도 나올 턱이 없었다. 식구라야 우리 내외와 다섯 먹이 딸 하나, 집이 멀고, 명색 밭이라고 산기슭에 몇 고랑 있는 탓에 문안 심부름과 집 거두기에 열아홉 살 먹은 대욱이란 아이를 들인 터이라 안잠자기 외에 사람 더 둘 필요는 절대로 없었다. 할멈의 사정이 아무리 딱하다 하더라 도 부둥부둥 식구를 늘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의 청을 들으려야 들을 수 없었다.

 나의 맘은 무거웠다. 그에게 동정을 하면 할수록 나의 고통은 컸다. 험난한 인생의 길의 산 표본을 눈앞에 보는 듯하여 나의 가슴만 어두워질 뿐이다.

 낮보다도 밤이 더 견디기 어려웠다. 낮에는 나도 집에 붙어 있지 않거니와 자기도 일이 바쁘니 조를 겨를 이 없으되 밤엔 저녁을 먹고 앉으면 그의 애원은 쉴 새 없이 나의 귀를 울리고 머리를 들먹인다. 두 방에 불 때기가 어려워서 장지로 막은 안방에 우리는 아랫간에 자고 그는 윗간에 자니 한방이나 진배가 없었다. 그 의 한숨과 호소는 장지* 하나 격해 폭포수같이 쏟아진다. 그는 좀처럼 잠도 자지 않았다. 내가 깨어 있는 듯 한 눈치만 보이면 자기의 원정과 설움과 슬픔을 늘어놓는다. ‘이 거룩한 댁에서 자기를 안 살려 주면 누가 살리겠느냐?’ 내가 꼭 그를 구해야만 될 의무가 있는 것처럼 추근추근하게 굳세게 줄기차게 조르고 볶고 호소하고 애원한다. 불면증이 있는 나는 이따금 뜬눈으로 새우기까지 되었다.

 [B]「잠꼬대처럼 호소를 중얼거리다가도 그는 흔히 고단한 꿈을 맺는 모양이나 이 꿈이 도무지 길지 않았 다. 높던 숨소리는 이내 깊은 한숨으로 변한다. 그렇다! 그것은 정말 깊은 한숨이다. 바닷속 깊이 파도 가 이는 모양으로 ‘우후우’ 하는 처량한 울림을 낸다. 그의 천 마디 만 마디 말보다도 이 한숨이야말로 그의 슬픔과 번민과 고통을 가장 웅변으로 설명해 준다. 나는 잠결에도 이 한숨 소리만 들으면 번쩍하 고 눈이 떠진다. 열 손, 스무 손이 나를 흔들어 깨운다 한들 이 인생의 최후의 휘파람 같은 무겁고 우렁 차고 비통한 이 울림처럼 나의 맘을 뒤흔들고 맘을 움직이지 못하였으리라. 나는 고만 잠을 잊어버린 다. 그 산란한 괴로운 숨결! 그 탄력 없는 늙고 무거운 팔다리가 이리로 저리로 뒤적거리는 둔한 음향!」

 그는 청을 하다하다 듣지 않으니까 대욱이를 미워하기 시작하였다. ‘저놈만 없으면 내 손자가 있게 될 텐데.’ / 하고 내심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세 끼의 밥도 잘 찾아 주 지 않고 더구나 된장찌개 하나 잘 만들어 주지 않았다. 나중에는, 저 애는 다 컸으니 어디를 가도 제구실을 할 터이니 그만 내어 보내고 자기 손자를 갖다 두자고 노골적으로 아내를 졸랐던 모양이다. ㉤눈 여린 아내는 처음엔 그를 위하여 눈물까지 흘린 일이 있었으나 이 요구에는 어이가 없었다.

 “아무리 제 자식을 위한다 한들 어쩌면 있는 사람을 내보내라고까지 한단 말요? 다 같은 처지에…… 심청*이 나빠.” / 하고 눈의 밖에 나게 되었다.

 할멈이 온 지 한 열흘쯤 지냈으리라. 그는 내일쯤 제 손자를 찾아보고나 오겠다고 청했다. 우리는 물론 허락하였다. 오늘 낮쯤 갈 터인데 오늘 아침에 생긴 일이다.

 나는 어젯밤에도 잠을 잘 못 자고 심지가 좋지 못한 대로 뒷동산을 한 바퀴 휘돌아 내려오니까 아내가 파랗게 질려서 할멈과 무어라 떠드는 소리를 들었다.

 그 사단은 이러하다. 할멈이 일어나 나간 뒤로 아내가 나가 보니 마룻바닥에 쌀낱이 흩어져 있었다. 밥쌀을 내다가 떨어뜨린 것인가 하였더니 자세히 살펴보니 마루로부터 뜰로, 뜰로부터 우물 가는 길로 쌀이 줄 을 그은 것처럼 흘러 있었다. 하도 이상해서 할멈 뒤를 쫓아가 보니까 그의 걷는 대로 쌀이 줄줄 흘러내린 것을 발견하였다. 필경 할멈의 품속에 쌀을 감추어 둔 것이 발견되었다 한다. 그는 헌털뱅이 전대 하나를 주 워서 쌀을 불룩하게 집어넣어 가지고 가슴 밑에 찼는데 전대의 구멍이 뚫어져서 그의 걷는 대로 쌀이 흐르 게 된 것이었다.

 나는 그대로 출근했다가 저녁때 돌아와서 할멈을 물었더니 그는 품속에서 훔친 쌀을 도로 내어놓고 백배 사죄하며 제 손자한테로 갔다 한다. 손버릇이 나쁘니 물론 집에 둘 수가 없어서 날짜를 따져 월급을 주어서 아주 보내고 말았다 한다.

 

                                                                                       (중략)

 대욱이는 자못 분개한 중에도 어이없어 웃는다. 이번 사건에 대욱이가 제일 치를 떨었다. 고지식한 그는 그런 짓을 하니까 없는 사람이 대접을 못 받는다고 펄펄 뛰면서 할멈을 맞대해 놓고 욕지거리를 하며 징역 을 살린다고 울림장을 놓았다 한다.

 나는 그 할멈의 한 일을 서투른 도적의 노릇으로 웃어 버리기엔 너무 맘이 저리었다.

 대욱의 말마따나 할멈은 과연 파출소를 겁내었을까? 아무도 몰래 안전하게 제 품속에 든 동전 세 푼이 귀 신 아닌 사람에게 발각되리라고 믿었을까? 사랑하는 손자에게 옥춘당*으로나 변할 그 귀중한 동전 세 푼을 확실치 않은 겁결에 그리 쉽사리 내어놓았을까? 

 그는 일부러 동전 세 푼을 내어던진 것이다. 네 보라는 듯이 내어던진 것이다!

 “섬으로 있는 쌀을 몇 줌 훔친들 어떻단 말이냐? 굶주린 내 손자에게 한 끼 이팝을 해 준들 어떻단 말이 냐? 무슨 대사냐? 품속에 넣은 쌀까지 우벼 뺏는 알뜰한 요것들아, 이 동전 서 푼이나마 마저 받아라! 그 리고 잘살아라!”

 맘속으로 외치며 이 동전을 던진 것이다. 우리의 얼굴을 향해서, 심장을 향해 이 동전 서 푼을 후려갈긴 것이다!……

 

 *장지: 방과 방 사이, 또는 방과 마루 사이에 칸을 막아 끼우는 문. *심청: 마음보. *옥춘당: 쌀가루로 만든 사탕의 하나.

 

 

 

01. [A]와 [B]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A]는 외양에 대한 자세한 묘사를 통해 인물의 성격을 제시하고 있다.

② [A]는 다양한 소재의 활용을 통해 앞으로 전개될 사건을 암시하고 있다.

③ [A]는 특정 시점에 대한 회상을 통해 과거를 성찰하는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④ [B]는 공간적 배경의 사실적 제시를 통해 인물의 내면 심리를 강조하고 있다.

⑤ [B]는 비유와 영탄적 표현의 활용을 통해 대상에 대한 인물의 판단과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02.  ㉠~㉤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할멈의 요구가 지속적으로 행해졌음을 알 수 있다.

② ㉡: 할멈의 요구가 절박한 상황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③ ㉢: 할멈의 요구가 할멈 가족의 안위와 관련된 것임을 알 수 있다.

④ ㉣: 할멈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대욱에 대한 미움의 감정을 알 수 있다.

⑤ ㉤: 할멈의 요구는 아내의 태도가 변할 정도로 무리가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03.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서투른 도적」이 발표된 1931년은 일제 강점하의 농촌 수탈이 극심하던 시기로, 농토나 삶의 터전을 뺏긴 농민들은 도시로 이주하여 빈민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작품에 나타난 할멈의 빈곤과 그로 인한 타락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할멈의 도둑질이 부정한 것이기는 하나, 이는 궁극적으로 할멈이 처한 상황의 사회 구조적 모순을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나’는 할멈이 처한 상황에 대해 내적 갈등을 겪으며 괴로워할 뿐만 아니라 벌어진 상황을 통해 도덕적 자각을 하게 된다. ‘나’의 이러한 자각은 도둑질의 원인을 개인이나 일부 계층의 도덕적 일탈보다는 사회 구조적 측면 에서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든다.

--------------------------------------------------------------------------------------------------------------------------------------------------------------

① 할멈이 ‘농토를 빼앗기고 살길이 없어’ 벌이를 위해 서울로 올라온 것을 통해 일제의 농촌 수 탈로 인한 도시 빈민의 상황과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② ‘그에게 동정을 하면 할수록 나의 고통은 컸다.’라고 생각하는 것을 통해 할멈의 상황에 대해 ‘나’가 내적 갈등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③ ‘품속에 쌀을 감추’거나 ‘동전 세 푼’을 훔친 것과 같은 할멈의 도둑질은 빈곤이 원인이 되어 나타난 타락의 양상으로 볼 수 있다.

④ ‘그런 짓을 하니까 없는 사람이 대접을 못 받는다고’ 분개하는 대욱의 태도는 할멈이 행한 도 둑질을 매우 부도덕한 것으로 간주하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⑤ ‘나’가 할멈이 ‘우리의 얼굴을 향해서, 심장을 향해 이 동전 서 푼을 후려갈긴 것’으로 생각 하는 것을 통해 사회적 모순에 대한 할멈의 자각을 ‘나’가 짐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답 

01. ⑤

02. ④

03. ⑤

 

 

'서투른 도적' 핵심 정리

 

1. 갈래 - 현대 단편 소설

2.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3. 주제 - 일제 강점기 도시 빈민의 처지와 이에 대한 연민과 자책감

4. 배경 - 일제 강점기 서울 외곽의 한 마을

5. 인물간의 관계

연민 미움

할멈 대욱이

기대 비난

6. 특징

-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이 등장하여 배경이 되는 시대 상황을 적나라하게 드러냄

- 시대의 아픔에 공감하는 작가의 의식이 집약적으로 표현

 

7. 전체 줄거리

 

두메산골에 가까운 창의문 밖에 살다 보니 집안일 하는 사람을 쉽게 구하지 못하는 는 나이 많은 어떤 할멈을 안잠자기로 힘겹게 들이게 된다. 그런데 황해도 할멈은 안잠자기로 들어와 자신의 열세 살 손자를 데려올 수 있게 해 달라 요구하고, 문안 심부름을 위해 두고 있는 대욱을 미워하며 그를 내보내라고 한다. 그 이유로 주인의 눈 밖에 난 할멈은 손주를 보러 가겠다며 쌀을 전대에 감추어 나가다 들키고 이후 쫓겨나다시피 하며 의 집에서 나가게 된다. 할멈이 나간 이후, 대욱은 파출소를 대며 할멈을 위협하여 동전 세 푼도 찾았다며 내놓고, ‘는 할멈의 심사를 짐작하며 자책한다.

 

8.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손주에게 쌀밥 한 그릇을 챙겨 주고 싶은 가난한 할멈의 도둑질을 통해 중산층이 가진 의식과 하층민의 상황을 대비하여 보여 주고 있다. 이는 할멈의 서툰 도둑질이, 어려운 이를 옆에 두고 양식을 쟁여 두고 사는 사람의 상태보다 윤리적으로 더 나쁜 것일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다고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하층민의 상황을 통해 사회 구조적 모순을 드러내고 그러한 모순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가진 이들의 양심(심장)을 일깨워야만 한다는 반성 또한 내포하고 있다.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산업화로 인해 여러 국가에서 고도의 경제 성장이 이루어지면서 사회의 여러 영역에서 특정한 관심, 가치·를 유지하거나 수행하기 위하여 조직화, 전문화된 집단들이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개인들이 공통의 목표 또는 가치를 달성하기 위해 형성된 집단을 '이익 집단'이라 한다. 개인의 자유를 옹호하는 다원주의적 입장에서는 사회가 단순히 개인의 집합체라는 전제 아래, 개인 또는 개인의 집합체인 이익 집단의 상호 관계에 의한 사회 구성을 강조한다. 이러한 입장에서는 국가 정책을 이익 집단 간의 상호 경쟁과 관계 양상에 의해 나타나는 결과로 파악하였다. 다원주의적 입장에서 국가는 이익 집단의 이해관계에 관여하지 않고, 단지 이익 집단 간의 타협과 조정에 의하여 형성된 공통 요소에 따라 행동하며 집단 간의 이해관계나 경쟁을 정책에 반영하기만 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하지만 자본주의 체제에서 산업화가 진행되며 인플레이션, 성장의 둔화, 실업률 증가 등 여러 사회적 문제들이 발생하였고,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주체로서 국가의 통치력이 요구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익 집단들과 국가의 관계를 새로운 각도로 분석할 수 있게 해 주는 틀로 코퍼러티즘(corporatism)이 주목받게 되었다. 코퍼러티즘은 정부, 기업(자본가), 노동자 간의 정치적 협상이 사회 갈등 해결의 핵심 수단으로 작용한다고 보는 정치· 사회 이론으로, 흔히 조합주의로 표현되기도 한다. 하지만 조합주의라는 표현은 노동조합의 투쟁을 주로 강조하는 생디칼리슴(syndicalism)과 혼동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코퍼러티즘의 의미를 제대로 담아내지는 못한다. 

 

 산업 사회 속에서 복잡하게 전개되는 이익 집단과 국가의 관계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국가, 자본가, 노동자의 입장을 모두 고려할 필요가 있다. 코퍼러티즘의 입장에서는 이익 집단이 내세우는 이익은 근본적으로 집단을 구성하는 개인들의 이익을 기반으로 형성되지만, 동시에 집단은 개인의 이익을 통제하고 국가와 협력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시각에서 사회 구성원들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집단을 조직하거나 기존의 집단에 가입함으로써 자신들의 요구를 정부에 전달하고, 이를 과널하기 위하여 때로는 일부 구성원들의 개인적 이익을 통제하면서까지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 역으로 정부도 이익 집단으로부터 정책의 입안이나 실행에 필요한 정보를 얻고 추진 동력을 얻는 상호 작용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와 같이 코퍼러티즘은 이익 집단과 국가 간의 관계를 상호 필요에 의한 일종의 거래로 보는데, 이는 코퍼러티즘의 입장에서 이익 집단과 국가 간 유의미한 정치적 교환 과정으로 파악될 수 있다. 국가는 정책을 입안할 때 해당 정책이 이익 집단들에 유리함이 있을 경우 정책의 실행을 대표적 이익 집단을 통해서 할 수 있다. 이는 국가가 직접 정책을 실행하기보다, 구성원 또는 군소 이익 집단들에 대한 일정한 통제력을 갖춘 대표적 이익 집단에 의존하는 것이 정책 실행의 측면에서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부와 협상하는 이익 집단은 동일 범주에 속한 군소 이익 집단을 대표할 뿐만 아니라, 이들에 대하여 행사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갖추어야 한다. 

 

 코퍼러티즘의 입장에서는 국가와 이익 집단이 모두 일종의 제약 아래 어느 정도 자율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양자는 상호 동등한 입장에서 정치적 교환이 이루어지는 관계라고 전제한다. 이익 집단은 논의가 결렬되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지 못할 뿐 아니라, 국가가 자신들에 대하여 법적, 행정적 힘을 행사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또한 국가는 사회 각 분야의 이익 집단의 도움이나 합의가 없이는 해당 분야의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할 정책적 동력이나 전문 지식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정치적 교환을 위해 국가는 자본가나 노동자를 대표하는 집단과의 상호 협조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대표적 이익 집단을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고, 이익 집단들의 조직화와 서열화를 지원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국가와 이익 집단이 상호 이익을 증진하고 사회 전체의 통합, 안정과 질서 유지에 기여한다는 것이 코퍼러티즘의 핵심이다. 

 

 

 

01. 윗글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것은?

① 다원주의의 입장에서는 국가가 이익 집단들의 관계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본다.

② 다원주의의 입장에서는 이익 집단 간의 경쟁과 관계 양상에 의해 국가 정책이 나타난다고 본다.

③ 코퍼러티즘의 입장에서는 국가와 이익 집단이 서로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 대등한 관계라고 본다.

④ 코퍼러티즘의 입장에서는 국가 정책의 실행을 위해 이익 집단들 간의 서열 관계도 필요하다고 본다.

⑤ 코퍼러티즘과 다원주의의 입장에서는 모두 이익 집단이 국가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02. 윗글에 나타난 '코퍼러티즘의 입장'에서 <보기>에 대해 보인 반응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19세기 이래 경쟁국들의 산업화에 직면했던 영국의 경우, 대외 경쟁에서의 승리를 위해 국가와 이익 집단이 합의하려 노력하거나 때로는 적절히 타협하여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국가적 효율성을 증진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다양한 이익 집단과 원활한 협상을 위해서는 사회 각 분야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전문성이 요구되었는데, 이러한 전문성을 지니기에 적합한 것은 의회보다 행정부의 관료 집단이었다. 이에 따라 행정부와 이익 집단 간 이루어지는 의회 밖의 정치적 교환이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고, 이전과 달리 행정부의 위상이 높아지게 되었다.

----------------------------------------------------------------------------------------------------------------------------------------------------------------

① '다양한 이익 집단'은 국가 정책을 입안하는 데 필요한 전문 지식을 국가에 제공해 줄 수도 있겠군.

② '의회 밖의 정치적 교환'은 국가와 이익 집단 간 상호 필요에 의해 이루어지는 일종의 거래로 볼 수 있겠군.

③ '국가적 효율성'을 증진하려면 국가와 대표적 이익 집단이 협상 과정에서 일종의 제약 아래 상호 협조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겠군.

④ '행정부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로 국가의 통치력이 요구되고, 국가와 이익 집단의 정치적 교환이 필요했던 상황과 관련될 수 있겠군.

⑤ '행정부의 관료 집단'이 전문성을 지니게 되면 이익 집단에 유리한 정책일지라도 대표적 이익 집단을 통해 실행할 필요가 없게 되어 정책 실행의 효과를 높일 수 있겠군.

 

 

03. 윗글을 바탕으로 <보기>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한 것은?

<보기>-------------------------------------------------------------------------------------------------------------------------------------------------------

 자유주의가 정착되지 않은 국가에서 이익 집단들은 국가에 의해 변화되거나 조직화되고, 필요한 경우에는 만들어지기도 하였는데, 이러한 형태의 코퍼러티즘을 국가 주도 코퍼러티즘이라 한다. 

 국가 주도 코퍼러티즘은 1970년대 이후 라틴 아메리카 등의 신흥 개발 도상국에서 권위주의적 정치 체제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이데올로기적 수단으로 이용되었다. 이러한 국가에서 정부는 이익 집단의 일종인 기존의 노동조합 세력들을 국가의 요구에 부응하는 성격으로 바꾸었으며, 노동조합의 조직화된 노동자들이 국가 이익에 반하여 집단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억압하였다. 이로 인해 코퍼러티즘은 상당 기간 파시즘과 동일한 것으로 인식되기도 하였다.

---------------------------------------------------------------------------------------------------------------------------------------------------------------

① 국가 주도 코퍼러티즘에서는 이익 집단이 내세우는 이익이 해당 집단 구성원들의 이익을 바탕으로 형성되지 않을 수 있다.

② 국가가 이익 집단의 조직화를 지원하게 된다면 어떤 이익 집단도 국가와의 정치적 교환을 통해 집단적 이익을 추구할 수 없다.

③ 국가가 이익 집단의 이해관계에 관여한다면 이익 집단 구성원의 이익을 강제로 증진시키는 결과를 초래해 코퍼러티즘이 파시즘적 성격을 지니게 된다.

④ 특정한 가치를 유지하거나 수행하기 위하여 형성된 집단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흥 개발 도상국에서는 국가 주도 코퍼러티즘이 나타날 수 있었다.

⑤ 코퍼러티즘이 권위주의적 정치 체제를 형성하고 유지하기 위한 이데올로기적 수단으로 활용된다면 이익 집단들은 국가의 정책 실행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04. ㉠의 역할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전문화된 집단들 간의 마찰을 유발해 한 집단의 이익만을 증진한다.

② 국가와 이익 집단 간의 상호 협조적 관계를 유지해 사회 통합에 도움을 준다.

③ 이익 집단의 영향력을 확대하여 집단 내 모든 구성원의 개인적 이익을 보장한다.

④ 국가의 개입을 거치지 않고 이익 집단 간의 경쟁에 의해 정책이 실행될 수 있게 한다.

⑤ 국가의 통치력을 활용해 이익 집단의 서열화를 방지함으로써 사회 질서가 유지되도록 도움을 준다.

 

 

 

 

정답

01. 

02. 

03. 

04.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비례 대표제는 정당의 득표율과 정당의 의석 점유율이 비례적이지 못하다는 다수 대표제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방법으로 등장하였다. 따라서 후보자 개인의 득표수를 기준으로 의석을 배분하는 다수 대표제와는 달리 비례 대표제는 정당이 획득한 득표율을 기준으로 하여 의석을 배분한다. 정당이 획득한 득표율에 비례하여 의석을 배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다수 대표제에 비해 사표의 발생이 낮아 유권자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해 줄 수 있고 정당 득표율과 의석수의 불일치를 완화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이 의원으로 선출될 수 있다.

 

 비례 대표제는 모든 의석을 비례 대표제로 선출하거나 전체 의석의 일부를 비례 대표제로 선출하는 방법이 활용된다. 비례 대표제는 국가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로 운용되고 있는데, 대부분의 나라들은 정당 명부식 비례 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정당 명부식 비례 대표제는 해당 선거구에서 선출할 인원수와 같거나 적은 수의 후보 명부를 정당이 제출하며 유권자는 후보 명부롤 보고 이들을 공천한 정당에 투표하는 방식으로,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과 기표 방식에 따라 다양하게 운용된다.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으로는 최대 잔여 방식과 최고 평균 방식이 대표적이고, 기표 방식으로는 범주 투표 방식과 선호 투표 방식이 대표적이다.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은 한 표가 갖는 가치를 동등하게 보장하려는 원리를 바탕으로, 각 정당의 득표수, 해당 선거구의 의석수 등과 같은 기본 정보를 활용한다. 최대 잔여 방식은 선거구에서 각 정당이 얻은 득표수를 기준수로 나누어 얻은 몫의 정수 부분만큼의 의석을 배분하고, 배분되지 않은 의석은 몫의 소수 부분이 큰 정당부터 배분하는 방식이다. 이때 활용되는 기준수에는 헤어 기준수, 하겐바흐 비쇼프 기준수, 임페리알리 기준수 등이 있다. 헤어 기준수는 선거구의 총 유효 투표수를 의석수로 나누어 얻은 몫의 정수 부분, 헤겐바흐 비쇼프 기준수는 선거구의 총 유효 투표수를 의석수에 1을 더한 값으로 나누어 얻은 몫의 정수 부분, 임페리알리 기준수는 선거구의 총 유효 투표수를 의석에 2를 더한 값으로 나누어 얻은 몫의 정수 부분이다. 그리고 각 몫의 소수 부분 첫째 자리에서 반올림한 값을 기준수로 정한다. 만약 한 선거구의 의석수가 5석이고 총 유효 투표수가 1,000표인 선거구에서 최대 잔여 방식을 적용하면 헤어 기준수는 1000/5=200, 하겐바흐 비쇼프 기준수는 1000/(5=1)=166.66...... → 167, 임페리알리 기준수는 1000/(5+2)=142.85......  143이 된다. 각각의 기준수로 각 정당이 얻은 득표수를 나누어 얻어 낸 몫이 각 정당의 의석수를 결정하기 때문에, 어느 방식을 채택하는가에 따라 각 정당이 얻는 의석수는 달라진다. 하지만 이 방식은 경우에 따라 정당의 득표율이 정확하게 반영되지 못하는 '제도의 역설'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최고 평균 방식을 더 선호하기도 하다.

 

 최고 평균 방식은 각 정당의 득표수를 기준수 대신 제수로 나누어 얻은 몫이 큰 순서대로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사용하는 제수에 따라 동트 방식, 생라그 방식, 수정형 생라그 방식 등이 있다. 동트 방식은 제수가 1,2,3,4,.....이다. 생라그 방식은 제수가 1,3,5,7,9,....이고, 수정형 생라그 방식은 생라그 방식과 비교했을 때 첫 번째 제수가 1.4인 것만 다르고 나머지 제수는 동일하다. 어떤 방식의 제수를 정하더라도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은 동일하다. 만약 A정당, B정당, C정당이 각각 485표, 290표, 140표를 획득했는데, 동트 방식으로 의석수를 3석 배분한다고 가정해 보자. 첫 번째 제수인 1로 각 정당의 득표수를 나누어 얻은 몫은 각각 485, 290, 140이므로 가장 큰 값을 가진 A정당에 먼저 의석을 배분한다. 그리고 두 번째 수인 2로 각 정당의 득표수를 나누어 얻은 몫은 각각 242,5, 145, 70이 되는데, 이 몫들을 첫 번째 제수인 1로 나누어 얻은 몫 중에서 이미 의석 배분에 활용된 몫을 제외한 나머지 몫들과 비교한다. 이때 가장 큰 몫이 290이므로 B정당에 두 번째로 의석을 배분한다. 다시 세 번째 제수인 3으로 각 정당의 득표수를 나누고, 이때 얻은 각각의 몫 161.66...., 96.66....46.66....을 이미 의석 배분에 활용된 몫들을 제외한 나머지 몫들과 비교한다. 이때 가장 큰 몫이 242.5이므로 A정당에 세 번째로 의석을 배분한다. 이렇게 제수에 따라 나누어 놓은 몫 중에 의석이 배분된 몫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몫들을 계속 비교하며 가장 큰 몫을 가진 정당의 차례대로 의석을 배분한다. 세 가지 방식 중 어느 방식을 채택하는가에 따라 각 정당이 얻는 의석수는 달라진다. 제수의 간격이 작을수록 득표수를 나누어 얻어 내는 값인 몫의 간격이 작가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 득표수가 적은 정당에는 불리하다.

 

 범주 투표 방식은 유권자가 정당에 투표하는 방식익, 선호 투표 방식은 유권자가 정당이 제시한 후보 명부 가운데 자신이 차지하는 후보를 개별적으로 선택하는 방식이다. 범주 투표 방식은 정당에서 후보자 명부를 작성하고 배분하기 때문에 정당의 권한이 크고 정당의 리더십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개별 유권자가 후보자를 결정하는 과정에 개입할 수 없기 때문에 유권자의 의사가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 선호 투표 방식은 정당이 제시한 명부에 있는 후보 중에서 유권자가 당선을 원하는 후보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유권자의 의사가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 직접 선거 원칙에 더 가깝다는 장점이 있지만 후보는 결국 정당이 제시하기 때문에 유권자의 의사가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하다.

 

 정당 명부식 비례 대표제는 의석 배분 방식과 기표 방식에 따라 유형을 달리할 수 있지만, 결국 명부를 작성하는 주체는 정당이기 때문에 유권자와 국회 의원 사이의 유대가 약해지고 국회 의원이 정당의 정책에 구속받을 가능성이 많다. 그리고 이 방식만으로만 국회 의원을 모두 선출하게 되면 지역의 현안을 반영할 수 있는 영향력은 약화된다는 측면이 있따. 하지만 다수 대표제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고, 국회 의원이 전체 국민의 대표라고 보는 대의제의 취지에도 부합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의의의가 있다. 

 

 

 

01. 윗글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비례 대표제를 실시하는 경우에는 다수 대표제만 실시할 때보다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이 의원으로 선출될 수 있다.

② 정당 명부식 비례 대표제에서 각 정당은 해당 선거구에서 선출할 인원보다 많은 후보 명부를 유권자에게 제공한다.

③ 범주 투표 방식은 정당에서 후보자 명부를 작성하고 배분하기 때문에 개별 유권자의 의사가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

④ 선호 투표 방식은 정당이 제시한 명부의 후보 중에서 유권자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개별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기표 방식이다.

⑤ 정당 명부식 비례 대표제는 유권자가 후로 명부를 보고 이들을 공천한 정당에 투표하는 방식으로,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과 기표 방식에 따라 다양하게 운용된다.

 

02. ㉠과 ㉡을 비교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은 ㉡에 비해 유권자와 국회 의원의 유대가 강해지게 된다.

㉠은 ㉡에 비해 지역의 현안을 반영할 수 있는 영향력이 약해진다.

㉡은 ㉠과 달리 사표의 발생을 줄일 수 있다.

④ ㉡은 ㉠과 달리 대의제의 취지에 부합하다고 할 수 있다.

 ㉠과 ㉡은 모두 다수 대표제에 비해 국회 의원이 정당의 정책으로부터 자율성을 획득할 수 있다.

 

 

03. <보기>는 윗글을 읽은 학생의 반응이다. 윗글을 바탕으로 할 때, (A)에 들어갈 말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

 최대 잔여 방식을 활용하면, 상대적으로 득표수가 많은 정당의 경우는 (                                    A                                    )

----------------------------------------------------------------------------------------------------------------------------------------------------------------

① 기준수가 클수록 득표수를 나누어 얻어 내는 몫이 작아지기 때문에 불리하겠군.

② 기준수와 관계없이 총 유효 투표수를 의석수로 나눌 수 있기 때문에 불리하겠군.

③ 기준수가 작을수록 득표수를 나누어 얻어 내는 몫의 간격이 작아지기 때문에 유리하겠군.

④ 기준수가 작을수록 득표수를 나누어 얻어내는 몫의 소수 부분이 작아지기 때문에 유리하겠군.

⑤ 기준수가 작을수록 득표수를 나누어 얻어 내는 몫을 반영하는 순서가 달라지기 때문에 유리하겠군.

 

 

04. 윗글을 바탕으로 ,<보기>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갑국의 ㉮ 선거구는 의석수가 5석이고 총 유효 투표수가 1,000표이다. 그리고 정당 명부식 비례 대표제를 통해 5석의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선거구에서 각 정당별 득표수는 다음과 같고,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에 대해 헤어 기준수를 활용할 것인지, 동트 방식을 활용할 것인지 논의 중이다.

정당 A B C D E
득표수 500 170 150 120 60
헤어 기준수로 
나누어 얻은 값
2.5 0.85 0.75 0.6 0.3
제수 방식 제수 각 정달별 몫
A B C D E
동트
방식
1 500 170 150 120 60
2 250 85 75 60 30
3 166.66... 56.66... 50 40 20

① 동트 방식에 의해 각 정당에 의석을 배분하면, 세 번째 순서로 의석을 배분받는 정당은 B정당이겠군.

② 헤어 기준수 혹은 동트 방식에 의해 각 정당에 의석을 배분하면, E정당은 의석을 배분받을 수 없겠군.

③ D정당은 동트 방식에 의해 의석을 배분받는 것이 헤어 기준수에 의해 의석을 배분받는 것보다 유리하겠군.

④ 헤어 기준수 혹은 동트 방식에 의해 각 정당에 의석을 배분하면, C정당은 두 방식 모두 동일한 의석수를 배분받겠군.

⑤ 헤어 기준수에 의해 각 정당에 의석을 배분하면, A정당이 얻은 득표율에 비해 적은 의석을 배분받는 제도의 역설이 발생하겠군.

 

 

 

정답

 

01. ②

02. ②

03. ①

04. ③

 

 [01~0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채권은 정부나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일종의 채무 증서이다. 채권을 발행하는 주체를 채무자, 채권을 구입하는 주체를 채권자라고 하는데 채무자는 책권자에게 원금 상환 일자인 만기일까지 일정 기간마다 액면 금액에 대한 정해진 이자를 지급하고, 만기일에는 채권에 기재된 액면 금액에 해당하는 원금을 상환해야 한다. 채권은 대출과 유사한 측면이 있지만 발행 주체가 법률적으로 정해져 있고, 유통 시장을 통한 매매가 자유로우며 액면 금액과는 다르게 시장 가격이 매겨질 수 있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금융 투자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채권은 발행 주체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분류되는데, 주식회사가 발행하는 채권을 회사채라고 한다. 주식회사는 회사채를 발행하여 운영 자금을 마련한다. 주식을 발행하여 운영 자금을 모을 수도 있지만 주식을 구입한 사람에게 회사의 지분 일부가 넘어가서 주요 주주의 경영권이 약화되거나 회사의 실적에 따른 배당금 지급의 부담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회사채를 발행하면 주식회사는 경영권이나 배당에 대한 부담 없이 장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대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또한회사채는 상환 기일이나 이자율이 확정되어 있기 때문에 회사는 자금 운용을 계획하는 것이 용이하다. 채권자는 원금에 대한 이자를 지급받을 수 있고 원금 손실의 위험이 작다. 따라서 회사가 투자를 수월하게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한편 이자 이외에도 채권자에게 다른 권리를 추가적으로 보장하여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회사채가 있는데 이를 신종 사채라고 한다. 신종 사채에는 전환 사채, 교환 사채, 신주 인수권부 사채 등이 있다. 먼저 전환 사채는 회사채를 발행하고 일정 기간이 경과된 후 발행한 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회사채이다. 전환 사채는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권을 제공하므로 일반적인 회사채에 비해 이자율이 낮다. 따라서 회사는 이자 지급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게 되고, 채권자가 전환권을 모두 행사한 경우에는 원금 상환에 대한 의무도 사라지게 된다. 또한 채권자가 전환권을 행사할 때 기업은 전환 사채 발행 당시 결정된 조건에 따라 주식을 새로 발행해야 하므로 회사의 자본금은 늘어나게 된다.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채권의 안전성과 더불어 주가 상승에 따른 이득을 얻을 수 있으므로 전환 사채는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 투자자가 전환권을 행사하려면 전환 가격과 전환권을 행사하려는 때의 주식 가격이 중요하다. 전환 가격은 전환 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때의 가격으로 주식 한 주로 전환되는 채권의 액면 금액이다. 예를 들어 액면 금액이 1,000원이고 전환 가격이 500원인 전환 사채 20개는 전환권을 행사하여 40주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전환권을 행사할 수 있을 때 현재 시장에서의 주식의 가격이 전환 가격보다 높은 경우에는 전환 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한 후 이를 매도하여 이익을 얻을 수 있으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계속해서 채권자로 남아서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교환 사채는 정해진 기간 내에 일정한 조건에 따라 채권의 발행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주식과 교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회사채이다. 교환 사채는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때 채권의 발행 기업이 새로 발행한 주식이 아니라 기업이 기존에 소유하고 있던 자사의 주식이나 다른 기업의 주식과 교환이 가능한 회사채이다. 교환 사채는 교환권을 부여하는 대가로 일반적인 회사채보다 채권의 이자율을 낮게 해서 기업은 자금 조달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투자자가 교환권을 모두 행사하면 채무자로서 원금 상환의 의무도 지지 않는다. 또한 투자자의 입장에서도 채권의 안정성과 주식의 수익성을 동시에 보장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신주 인수권부 사채는 회사가 신규 주식을 발행할 때 이를 인수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 회사채이다. 신주 인수권부 사채는 회사채의 원금과 이자를 보장할 뿐만 아니라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는 사전에 결정된 행사 가격에 따라 일정한 수의 신규 주식을 매수할 수도 있는 신주 인수권을 부여한다. 이를 통해 투자자들이 수요를 유발하여 자금 조달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 또한 신주 인수권에 대한 대가로 낮은 이자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기 때문에 이자 지급의 부담이 낮다. 그리고 채권자가 신주 인수권을 행사하더라도 채권은 존속한 상태로 신주 인수로 인해 추가적인 자금을 얻을 수도 있다. 채권자의 입장에서는 회사채에서 나오는 이자를 지급받을 수 있고, 신주 인수권을 행사해서 주주가 되면 배당 소득이나 주가 상승에 따른 이익을 동시에 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편, 신주 인수권부 사채를 구입하면 해당 회사채에 부여된 권리를 모두 행사할 수 있게 되는데, 신주 인수권부 사채는 신주 인수권이 채건과 분리되어 독립적인 금융 상품으로 유통되는 분리형과 신주 인수권과 채권이 분리되지 못하고 함께 유통되는 비분리형으로 구분된다. 분리형의 경우 신주 인수권 자체에 별도의 가격이 생성되어 거래될 수 있고 이때 채권자 이외의 제삼자가 신규 주식을 인수할 수도 있다.

 

 

01. 윗글을 읽고 알 수 있는 내용으로 적절한 것은?

① 회사채의 시장 가격은 채권에 기재되어 있는 액면 가격과 일치한다.

② 주식회사가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주식 이외에도 채권을 발행할 수 있다.

③ 유통 시장에서 회사채를 구입하는 경우 투자자는 채권을 구입한 금액에 대한 이자를 받게 된다.

④ 신종 사채는 정부나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투자자에게 추가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사채이다.

⑤ 회사가 채권을 발행하는 경우 회사는 채권을 구입한 채권자에게 매년 원금을 분할해서 상환할 의무가 있다.

 

 

02. 윗글을 바탕으로 <보기>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 기업은 2020년 1월 2일에 액면가 2만 원, 금리 연 5%, 만기 4년, 전환 가격 1만 원의 조건으로 전환 사채를 발행하였다. 이 전환 사채의 만기가 3년이 남은 시점인 2021년 1월 2일에 투자자 갑은 이 전환 사채 1,000개를 유통 시장에서 개당 1만 8,000원에 매입하였다. 매입 1년 후 2022년 1월 2일 현재, 유통 시장에서 이 전환 사채의 가격은 개당 1만 9,000원이 되었고 전환권의 행사가 가능해졌다.

 (단, 이 회사채의 금리는 단리이며 채권의 이자는 매년 12월 31일에 지급한다. 회사채에서 발생한 이자나 회사채 매매로 인한 이익금에 세금은 부과되지 않고, 전환권의 행사나 전환 사채의 매도는 전량을 한 번에 하는 것만 가능하다)

--------------------------------------------------------------------------------------------------------------------------------------------------------------

① 투자자 갑이 전환 사채를 계속 보유하고 있을 경우 만기까지 매년 100만 원의 이자를 받을 수 있군.

② 투자자 갑이 2022년 1월 2일에 전환 사채를 시장 가격으로 매도한다면 매입했을 때와 비교했을 때 100만 원의 매매 차익을 얻을 수 있군.

③ ○○ 기업 전환 사채의 전환 가격이 9,000원으로 정해졌었다면 투자자 갑이 전환권을 행사할 때 얻을 수 있는 주식의 수는 더 늘어나겠군.

④ 현재 ○○ 기업의 주가가 1만 1,000원이라면 투자자 갑은 전환권을 행사한 후 주식을 매도하는 것이 전환 사채를 매도하는 것보다 더 이익율이 높군.

⑤ 전환 사채의 가격이 현재 금액에서 고정되어 있고 투자자 갑이 전환 사채를 매도하지 않고 만기까지 보유한다면 얻을 수 있는 이익의 총액은 300만 원이군.

 

 

03. ㉠의 이유를 추론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채권을 구입한 즉시 해당 기업의 지분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② 채권의 발행 주체에 따라 더 높은 원금을 상환 받을 수 있기 때문에

③ 채권의 시장 가격의 변화를 보며 자유로운 매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④ 만기일 내에 이자율이 높아지면 더 큰 수익을 얻을 수도 있기 때문에

⑤ 채권을 구입하면 발행 주체의 실적에 따라 배당금을 지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04. ⓐ,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는 ⓑ와 달리 발행 직후부터 추가적인 권리의 행사가 가능하다.

ⓐ는 ⓑ와 달리 채권자가 추가적인 권리를 전부 행사하게 되면 기업의 채무가 소멸된다.

ⓐ와 ⓑ는 모두 채권자가 추가적인 권리를 행사하게 되면 기업의 자본금이 늘어나게 된다.

ⓐ와ⓑ는 모두 추가적인 권리가 보장되어 있으므로 일반적인 회사채에 비해 이자율이 낮다.

ⓐ와 ⓑ는 모두 채권자가 추가적인 권리를 행사하면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자사 주식의 수가 줄어든다.

 

 

05. 신주 인수권부 사채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분리형으로 발행된 채권은 채권의 소유자와 신주 인수권의 소유자가 달라질 수도 있다.

② 투자자가 신주 인수권을 행사할 때에는 사전에 정해진 가격에 따라 신주를 구입할 수 있다.

③ 투자자는 신주 인수권을 행사한 잏에도 만기 때까지는 계속해서 채권에 대한 이자를 지급받을 수 있다.

④ 비분리형으로 발행된 채권의 경우 처음 발행 때 채권을 구입한 살마이 아니면 신주 인수권을 행사할 수 없다.

⑤ 새로 발행되는 주식의 가치가 행사 가격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될 경우 투자자는 신주 인수권을 행사할 수 있다.

 

 

 

정답

 

01. ②

02. ⑤

03. ③

04. ④

05. ④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 줄거리] 옛날 경상도 땅에 큰 부자가 있었다. 그에게 유일한 골칫거리는 예의와 법도를 무시한 채 계속해서 재물을 얻어간 일가친척 한 사람이 이제는 아예 재산의 반을 떼어 달라며 행패를 부리는 일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보다 못해 부자더러 소송을 걸라고 권하고, 이를 받아들인 부자는 서울로 올라와 형조에 소송을 제기한다. 

 

 여러 날이 되도록 좌기(坐起)*되기만 기다리매 그사이 서리나 찾아보고 낌새나 얻을 일이로되, 제 이왕 그르지 아니하게 한 일을 전혀 믿고 아무 사람도 찾아보지 아니하고 그 절통한 심사를 견디지 못하여 그놈 속히 죽기만 기다리고 있는지라. 그놈이 비록 놀기를 즐겨 허랑무도(虛浪無道)하여 주유사방(周遊四方)하매 문견(聞見)이 너르고 겸하여 시속 물정을 아는지라.

 이때 송사에 올라와 일변 친구도 찾으며 형조에 청길을 뚫어 당상(堂上)이며 낭청(郎廳)이며 서리(胥吏) 사령(使令)까지 꼈으니, ㉡자고로 송사는 눈치 있게 잘 돌면 이기지 못할 송사도 아무 탈 없이 득승(得勝)하노니, 이는 이른바 녹피(鹿皮)에 가

로왈 자를 씀*이라. 아뭏거나 좌기 날을 당하여 당상은 주좌(主坐)하고 낭청들은 동서로 열좌(列座)하고 서리 등은 툇마루에서 거행할새 그 엄숙함이 비할 데 없더라. 사령에게 분부하여, 

 "양축을 불러들이라."

 하고 계하(階下)에 꿇리며 분부하되, 

 [A]「 "네 들으라. 부자는 너같이 무지한 놈이 어디 있으리오. 제 자수성가를 하여도 빈족(賓族)을 살리며 불쌍한 사람을 구급(救急)하거든, 하물며 너는 조업(祖業)을 가지고 대대로 치부하여 만석꾼에 이르니 족히 흉년에 이른 백성을 진휼(賑恤)도 하거든, 너의 지친(至親)을 구제치 아니하고 송사를 하여 물리치려하니 너같이 무뢰한 놈이 어디 있으리오. 어디 자손을 잘 먹고 어디 자손은 굶어 죽게 되었으니 네 마음이 어찌 죄스럽지 아니하랴. 네 소위(所爲)를 헤아리면 소당 형추 정배할 것이로되* 십분 안서(安徐)*하여 송사만 지우고 내치노니 네게는 이런 상덕(上德)이 없는지라. 저놈 달라는 대로 나눠 주고 친척 간 서로 의를 상치 말라."」

 하며,

 "그대로 다짐받고 끌어 내치라."

 하거늘, 부자 생각하매 이제 송사를 지니 가장 절통하고 분함을 이기지 못하여 ㉢그놈의 청으로 정작 무도한 놈은 착한 곳으로 돌아가고 나같이 어진 사람을 부도(不道)로 보내니 효험이 있을까 하여 다시 꿇어앉으며 고하려 한즉 호령이 서리 같아 등을 밀어 내치려 하거늘 부자 생각하되,

 '내 관전에서 크게 소리를 하여 전후사를 아뢰려 하면 필경 관전발악(官前發惡)이라 하여 뒤얽어 잡고 조율(照律)*을 할 양이면 청 듣고 송사도 지우는데, 무슨 안을 못 하며 무지한 사령 놈들이 만일 함부로 두드리면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종신(終身) 어혈(瘀血)* 될 것이니 어찌할꼬.'

 이리 생각 저리 생각 아무리 생각하여도 그저 송사를 지고 가기는 차마 분하고 애달픔이 가슴에 가득하여 송관을 뚫어지게 치밀어 보다가 문득 생각하되, 

 '내 송사는 지고 가거니와 이야기 한마디를 꾸며 내어 조용히 할 것이니 만일 저놈들이 듣기곧 하면 무안이나 뵈리라.'

 하고 다시 일어서 계하에 가까이 앉으며 고하여 가로되, 

 "소인이 천리에 올라와 송사는 지고 가옵거니와 들음 직한 이야기 한마디 있사오니 들으심을 원하나이다."

 관원이 이 말을 듣고 가장 ㅇ습게 여기나 평소에 이야기 듣기를 좋아하는 고로 시골 이야기는 재미있는가 하여 듣고자 하나 다른 송사도 결단치 아니하고 저놈의 말을 들으면 남이 보아도 체모에 괴이한지라. 거짓 꾸짖는 분부로 일러 가로되, 

 "네 본디 하향에 있어 사체경중(事體輕重)을 모르고 관전에서 이야기한단 말이 되지못한 말이로되 네 원하니 그 부자 그제야 잔기침을 하며 말을 내어 가로되, 

 옛적에 꾀꼬리와 뻐꾹새와 따오기 세 짐승이 서로 모여 앉아 우는 소리 좋음을 다투되 여러 날이 되도록 결단치 못하였다. 

 하루는 꾀꼬리 이르되, 

㉣"우리 서로 싸우지 말고 송사하여 보자."

 하니 그중 한 짐승이 이르되. 

 "내 들으니 황새가 날짐승 중 키 크고 부리 길고 몸집이 어방져 통량이 있으며 범사를 곧게 한다 하기로 이르기를 황 장군이라 하노니, 우리 그 황 장군을 찾아 소리를 결단함이 어떠하뇨."

 세 짐슴이 옳이 여겨 그리로 완정(完定)하매 그중 따오기란 짐승이 소리는 비록 참혹하나 소견은 밝은지라. 돌아와 생각하되, 

  '내 비록 그 말은 하였으나 세 소리 중 내 소리 아주 초라하니 날더러 물어도 나밖에 질 놈이 없는지라. ㉤옛사람이 이르되 모사(謀事)는 재인(在人)이요, 성사(成事)는 재천(在天)이라 하였으니 아뭏거나 청촉(請囑)*이나 하면 필연 좋으리로다.'

                                                               

                                                                (중략)

 

 황생 놈이 이 말을 듣고 속으로 퍽 든든히 여겨 하는 말이,

 [B] 「"도시 상놈이란 것은 미련이 약차하여 사체 경중을 알지 못하고 제 욕심만 생각하여 아무 일이라도 쉬운 줄로 아는구나. 대저 송사에는 애증(愛憎)을 두면 칭원(稱冤)*도 있고 비례 호송하면 정체에 손상하나니 어찌 그런 도리를 알리오. 그러나 송사는 곡직을 불계(不計)하고 꾸며 대기에 있나니 이른바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라 어찌 네 일을 범연히 하여 주랴. 전에도 네 내 덕도 많이 입었거니와 이 일도 내 아무쪼록 힘을 써 보려니와 만일 내 네 소리를 이기어 주어 필연 청 받고 그릇 공사한다 하면 아주 입장이 난처하게 되려니 이를 염려하노라."」

 따오기 고쳐 아뢰되,

 "분부가 이렇듯 하시니 상덕(上德)만 믿고 가나이다."

 황새 웃고 이르되, 

 "성사하기 전 세상사를 어찌 알리오. 어디 보자."

 

 

 

*좌기 : 관아의 으뜸 벼슬에 있던 이가 출근하여 일을 시작함.

* 녹피에 가로왈 자를 씀: 사슴 가죽에 쓴 가로왈(曰)자는 가죽을 잡아당기는 대로 일(日)자도 되고 왈(曰)자도 된다는 뜻으로, 사람이 일정한 주견이 없이 남의 말을 좇아 이랬다저랬다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소당 형추 정배할 것이로되 : 마땅히 정강이를 때리며 죄를 캐묻고 유배를 보낼 것이로되.

*안서 : 잠시 보류함

*조율 : 법원이 법규를 구체적인 사건에 적용하는 일.

*칭원 : 원통함을 들어서 말함.

*청촉 : 청을 들어주기를 부탁함.

 

 

 

 

01. 윗글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것은?

① 부자는 억울함을 즉각 호소하면 더 큰 봉변을 당할까 두려워했다.

② 관원은 부자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으나 이목을 고려하여 포기했다.

③ 황새는 따오기가 예전에도 자신에게 여러 번 신세를 졌다고 생각했다.

④ 따오기의 청탁을 받은 황새는 송사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에 대한 확답을 유보했다.

⑤ 황새에게 판결을 맡기는 데에 합의한 따오기는 송사에서 자신이 불리함을 인지했다.

 

 

02. [A], [B]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A]와 달리 [B]에서 발화자는 자기의 무지를 반성하고 있다.

② [A]와 달리 [B]에서 발화자는 청자의 과오를 지적하고 있다.

③ [B]와 달리 [A]에서 발화자는 청자가 할 일을 지시하고 있다.

④ [B]와 달리 [A]에서 발화자는 자기에게 벌어질 일을 걱정하고 있다.

⑤ [A]와 [B] 모두 발화자가 자기와 청자의 처지를 비교하고 있다.

 

 

03. <보기>를 참고하여 ㉠ ~ ㉤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법은 공동체 내에서 부조리를 척결하고 사회 정의를 구현할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러지 못할 때도 많다. 때에 따라 법 자체가 올바르지 못하거나 미비한 경우도 있고, 또 비록 법은 잘 갖추어져 있더라도 실제 소송에서 그것을 잘못 적용하여 그릇된 판결을 내림으로써 선악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문란해지는 경우도 있다. 「황새결송」은 이러한 법과 사회 정의 간의 관계에 대해 당대인들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지 보여 주는 조선 후기의 풍자 소설로, 억울하게 송사에 진 부자에 관한 이야기인 외화(外話)와, 그 부자가 들려준 황새의 우화(寓話)인 내화(內話)가 서로 대응되는 액자 구조를 띠고 있다.

-----------------------------------------------------------------------------------------------------------------------------------------------------------------

 ㉠은 액자 구조의 내화 속 따오기가 비록 소리는 참혹하지만 소견은 밝다고 한 설정과 대응된다.

㉡에는 법이 사회 정의의 구현 수단으로 공정하게 기능하지 못한다고 여겼던 당대인들의 인식이 반영되어 있다.

㉢에는 그릇된 편결로 선악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문란해지는 상황에 대한 비판적 관점이 투영되어 있다.

㉣은 부자가 올바른 법에 근거한 정확한 판결로 부조리가 척결되리라는 순진한 믿음을 갖고 있었던 것이 우화적으로 반영된 부분이다.

⑤ ㉤은 인간의 노력과 하늘의 보살핌을 조화시킴으로써 법을 통해 사회 정의를 구현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나 있다.

 

 

04. 이 작품의 마지막 부분이 <보기>와 같다고 할 때, 윗글과 관련지어 <보기>에 대해 보인 학생의 반응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

 이러하온 짐승들도 물욕에 잠겨 틀린 노릇을 잘하기로 그놈을 개아들 개자식이라 하고 우셨으니, 이제 서울 법관도 여차하오니 소인의 일은 벌써 판이 났으매 부질없는 말 하여 쓸데없으니 이제 물러가나이다 하니, 형조관원(刑曹官員)들이 대답할 말이 없어 가장 부끄러워하더라.

-----------------------------------------------------------------------------------------------------------------------------------------------------------------

① 형조 관원들 앞에서 총명함을 입증하려던 부자의 목적이 달성되었군.

② 부자의 꾀로 인해 형조 관원들의 도덕적 정당성이 대외적으로 입증되었군.

③ 부자와 형조 관원들 사이의 경쟁 관계가 종식되고 부자가 권력을 독점하게 되었군.

④ 형조 관원들이 이미 내려진 판결은 번복될 수 없음을 들어 부자의 주장을 반박하였군.

⑤ 사사로이 판결한 자들이 무안함이나 느끼도록 하겠다는 부자의 의도가 성공을 거두었군.

 

 

 

정답

01. ②

02. ③

03.  

04.  

 
 
'황새결송' 핵심 정리

 

갈래 풍자 소설, 액자 소설, 우화 소설, 송사 소설-억울한 일을 관청에 호소하여 해결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고전 소설

배경 조선 후기의 경상도 지역과 서울

주제 송사에 얽힌 비리와 횡포에 대한 풍자

특징

- 조선 사회의 부정적 세태를 사실적으로 그려 냄.

- 액자식 구성을 바탕으로 풍자성을 강화함.

5. 구성 액자식 구성

외부 이야기 부자는 자신의 재산을 탈취하려는 친척 악한을 고발하지만 악한의 술수로 패소함

내부 이야기 뻐꾹새, 꾀꼬리, 따오기가 소리 내기를 하고, 따오기에게 뇌물을 받은 황새가 따오기가 으뜸이라고 판결함.

외부 이야기 부자의 이야기를 들은 형조 관원들이 부끄러워함.

 

6. 전체 줄거리

옛날 경상도 땅에 큰 부자가 있었는데, 그에게는 골칫거리가 하나 있었다. 예의와 법도를 무시한 채 여러 번 재물을 얻어 간 친척 한 사람이 이번에도 재산의 반을 달라며 행패를 부리는 것이었다. 부자가 마을 사람들의 권유에 따라 서울로 올라와 형조에 소송을 제기하고 재판을 기다리는 사이에 친척은 뇌물을 싸서 자기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오도록 조치한다. 부자는 사리에 어긋나는 판결로 패소하고, 분을 이기지 못하여 우화 하나를 형조 관원들에게 들려준다. 이야기의 내용은 이러하다. 꾀꼬리, 뻐꾹새, 따오기가 서로 자기의 우는 소리가 좋다고 다투다가 황새를 찾아가 송사를 벌이기로 했다. 자기 소리에 열등감을 느끼던 따오기는 황새가 좋아하는 여러 곤충을 잡아다 황새에게 뇌물로 바치며 부정한 청탁을 한다. 황새는 그 청을 받아들여 꾀꼬리와 뻐꾹새의 소리는 폄하하고 따오기의 소리는 웅장하다며 가장 좋은 소리라고 판결한다. 이러한 부자의 이야기를 들은 형조 관원들은 모두 부끄러워한다.

 

7.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조선 후기 사회의 모습을 풍자한 소설로, 액자 구조를 띠고 있다. 비윤리적 행태를 일삼다가 결국 뇌물을 써서 소송에서도 이기는 악한 친척 때문에 죄도 없이 억울한 일을 당한 어떤 부자의 이야기가 액자의 외화, 즉 바깥 이야기를 이룬다. 액자의 내화는 송사에 진 부자가 형조 관원들에게 들려주는 우화로, 날짐승들의 송사에서 벌어진 부정한 청탁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조선 후기의 부정적 사회상, 특히 비리로 얽힌 송사 때문에 사회 정의의 실현을 기대할 수 없던 부패상을 풍자한 소설로 볼 수 있다.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청파리는 지금의 서울 남부에 있는 동리다. 이곳에 설생이라는 선비가 살았는데, 의지가 있고 문학을 좋아했다. 설생은 기이한 재주를 가진 이로서, 과거 공부에 힘썼지만 운수가 나빠 번번이 시험에 떨어지고 말았다. 

 광해군 말에 계축옥사*가 일어나자 세상사에 염증을 느끼고는 속세를 떠나 은거하고자 했다. 마침 친구 하나가 설생의 집을 방문했는데, 이 친구는 평소에 설생과 마음이 잘 통하던 이였다. ㉠ 두 사람은 마주 앉아 손바닥을 치며 강개한 마음으로 시사(時事)를 논하다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설생이 이렇게 말했다. "㉡ 삼강오륜이 무너졌으니 선비가 이 세상에서 어찌 처신해야 하겠는가! 나는 이제 은거하려 하는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친구가 대답했다.

 "㉢그게 바로 내 생각일세. 지금 자네 말도 있고 하니 함께 은거하고 싶지만, 부모님이 계셔서 쉽게 허락할 수가 없네."

친구는 곧 작별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중략 부분 줄거리] 한 달 뒤 친구가 찾아가 보니 서생은 훌쩍 사라진 뒤였다. 새 임금이 즉위하자 등용되어 승진을 거듭한 친구는 갑술년(1634) 어느 봄날, 강원도 관찰사가 되어 영랑호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며 배를 타고 있었다. 이때 멀리서 배를 저어 오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간 행방을 알 길 없던 설생이었다. 관찰사는 설생을 자기 배에 오르게 하고 몹시 기뻐하며 근황을 물었다.

 

 "나는 지금 양양부 관아에서 동남쪽으로 60리쯤 떨어진 곳에 있는 회룡굴이라는 데 산다네. 몹시 외진 곳이라서 속인은 오는 이가 드물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지. 마침 오늘이 길일이고 시절도 좋기에 흥이 나서 문득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옛날 친하게 지내던 때의 일이며 헤어진 뒤의 일로 이야기꽃을 피웠는데, 흥미진진하여 그칠 줄 몰랐다. 잠시 후 비가 조금 그치면서 바람이 일어 배가 쏜살같이 움직였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앞산을 몇 개나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마침내 설생이 일어나 말했다. 

 "내가 사는 곳이 여기서 그리 멀지 않네. 땅으로 걸어가면 수십 리쯤 될 걸세. 순풍이 불면 배를 타고 반나절이면 갔다 올 수 있지. 예전에 나에게 '평생 좋은 벗으로 지내며 서로 잊지 말자.'라고 하였으니 한번 들러 주었으면 하네."

 관찰사가 좋다고 하고 배를 재촉하여 설생과 함께 떠났다. 

 

[A]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갈 즈음 육지에 이르렀다. 관찰사는 말과 따르는 사람들을 물리치고 종들로 하여금 가마를 메게 하여 숲이 우거진 골짜기로 들어갔다. 험한 길을 힘들게 몇 리 걸어가니 푸른 벼랑이 우뚝 서 있었다. 저절로 그렇게 깎여 모양이 기기묘묘했는데, 높이가 수십 길은 되어 보였으며 가운데가 벌어져 있었다. 벼랑을 둘러싸고 좌우로 콸콸 물이 쏟아지며 물과 바위가 부딪는 소리가 메아리쳤다. 벼랑 앞에는 문이 하나 있었는데, '회룡굴'이라고 쓰여 있었다. 문 앞으로는 돌길이 구불구불 오른쪽으로 가파르게 나 있었는데, 좁고 험해 새들이 다닐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두 사람은 벼랑의 벌어진 곳을 지나 칡덩굴을 붙잡거나 등나무에 매달려 앞으로 나아갔으며, 어깨를 구부려 회룡굴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가 바로 설생의 집이었다. 굴 안의 땅은 터가 넓어 집 100여 채가 들어설 만한데, 집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토지가 비옥했다. 물에서는 물고기를 잡고 산에서는 산나물을 채위할 수 있었으며, 뽕나무· 배나무 · 밤나무 등의 나무도 많았다. 아마도 옛사람이 일컫던 도원이나 귤주*가 바로 이런 곳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설생이 관찰사를 인도해 마루 위에 오르게 하고는 아이를 불러 이렇게 말했다.

 "채소를 담아내거라."

 관찰사가 먹어 보니 맛이 담박하면서도 달아 속세의 음식 맛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이윽고 두 사람은 아름다운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있기도 하고 물가에서 고기를 잡기도 하고, 숲속을 거닐기도 하고 연못가를 산보하기도 했다. 물고기와 새들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구름과 안개가 마음을 즐겁게 했다. 산봉우리와 수석의 괴이하고 웅장한 모습이 사랑스럽고도 볼 만하여 아침저녁으로 천만 가지 변화 무쌍한 모습을 보여 주니, 셈을 잘하는 사람이라도 그 모습이 몇 가지로 변하는지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었다. 관찰사는 기쁜 마음에 돌아갈 것을 잊고 며칠을 그곳에 머물렀다.」

 

 관찰사가 마침내 떠날 차비를 하고 작별 인사를 하며 설생에게 농담을 건넸다.

 "산수가 맑고 기이한 곳에 사는 것이야 은자들이 본래 그렇다지만, 자네는 집도 이렇게 부유하니 산속에 살면서 어찌 이렇게까지 될 수 있단 말인가?"

 설생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노닐며 오가는 곳은 여기뿐이 아닐세. 세상을 벗어나 살게 된 뒤로는 내키는 대로 산수를 유람하여 다니는 것을 몹시 좋아해서 하루도 안 다닌 적이 없지. 서쪽으로는 속리산의 기이한 경치를 찾고, 북쪽으로는 묘향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았으며, 남쪽으로는 가야산에 오르고 지리산을 넘었어. 우리나라 산천을 베어 집을 짓고 산비탈을 깎아 밭을 만들었지. 그렇게 2년도 살고 3년도 살다가 싫증이 나면 또 다른 곳으로 옮겨가 살았어. 이런 까닭에 내가 있었던 거처 중엔 산이 기이하고 물이 아름다우며 밭이 넓고 집이 좋기가 여기보다 열 배나 더한 곳도 여러 군데 있다네. 다만 세상 사람들이 모를 뿐이지."

 관찰사가 그 말을 듣고 기이하게 여기며 오래도록 탄식했다. 관찰사는 이별을 기념하여 시 한 편을 지어 설생에게 주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훗날 서울로 나를 찾아와 주게."

 그렇게 약속하고 떠났다. 

 ㉣3년 뒤 설생이 서울에 가 관찰사를 찾았다. 관찰사는 마침 이조 판서로 있었는데, ㉤설생에게 벼슬을 주고자 했다. 하지만 설생은 그것을 수치스럽게 여겨 세상으로부터 달아나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 뒤 관찰사가 예전에 갔던 '회룡굴'이란 곳을 다시 가 보았지만 그곳은 이미 폐허가 되어 있었고, 설생이 어디로 갔는지도 알 길이 없었다. 

 

* 계축옥사 : 계축년(1613)에 광해군이 인목 대비를 서궁에 유폐하고, 이복 대군인 영창 대군을 서인으로 만든 사건. 

*도원이나 귤주 : '도원'은 도연명의 「도화원기」에 그려진 이상향이며, '귤주'는 풍토가 좋아 귤이 많이 나는, 중국 호남성의 섬임.

 
 

 

01. 윗글의 인물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설생은 과거 급제를 위해 노력했지만 뜻을 이룰 수 없었다.

② 설생은 길일에 외진 곳으로 거처를 옮기려고 배를 몰고 나타났다.

③ 설생은 과거의 약속을 언급하며 관찰사에게 회룡굴 방문을 요청했다.

④ 관찰사는 설생이 보통의 은자들과 다른 점을 거론하며 설생에게 농담을 했다.

⑤ 관찰사는 설생과 다시 이별하게 되는 것을 아쉬워하며 후일의 만남을 기약했다.

 

 

02. <보기>를 고려할 때, ㉠ ~ ㉤에 대해 추론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가) 신돈복의 야담집 학산한언』과 이규경의 백과사전 오주연문장전산고』에도 설생전」과 거의 똑같은 내용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거기에서는 설생의 친구인 관찰사가 오도일의 조부인 오윤겸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오윤겸은 강원도 관찰사, 이조 판서, 좌의정 등을 지낸 문신이다. 중앙 정계에 있던 당시 계축옥사가 일어나자 그는 광해군에 반대하는 뜻을 품고 광주 목사로 물러앉기를 자원하기도 했지만 결국 관직을 그만두지는 않았으며, 인조가 반정으로 권좌에 오른 후에도 그 밑에서 고위직을 역임했다. 손자인 오도일 또한 인조의 계보를 잇는 임금 밑에서 부제학, 이조 참판 등 요직을 거쳤기에 광해군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할 수는 없었다. 그가 설생전」을 쓴 데에는 이러한 자기 가문에 대한 옹호도 창작 동기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있다.

 

 (나) 설생전」에는 '나아감'과 '물러남'에 대한 오도일의 관점이 반영되어 있다. 이 작품의 말미에는 설생에 대한 작가의 논평이 붙어 있는데, 그 일부는 이러하다. "선비는 세상이 태평하면 벼슬에 나아가 뜻을 펴고, 세상이 어지러우면 은둔하여 내 한 몸을 조촐히 한다. 이는 군자가 상황에 따라 나아가기도 하고 물러나기도 하는 도이다. 설생은 혼란한 시절에 정치가 어지러우므로 은둔했지만, 어진 새 임금이 다시 나라를 일으키고 어진 뭇 선비들이 함께 일어서던 때에 관을 털고 기운을 내어 조정에서 벼슬을 했어도 괜찮았을 것이다."

---------------------------------------------------------------------------------------------------------------------------------------------------------------

① (가)를 고려할 때, ㉠을 통해 오도일은 조부가 비록 광해군 밑에서도 관직을 그만두지는 않았지만 의로움을 아는 인물이었음을 알리고 싶었을 것 같아.

② (가)와 (나)를 고려할 때, 오도일은 자신이 요직에 앉은 시기가 ㉡과 같은 일이 벌어진 광해군 때와 달리 '나아감'을 선택할 때라고 여겼을 것 같아.

③ (가)를 고려할 때, ㉢을 통해 오도일은 계축옥사 당시에 조부가 곧장 은거하지 않은 데에 나름의 이유가 있었음을 말하려 했을 거 같아.

④ (나)를 고려할 때, ㉣로 보아 오도일은 설생이 어지러운 세상에서 '물러남' 대신에 태평한 세상으로 '나아감'을 선택하기로 결심했음을 보여 주려 했던 것 같아.

⑤ (나)를 고려할 때, 오도일이 생각하기에 ㉤은 어진 새 임금이 다스리는 세상에서 설생이 받아들여도 좋았을 법한 제안이었던 것 같아.

 

 

03. <보기>를 참고하여 [A]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조선 시대 문인들은 직접 산수를 유람한 뒤 유람의 경험과 자취를 기록한 산수유기를 남겼다. 여러 가지 여건 때문에 극소수 선비만 유람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던 당시에는 많은 사람이 사랑채에 누워 타인의 산수유기를 읽으며 산수를 간접 체험하는 와유를 즐겼다. 대체로 산수유기는 목적지로 향하는 여정을 유람 주체의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풍광의 아름다움을 묘사하며 음미한다. 「설생전」의 화룡굴에 대한 서술에는 이러한 산수유기의 성격이 반영되어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이 창작된 17세기 당시 문인들에게 산수는 유교적 차원에서 도덕적 의미를 탐색하는 공간이라기보다는 어지러운 현실을 잊는 도피처로 여겨졌고, 이에따라 산수유기 속의 산수도 정신적 휴식을 보장하는 환상적 공간으로 그려질 때가 많았다.

-----------------------------------------------------------------------------------------------------------------------------------------------------------------

① '험한 길을 힘들게 몇 리 걸어가니 푸른 벼랑이 우뚝 서 있'다는 진술은 산수유기에서 목적지까지의 여정을 드러낸 것에 해당한다.

② '옛사람이 일컫던 도원이나 귤주가 바로 이런 곳이리라는 생각'을 하는 것은 관찰사가 산수를 간접 체험하며 와유를 즐기는 모습에 해당한다.

③ '맛이 담박하면서도 달아 속세의 음식 맛과는 전혀 딴판'이었다는 채소에 대한 설명은 회룡굴이라는 공간이 환상적 성격을 지닌 산수라는 사실을 부각하는 것이다.

④ '구름과 안개가 마음을 즐겁게 했'다는 것은 유람 주체라고 할 수 있는 관찰사의 관점에서 보고 느낀 바를 서술한 것이다.

⑤ '산봉우리와 수석의 괴이하고 웅장한 모습'에 대한 찬탄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풍광의 아름다움에 대한 유람 주체의 음미와 관련된다.

 

 

 

'설생전' 핵심 정리

 

갈래 한문 소설, 사회 소설

성격 사실적, 전기적(비현실적), 비판적, 예찬적

주제 부정적인 현실을 등지고 탈속적인 이상향을 지향했던 한 선비의 삶

특징

- 역사적 사건과 실제 지명을 바탕으로 현실성을 확보하고 있음

- 계축옥사를 배경으로 광해군의 패륜에 대한 사대부들의 부정적인 시각을 반영함

- 관찰사의 삶을 통해 사대부들의 현실을, 설생의 삶을 통해 이상과 동경을 보여줌

- 서로 다른 지향을 가진 두 인물의 대조적 삶을 통해 주제 의식을 부각함

- 회룡굴과 그 주변의 묘사를 통해 탈속적 이상향의 모습을 제시함.

 

5. 전체 줄거리

서울 청파리에 살던 설생이라는 선비는 계축옥사가 일어나자 세상사에 염증을 느끼고 은거를 결심한다. 그와 함께 세상을 개탄하던 친구는 은거에 대한 설생의 생각에는 동의했으나, 자신은 부모를 모시고 있다는 현실적 제약 때문에 은거하지 않기로 한다. 친구는 훗날 벼슬에 오르고 승진을 거듭하게 되는데, 강원도 관찰사가 된 뒤 영랑호에서 뱃놀이를 하다가 우연히 설생을 만나게 된다. 관찰사는 서생이 사는 회룡굴에서 며칠을 머무는데, 속세와 단절된 그곳은 풍요롭고 평화로운 이상향이다. 관찰사는 설생에게 나중에 서울로 자신을 찾아와 달라며 시를 주고 떠나고, 몇 년 후에 이조 판서가 된다. 그는 서울로 찾아온 설생에게 벼슬을 주려 하지만, 이를 수치스럽게 여긴 설생은 종적을 감춘다.

 

6.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조선 숙종 때의 문신인 오도일이 지은 한문 소설로, 역사적 격랑 속에서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한 두 친구, 즉 은둔을 택한 설생과 출세를 택한 관찰사의 삶을 다루고 있다. 젊은 시절에 함께 세상을 개탄했던 친구가 벼슬을 하는 동안, 설생은 산수를 두루 유람하며 유유자적한 삶을 산다. 관찰사가 된 친구는 우연히 다시 만난 설생의 인도로 회룡굴이라는 곳에 다녀오는데, 이곳은 풍요롭고 아름다우며 신비로운 곳이다. 설생과 함께 지내는 도안 관찰사는 세상일을 잊고 즐거움을 만끽하지만, 결국 설생이 자신과는 다른 삶의 지향을 지녔음을 확인하게 된다. 개성 있는 인물의 형상화와, 이상향으로 그려진 회룡굴의 묘사가 인상적인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가) 

삶은 계란의 껍질이 (묵은 것)

벗겨지

묵은 사랑이 낡은 가치관

벗겨질 때

붉은 파밭(낡은 가치관)푸른 새싹(새로운 가치)보아라 명령형 종결-의지적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역설법-주제 의식 강조 것이다평서형 종격-단호한 어조

                                                                                                1: 묵은 사랑을 잃을 때 새로운 사랑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

 

먼지 앉은 석경*(묵은 것) 너머로

너의 그림자가

움직이듯

묵은 사랑이

움직일 때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2: 묵은 사랑의 힘을 떨치고자 하는 의지

 

새벽에 준 조로*의 물 묵은 것

대낮이 지나도록 마르지 않고

젖어 있듯이 묵은 사랑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임을 보여줌

묵은 사랑이

뉘우치는 마음의 한복판에

젖어 있을 때 낡은 관습이나 가치관을 반성하면서도 쉽게 떨쳐내지 못할 때

붉은 파밭(잃는 것)푸른 새싹(얻는다는 것)을 보아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3: 묵은 사랑에 대한 반성과 극복 의지

 

*석경: 유리로 만든 거울.

*조로: 포르투갈어인 조로(jorro)’에서 유래한 말로, ‘물뿌리개를 의미함.

 

 

나)

 

사당역(사람들이 붐비는 곳) 4호선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려고

에스컬레이터(현대 문명 상징)에 실려 올라가서

뒤돌아보다 마주친 저 수많은 얼굴들

모두 붉은 흙 가면 같다 무표정한 얼굴

얼마나 많은 불가마들이 저 얼굴들을 구워냈을까                                           1: 지하철역에서 수많은 얼굴을 마주침

 

 

무표정한 저 얼굴(흙 가면 같은 얼굴)속 어디에

아침마다 두 눈을 번쩍 뜨게 하는 힘(삶의 의지, 생명력)  숨어 있었을까

밖에서는 기척도 들리지 않을 이 깊은 땅속을 지하철-도시의 생활 공간

밀물져 가게 하는 힘(생명력, 힘의 원동력) 숨어 있었을까             2: 무표정한 사람들의 얼굴 속에서 감추어진 힘을 느낌

 

하늘 한구석 별자리마다 쪼그리고 앉아

별들을 가마에서 구워내는 분(조물주, 신) 계시겠지만

그분이 점지하는 운명의 별빛 지상에 내리겠지만 운명론적 가치관

물이 쏟아진 듯 몰려가는

땅속(현대인의 생활 공간)은 너무나 깊어

그 별빛(절대자가 준 운명) 여기까지 닿기나 할는지                3: 사람들의 열정은 조물주의 능력과 상관없다고 생각함

 

 

수많은 저 사람들 몸속(사람들의 힘이 숨은 곳)마다에는

밖에선 볼 수 없는 뜨거움(삶의 열정)이 일렁거리나 보다

저마다 진흙(탄생 이전의 세계)으로 돌아가려는 몸을 일으켜 세우는 삶의 의지, 열정

불가마(삶의 의지, 생명의 원천) 하나씩 깃들어 있나 보다

 

저렇듯 십 년 이십 년 오십 년 얼굴을 구워내고 있었으니

모든 얼굴(현대인의 모습)은 뜨거운 속(삶의 의지, 열정)이 굽는 붉은 흙 가면(삶의 의지가 담긴 얼굴)인가 보다

                                                                                                  4~5: 사람들의 내면에 삶에 대한 열정이 있음을 깨달음.

 

 
 
01. (가)와 (나)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가)는 명령문을 활용하여, (나)는 의문문을 활용하여 시적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② (가)는 역설적 표현을 통해, (나)는 시적 대상을 호명하는 방식을 통해 대상의 속성을 드러내고 있다.

③ (가)와 (나)는 모두 대조되는 시어를 제시하여 화자의 의도를 보여 주고 있다.

④ (가)와 (나)는 모두 빗대는 방식을 통해 대상에 대한 화자의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

⑤ (가)와 (나)는 모두 유사한 통사 구조를 반복하는 방식을 통해 운율감을 드러내고 있따.

 

 

02. (나)의 ㉠ ~ ㉤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은 ㉢에 영향을 주는 초월적 존재가 머무는 공간이다.

② ㉡은 ㉠으로부터 괴리되어 있는 공간이다.

③ ㉢은 ㉡과 달리 인간의 운명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다.

④ ㉣은 ㉢에서 화자가 만난 인간의 특성이 형성된 공간이다.

⑤ ㉤은 ㉡과 ㉢을 포함하는 공간이다.

 

 

03. <보기>는 선생님이 안내한 내용의 일부이다. 이를 바탕으로 (가)와 (나)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가)와 (나)는 '보아야 할' 것, 또는 '본' 것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가)의 화자는 자연물을 보아야 할 것으로 언급하며 변화의 과정에서 겪게 될 경험, 변화를 위해 필요한 조건을 제시하며 새로운 삶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나)의 화자는 일상생활에서 본 사람들의 외면에 대한 인상을 드러낸 후, 그 속에 감추어진 힘의 근원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사람들의 외면과는 달리, 내면에 삶에 대한 열정이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럼 지금부터 (가), (나)를 감상해 볼까요?

----------------------------------------------------------------------------------------------------------------------------------------------------------------

① (가)에서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는, 새로운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화자의 의지를 표현한 것이겠군.

② (가)에서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는, 기존의 삶의 방식에서 벗어날 때 새로운 삶이 실현될 수 있다는 화자의 인식을 드러낸 것이겠군.

③ (가)에서 '묵은 사랑이/뉘우치는 마음의 한복판에/ 젖어 있을 때'는, 화자가 변화의 과정에서 겪었던 내면의 갈등을 형상화한 것이겠군.

④ (나)에서 '불가마 하나씩 깃들어 있나 보다'는, 사람들의 무표정한 겉모습에 대한 화자의 인상을 나타낸 것이겠군.

⑤ (나)에서 '모든 얼굴은 뜨거운 속이 굽는 붉은 흙 가면인가 보다'는, 사람들의 내면에 삶을 열정적으로 살아가게 하는 힘이 있다는 화자의 깨달음을 드러낸 것이겠군.

 

 

 

 

정답 

 

01. ②

02. ④

03. ④

 

 

'파밭가에서' 핵심 정리

 

갈래 자유시, 서정시

성격 상징적, 의지적, 성찰적

주제 묵은 사랑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랑을 추구하려는 의지

특징

- 관념적인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형상화

- 명령문, 역설적 표현, 동일한 구절을 반복하는 방식을 활용하여 주제 의식을 강화함

- 붉은색과 푸른색의 색채 대비를 통해 대상의 모습을 형상화함

- 대립되는 이미지들의 시어를 통해 화자가 추구하는 삶의 모습을 드러냄

- 단정적 어조를 통해 화자의 의지를 강조함

5. 이해와 감상

이 시의 화자는 붉은 파밭에서 돋아나는 푸른 새싹을 보며 묵은 것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새롭게 변 화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고 있다. 이를 통해 작가는 부조리한 사회 현실에서 꿈꿨던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을 드러내고 있다. 동일한 문장 구조를 반복하는 방식, 비유와 역설의 표현 방식, 대조의 방 식을 활용하여 새로운 것을 추구하려는 의지를 보여 주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별을 굽다' 핵심 정리
 
 

갈래 자유시, 서정시

성격 상징적, 철학적

주제 삶에 대한 열정을 지닌 사람들의 모습

특징

- 현대인의 무표정한 얼굴을 붉은 흙 가면에 비유

- 지하철 환승역이라는 공간을 통해 현대의 도시적 삶을 나타내고 있음

5. 이해와 감상

이 시의 화자는 붐비는 지하철역 안에서 보게 된 수많은 사람을 통해 그들의 삶에 대한 열정을 깨닫 는다. 이때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외면과 내면을 대조하고 이들의 내면을 불가먀’, ‘뜨거운 심장에 빗대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 Recent posts